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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생명공학의 위대한 도전
박세필.오일환.김훈기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생물학상의 제과점'에서 배아 줄기세포는 밀가루와 같다. 즉 밀가루에 어떤 성분을 첨가하면 과자가 되고 또 어떤 성분을 첨가하면 빵이나 비스킷이 된다. 밀가루에 어떤 성분을 첨가하느냐에, 어떤 방식으로 밀가루를 반죽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과학자들은 지금 그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이다."-헤럴드 바머스
유전성불치병(펜코니)을 앓고 있는 6살 몰리는 골수이식을 받지 못하면 7~8살에 이르러 결국 죽게 된다. 몰리에게 맞는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골수를 찾기란 힘들지만, 동생이 태어난다면 골수이식은 문제없다. 다행히 부부가 건강하여 동생을 낳을 수 있지만, 1년을 기다려 태어날 아이가 유전적으로 건강하여 몰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100%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병 치료를 위해 수많은 수정란을 만들어 같은 병에 걸리지 않을 단 하나의 수정란을 골라(?) 몰리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려보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애덤이다(2000년). 물론 애덤(탯줄)은 몰리를 살렸다. 이후 국제뉴스를 통하여 활짝 웃고 있는 몰리와 애덤의 모습이 전해졌다.
애덤들(다른 수정란들)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일었다. 감히 신의 영역이었던 탄생을 인간이 스스로 필요에 따라 만들어도 되는가? 또 다른 애덤들(선택받지 못한 수정란)은 다른 실험대에서 실험재료로 쓸 것 아닌가? 어쩌면 수정란들은 저온 창고에서 복제인간으로 부활을 꿈꿀지도 모를 일이다.
몰리를 살린 것은 애덤의 태반에서 뽑아 낸 조혈모세포였다. 조혈모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어른들에게서는 일부 조직에서 골수를 채취하지만 신생아의 경우 태반이나 탯줄에 이 골수가 존재한다. 골수이식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나 복제인간과 같은 생명공학 뉴스 앞에 늘 우선 생각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골수와 줄기세포. 불치병(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골수이식뿐이라는 것이 어느새 우리에게 자연스러워졌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자신에게 적합한 골수를 기다리며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생명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꺼져가는 생명이 골수이식을 받으면 살 수 있다. 대체 골수 이식은 무엇일까? 골수이식에 필요한 조혈모세포는 줄기세포에서 갈라져 나간 것이다. 그렇다면 줄기세포는 만능 아닌가?
그렇다. 줄기세포는 임신 초기 며칠 동안 존재하며 우리 몸의 모든 조직, 모든 장기를 만들어내는 세포다. 인간의 모든 것을 만들어 내고 관장하는 세포가 줄기세포인 것이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필요한 조직으로 발달시켜 손상된(치료할) 조직에 이식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과연 세계가 줄기세포에 열광할 만하다.
헤럴드 바머스 교수 말대로 제과점의 밀가루요, 음식의 원재료다. 정작 밀가루가 없다면 빵을 만드는데 부수적으로 들어 갈 다른 훌륭한 재료가 제아무리 많아도 쓸모가 없다. 음식의 원재료가 없는 음식이 음식인가?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생명을 위하여 매달려온 것들은 이 줄기세포 하나로 대표되고 마는 것이다. 자, 이렇다면 세계가 열광할 만하지 않은가. 쉽게 말하면 줄기세포는 이런 존재다.
줄기세포는 환상의 스타가 아니다
...줄기세포라는 단어는 유명축구선수의 이름만큼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국어사전에도 실리지 않은 전문적인 학술 용어가 이렇게 전 국민적인 유행어가 되기도 흔치 않은 일이며, 다른 분야가 아닌 '과학'의 주제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줄기세포의 유명세에 비해 대중의 이해는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해와 성찰보다는 오해와 환상 쪽으로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줄기세포가 신체의 어디에 있는 어떠한 세포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대중의 무지를 탓하기 전에 미디어와 출판계, 과학자들의 게으름을 반성해야할 문제다...줄기세포와 관련된 생명과학분야는 대중의 맹목적인 환상과 열광보다는 정확한 이해와 냉철한 비판이 있어야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는 분야다. .-머리말 중 일부
저자들의 말대로 어느 날 느닷없이 줄기세포는 우리가 염려하고 있던 모든 불치병을 단박에 해결해줄 수 있는 환상과 함께 다가와 일약 스타가 되었다. 황우석 박사의 성공(?)은 줄기세포에 대하여 잘 몰라도 우리나라가 어떤 확고한 지위를 차지한 것만 같아 무언가는 모르지만 일종의 자부심과 같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줄기세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줄기세포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난 생물학에 대하여 그다지 아는 것은 없지만 줄기세포의 실체를 알고 보니 인간이 존재하는 한 줄기세포는 앞으로 은퇴가능성이 전혀 없는 영원한 스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에게 다가온 환상처럼 만능일까?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스타 줄기세포의 실체와 전망을 한 번에 읽고 이해하도록 다양한 각도로 설명한다.
줄기세포의 실체와 다양한 모습 등 줄기세포를 둘러싸고 한편에서는 끊임없는 박수를, 한편에서는 염려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나서 냉철히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
"...따라서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줄기세포에 대한 정확한 사실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미디어와 과학자들의 의무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줄기세포에 관한 어지러운 담론들을 속 시원히 파악하고 명확하게 정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차후에 좀 더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룬 책이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머리말 중 일부
생물학을 전혀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인 나로서는 이 책을 선뜻 펼쳐들지 못했다. 세상은 줄기세포로 열광하며 매일같이 특종을 날리는데, 줄기세포는 막연했으며 선뜻 다가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어차피 알아야만 할 줄기세포였다. 앞으로 두고두고 줄기세포는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벗어 던지며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알고 볼일이다. 들끓는 논쟁 속에서 한편의 사람들은 줄기세포에 왜 그렇게 매달려야만 하는지, 세계가 주목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경탄을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한편의 사람들은 왜 또 그렇게 반대를 해야 하는지 줄기세포의 실체를 알고 싶어서 결국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그간 간혹 접해왔던 생명공학과 관계되는 막연한 문제들, 궁금하긴 하지만 막연히 어렵기만 하던 문제들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들었다.
일반인들이 선뜻 다가서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다가와 있는 치매, 척수손상, 미용(다이어트), 당뇨 등과 관련하여 줄기세포의 가능성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설명과 관련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내용들이어서 그간 나처럼 '막연하지만 결국 알아야 하는 줄기세포에 대한 가장 많은 이해'를 얻게 해줄 것이다.
지방질이 '공공의 적'인 다이어트 열풍은 쉼 없다. 최근, 우리 몸의 지방질에도 줄기세포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손상된 나의 몸 한 부위를 위하여 내 몸의 지방질에서 골수를 얻어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설마 그렇게까지 가능할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정답이 가능하다. 그리고 줄기세포가 왜 세계적인 스타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