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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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기하게도 다 비슷한 유년의 기억들

 

 

 

본인의 100자 서평 중 일부분이 이 책에 개재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기억이 남는 책이 되었다. 빌 브라이슨이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는 이미 영국 '타임스'로부터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생존 작가'라는 평을 받은이라 한다. 그런 거창한 별명은 이 책을 통하여 여실히 드러난듯 하다. 필자는 1950년대를 살아본 적도 없고 미국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이다.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수다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1950년대의 미국을 살다온 느낌이 든다.

 


이 책은 그 빌 브라이슨이 들려주는 유년의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섯살 때 우연히 지하실에서 '썬더볼트' 무늬가 그려진 낡은 스웨터를 발견하면서 자신이 외계에서 온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라고 믿게 되는 '썬더볼트 키드'로서의 생애가 시작된다. 개성이 뚜렷하고 못말리는(?)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이 함께 거쳐 온 1950년대 미국 중산층 사회의 시대상들이 브라이슨의 세심한 관찰과 뛰어난 기억력 그리고 유쾌하고 속사포 같은 입담으로 정말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필자의 유년시절과 20년이 넘게 차이가 나고 장소도 지구의 반 바퀴나 떨어진 그 곳의 일들일텐데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 수 가 있는것인지.. 난 미국애들도 소독차 뒤를 쫒아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하여 첨 알게되었다. 그리고 브라이슨의 그 낡은 썬더볼트 스웨터 처럼 내게도 그런 잊지못할 추억속의 물건 하나쯤은 있지 않았던가.

 


내게있어 서랍 속 고이 간직했던 보물들은 야구에 관한 것들이었다. 수집가들에 의해 고가로 거래된다는 정통 야구카드 따위는 국내에 없을 만큼 짧은 역사를 지녔던 우리나라 프로야구였지만 80년대 초반 당시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브X보콘에서 그 야구 카드를 흉내낸 것을 끼워서 팔았더랬다. 실제로 야구카드를 무작위로 뽑는것과 마찬가지로 그것도 어떤 선수의 사진과 싸인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이었기에 좋아하는 선수의 카드가 나올때 까지 한 2백개는 사먹었던것 같다. 이미 있는 카드가 나오면 친구들과 교환하기도 하고 아무튼 참 열심히 모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선수들의 타율, 홈런, 방어율 등을 매 시즌마다 꼼꼼히 기록하곤 했었는데 그로인해 부모님에게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하지'란 아쉬움을 남기게도 했었다. 빌 브라이슨이 썬더볼트 키드의 삶을 살며 그 시절의 영웅이 되길 꿈꾸었듯이 필자또한 그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지니고 살았던것 같다. 지나고 보면 그땐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랬기에 조금은 더 즐거웠던 그 시절 이었으니 나또한 후회는 없다.

 


시종일관 유쾌한 이야기만 계속 되는건 아니다. 핵폭탄 이라든지 전쟁이나 이념이라든지 그런것들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던 장들도 보인다. 그러면서 소개되는 그 시절의 신문 기사나 챕터마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사진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러한것들을 새삼 다시 살펴보는 일들도 흥미로웠다. 그 중 민방공 훈련을 하는듯한 한장의 사진이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다. 교실안에서 온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엎드린 모습들. 요즘은 그거 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 사진을 보고서 '어.. 우리도 그랬는데'란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다.

 


이렇듯 장소가 어디든 시대가 언제든 유년 시절의 기억은 항상 아스라한 그 무엇을 전해주나 보다. 이젠 그 시절 옆집 주영이도 애엄마가 되었을 만큼의 세월이 흘렀지만 잠시나마 내 아름다웠던 유년의 그림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어 좋았던 책으로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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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크래시 1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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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6년전 소설이라고?

 

 

 

우선 가장 놀랄만한 사실 한가지는 이 소설이 1992년에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1992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해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렸고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필자는 첫사랑과 헤어졌고 전기 대학에 떨어졌던 고3이었다. 지금과 같은 컴퓨터와는 사뭇 다른 16비트를 넘어서고 윈도우 운영체제 전의 어중간한 컴퓨터가 있었을 것이고 모뎀을 통한 인터넷 조차도 보급되기 전이었다. 당시 최첨단의 전자제품은 바로 '삐삐'였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것도 한 학급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뒷자리에 주로 앉아있던 상위 5% 정도만이 허리춤에 차고 다녔던 물건이었다.

