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빙화] 서평단 알림
로빙화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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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평단 참가 도서입니다.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아주 오래전인 고교시절에 이 이야기를 영화로 보았더랬다. 어릴적 아역배우 리키 슈로더가 나왔던 '챔프'란 영화를 보고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머리가 좀 더 굵어졌을 때 '사나이는 태어나서 세번운다' 따위의 말에 세뇌되어 갈때 난 더이상 감정을 나타내는 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런면에서 표현 못하기로는 전국 최고인 경상도 사나이 아니었던가. 그런 내게 실로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일만큼 슬픔을 느끼게 해줬던 영화가 바로 '로빙화'였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세세하게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시골소년 특유의 새까맣고 천진한 모습의 아명과 어른스러웠던 차매 그 고씨 남매의 캐스팅은 무척이나 절묘했던것 같다. 그리고 들판가득 로빙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광경과 노을지던 논둑길을 다정히 걸어가며 부르던 그 노래만은 아직까지도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진듯 필자의 가슴속에 깊숙히 남아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가난 때문에 그럴 엄두를 못내던 고아명에게 곽운천 선생의 등장은 희망 그 자체였다. 마티스 삘 나는 꼬마의 그림을 보고 일찌감치 아명의 천재성을 감지한 곽선생은 물심양면으로 아명이 그림에 정진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하지만 가난을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아명의 아버지에겐 그깟 그림 실력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차밭을 망치고 있는 벌레들 잡는일을 시키고 싶어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아명의 반에는 부유한 환경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남 부러울것 없이 성장한 반장인 임지홍이 있었다. 그는 곽선생이 짝사랑하던 임설분 선생의 친동생이기도 했는데 미술대회 학교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에 있어 곽선생은 사사로운 연애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고아명을 추천한다. 제도권 교육의 산물인 임지홍의 그림보다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고아명의 천재성에 더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네 유지인 임지홍의 아버지 수하인 일련의 무리들의 수작으로 고아명은 대표선발에서 탈락하고 크나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학교는 미술대회에서 유례없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흥겨워 했지만 고씨 남매와 곽선생만은 기쁘지가 않았다. 아명이 출전했더라면 분명 금상을 탔겠구나 생각했다던 교장의 마지막 남은 양심의 고백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러던 중 곽선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아명의 그림을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 출품시키며 마지막 희망의 불씨는 남겨두었지만 예술에 대한 사랑과 꿈과 희망의 열정만으로 살아가기엔 돈과 권력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기에..

 


임설분 선생과의 못다한 사랑을 저 밤하늘 별위에 묻어둔채 예술가의 아내가 되고 싶다던 에스라인 옹수자 선생의 적극적인 대쉬도 저 흐르는 강물에 묻어둔채 고씨 남매의 꿈과 희망, 교장의 나약한 고백만을 가슴 깊숙히 간직한채 그는 그렇게 떠난다.

 


어느덧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신여성으로 거듭난 임설분 선생이 곽선생을 대신해 고아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지만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쓰러진 날 아명도 급성폐렴으로 구름의 저 편 머나 먼 곳으로 떠나간다. 그리고 그 순간 아명의 그림이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잠깐 피었다 지고마는 아름다운 꽃 로빙화.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간 어린 천재의 영정앞에 돌아온 곽선생은 눈물을 흘린다.

 


영화처럼 이 책도 참 담담하다. 그래서 더 슬픈건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남매간의 끈끈한 우애, 예술이냐 현실이냐에의 고민, 아름다움의 가치, 사람으로서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들판위에 흐드러지게 피어 난 수많은 로빙화 처럼 그렇게 많이도 있었다.

 


난 알아요 한밤에 별이 노래 한다는 걸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함께 노래불러요
난 알아요 한낮에 바람이 노래 한다는 걸
어린 시절의 매미소리 바람소리에 맞춰 함께 노래불러요
가진게 많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황폐해지고
세상의 모든게 변하는걸 알게되는데
젊은 시절은 어느덧 다 가버리고 백발로 변했지만
그때 그 노래만은 변함없이 마음으로 부르고 있어요
하늘 위 별들은 말이 없고 땅위의 소녀는 엄마를 그리네
하늘위의 별은 반짝이고 엄마의 마음은 로빙화
고향 차밭엔 꽃이 만발했지만 엄마와 소녀는 멀리있다네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 영화 '로빙화'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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