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쌀>의 주인공 우룽이 홍수로 모든 것을 잃고 '대홍기 쌀집'이 있는 와장가로 가서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은 부둣가 조직패거리 두목 아바오. 그는 사람을 우습게 죽이는 악명 높은 부자 '뤼대감'의 심복이기도 했다.

아바오는 선량한 남자를 죽이고 뺏은 쌀을 와장가 대홍기 쌀집 펑사장에게 팔아넘기는데…. 우룽은 몰래 쌀 무더기를 따라가 그 쌀집의 일꾼이 된다. 하루 종일 개처럼 일하고 멸시받는 대가는 밥을 먹여주는 것뿐.

쌀집 주인 펑사장은 돈밖에 모르는 인색한 노인. 펑사장의 큰딸 쯔윈은 뤼대감의 수많은 노리개중 하나였고 작은딸 츠윈은 하루 종일 악담과 저주만 퍼부어댔다.

쯔윈은 뤼대감과 아바오 사이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쯔윈은 버려지고 아바오는 살해당한다. 세상의 이목을 두려워한 펑사장이 쯔윈과 우룽을 결혼시키지만 어느 날 우룽을 죽여 달라고 폭력배들에게 돈을 건넨다.

하지만 펑사장의 계획은 보기 좋게 어긋나고… 쯔윈은 뤼대감이 아이를 빼앗아가자 뤼대감의 첩이 되어 떠난다. 그런 얼마 후 우룽은 그녀의 동생 츠윈을 협박강간, 남편이 되어 대홍기 쌀집을 차지해 버린다.

물질에 대한 욕심만 끝없이 무성하게 자라는 곳, 악담과 저주만 쏟아지는 곳, 근친상간과 음모, 복수(살인)만 꿈꿀 수 있는 곳…. 수많은 낮과 밤에 향긋한 쌀 냄새와 비릿한 욕정의 냄새가 뒤엉켜 진동하는 대홍기 쌀집에서 태어난 우룽의 아이들은 훗날 서로를 죽이려고 혈안이 된다.

처음부터 대홍기 쌀집에 가족의 정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때문에 우룽의 아이들도 오직 내 것을 챙기려고 형제끼리 숱하게 싸우고 죽일 기회만 노릴 뿐이다. 우룽과 츠윈이 자식들에게 늘 보여준 모습대로. 원하는 대로.

1930년. 우룽과 츠윈에게는 세 아이가 있고 큰 아들 미셩은 10살이다. 하지만 우룽에게 자식들은 창고에 가득 넘쳐나는 쌀보다 하찮은 존재들일뿐. 어느 날 자기의 잘못을 고자질했다며 미셩이 여동생을 죽이자 우룽은 미셩의 다리를 분질러 평생 절름발이로 만든다.

이 정도가 이 소설의 배경이자 반절에 해당하는 대략의 줄거리다. 이후의 이야기는 악담과 저주, 복수 속에 태어난 우룽의 두 아들과 두 며느리, 쯔윈이 낳은 아들이 어떤 고리로 서로를 파멸시켜 가는지를 숨 막히도록 치열하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쌀>은 생존에 관한 소설이다. 먹기 위해, 단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고 운명을 내던져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 쑤퉁은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필치로 인간의 본능과 뼛속 깊은 절망감을 보여준다.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여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먹고사는 문제다. 오늘날에도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이, 또는 우리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정말 남다르지 않을까. 이 책의 내용을 먼 옛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우리의 삶과 대입시켜 읽는다면, 더 깊은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은신 (옮긴이)

무엇이 인간을 악마로 만드는가!

<쌀>을 읽는 내내 우울했다. 그리고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러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고 계속 빠져들었다. 위험을 느끼면서 쉽게 놓지 못하고 늪에 빠져들 듯. 저자 쑤퉁은 생생한 인물 묘사와 적나라한 상황설정으로 우리가 부정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을 너무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너무나 슬픈 인간들의 이야기다).

쑤퉁의 소설은 아쉽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쌀>이란 제목을 보면서 <쌀>은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았다. 쌀 한 줌 때문에 모든 삶을 내던질 수밖에 없었던 <감자>(김동인)에 나오는 복녀도 떠올랐다. 죽음보다 무섭다는 보릿고개에 멀건 나물죽만 먹어 얼굴이 누렇게 뜬 사람들과 송기를 너무 먹어 피똥을 쌌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 아닐까 싶었다.

역시 그랬다. 쑤퉁은 <쌀>하나로 "밥만 먹여 달라!"며 애원하던 순박한 주인공이 삶의 속임수를 배우고, 마침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우습게 짓밟고 부를 축적하는 과정, 즉 순수한 인간이 물질에 눈이 멀어 악한이 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고 비열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쌀 하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

하지만 작가는 어쩌면 평범할지도 모르는 이 뻔한 소재로 '아름다운 함정'을 파두었다. 첫눈에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한번 읽기시작하면 쉽게 놓지 못하는 그런.

<쌀>은 쑤퉁을 대표하는 장편소설중 하나로 <이혼지침서>와 함께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특히 이 작품 <쌀>은 출간 당시 성악설(性惡說)의 화두를 던졌고, 이 소설을 영화화 한 <대홍기 쌀집>은 '인간본성의 추악함을 드러내고 직접적인 성애묘사를 담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7년간 상영금지 처분을 받는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고.

'대홍기 쌀집'이 있는 와장가는 문명화된 도시를 상징하고 쌀은 돈을 상징한다. 우룽이 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펑양수는 치열한 세상에서 살기위해 우룽이 잃어버린 순수한 본성. 죽는 순간 누구나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향이다. 하지만 우룽은 고향에 닿지 못하고 죽는다.

우룽은 쌀 때문에 삶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버렸다. 그 대신 그가 얻은 것은? 그렇다면 우리에게 쌀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악마로 만드는가? 인간 본성은 악에 가까울까? 선에 가까울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가? …책을 읽는 동안 묻고 물었다.

"야한 통속극과 참혹한 비극 사이를 오가는 작품. 이 열정적인 소설에서 쑤퉁은 사람들 사이의 배신과 음모, 근친상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의 배경인 쌀집은 문명을 상징하고, 빈번하게 등장하는 성적 묘사는 인간의 폭력적인 본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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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7-01-1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가 쉽지 않은 내용이군요, 그렇지만 리뷰는 참 잘 읽히게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