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밤새워 읽고 말았다

 

 

 

이 책을 보기 바로전에 봤던 책이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였다. 1,2권 한질 무려 67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필자는 그 책을 무려 일주일동안 붙잡고 있었다고 지난 서평에 쓴 바 있다. 물론 스노 크래시도 소설적인 재미는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코드에 맞지 않았던 이유 탓에 도저히 집중이 안되고 겉돌기만하던 그 책에 비해 이 책은 책장을 펼쳐들자마자 그림하나 없이 깨알같은 글자만 빽빽히 540여 페이지에 걸쳐있는 만만찮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하나 흐트리지 않고 8시간동안 쉬지 않고 내리 다 읽었다. 덕분에 밤을 꼴딱 새버렸지만 중간에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접한 리 차일드의 작품이었는데 그 흡인력은 실로 대단했다. 책을 보며 손에 땀을 쥐어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던것 같다.

 


리 차일드가 작가로 등단한 계기는 꽤나 특이하다. 20년 동안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구조조정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나이 마흔에 6달러짜리 펜과 노트를 사서 그의 처녀작인 이 책을 쓴 것이라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마흔에 글 쓰기의 걸음마를 배운 영국의 신달자가 아닌가. 이 책의 매력적인 주인공인 '잭 리처'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12편의 추리소설 중 그 첫번째 작품이 바로 이 '추적자'이다.

 


소설의 시작은 어느 오래된 재즈 가수의 노래를 쫒아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던 주인공 잭 리처가 우연히 들른 어느 마을에서 살인누명을 뒤집어 쓰면서 출발한다. 머지않아 그가 진범이 아닌 사실은 밝혀지나 그 살해된 사람이 7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자신의 친형으로 밝혀지고, 그가 감금되어 있던 경찰서의 매력적인 여형사 로스코와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뒤였다. 이쯤되면 그는 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복수도 해야하고 자신의 연인도 위험으로 부터 지켜내야 한다. 그냥 정처없이 바람따라 구름따라 방황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베일에 가려진 잭 리처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군인이었던 아버지탓에 세계 각국에서 수시로 옮겨 다니며 성장했던 어린 시절, 그는 고독하게 홀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흉악한 범죄자들을 능가하는 여러가지 스킬들을 연마하였었다. 그가 우연히 도착했던 그 마을의 '악의 무리'들은 사람을 한참 잘못봐도 잘못 본 것이었다.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위조지폐를 만들어내는 일당을 잭 리처와 그의 동료들이 일망타진하는 것인데. 위기의 순간순간 마다 그 난관을 호쾌하게 헤쳐나가는 잭 리처의 활약상이 특히 돋보인다.

 


외국의 평론가들은 그 '잭 리처'라는 매력적인 케릭터를 두고 '똑똑한 람보'라는 표현을 썼더랬다. 킬러 다섯명 정도는 쥐도새도 모르게 처치해 버리는 강력함과 말미에 허블의 행방을 쫓을 때 여실히 보여준 치밀한 추리력,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에서도 상대방의 산탄총이 피해를 입힐 범위를 수학적으로 재빠르게 분석해내는 명석한 두뇌. 로스코를 한 순간에 홀라당 꼬셔버리는 섹시함까지 두루두루 갖춘 사나이. 마치 007 제임스 본드가 책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 온 느낌이 든다.

 


특히 싸움 장면이나 위조지폐 창고에서의 라스트씬들은 과히 압권이다. 그냥 안 싸운다. 아주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모습이 섬뜩하다. 하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혈육을 죽인 원수들이고 자신의 애인을 납치해간 무리이기에 그럴만도 하다만 쇠뿔을 잡고 소대가리가 박살날때 까지 내려쳤다던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란 분이 생각났다. 다섯명의 킬러들은 모조리 다 죽여버렸다는 말을 듣고 놀란 핀레이의 물음에 그 느낌은 살충제를 뿌려 바퀴벌레를 잡는것과 같은 느낌이다라고 냉랭하게 뇌까리는 사내. 그의 그런 인명경시 사상이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권선징악이란 주제와 '사람 함부로 믿지 마라'란 교훈외엔 남는것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소설적 재미'란 측면에서는 근자에 본 것 중 가장 강렬했다. 하드보일드 스릴러란 표현이 딱 적절한 그런 책이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이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통쾌한걸 원하는 독자들에게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자.. 잭 리처의 매력속으로 빠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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