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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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사 위에 길이 사실 겨레의 어머니외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잘'산 사람의 이야기에선 어떤 향기가 나는듯 하다. 이 책이 그랬다. 우리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만 주로 알고있던 신사임당에 관한 전기이다. 일전에 있었던 고액권의 모델로 신사임당이 선정되어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되었더랬는데 정작 그간 다른 인물들에 비해 신사임당에 대해서 다룬 책은 거의 전무하다 시피하여 안영 작가는 신사임당의 전기를 소설화하여 집필한 것이라고 그 동기를 밝혔다.


필자 또한 그간 막연히 율곡 이이의 어머니 정도로만 알고있던 신사임당에 관해서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새삼 깊게 알게 되었다는데 있어 이 책은 그 하나만으로도 의의가 충분했다. 효녀로서 현모양처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났던 자기관리의 달인이자 문필가, 서화가로서의 그녀의 마흔여드레 짧고도 강렬했던 삶의 이야기들. 그런 면모로 진정 겨례의 어머니로 또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최고 역할모델로서의 그 삶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도록 하자.


딸만 있는 집안에서 출생했던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시서화에 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누구보다 날카로웠기에 저 녀석이 '고추' 하나만 달고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란 부모님의 아쉬움을 샀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들 또한 그 시대의 인물답지 않게 깨어있던 분들인지라 그런 신사임당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런 와중에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남녀의 차별, 반상의 차별, 적서 차별등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이런 그녀의 정신은 고스란히 율곡 이이에게 전해져 훗날 이이가 조선 최고의 관리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니 특히나 주목할만한 대목이었다.


혼기가 차자 그녀는 원래 양반 가문이었으나 가세가 기운 이원수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양처로서의 그녀의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남편인 이원수는 사람은 좋은데 사나이로서 포부가 약하고 의자가 박약했던 인물이었던것. 그런 무능한 남편을 잘 다독거려 학문의 길에 들게하는 과정에 이르는 일화들은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수시로 포기하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먼 길 공부하러 떠나 보내며 밤새 신발을 고이 품에 지니고 따뜻하게 해줬다는 에피소드 등등.. 마지막 가는 순간에도 내게 꽃보다 귀한 일곱 아이와의 만남을 만들어준 고마웠던 내 사람이라고 우리 그렇게 맺은 부부의 인연 그 의미가 바래지 말게 재가를 만류했다던 신사임당.


또한 새삼 알게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무려 일곱 자녀를 낳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2~3년 터울로 꾸준히.. 그러다 보니 신사임당은 항상 잠이 모자랄 정도였고 건강도 점점 악화된듯 한데. 그런 와중에도 촌음을 아껴 일곱 자녀들을 훌륭히 키웠고 남편을 뒷바라지 했으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수를 놓고 공부를 하는 등 자기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니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모습이었다.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다. 물론 율곡 이이는 하늘에 점지해 준 큰 인물이었음이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확실했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항상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여 율곡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자제했던 현명함이나 교육을 행함에있어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았던점 학문의 깊이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라고 가르쳤던 그런 인성교육 등등.. 현모로서의 귀감이 될 만한 모습들도 인상깊었다.


그런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사임당 만큼이나 훌륭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다. 병석에 누은 사임당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며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던 그녀의 어머니.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홀로남은 어머님을 끊임없이 걱정하며 가까이 모시기를 열망하는 효녀가 되었던건가 보다.


신사임당은 마흔 여덟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등지게 된다. 항상 1분 1초를 아껴쓰며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자식으로서 또한 며느리로서의 역할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그런 짧은 생을 그토록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열정적으로 살다 가셨나 보다.


최근에 미국 대통령 경선을 지켜 보면서 사람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클린턴 대통령보다 백 배 났다는 둥 진작에 저 여자가 대통령감이었다는 둥의 얘기를 아끼지 않았고 그녀의 책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더랬다. 이제 신사임당의 진면목을 알고나니 힐러리 클린턴 쯤은 우습다. 비단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이 세상 태어나 사람으로서 보람되고 가치있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모습들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이십년 넘게 신사임당을 연구한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신사임당. 그녀의 은은한 삶의 향기 후대에도 널리 널리 퍼지길 바라며..


