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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평점 :
소설가 9명이 학교를 소재로 한 작품씩 실었다.
전체적으로 수준 높았고 정세랑과 전혜진 작품은 정말 좋았다.
아홉 명 가운데 전에 읽어 본 작가는 장강명과 정세랑 둘 뿐이었다. 가장 많이 읽은 장강명조차도 한국일보에 쓰는 칼럼과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과 sf소설집<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에 실린 단편 하나 읽은 게 다고 그 다음 많이 읽은 정세랑도 어딘지 기억조차 안 나는 일간지인지 주간지에서 이따금 짧은 글 실린 거 본 게 다였으니.
소설은 2015년부터 19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가운데 아홉해를 골라 시대적배경으로 삼는다.
첫문을 여는 2015년은 장강명이 급식비리고교를 다룬다.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장강명의 순발력은 놀랍다. 주목할 만한 사건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 곧 작품으로 다룬다. 부러운 솜씨다.
둘째 이야기 2010년은 집안이 망해 서울에서 아버지 고향 강원도로 이사 온 여중생 얘기다. 끄트머리 주인공과 엄마가 이야기나누는 장면은 영화 <열세살 수아> 끄트머리랑 비슷한 분위기.
셋째 이야기 2004년도 집안이 망해 다목에서 오로로 이사온 중2 여학생 얘기. 주인공은 어릴 때 오로에서 살다 초등학교 입학 맞춰 '차로 고작 십 분 거리로, 폭이 좁고 물이 흐리멍덩한 보리천을 경계로 나뉘어'진(88쪽) 다목으로 이사갔다가 다시 중2를 앞둔 봄방학 때 오로로 돌아와 어릴 적 알고 지내던 경진이를 만나지만 7년 새 서로 많이 바뀌었음을 깨닫고 어색해한다.
넷째 이야기 2002년은 작품집에서 가장 분위기가 가볍고 우스운 작품. 6월18일 나중에 대전대첩이라 불리게 될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날. 남학생학교인 전북 y고 고3학생들은 야자를 땡땡이치고 거리응원 나서고 싶지만 학교는 학생들을 가둬놓고 싶어하는데. 멀리론 김유정, 가까이론 성석제나 김종광 분위기가 난다.
다섯째 이야기 2001년은 중3 여학생들의 레즈비안스런 애정과 파국을 담았다. 먹먹했다.
여섯째 이야기 2000년은 중학생 때부터 사귀던 고1커플 배가영과 차창우 얘긴데 비평준화 지역에서 둘이 사귀다 가영은 지역명문고로 창우는 성적이 떨어지는 하굑로 갈리며 서서히 멀어지다 결국 헤어지는 얘기다. 강승원이란 가영과 같은 명문고남학생의 특권의식에 빠진 엘리트 모습은 섬찟하다.(237쪽) 제목은 '육교 위의 하트'이고 하트는 거의 황순원 '소나기'의 소녀가 소년에게 던진 조약돌 같은 상징성을 선보인다. 두루 뛰어난 이 선집에서도 두번째로 맘에 든 작품이자 내가 정세랑 작품을 더 찾아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 작품.
일곱째 이야기 1995년은 고1여학생 얘긴데 간발의 차로 이 선집에서 가장 내 맘에 든 작품이다. 한마디로 아주 모범적인 단편이 갖춰야 할 미덕 다 갖춘 단편. 전혜진. 기억할 이름이다.
여덟째 이야기 1992년은 벽창호 선생들 앞에 절망감 느끼는 어쩌다 학생회장이 돼버린 순지ㄴ한 고2여학생의 '세상 이면 첨으로 맛보기' 유형 이야기.
아홉째 이야기 1990년은 남고2학년 선도부장과 그 주변이눌들이 벌써 어른들 뺨치게 노회하고 타락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로 찍으면 학교느아르장르가 될 듯.
아홉 얘기 가운데 중심인물이 남학생인 얘기가 2015년, 2002년, 1990년 셋이다. 참여작가 가운데 여성작가가 많아선지 학교에서도 한국사회 여혐이 뿌리기퍼선지 여성이 괴로워하는 얘기가 6편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