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 - 자연이 내게 던진 33가지 질문
조홍섭 지음 / 고즈윈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레즈비언 갈매기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다

레즈비언 갈매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갈매기들을 비정상적인 짝짓기를 하게 만드는가? 레즈비언 갈매기를 따라가 보니 놀랍게도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둥지를 틀고서도 알을 낳지 않는 갈매기들이 관찰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자세히 살펴 보니 암컷끼리 짝짓기를 하고 있었으며, 수컷은 짝짓기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수컷에게 종족 번식을 방해한 물질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을 흉내내는 환경 호르몬이었다.

갈매기의 생식을 방해하는 이 물질의 원인은 오래 전에 살포한 농약에 있었음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농약 살포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고 있다. 기름지고 풍성한 먹을거리, 그 속에는 결국 인간의 파멸을 자초하는 물질들로 가득 차 익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50년 전에는 환경 호르몬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와 함께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올라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먹이사슬의 가장 기초자에게 스며든 농약은 가장 위단계인 고등동물과 사람에게 스며들어 차곡차곡 농축되고 있다.

환경 호르몬 중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다이옥신은 우리 몸에 한 번 들어오면 어지간해선 빠져 나가지 않는다. 빠져 나가는 데 수십 년이 걸리는 이 무서운 물질은 우리 몸 속에서 터를 잡고 있으면서 기형아 발생과 각종 암을 유발시킨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된 레즈비언 갈매기 문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저자와 함께 따라가 보는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는 우리 인류에게 가장 긴박하고 절실한 것들이었다.

'생물의 맥도널드화'... 각국마다 외래종과의 치열한 싸움 중

생물이 '맥도널드화'되고 있다고 한다. 외래종 퇴치에 정부나 환경단체들이 나서면 혹자들은 말한다. 외래종이라고 모두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물론이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생물의 맥도널드화다. 어느 나라에서든 돈만 지불하면 똑같은 모습의 햄버거를 만날 수 있듯 세계 어디를 가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난 획일화된 생물만 만나게 된다.

멸종되는 것들 중에는 인간들의 남획으로 사라지는 비극적인 도도새도 있지만 외래종으로 밀려나고 도태되어 사라지고만 생물군들도 많다.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듯 고유 생물이 나름의 번식과 생존을 해야 하는데, 어느 날 날아든 외래종의 강한 생명력은 토종들의 씨를 말려 버리는 것이다.

국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나라마다 외래종의 침투가 활발해지고 토종의 씨를 말려나가면서 그 나라의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자연과의 싸움은 워낙 변화 무쌍하고 뜻밖의 현상이라 잡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손을 털고 있는 듯하면서도 은밀하게 움직이도 있는 자연을 인간들은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흔하게 보는 하늘소는 미국의 단풍나무와 느릅나무를 훼손하고 있어서 미국 사회의 큰 이슈다. 반대로 우리 나라에서 문제 거리인 청거북이나 황소개구리, 돼지풀들은 북미산이다. 뱀과 뱀장어를 합해 놓은 물고기 '드렁허리'는 나라마다 긴장시키고 있는 공통적인 위협 존재다. 우리의 토종들이 외국에 나가 활개친다고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뒤집어 보면 우리의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가장 큰 숙제 환경과 생태계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는 오늘 날 인류에게 가장 절실한 환경 문제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생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이 던진 33가지 질문이란 주제어 설명이 있는데, 그간 우리 사회는 물론 국제적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문제들이다.

나라마다 기후 조건이나 환경, 생태가 다르다. 따라서 그 나라의 환경 문제는 그 나라에서 그 나라 사람에 의하여 관찰되어야 하고 말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나라의 고유한 생태가 모범이고 연구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물론 외국에서 나온 저작물이나 연구서들도 소중하고 가치가 있지만 정작 우리의 환경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우리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반갑다. 우리의 환경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문제들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대안을 담고 있다. 물론 외국의 사례들을 탐구하고 설명하고 있지만, 저자가 기본으로 두고 있는 것은 우리의 생태에 대한 성숙한 관찰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태 환경에 대한 지극한 염려와 애정이다. 사실 환경 문제만큼은 지구촌 전체가 공동체적으로 합심하여야 할 문제다.

오늘 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것이다. 지난 날 인류의 발전이 가장 큰 관심이었다면, 이제는 눈부신 발전의 부산물로 인류가 떠안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문제들이 시급하게 제기되고 있다. 자연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만만찮다.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처럼 자연은 워낙 변화무쌍하고 예측을 할 수 없어서 확실한 대안이란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 털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사람 사는 자연이 아름답다!"... 자연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저 바깥의 어떤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집 자체다."- 조홍섭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공공의 적 황소개구리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소의 트림이 지구의 온난화 그 주범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 ▲호주는 140년 동안 토끼와의 전쟁 중이다? ▲수도권 2천만 시민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물벼룩이라고 한다. ▲인간을 만난 지 150년만에 멸종하고 만 도도새의 비극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50년 후면 물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투발루 공화국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를 살리는 밥상은? ▲환경파괴의 대명사 시화호, 그럼에도 더 큰 실수를 자초한 새만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서 몇 가지만 덧붙여 보면 이렇다. 목록만으로도 솔깃해지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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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0-2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화호와 새만금'만으로도 솔깃해져요. 공부하는 자세로 읽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