'고운 모습 흰 백합에 비기오리까.
맑은 지혜 가을 달에 비기오리까.
사임당 그 이름 귀하신 이름.
뛰어난 학문 예술 높은 덕을 갖추신 이여
어찌 율곡 선생 어머니만이오리까.
역사 위에 길이 사실 겨례의 어머니외다.
겨례의 어머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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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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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추리소설을 왜 그토록 좋아하셨는지 알것같다

 

 

 

에도가와 란포. 최근에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비롯해 책 띠지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이란 타이틀이 적힌 책들을 몇권 보았더랬다. 그 때 생각한것이 '아니 이런 책들도 꽤나 흥미를 끌만큼 기발한데 대체 그 상을 탄생하게끔 한 에도가와 란포란 작가는 얼마나 더 대단할까'란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그간 몇몇 단편들이 국내에 발표되긴 했었지만 이렇게 그의 작품들만 모아 전단편집으로 출간된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하여 앞으로 2권, 3권도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한 낭보가 없으리라 사료된다.

 


언제던가 고향엘 내려갔다가 아버지 서재에 꽂힌 책 몇권을 서울로 들고오려고 추천해주십사 부탁드렸던적이 있는데 아버지께서 추천하셨던 책은 하나같이 다 추리소설들 이었다. 빛바랜 책표지의 깨알같은 글씨들로 빽빽했던 아주 오래전의 추리소설 시리즈들. 외형상으로는 저게 그렇게 우리 아버지께서 열광하실만큼 대단할까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솔직히 겉보기로는 '전혀'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는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었더랬다. 뭐랄까 너무 싸구려 티가 났다고 할까. 그래서 내가 그 느낌을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는 코웃음 한번 지으시는 것으로 나의 그런 의심을 일축하며 '짜식 한번 보기나해봐 얼마나 재미있는데.'란 말씀만 남기셨다.

 


코난 도일, 에드가 엘런 포우, 아가사 크리스티 등등 학창시절에 이것저것 유명한 추리 소설들을 꽤 보긴 했던것 같은데 성인이 되고나서는 추리 소설이란걸 제대로 찾아가며 읽어 본 적은 없었던것 같은데. 필자는 에도가와 란포의 이 책을 보고서야 새삼 '아 추리 소설이 이토록 흥미진진 했던거군.. 아버지 마음을 이해할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수확이었다.

 


에도가와 란포. 일본 사람 이름치고는 꽤 특이하다는 생각이 첫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에드가 앨런 포우의 이름을 따라한 필명이라고 한다. 그런 세계적인 추리작가를 닮고 싶었던 마음의 표현 같은데 결론적으로 성공적이라 판단된다. 일본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로 그 이름을 남겼으며 이렇게 상까지 제정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총 22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 말미에 에도가와 란포 스스로가 각각의 작품마다 작자후기를 따로 적어둔것이 무척 인상깊었고 개인적으로 특히나 좋았던 대목이었다.

 


그는 그 후기에서 이 작품은 어떠어떠한 이유에서 쓴 작품이며 이건 어떠한 점이 좋아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고 이건 어떤점에서 마음에 안들어 실패한 작품이며 이건 뭐 솔직히 억지로 썼다는식의 이야기들까지 아주 솔직히 밝히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필자는 그래서 그 후기들을 일단 다 훑어 보고 그 후 해당 작품을 보고 다시 후기를 보며 그의 집필 의도를 이해하려고 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그가 형편없다고 지적했던 작품들도 '추리'에 미천한 필자가 봤을때는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에도가와 란포가 너무 겸손떤거 아닌가 싶다.

