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아버지가 추리소설을 왜 그토록 좋아하셨는지 알것같다

 

 

 

에도가와 란포. 최근에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비롯해 책 띠지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이란 타이틀이 적힌 책들을 몇권 보았더랬다. 그 때 생각한것이 '아니 이런 책들도 꽤나 흥미를 끌만큼 기발한데 대체 그 상을 탄생하게끔 한 에도가와 란포란 작가는 얼마나 더 대단할까'란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그간 몇몇 단편들이 국내에 발표되긴 했었지만 이렇게 그의 작품들만 모아 전단편집으로 출간된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하여 앞으로 2권, 3권도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한 낭보가 없으리라 사료된다.

 


언제던가 고향엘 내려갔다가 아버지 서재에 꽂힌 책 몇권을 서울로 들고오려고 추천해주십사 부탁드렸던적이 있는데 아버지께서 추천하셨던 책은 하나같이 다 추리소설들 이었다. 빛바랜 책표지의 깨알같은 글씨들로 빽빽했던 아주 오래전의 추리소설 시리즈들. 외형상으로는 저게 그렇게 우리 아버지께서 열광하실만큼 대단할까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솔직히 겉보기로는 '전혀'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는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었더랬다. 뭐랄까 너무 싸구려 티가 났다고 할까. 그래서 내가 그 느낌을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는 코웃음 한번 지으시는 것으로 나의 그런 의심을 일축하며 '짜식 한번 보기나해봐 얼마나 재미있는데.'란 말씀만 남기셨다.

 


코난 도일, 에드가 엘런 포우, 아가사 크리스티 등등 학창시절에 이것저것 유명한 추리 소설들을 꽤 보긴 했던것 같은데 성인이 되고나서는 추리 소설이란걸 제대로 찾아가며 읽어 본 적은 없었던것 같은데. 필자는 에도가와 란포의 이 책을 보고서야 새삼 '아 추리 소설이 이토록 흥미진진 했던거군.. 아버지 마음을 이해할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수확이었다.

 


에도가와 란포. 일본 사람 이름치고는 꽤 특이하다는 생각이 첫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에드가 앨런 포우의 이름을 따라한 필명이라고 한다. 그런 세계적인 추리작가를 닮고 싶었던 마음의 표현 같은데 결론적으로 성공적이라 판단된다. 일본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로 그 이름을 남겼으며 이렇게 상까지 제정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총 22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 말미에 에도가와 란포 스스로가 각각의 작품마다 작자후기를 따로 적어둔것이 무척 인상깊었고 개인적으로 특히나 좋았던 대목이었다.

 


그는 그 후기에서 이 작품은 어떠어떠한 이유에서 쓴 작품이며 이건 어떠한 점이 좋아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고 이건 어떤점에서 마음에 안들어 실패한 작품이며 이건 뭐 솔직히 억지로 썼다는식의 이야기들까지 아주 솔직히 밝히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필자는 그래서 그 후기들을 일단 다 훑어 보고 그 후 해당 작품을 보고 다시 후기를 보며 그의 집필 의도를 이해하려고 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그가 형편없다고 지적했던 작품들도 '추리'에 미천한 필자가 봤을때는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에도가와 란포가 너무 겸손떤거 아닌가 싶다.

 


지면관계상 22편을 다 다룰 수 없기에 최대한 간략히 몇몇 작품만 살펴보고 마무리 짓고자 한다. 처음 소개되는 '2전짜리 동전'은 순서상 본인에겐 처음으로 접한 란포의 작품이 되었다. 항상 매사에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편집하며 2전짜리 동전을 맨 처음에 배치했다는 점은 성공적 이었던것 같다. 마치 독자들에게 이것이 바로 에도가와 란포식의 추리소설이야라며 외치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추리소설에 정통한 독자들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지만 필자처럼 추리소설의 묘미를 아직 잘 느껴보지 못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연신 무릎을 탁 쳤을 정도로 허를 찌르는 반전과 또 그의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암호를 해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책에는 특히나 그런것이 많이 나온다. 흑수단, 일기장,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 등등..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은 예상만큼 크게 흥미진진 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단지 일본어에 대해 약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그저 이런식의 암호해석이군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도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물론 일본어를 더 잘알고 그때 그때 이래서 이 암호는 무슨 글자 저래서 저 암호는 무슨 글자 이런식으로 딱 딱 알아챌 수 있었다면 더욱 더 흥미로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위에 언급했던 작품 중 일기장이나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 정도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분위기가 약간은 가벼운 편에 속한다. 유머스러운 면도 느낄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본 이야기들이다.

 


추리소설만큼 독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장르는 없는것 같다. 그래서 본인도 책을 보는 내내 끊임없이 주인공과 함께 그 사건에 대해 열심히 추리를 해보았는데 물론 명확하게 누구누구가 범인이라고 깔끔하게 딱 마무리되는 작품도 있는반면 약간 흐지부지 일말의 여지를 남기며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그런 작품들도 있기는 하나 필자가 추리한 결과 100% 정확하게 다 맞춘건 딱 한편밖에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추리력이 딸리기는 딸리나 보다. 그 작품이 바로 '화승총'이었다. 하지만 100% 정확하게 추리를 했다는 기쁨도 잠시 작가후기를 보니 란포가 학생시절 일기장에 썼던 습작이란다. 그럼 그렇지.

 


심리시험이나 무서운 착오등의 작품은 인간심리에 관한 치밀한 묘사가 돋보여 특히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 그 외 D언덕의 살인사건에서는 에도가와 란포의 페르소나인 '아케치 코고로'란 탐정이 첫등장하게 된다. 인상깊은 점은 그 코고로가 기거하는 다락방의 구조인데 사람두명도 겨우 앉을까 말까한 책으로만 둘러쌓인 공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필자가 막 이사를 완료한 시점이라 아직 책 정리를 못해서 딱 아케치 코고로의 방과 흡사한 구조를 띄고 있어 그냥 혼자 좋았다. 끝으로 맨 마지막 작품인 석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좀 많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2권의 예고편을 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하니 그런면에서 꽤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사료된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본인은 어저께 이사를 완료하였다. 무슨 이사가 인륜지대사도 아닐진데 그로인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지라 또한 날씨도 한여름에 버금가게 무더웠었고 도저히 평소처럼 독서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었는데 그 기간중에 이 책이 꽤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지라 특히 기억에 남을 책이될 듯 하다. 아마도 인문, 교양이나 철학 서적을 봤더라면 진작에 집어 던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추리소설광인 본인의 아버지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것 같다. 차후에 계속 이어질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 2권, 3권도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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