 


그 1992년에 이 책의 저자인 닐 스티븐슨은 이미 지금과 같은 사이버 공간인 '메타버스'를 창조해내었고 그 가상현실 속에 우리의 분신인 '아바타'를 선보인 소설을 창작해낸 것이다.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무려 20년 가까이 앞서있었다니. 이젠 워낙에 MMORPG로 불리우는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필자이기에 이 정도의 묘사로는 그 표현력의 세련미가 약간은 떨어지듯 보일 수 있겠지만 만일 이 소설을 발간당시인 1992년에 보았더라면 아마도 필자의 전공 자체가 컴퓨터 공학으로 바뀔뻔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매력적이긴 하다.

 


모든 SF대작이 그러하듯 전체적인 줄거리는 의외로 참 간단하다. 주인공인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한국계 혼혈로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이지만 현실에서는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초고속 피자배달부를 하는 인물이다. 그러던중 그는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스노 크래시라 불리우는 일종의 마약을 접하게 되고 그것이 아바타뿐 아닌 실제 메타버스 접속자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위험성을 알게되고 그 확산을 막기위해 악(?)의 무리와 싸우게 된다. 그 와중에 조력자인 와이티란 소녀 쿠리에를 만나게 되고 (특히 와이티를 묘사한 챕터들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다.) 알고보니 그 스노 크래시의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조직이 있었고 그로인해 판이 커지고 각종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스토리이다.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느낀 사실은 필자의 SF적인 감각이 한참이나 뒤떨어진다는 슬픈 사실이었다. 아마도 올해들어 본 책 중에서 가장 오랜시간을 투자해서 봤던 책 같다. 1,2권 한질을 무려 일주일간 보았더랬다. 그래도 책 내용을 따라가기가 벅찬 느낌이었다. 아주 수시로 앞장을 다시 넘겨봐야만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위에서 아주 간략하게 정리한대로 전체적인 큰 줄거리는 저게 다인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관계들이 왜 그렇게 헷갈리던지. 내용을 쫓아가다가도 디테일한 미래 사회의 묘사에 눈을 돌려 거기에 빠지다 보면 또 앞부분을 홀라당 잊어버리고 그런것의 반복이었던 탓일게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면이 필자에겐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던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장면들은 꽤 흥미진진했다. 와이티의 롤러블레이드를 묘사한 장면이나 선단의 해상전 등등. 영화로 만들었다면 순간순간 탄성을 질렀을법 하다. (실제로 일찌감치 영화화 할 계획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뤄지는 중이라고 전해진다.) 스노 크래시의 실체가 드러나는 즈음에서 바벨탑이 어쩌니 저쩌니 판이 커질때면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현대영미소설 베스트 100선에 꼽혔다는데 필자랑은 코드가 맞지 않았던지 솔직히 큰 '재미'는 못느꼈던듯 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같은 SF물이라도 쥬라기 공원에서는 재미를 느끼고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감동을 느꼈다면 이건 져지 드래드에서 느낀 복잡함만이 떠오른다고나 할까. 아무쪼록 계획대로 영화화가 된다면 보다 간결하고 깔끔한 전개로 많은 볼거리를 전해주었으면 한다.

 


이 모든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16년이나 앞서 나갔던 이 책의 그 '파격적인 미래 예측'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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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손톱
아사노 아쓰코 지음, 김난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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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깊은 사랑

 

 

 

소녀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표지에 분홍빛 속지가 상큼한 예쁜 책이라 생각했다. 10대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곤경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슈코에게 너무나 강렬하게 첫눈에 빠져버리는 루리의 모습을 보고 감이 딱 잡혔다. 아.. 이거 동성애구나.

 


수년전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일본의 팬픽이나 야요이 비스무리한 것일까란 생각에 더 보고 앉아있기가 솔직히 불편했다. 필자는 어느덧 그런 문화에 거부감부터 가지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렸기에.. 그래도 일말의 궁금증과 꽤 술술 잘 읽힌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보았다.

