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 위에 길이 사실 겨레의 어머니외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잘'산 사람의 이야기에선 어떤 향기가 나는듯 하다. 이 책이 그랬다. 우리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만 주로 알고있던 신사임당에 관한 전기이다. 일전에 있었던 고액권의 모델로 신사임당이 선정되어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되었더랬는데 정작 그간 다른 인물들에 비해 신사임당에 대해서 다룬 책은 거의 전무하다 시피하여 안영 작가는 신사임당의 전기를 소설화하여 집필한 것이라고 그 동기를 밝혔다.


필자 또한 그간 막연히 율곡 이이의 어머니 정도로만 알고있던 신사임당에 관해서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새삼 깊게 알게 되었다는데 있어 이 책은 그 하나만으로도 의의가 충분했다. 효녀로서 현모양처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났던 자기관리의 달인이자 문필가, 서화가로서의 그녀의 마흔여드레 짧고도 강렬했던 삶의 이야기들. 그런 면모로 진정 겨례의 어머니로 또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최고 역할모델로서의 그 삶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도록 하자.


딸만 있는 집안에서 출생했던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시서화에 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누구보다 날카로웠기에 저 녀석이 '고추' 하나만 달고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란 부모님의 아쉬움을 샀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들 또한 그 시대의 인물답지 않게 깨어있던 분들인지라 그런 신사임당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런 와중에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남녀의 차별, 반상의 차별, 적서 차별등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이런 그녀의 정신은 고스란히 율곡 이이에게 전해져 훗날 이이가 조선 최고의 관리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니 특히나 주목할만한 대목이었다.


혼기가 차자 그녀는 원래 양반 가문이었으나 가세가 기운 이원수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양처로서의 그녀의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남편인 이원수는 사람은 좋은데 사나이로서 포부가 약하고 의자가 박약했던 인물이었던것. 그런 무능한 남편을 잘 다독거려 학문의 길에 들게하는 과정에 이르는 일화들은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수시로 포기하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먼 길 공부하러 떠나 보내며 밤새 신발을 고이 품에 지니고 따뜻하게 해줬다는 에피소드 등등.. 마지막 가는 순간에도 내게 꽃보다 귀한 일곱 아이와의 만남을 만들어준 고마웠던 내 사람이라고 우리 그렇게 맺은 부부의 인연 그 의미가 바래지 말게 재가를 만류했다던 신사임당.


또한 새삼 알게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무려 일곱 자녀를 낳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2~3년 터울로 꾸준히.. 그러다 보니 신사임당은 항상 잠이 모자랄 정도였고 건강도 점점 악화된듯 한데. 그런 와중에도 촌음을 아껴 일곱 자녀들을 훌륭히 키웠고 남편을 뒷바라지 했으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수를 놓고 공부를 하는 등 자기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니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모습이었다.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다. 물론 율곡 이이는 하늘에 점지해 준 큰 인물이었음이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확실했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항상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여 율곡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자제했던 현명함이나 교육을 행함에있어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았던점 학문의 깊이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라고 가르쳤던 그런 인성교육 등등.. 현모로서의 귀감이 될 만한 모습들도 인상깊었다.


그런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사임당 만큼이나 훌륭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다. 병석에 누은 사임당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며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던 그녀의 어머니.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홀로남은 어머님을 끊임없이 걱정하며 가까이 모시기를 열망하는 효녀가 되었던건가 보다.


신사임당은 마흔 여덟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등지게 된다. 항상 1분 1초를 아껴쓰며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자식으로서 또한 며느리로서의 역할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그런 짧은 생을 그토록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열정적으로 살다 가셨나 보다.


최근에 미국 대통령 경선을 지켜 보면서 사람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클린턴 대통령보다 백 배 났다는 둥 진작에 저 여자가 대통령감이었다는 둥의 얘기를 아끼지 않았고 그녀의 책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더랬다. 이제 신사임당의 진면목을 알고나니 힐러리 클린턴 쯤은 우습다. 비단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이 세상 태어나 사람으로서 보람되고 가치있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모습들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이십년 넘게 신사임당을 연구한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신사임당. 그녀의 은은한 삶의 향기 후대에도 널리 널리 퍼지길 바라며..


'고운 모습 흰 백합에 비기오리까.
맑은 지혜 가을 달에 비기오리까.
사임당 그 이름 귀하신 이름.
뛰어난 학문 예술 높은 덕을 갖추신 이여
어찌 율곡 선생 어머니만이오리까.
역사 위에 길이 사실 겨례의 어머니외다.
겨례의 어머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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