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크 재패니즘을 논하다
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남애리 옮김 / 북돋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랑 비슷해 불편한 농담

 

 

 

'조크는 때때로 진실을 전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 프랜시스 베이컨 '학문의 진보' 中

 


이 책은 농담으로 풀어낸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족 유머'이다. 예를들면 이런것들.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야기. 어떤 동일한 상황하에서 각 나라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식의 이야기 말이다. 호화 여객선이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선장은 각 나라 승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에겐 '뛰어내리면 당신은 영웅' 영국인에겐 '뛰어내리면 당신은 신사' 독일인에겐 '뛰어내리는게 이 배의 규칙' 이탈리아인에겐 '뛰어내리면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요' 끝으로 일본인에겐 '다른 사람들도 뛰어내리고 있어요'라고.. 일본인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인 '집단주의'를 비꼰 농담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본인들이 가진 특질 8가지를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다. 때로는 비판하며 때로는 인정하며.. 간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서거론한 집단주의를 필두로 일본인들의 정형화된 모습을 첫번째로 거론하고 있다. 자기 주장이 약하고 시간관념이 철저하며 상당히 의뭉스러워 표정에서조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사람들. 이런 모습들에는 필자가 그간 개인적으로 느껴 온 일본인에 관한 감상들이 대부분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우리와 오래 세월동안 질곡의 역사를 함께 해왔고 동일한 문화권에 속해있어 충분히 비슷할 법도 한데 의외로 상이한 부분이 상당부분 존재하는 참 알 수 없는 민족들. 집단주의와 무표정은 우리랑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네들 만큼 교활한(?) 민족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시간관념도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오죽하면 '코리안 타임'이란 우스갯소리가 다 있겠는가. 그래서 첫째장 부터 더욱 헷갈린다.

 


그 후에 이어지는 2,3,4장에서는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모습들이다. 일본이란 나라와 일본인이란 민족에 대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챕터같아 보이나.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은 거두질 않고 있다. 성실, 근면하며 단기간내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으며 하이테크놀로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 우리가 쫒아가고 있는 일본이 지나쳐 온 길들이다. 하지만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곱게 보이지만은 않은가 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일본인이지만 상당기간 루마니아에 거주했던 인물이라 그런 쓴소리를 많이 듣고 지내온걸로 보였다. 필자 또한 조직을 위해서는 개인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는것을 사회인으로서의 최대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서구인들은 가족과의 오붓한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회사에서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불사하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에는 놀라워하나 그런 갑작스런 부가 가져다 준 지금의 행태에는 배금주의자라는 조소어린 시선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그 외의 장에서는 풍습, 종교, 의식주 등 일본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고, 정치, 외교적인 면에서는 자기나라에 핵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이랑 어떻게 그렇게 친하게 지낼수 있는지 그 아이러니함을 꼬집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는 세계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고 있는 일본의 스포츠와 애니메이션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시에틀 메리너스에서 뛰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를 소개한 농담은 필자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일본인은 거짓말쟁이다.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드캐넌은 온통 일본인 여행객이지 않은가.
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시애틀에 있지 않았는가.'

(P.181)

 


흔히 농담은 농담일 뿐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해도 상대 민족을 비하하는 그런 유치한 농담을 아무생각없이 내뱉어 분쟁을 일으킬 사람도 극히 드물겠거니와 또한 비단 일본인들만 비판받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의 '빨리빨리'문화를 비판하기도 했으며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의 블랑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 않았던가. 이 세상에 완벽한 민족은 없듯이 배울점은 배우고 개선할 점은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성숙된 국민으로 거듭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상당부분 우리 나라랑 비슷한 그네들의 그것이었기에 약간은 불편한 농담들이었다. 그리고 특히 2002년 월드컵 명칭에 관한 에피소드 중에서 '프랑스와 벨기에가 공동개최를 한다고 치자. 그 대회명칭을 벨기에,프랑스 대회 라고 하는 것 보다는 프랑스,벨기에 대회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니?'란 꼭지는 필자를 상당히 빈정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4강 갔자나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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