 


우려했던것 만큼 수위가 높지않다. 차라리 남녀간의 사랑보다 플라토닉하고 건전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주인공인 루리와 동식물들과 대화를 하는 미스테리한 소녀 슈코 선배와의 러브라인이 주된 스토리를 형성하고 있고 그 외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꽃집총각 요스케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그의 연인 이혼녀 신코와의 사랑 이야기, 루리의 언니 키라와 삐그덕 거리는 그녀들의 부모님 이야기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 어느 하나 술술 일이 정상적으로 풀리지는 않는 갑갑한 현실의 연속이었다.

 


10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질풍노도의 시기라는데 그 어느 상황하나 만만치 않은 형국이니 이 위태한 10대들을 어찌해야 하나. 하지만 그건 필자의 기우에 불과했던것 같다. 하나하나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벗겨내고 진정 서로에게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두 소녀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며칠전 잠이 오질 않아 침대에 누워 TV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던중 우연하게 한 케이블 채널에서 국내최초로 레즈비언이 커밍아웃하는 프로를 보았더랬다. 배우 정경순씨가 진행하고 대한민국 성적소수자의 아이콘인 홍석천씨가 패널로 나온 프로그램 이었는데 어떤 처녀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며 커밍아웃을 하고 그간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힘들었던 시절의 얘기들을 해나가는 그런 프로였다. 누가 팸이고 누가 부치였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팸은 레즈비언 사이에서 여성의 역할, 부치는 남성의 역할을 뜻한다.) 그 출연자는 인상적인 답변을 남겼다.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우린 한 사람으로서의 서로를 사랑했던 것이다라고.

 


난 그랬던적 과연 있기나 했을까.. 모든 조건을 다 무시하고 심지어는 성별까지도 무시하고 단지 그 '사람'이기에 좋아했던 순수한 사랑의 경험 말이다. 그래서인지 딱히 할 일이 없어도 보고싶어 만나자던 루리의 말이, 추억을 모으는 일 따윈 이제 그만하라고 고이주워 수첩에 끼웠던 꽃잎을 날려버리며 대신 자신의 손을 내밀던 슈코의 행동이.. 그리고 손잡기전 땀을 말리는 슈코를 향해 '땀에 젖어있든 말라있든 선배손이니까 난 좋아' 그런 루리의 모습이.. 그런것들이 묵직하게 가슴을 울렸다.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발휘하여 수의학과에 진학하는 슈코, 그리고 세상의 헛된 소문에 시달리며 부모의 이혼위기등 힘들었던 시절에 순수한 사랑으로 아픔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킨 루리의 모습은 필자로 하여금 우리 여동생들 행여나 나쁜길로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런 큰오빠의 시선을 거두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였다.

 

 

우리와 다르지만 더 깊은 그녀들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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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의 탐험수첩 - 고대의 신비와 유물을 수호하라
데니스 키어넌.조지프 다그네스 지음, 이상구 옮김 / 보누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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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오겠습니다

 

 

 

최근에 인디아나 존스 그 네번째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공사가 다망하여 필자는 아직 보지 못했으나 보고 온 직장동료들에 의하면 이제 환갑이 지난 헤리슨 포드 인지라 슬슬 힘에 부친다 그러더라만 그 옛날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보았던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은 본인을 얼마나 설레이게 했던가! 뛰어난 상황판단력, 넘치는 재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 진귀한 이국의 모습과 문화, 초자연적인 현상의 퍼레이드.. 영화란 '꿈의 공장'이란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그 인디아나 존스가 아니었던가!

 


그런 연유로 필자는 이 책이 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내용은 채찍을 쓰는 방법, 비행기를 운전하는 법, 코끼리에 올라타는 법,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법 등등 실질적인 모험에 관한 가이드북 이었다. 순간 들었던 생각이 '이게 뭐야.. 애들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실제로 이런걸 실습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였었다.