 


지면관계상 22편을 다 다룰 수 없기에 최대한 간략히 몇몇 작품만 살펴보고 마무리 짓고자 한다. 처음 소개되는 '2전짜리 동전'은 순서상 본인에겐 처음으로 접한 란포의 작품이 되었다. 항상 매사에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편집하며 2전짜리 동전을 맨 처음에 배치했다는 점은 성공적 이었던것 같다. 마치 독자들에게 이것이 바로 에도가와 란포식의 추리소설이야라며 외치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추리소설에 정통한 독자들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지만 필자처럼 추리소설의 묘미를 아직 잘 느껴보지 못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연신 무릎을 탁 쳤을 정도로 허를 찌르는 반전과 또 그의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암호를 해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책에는 특히나 그런것이 많이 나온다. 흑수단, 일기장,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 등등..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은 예상만큼 크게 흥미진진 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단지 일본어에 대해 약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그저 이런식의 암호해석이군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도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물론 일본어를 더 잘알고 그때 그때 이래서 이 암호는 무슨 글자 저래서 저 암호는 무슨 글자 이런식으로 딱 딱 알아챌 수 있었다면 더욱 더 흥미로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위에 언급했던 작품 중 일기장이나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 정도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분위기가 약간은 가벼운 편에 속한다. 유머스러운 면도 느낄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본 이야기들이다.

 


추리소설만큼 독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장르는 없는것 같다. 그래서 본인도 책을 보는 내내 끊임없이 주인공과 함께 그 사건에 대해 열심히 추리를 해보았는데 물론 명확하게 누구누구가 범인이라고 깔끔하게 딱 마무리되는 작품도 있는반면 약간 흐지부지 일말의 여지를 남기며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그런 작품들도 있기는 하나 필자가 추리한 결과 100% 정확하게 다 맞춘건 딱 한편밖에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추리력이 딸리기는 딸리나 보다. 그 작품이 바로 '화승총'이었다. 하지만 100% 정확하게 추리를 했다는 기쁨도 잠시 작가후기를 보니 란포가 학생시절 일기장에 썼던 습작이란다. 그럼 그렇지.

 


심리시험이나 무서운 착오등의 작품은 인간심리에 관한 치밀한 묘사가 돋보여 특히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 그 외 D언덕의 살인사건에서는 에도가와 란포의 페르소나인 '아케치 코고로'란 탐정이 첫등장하게 된다. 인상깊은 점은 그 코고로가 기거하는 다락방의 구조인데 사람두명도 겨우 앉을까 말까한 책으로만 둘러쌓인 공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필자가 막 이사를 완료한 시점이라 아직 책 정리를 못해서 딱 아케치 코고로의 방과 흡사한 구조를 띄고 있어 그냥 혼자 좋았다. 끝으로 맨 마지막 작품인 석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좀 많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2권의 예고편을 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하니 그런면에서 꽤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사료된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본인은 어저께 이사를 완료하였다. 무슨 이사가 인륜지대사도 아닐진데 그로인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지라 또한 날씨도 한여름에 버금가게 무더웠었고 도저히 평소처럼 독서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었는데 그 기간중에 이 책이 꽤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지라 특히 기억에 남을 책이될 듯 하다. 아마도 인문, 교양이나 철학 서적을 봤더라면 진작에 집어 던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추리소설광인 본인의 아버지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것 같다. 차후에 계속 이어질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 2권, 3권도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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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실덩실 흥겨운 명절 이야기 알면 힘나는 우리 문화 2
장수하늘소 글, 이모니카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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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불명의 허접한 각종 데이는 가라!

 

 

 

이 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온것 같은데 교육적으로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알면 힘나는 우리 문화 시리즈 그 두번째 이야기로 우리의 전통 명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출판된 '소중하고 아름다운 효 이야기'를 비롯하여 차후에 출판예정인 첫 임금 이야기, 우리 옛 건축 이야기, 옛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등을 준비중에 있다고 하는데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 그런 과정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소중한 우리의 옛 것들에 대한 지식과 의의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져 개인적으로 양서의 반열에 올려둔 시리즈가 되었다.

