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의 탐험수첩 - 고대의 신비와 유물을 수호하라
데니스 키어넌.조지프 다그네스 지음, 이상구 옮김 / 보누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부장님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오겠습니다

 

 

 

최근에 인디아나 존스 그 네번째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공사가 다망하여 필자는 아직 보지 못했으나 보고 온 직장동료들에 의하면 이제 환갑이 지난 헤리슨 포드 인지라 슬슬 힘에 부친다 그러더라만 그 옛날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보았던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은 본인을 얼마나 설레이게 했던가! 뛰어난 상황판단력, 넘치는 재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 진귀한 이국의 모습과 문화, 초자연적인 현상의 퍼레이드.. 영화란 '꿈의 공장'이란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그 인디아나 존스가 아니었던가!

 


그런 연유로 필자는 이 책이 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내용은 채찍을 쓰는 방법, 비행기를 운전하는 법, 코끼리에 올라타는 법,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법 등등 실질적인 모험에 관한 가이드북 이었다. 순간 들었던 생각이 '이게 뭐야.. 애들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실제로 이런걸 실습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였었다.

 


항상 그런 순간이면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 강하게 드는 생각은 바로 점차 희미해져만 가는 '동심에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었기에 말이다. 우리가 '꿈나무'였을 그 무렵.. 극장문을 나서며 수없이 따라해보던 것들. 밥상머리 앞에서 숟가락을 언월도 삼아 휘두르곤 하던 시절. 이젠 낡아버린 흑백영화의 필름처럼 아스라히 떠오르는 그 시절의 단상들.

 


최근 미얀마와 중국 쓰촨성의 안타까운 상황들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라고 저런 초자연적인 재해에 안전하리란 보장이 없지않겠냐하는.. 그때가 되면 그런 위기의 순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지를 발휘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무너진 학교 담벼락을 막아내며 학생들을 구했다던 어떤 선생님처럼.. 인디아나 존스처럼..

 


그렇게 8시출근 5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용감하게 모험을 떠나는 어린 탐험가의 모습으로 돌아가 덮었던 책장을 다시 펼쳐들게 되었다. 탐험을 떠나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계획 수립과 탐험가방을 꾸리는 법에 관한 이야기로 그 첫시작을 하고있다. 앞서 거론했던 채찍을 사용하는법도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되어져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채찍이 없어서 집에서 실습은 할 수 없었다. 가까운 성인용품점에 가서 채찍을 하나 사오려다가 그 뒷처리가 난감해서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더랬다. 여전히 궁금한점은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는 그 모험의 순간에 과연 어떻게 충전을 할까라는 점이었다. 정녕 영화라서 모든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제2장은 이동수단에 관한 것들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이 2편이었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탄광내에서의 광차를 타고 내달리던 장면이었다. 무게중심을 이용한 그 광차의 조종법까지도 설명이 되어있다. 그 외 기차위에서 칸과 칸을 뛰어넘을때는 진행방향의 역방향으로 뛰어서 칸과 칸사이의 거리를 좁혀라는 상당히 역학적인 설명도 하고있다. 차량 추격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J턴등을 실제로 강남대로에서 응용해 본다면 당신은 이미 차선위반 벌점 30점에 과태료 6만원..

 


3장은 사교에 관한 기술편이다. 각국의 전통에 물흐르듯 자연스레 편입하여 '튀지말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음식편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개인적으로 감흥이 깊었다. 실제로 그 시절 원숭이 골요리, 눈알 수프의 충격은 필자에게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며칠간 밥을 제대로 못 먹었을 정도이니.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내장류의 음식을 난 못먹는다. 다음에 이어지는 4장은 모험에서 만나는 각종 동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타는법은 기본에 코끼리 올라타는 법까지도 있다. 이건 해외 여행시 꽤 유용할듯 싶다. 암튼 필자는 덕분에 코끼리 탑승스킬을 연마하게 되었다.

 


그 외 나머지 챕터들에서는 유적지 발굴법과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법등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유적지 발굴법은 워낙에 영화 장면장면마다 숱하게 봐 온 것들이라 그 느낌이 팍팍 와닿는다 쳐도 솔직히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법은 넌센스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 챕터이다. 특히 핵폭발에서 살아남는 법 중 '방사능에 노출되었다면, 지체없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라'는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재미있는 세계지도'를 보고 떠올랐던 그 느낌. 즉 '지금 사시는 대림동이 어디인가요'란 나의 질문에 '대림역 근처요'라고 대답했던 안정숙 과장의 대답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되었든 이제 인디아나 존스처럼 거창하게 모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느낌이 든다.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그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의욕이 마구마구 생기는 순간이다. 비루하고 답답한 일상에 찌들기 전에 당장 휴가를 내고 떠나야겠다. 보통 건강상의 이유나 경조사가 아니면 휴가신청서에 쓰는 사유가 바로 '개인사유' 이다. 근데 이건 개인사유라고 하기엔 좀 판이 커질듯 싶다. 부장님이 왜 휴가냈냐고 물으면 난 이렇게 대답하리라.

 


'부장님..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오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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