 


항상 그런 순간이면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 강하게 드는 생각은 바로 점차 희미해져만 가는 '동심에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었기에 말이다. 우리가 '꿈나무'였을 그 무렵.. 극장문을 나서며 수없이 따라해보던 것들. 밥상머리 앞에서 숟가락을 언월도 삼아 휘두르곤 하던 시절. 이젠 낡아버린 흑백영화의 필름처럼 아스라히 떠오르는 그 시절의 단상들.

 


최근 미얀마와 중국 쓰촨성의 안타까운 상황들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라고 저런 초자연적인 재해에 안전하리란 보장이 없지않겠냐하는.. 그때가 되면 그런 위기의 순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지를 발휘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무너진 학교 담벼락을 막아내며 학생들을 구했다던 어떤 선생님처럼.. 인디아나 존스처럼..

 


그렇게 8시출근 5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용감하게 모험을 떠나는 어린 탐험가의 모습으로 돌아가 덮었던 책장을 다시 펼쳐들게 되었다. 탐험을 떠나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계획 수립과 탐험가방을 꾸리는 법에 관한 이야기로 그 첫시작을 하고있다. 앞서 거론했던 채찍을 사용하는법도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되어져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채찍이 없어서 집에서 실습은 할 수 없었다. 가까운 성인용품점에 가서 채찍을 하나 사오려다가 그 뒷처리가 난감해서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더랬다. 여전히 궁금한점은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는 그 모험의 순간에 과연 어떻게 충전을 할까라는 점이었다. 정녕 영화라서 모든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제2장은 이동수단에 관한 것들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이 2편이었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탄광내에서의 광차를 타고 내달리던 장면이었다. 무게중심을 이용한 그 광차의 조종법까지도 설명이 되어있다. 그 외 기차위에서 칸과 칸을 뛰어넘을때는 진행방향의 역방향으로 뛰어서 칸과 칸사이의 거리를 좁혀라는 상당히 역학적인 설명도 하고있다. 차량 추격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J턴등을 실제로 강남대로에서 응용해 본다면 당신은 이미 차선위반 벌점 30점에 과태료 6만원..

 


3장은 사교에 관한 기술편이다. 각국의 전통에 물흐르듯 자연스레 편입하여 '튀지말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음식편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개인적으로 감흥이 깊었다. 실제로 그 시절 원숭이 골요리, 눈알 수프의 충격은 필자에게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며칠간 밥을 제대로 못 먹었을 정도이니.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내장류의 음식을 난 못먹는다. 다음에 이어지는 4장은 모험에서 만나는 각종 동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타는법은 기본에 코끼리 올라타는 법까지도 있다. 이건 해외 여행시 꽤 유용할듯 싶다. 암튼 필자는 덕분에 코끼리 탑승스킬을 연마하게 되었다.

 


그 외 나머지 챕터들에서는 유적지 발굴법과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법등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유적지 발굴법은 워낙에 영화 장면장면마다 숱하게 봐 온 것들이라 그 느낌이 팍팍 와닿는다 쳐도 솔직히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법은 넌센스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 챕터이다. 특히 핵폭발에서 살아남는 법 중 '방사능에 노출되었다면, 지체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라'는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재미있는 세계지도'를 보고 떠올랐던 그 느낌. 즉 '지금 사시는 대림동이 어디인가요'란 나의 질문에 '대림역 근처요'라고 대답했던 안정숙 과장의 대답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되었든 이제 인디아나 존스처럼 거창하게 모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느낌이 든다.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그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의욕이 마구마구 생기는 순간이다. 비루하고 답답한 일상에 찌들기 전에 당장 휴가를 내고 떠나야겠다. 보통 건강상의 이유나 경조사가 아니면 휴가신청서에 쓰는 사유가 바로 '개인사유' 이다. 근데 이건 개인사유라고 하기엔 좀 판이 커질듯 싶다. 부장님이 왜 휴가냈냐고 물으면 난 이렇게 대답하리라.