 


자 그러면 이제 소개하는 우리의 명절들 중 과연 몇가지나 그 날이 뭐하는 날인지 또는 왜 우리의 조상들은 그 날을 의미있는 명절로 정했는지 등등의 사항을 자기 자식한테 설명해 줄 수 있을지 테스트 해보기 바란다. 설날, 정월 대보름, 삼짇날, 한식, 초파일, 단오, 유두, 칠석, 추석, 중양, 동지, 섣달 그뭄.. 여러분은 몇 가지? 필자 또한 학교 다닐때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가정교육도 잘 받으며 성장했다고 자부했었는데 몇몇 가지는 긴가민가 했더랬다.

 


한자를 우리말로 풀어쓰면 '찬 음식'이란 의미가 되는 한식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그리고 유두는 젖꼭지가 아니었던가란 의문과 중양은 뇌종양 할 때 그 종양인가 등등 좀 과장되긴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게되는 '우리나라'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음력 9월 9일인 중양은 대체 뭐하는 날인지 필자도 이 책을 통하여 처음 배웠음을 고백한다. 애들 보는 책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모르면 배워야 한다. 일전에 본 '공부도둑'이란 책에서 장회익 교수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적분을 배웠다고 그러지 않았었나.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앞서 거론한 그 명절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하나씩 소개되고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등의 고문헌에서부터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 동화에 이르기까지 그 출처도 다양하다. 그 중 동지편에 나온 팥죽으로 호랑이를 물리친 알밤, 자라, 송곳, 멍석, 지게 등등의 팀플레이와 섣달 그믐편에 소개되는 체 구멍 세는 야광귀신의 이야기들은 필자의 어린 시절 잠들기전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그런 옛날 이야기 생각이 나서 특히나 감회가 새로웠다. 각장의 말미에는 그 명절 각각의 유래와 풍습, 그리고 그 날에 먹는 음식, 그날 즐겨하는 놀이 등이 삽화와 함께 친절하게 소개되고 있다. 또한 책의 마지막에는 우리 나라의 24절기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하는 코너도 따로 마련하여 우리 청소년들이 달력볼 때 곡우니 입하니 백로니 하는 단어를 접하더라도 무슨 새로나온 소주 이름이 아닐까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말그대로 젊음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발랄한 나이는 지나버렸다. 그렇다고 기성세대에 슬쩍 끼워 줄서기에도 애매한 나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든남자님은 참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계시네란 소리를 들어도 별로 할 말은 없는쪽에 가까우나 솔직히 필자가 평소에 가장 불만이 많이 담긴 시선을 던지며 이해를 못하는 현상 중 대표적인것이 바로 범람하는 각종 '데이'들이다. 매월마다 있다는 생전 첨들어보는 그 다양한 '데이'들에 왜 우리의 젊은이들은 상술에 놀아나야만 하나. 왜 그런날 뭐하나 못받으면 병신취급을 당해야하고 뭐하나 안주면 쪼잔한놈 소리를 들어야하고 왜 그런날 집에서 책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요 대목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경칩에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사랑을 고백하거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을 주고받았습니다. 은행나무는 특이하게도 수나무와 암나무가 따로 있는데, 이 두 나무가 마주 보아야만 은행이 열리거든요. 또한 한 번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살아가는 은행나무처럼, 영원히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지요. (중략) 또 처녀 종각들은 경칩날 저녁에 동구 밖에 있는 은행나무 수나무와 암나무를 돌며 사랑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우리의 전통 발렌타인데이는 바로 경칩일이지요.'

(P.42)

 


재미있지 않은가? 이 썩고 비만, 당뇨 및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쵸콜렛 보다는 은행이 더 좋지 않을까? 이제 국적불명의 허접한 각종 데이들은 가라! 우리것은 좋은 것이여! 덩실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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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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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밤새워 읽고 말았다

 

 

 

이 책을 보기 바로전에 봤던 책이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였다. 1,2권 한질 무려 67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필자는 그 책을 무려 일주일동안 붙잡고 있었다고 지난 서평에 쓴 바 있다. 물론 스노 크래시도 소설적인 재미는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코드에 맞지 않았던 이유 탓에 도저히 집중이 안되고 겉돌기만하던 그 책에 비해 이 책은 책장을 펼쳐들자마자 그림하나 없이 깨알같은 글자만 빽빽히 540여 페이지에 걸쳐있는 만만찮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하나 흐트리지 않고 8시간동안 쉬지 않고 내리 다 읽었다. 덕분에 밤을 꼴딱 새버렸지만 중간에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접한 리 차일드의 작품이었는데 그 흡인력은 실로 대단했다. 책을 보며 손에 땀을 쥐어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던것 같다.

