꿈꾸는 죽장수 - 혼을 담은 죽, 본죽 이야기
김철호 지음 / 거름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에는 참고 버텨내야 할 시기가 있다

'꿈꾸는 죽 장수? 꿈꾸는 죽장수라... 어떤 내용일까?'

다른 책을 읽다가 궁금한 마음에 잠시 훑어나 보자고 펼쳐 들었다가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다 읽고 나니 새벽 3시 20여분이다. 나도 모르게 3시간 동안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 책의 무엇이 나를 꼼짝 못하고 책에 빠져들게 했을까?

"... 하지만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희망을 믿지 않으면 그것은 영원히 멀어지지만, 희망을 믿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은 소망과 꿈은 결국에는 이뤄진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침체되어있거나 안타깝게도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경험담이 누구에게도 가능한 희망으로 비춰졌으면 하는 욕심도 내어 본다."
- 책 속에서


때로는 눈시울까지 붉어지면서 한참 동안 읽었다. 힘들고 모진 세월을 살아 내고 있는 나에게 이만한 위안이 없었다. 지금 비록 힘들지만 내가 희망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들, 스스로 자신을 버리는 순간 절망이란 시작된다는 것,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결국 언젠가는 삶의 꽃이 활짝 피어 나리라는 것을 저자가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었다. 지금 참아내고 걸어가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지만 모르는 사이에 자꾸 주눅 들고 있던 나의 희망이었다.

지난해 느닷없는 화재로 전소하고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그간이던가? 나는 위안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그 위안을 이 책에서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한밤중에 몇 시간 동안 정신 없이 빠져 들었던 것은 내가 올바르다고 믿고 있는 것을 저자를 통해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생에는 참고 버텨내야 할 시기가 분명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며칠 전에 이렇게 만났다.

절망은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꿈꾸는 죽 장수>는 '본죽' 김철호 사장의 성공 스토리다. 무엇이 오늘의 본죽을 가능하게 하는가?

지금 비록 웃고 있지만 저자는 7년 전에 그야말로 잘나가던 목욕용품업체 우신을 정리해야만 하는 절망에 처했다. 주변 사람들은 명의 변경을 해서라도 훗날을 도모하라고 했지만 스스로 나서서 채권을 정리하며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을 대줄 테니 다시 시작해 보면 어떠냐?"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 적금까지 털어 모두 정리하고 저자에게 남은 것은 채권단이 딱하다며 준 봉고차 한 대가 전부였다.

그렇지만 그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재기를 꿈꾸며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공사판에서 벽돌이라도 져날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가장이, 수강비조차 없는 처참한 신세로 요리학원을 다니겠다니 주위 사람들이 욕할 법도 했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책임한 가장이었다. 가장 대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던 아내가 쓰러지면서 저자는 생계를 위하여 호떡 장사를 했다. 그것도 양복 입은 호떡 장사였다.

양복을 입은 호떡 장사?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독려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찾아 든 고난이었지만 스스로 절망을 선택하지 않았다. 선택했다면 희망이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음식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의 창업컨설팅 회사를 시작했지만 결국 놓아야 하는 어려움이 다시 찾아 들었다. 그리고 남의 창업만 리모델링해 주던 부부가 창업을 하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반가워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하겠다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이었다. 3년 전, 당시만 해도 시중의 죽집들은 명색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이 하필 죽집을 하겠다며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무모하게 걸고 있었다.

이뿐이랴. 보증금이 모자라 이들 부부가 선택할 수밖에 없던 점포는 '죽집'으로는 부적합한 이층이었다. 그것도 2년 사이에 4명이나 망해서 나간 점포를, 돈이 모자라 보증금을 깎고 월세를 올려 간신히 계약했다. 돈에 궁한 부부는 죽이라는 고전적인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고급 카페 분위기의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정말 어이없는 사람들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다시 망해 나갈까? 주변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본죽이었다.

그런데 3년 만에 '본죽'은 많은 사람들이 주목 받는 고급 브랜드 죽의 대명사가 됐다. 아울러 가맹점 모집 광고 한 번 없이 스스로 찾아든 사람들에 의해 창업 3년 만에 470개의 가맹점이 생겼으며, 이들이 하루 4만 7천 그릇을 팔고 연간 1천 6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7년 전에 아이들 적금까지 털어야 했고 먹고 살기 위해 호떡 장사를 했던 이들에게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혹자들은 본죽을 홍보하는 책쯤으로만 섣불리 판단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다 읽고 나서도 그럴까? 책을 읽는 동안 이들 부부의 동반자로서 아름다운 사랑을 보았다. 인간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근본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양심도 보았다. 내 것이 아닌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고 다시 털고 일어나 걸을 수 있는 과감한 용기도 보았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음식 장사의 가장 중요한 것도 보았다. 고난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헤쳐내야 하는지 또한 유감없이 보았다.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이 있다. 형편 없는 상황, 보잘 것 없는 것이 죽이었다. 게다가 노인이나 어린아이, 환자나 먹는 음식 또한 죽이었다. 그러나 한편 약한 사람들의 살이 되고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죽 아니던가?

저자의 희망의 끈은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까지 희망으로, 새로운 삶으로 바꿀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어려운 시기에 급하다고 쉬운 길을 택하는 대신 인간의 근본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

고난은 원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찾아든다. 절망하고 좌절하느냐 아니면 다른 길을 가느냐, 어차피 선택해야 한다면 희망을 선택하라고. 그것은 자신만이 가능하며 희망은 물론 절망까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절망은 자신이 선택하면 찾아드는 것이지 운명으로 찾아드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부디 희망을 얻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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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1-26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본죽의 창업 스토리가 이렇게 절절한 이야기였군요. 저도 힘을 얻고 갑니다.

필터 2005-11-2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읽기전까진 본죽은
한차원 다른 고급 부르주아의 아드님이 뱃속 편하게
창업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