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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고? 에헴 잘 골라 읽어야지"
서점에서 아이와 부모가 책을 놓고 실랑이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아이는 그 책을 사겠다고 떼를 쓰고, 부모는 다른 책을 고르라고 잔소리 한다. 아이들은 우선 재미있는 책에 눈이 가고, 부모는 이왕이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골랐으면 한다.
아이들이 고르는 책이란 어른의 눈으로 보면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아이들은 만화에 왜 그렇지 끌리는지 모르겠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 그렇게 잘 골라내는지, 아이가 고른 책을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이왕이면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지. 요즘에는 저마다 논술, 논술하는데 글씨도 좀 많이 들어 있는 위인전이나 과학책을 고르면 얼마나 좋아. 아니 기껏 본다는 것이 순 뻥 같은 이야기에, 설렁 설렁 한 시간이면 넘기고 말아버릴 그런 책을 골라?
부모와 아이의 책을 둔 실랑이는 어른에게는 사소한 문제겠지만, 아이에게는 '책을 더 가까이 하는가, 아예 멀리하게 만드는가?'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아이들은'부모나 선생님이 골라 주는 책들은 재미없는 것들이 많다. 재미없는 책을 보느니 컴퓨터 게임이 훨씬 재미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자, 내 아이에게 어떤 책을 권해줄 수 있을까? 내 아이가 책이 좋아 정신없이 빠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 속에서 삶의 길을 터득하게 하는 그 길을 어떻게 찾아줄까?
우리아이에겐 어떤 책이 필요할까?
'북 스타트운동','도서인증제', '아침독서운동'등으로 아이들의 눈을 책으로 돌려보려고 해보지만 아이들을 더 강하게 유혹하는 것은 컴퓨터게임과 텔레비전의 화려한 영상이다.
요즘에는 지역도서관이나 어린이 전용서점, 아이들 책읽기 관련 동호회도 활성화되고 있지만 대부분 부모들에게 아이들 책읽기는 여전히 큰 숙제다.
더구나 최근에는 논술과 함께 학생들의 책읽기는 점수와 직결되어 버렸다. 가뜩이나 책을 멀리하던 아이들이 이젠 강박관념과 함께 책을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해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둘 것인가?
조월례의 <아이읽기, 책읽기>는 아이들 책읽기의 중요성을 아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1부는 많은 부모들이 혼동하고 고민하는 나이별 책읽기에 대한 글이다. 유아기에서 청소년기로 접어드는 고학년에 이르기까지'어떤 책을 어떻게 골라야하는지'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맞게 자세하고 쉬운 말로 설명해준다.
연령별로, 학년별로 제시하고 있지만 다만 참고삼으라고 말한다. 아이들마다 지적능력이나 관심, 흥미가 다른 만큼 '내 아이가 그 기준'이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갈래별로 책을 선택하는 기준과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다루었다. 옛이야기, 우리 창작동화, 다른 나라동화. 동시, 글모음. 인물이야기, 놀이, 노래, 전통문화, 환경, 도감, 만화 등 아이 책 전반에 대하여 실었다.
책 목록을 따라가 보니, 아이들 책이지만 부모인 나도 읽고 싶은 책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부러워진다.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이 좋은 책들을 아이에게 읽게 하고 있는지 한편으로 아쉬워진다. 이 책을 펼치게 될 부모나 교사들은 여기에 공감할 것이다.
'아이책 문화 운동가'인 저자가 자신 있게 권하는 책 목록을 보며 읽고 싶은 책들을 아이에게 골라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3부에서는 주제별로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가족, 가치관, 늙음과 죽음, 따돌림, 성교육, 평등한 여성상, 장애아, 평화, 우정 등 아이들 세계에도 수많은 문제가 있고 그것 때문에 부대끼는 것은 어른과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 둘레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힘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나아가 다른 분야의 책을 읽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요. -머리말 중에서
4부는 책읽기와 관련한 궁금증과 질문인데 어린이 책 하나를 매개로 어린이 문화운동을 25년 이상 해온 저자의 고집과 열정,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값진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부록으로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아이들과 함께 떠나 볼 수 있는 책 여행 가이드에 도움될 것들을 실었다.
이 책은 이제까지 보아 왔던 아이들 책 지침서와는 분명 다른 점들이 많이 보인다. 저자의 아이들 책에 대한 애정이 아이들 가슴에 날아들어 튼실한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엄마, 나 이 책이 좋아요. 읽고 또 읽어도 계속 읽고 싶어요."
이제 다시 독서의 계절이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독서의 계절이라고, 그러니까 '일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은 그대도 반드시 책 한 권은 사보아야 한다'고 은연중에 협박할 것이다. 우리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독서의 계절 가을이야. 컴퓨터게임은 그만하고 제발 책 좀 읽어라" 하고 잔소리할지도 모른다.
아이들마다 자라는 환경이나 특성이 모두 다르고, 관심과 호기심도 다르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런 저런 단체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내 아이를 맞추고 있을 것인가. 부모로서 내 아이의 책은 내가 고른다는 자신감. 내 아이의 미래는 내가 열어준다는 애정으로 책읽기에 관심을 두자.
그런데 어떤 책을 사줄 수 있는가? 어떤 책을 내 아이가 읽기를 바라는가? 책에 어느 정도 빠져 사는 부모들이라면 그나마 덜 힘들겠지만 책읽기에 그다지 빠져보지 않은 부모들은 정말 막연한 문제다.
그럼 이런 든든한 길잡이 한 권 챙겨 들어라. 내 아이가 책에서 더 멀어 지기 전에. 가을이 더 가까이 영글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