 


리 차일드가 작가로 등단한 계기는 꽤나 특이하다. 20년 동안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구조조정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나이 마흔에 6달러짜리 펜과 노트를 사서 그의 처녀작인 이 책을 쓴 것이라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마흔에 글 쓰기의 걸음마를 배운 영국의 신달자가 아닌가. 이 책의 매력적인 주인공인 '잭 리처'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12편의 추리소설 중 그 첫번째 작품이 바로 이 '추적자'이다.

 


소설의 시작은 어느 오래된 재즈 가수의 노래를 쫒아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던 주인공 잭 리처가 우연히 들른 어느 마을에서 살인누명을 뒤집어 쓰면서 출발한다. 머지않아 그가 진범이 아닌 사실은 밝혀지나 그 살해된 사람이 7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자신의 친형으로 밝혀지고, 그가 감금되어 있던 경찰서의 매력적인 여형사 로스코와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뒤였다. 이쯤되면 그는 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복수도 해야하고 자신의 연인도 위험으로 부터 지켜내야 한다. 그냥 정처없이 바람따라 구름따라 방황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베일에 가려진 잭 리처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군인이었던 아버지탓에 세계 각국에서 수시로 옮겨 다니며 성장했던 어린 시절, 그는 고독하게 홀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흉악한 범죄자들을 능가하는 여러가지 스킬들을 연마하였었다. 그가 우연히 도착했던 그 마을의 '악의 무리'들은 사람을 한참 잘못봐도 잘못 본 것이었다.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위조지폐를 만들어내는 일당을 잭 리처와 그의 동료들이 일망타진하는 것인데. 위기의 순간순간 마다 그 난관을 호쾌하게 헤쳐나가는 잭 리처의 활약상이 특히 돋보인다.

 


외국의 평론가들은 그 '잭 리처'라는 매력적인 케릭터를 두고 '똑똑한 람보'라는 표현을 썼더랬다. 킬러 다섯명 정도는 쥐도새도 모르게 처치해 버리는 강력함과 말미에 허블의 행방을 쫓을 때 여실히 보여준 치밀한 추리력,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에서도 상대방의 산탄총이 피해를 입힐 범위를 수학적으로 재빠르게 분석해내는 명석한 두뇌. 로스코를 한 순간에 홀라당 꼬셔버리는 섹시함까지 두루두루 갖춘 사나이. 마치 007 제임스 본드가 책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 온 느낌이 든다.

 


특히 싸움 장면이나 위조지폐 창고에서의 라스트씬들은 과히 압권이다. 그냥 안 싸운다. 아주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모습이 섬뜩하다. 하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혈육을 죽인 원수들이고 자신의 애인을 납치해간 무리이기에 그럴만도 하다만 쇠뿔을 잡고 소대가리가 박살날때 까지 내려쳤다던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란 분이 생각났다. 다섯명의 킬러들은 모조리 다 죽여버렸다는 말을 듣고 놀란 핀레이의 물음에 그 느낌은 살충제를 뿌려 바퀴벌레를 잡는것과 같은 느낌이다라고 냉랭하게 뇌까리는 사내. 그의 그런 인명경시 사상이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권선징악이란 주제와 '사람 함부로 믿지 마라'란 교훈외엔 남는것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소설적 재미'란 측면에서는 근자에 본 것 중 가장 강렬했다. 하드보일드 스릴러란 표현이 딱 적절한 그런 책이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이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통쾌한걸 원하는 독자들에게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자.. 잭 리처의 매력속으로 빠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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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크 재패니즘을 논하다
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남애리 옮김 / 북돋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랑 비슷해 불편한 농담