 


'부장님..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오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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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서평단 알림
로빙화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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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평단 참가 도서입니다.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아주 오래전인 고교시절에 이 이야기를 영화로 보았더랬다. 어릴적 아역배우 리키 슈로더가 나왔던 '챔프'란 영화를 보고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머리가 좀 더 굵어졌을 때 '사나이는 태어나서 세번운다' 따위의 말에 세뇌되어 갈때 난 더이상 감정을 나타내는 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런면에서 표현 못하기로는 전국 최고인 경상도 사나이 아니었던가. 그런 내게 실로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일만큼 슬픔을 느끼게 해줬던 영화가 바로 '로빙화'였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세세하게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시골소년 특유의 새까맣고 천진한 모습의 아명과 어른스러웠던 차매 그 고씨 남매의 캐스팅은 무척이나 절묘했던것 같다. 그리고 들판가득 로빙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광경과 노을지던 논둑길을 다정히 걸어가며 부르던 그 노래만은 아직까지도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진듯 필자의 가슴속에 깊숙히 남아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가난 때문에 그럴 엄두를 못내던 고아명에게 곽운천 선생의 등장은 희망 그 자체였다. 마티스 삘 나는 꼬마의 그림을 보고 일찌감치 아명의 천재성을 감지한 곽선생은 물심양면으로 아명이 그림에 정진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하지만 가난을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아명의 아버지에겐 그깟 그림 실력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차밭을 망치고 있는 벌레들 잡는일을 시키고 싶어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아명의 반에는 부유한 환경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남 부러울것 없이 성장한 반장인 임지홍이 있었다. 그는 곽선생이 짝사랑하던 임설분 선생의 친동생이기도 했는데 미술대회 학교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에 있어 곽선생은 사사로운 연애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고아명을 추천한다. 제도권 교육의 산물인 임지홍의 그림보다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고아명의 천재성에 더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네 유지인 임지홍의 아버지 수하인 일련의 무리들의 수작으로 고아명은 대표선발에서 탈락하고 크나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학교는 미술대회에서 유례없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흥겨워 했지만 고씨 남매와 곽선생만은 기쁘지가 않았다. 아명이 출전했더라면 분명 금상을 탔겠구나 생각했다던 교장의 마지막 남은 양심의 고백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러던 중 곽선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아명의 그림을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 출품시키며 마지막 희망의 불씨는 남겨두었지만 예술에 대한 사랑과 꿈과 희망의 열정만으로 살아가기엔 돈과 권력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기에..

 


임설분 선생과의 못다한 사랑을 저 밤하늘 별위에 묻어둔채 예술가의 아내가 되고 싶다던 에스라인 옹수자 선생의 적극적인 대쉬도 저 흐르는 강물에 묻어둔채 고씨 남매의 꿈과 희망, 교장의 나약한 고백만을 가슴 깊숙히 간직한채 그는 그렇게 떠난다.

 


어느덧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신여성으로 거듭난 임설분 선생이 곽선생을 대신해 고아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지만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쓰러진 날 아명도 급성폐렴으로 구름의 저 편 머나 먼 곳으로 떠나간다. 그리고 그 순간 아명의 그림이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잠깐 피었다 지고마는 아름다운 꽃 로빙화.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간 어린 천재의 영정앞에 돌아온 곽선생은 눈물을 흘린다.

 


영화처럼 이 책도 참 담담하다. 그래서 더 슬픈건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남매간의 끈끈한 우애, 예술이냐 현실이냐에의 고민, 아름다움의 가치, 사람으로서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들판위에 흐드러지게 피어 난 수많은 로빙화 처럼 그렇게 많이도 있었다.

 


난 알아요 한밤에 별이 노래 한다는 걸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함께 노래불러요
난 알아요 한낮에 바람이 노래 한다는 걸
어린 시절의 매미소리 바람소리에 맞춰 함께 노래불러요
가진게 많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황폐해지고
세상의 모든게 변하는걸 알게되는데
젊은 시절은 어느덧 다 가버리고 백발로 변했지만
그때 그 노래만은 변함없이 마음으로 부르고 있어요
하늘 위 별들은 말이 없고 땅위의 소녀는 엄마를 그리네
하늘위의 별은 반짝이고 엄마의 마음은 로빙화
고향 차밭엔 꽃이 만발했지만 엄마와 소녀는 멀리있다네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 영화 '로빙화'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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