 

 

 

'조크는 때때로 진실을 전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 프랜시스 베이컨 '학문의 진보' 中

 


이 책은 농담으로 풀어낸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족 유머'이다. 예를들면 이런것들.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야기. 어떤 동일한 상황하에서 각 나라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식의 이야기 말이다. 호화 여객선이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선장은 각 나라 승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에겐 '뛰어내리면 당신은 영웅' 영국인에겐 '뛰어내리면 당신은 신사' 독일인에겐 '뛰어내리는게 이 배의 규칙' 이탈리아인에겐 '뛰어내리면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요' 끝으로 일본인에겐 '다른 사람들도 뛰어내리고 있어요'라고.. 일본인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인 '집단주의'를 비꼰 농담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본인들이 가진 특질 8가지를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다. 때로는 비판하며 때로는 인정하며.. 간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서거론한 집단주의를 필두로 일본인들의 정형화된 모습을 첫번째로 거론하고 있다. 자기 주장이 약하고 시간관념이 철저하며 상당히 의뭉스러워 표정에서조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사람들. 이런 모습들에는 필자가 그간 개인적으로 느껴 온 일본인에 관한 감상들이 대부분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우리와 오래 세월동안 질곡의 역사를 함께 해왔고 동일한 문화권에 속해있어 충분히 비슷할 법도 한데 의외로 상이한 부분이 상당부분 존재하는 참 알 수 없는 민족들. 집단주의와 무표정은 우리랑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네들 만큼 교활한(?) 민족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시간관념도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오죽하면 '코리안 타임'이란 우스갯소리가 다 있겠는가. 그래서 첫째장 부터 더욱 헷갈린다.

 


그 후에 이어지는 2,3,4장에서는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모습들이다. 일본이란 나라와 일본인이란 민족에 대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챕터같아 보이나.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은 거두질 않고 있다. 성실, 근면하며 단기간내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으며 하이테크놀로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 우리가 쫒아가고 있는 일본이 지나쳐 온 길들이다. 하지만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곱게 보이지만은 않은가 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일본인이지만 상당기간 루마니아에 거주했던 인물이라 그런 쓴소리를 많이 듣고 지내온걸로 보였다. 필자 또한 조직을 위해서는 개인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는것을 사회인으로서의 최대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서구인들은 가족과의 오붓한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회사에서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불사하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에는 놀라워하나 그런 갑작스런 부가 가져다 준 지금의 행태에는 배금주의자라는 조소어린 시선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그 외의 장에서는 풍습, 종교, 의식주 등 일본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고, 정치, 외교적인 면에서는 자기나라에 핵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이랑 어떻게 그렇게 친하게 지낼수 있는지 그 아이러니함을 꼬집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는 세계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고 있는 일본의 스포츠와 애니메이션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시에틀 메리너스에서 뛰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를 소개한 농담은 필자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일본인은 거짓말쟁이다.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드캐넌은 온통 일본인 여행객이지 않은가.
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시애틀에 있지 않았는가.'

(P.181)

 


흔히 농담은 농담일 뿐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해도 상대 민족을 비하하는 그런 유치한 농담을 아무생각없이 내뱉어 분쟁을 일으킬 사람도 극히 드물겠거니와 또한 비단 일본인들만 비판받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의 '빨리빨리'문화를 비판하기도 했으며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의 블랑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 않았던가. 이 세상에 완벽한 민족은 없듯이 배울점은 배우고 개선할 점은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성숙된 국민으로 거듭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상당부분 우리 나라랑 비슷한 그네들의 그것이었기에 약간은 불편한 농담들이었다. 그리고 특히 2002년 월드컵 명칭에 관한 에피소드 중에서 '프랑스와 벨기에가 공동개최를 한다고 치자. 그 대회명칭을 벨기에,프랑스 대회 라고 하는 것 보다는 프랑스,벨기에 대회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니?'란 꼭지는 필자를 상당히 빈정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4강 갔자나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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