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S 다큐멘터리 : 슈퍼피쉬 - HD 리마스터링 보급판 (3disc)
송웅달 외 감독, 김석훈 목소리 / 디에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텔레비전이 없어서 텔레비전 방영 때는 놓쳤는데 최근 관악도서관에서 dvd로 봤다.
우리나라 다큐멘타리 만드는 솜씨도 이제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슈퍼피쉬>를 만든 kbs는 아니지만 ebs도 최근 들어 뛰어난 다큐멘타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
물론 tv가 없는 나는 방송은 못 보고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어떤 내용인지 훑는 데 그치지만 그렇게 내가 보지 않고 읽은 다큐멘타리인 <아이의 사생활>,<자본주의>,<강자의 조건>,<이야기의 힘> 모두 꽤 재밌었고 새로 알게 되는 것도 많았다.
올해 초 출판기획자 및 번역가 박중서님을 알게 되면서 알라딘에서 박중서로 검색해 어떤 책을 만들어왔는지 검색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대구>라는 바다물고기 대구를 다룬 책이 있었는데 대구가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초첨을 맞춘 책이라고 했다. 그 뒤 바빠서 그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슈퍼피쉬>에서 대구 얘기가 나와 재밌었다.
1부에선 물고기가 식량 및 자원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여 준다. 지중해 이탈리아 어부들의 참치 사냥도 보여 주고 아프리카 도곤족의 메기잡이, 중국 농부들이 봄에 논에 쌀과 함께 새끼물고기도 심었다가 가을에 쌀과 함께 자란 물고기를 거둬서 겨울나기하는 이야기가 재밌게 펼쳐진다.
2부는 안타깝게 dvd가 말썽이라 못 보고 3부는 일본 스시 유래를 알려준다. 먼저 뉴욕 고급 음식점에서 스시를 먹는 사람들을 보여 주고 우리가 오늘날 아는 스시가 처음에는 우리나라 가자미식혜 같은 발효음식이었다고 알려 준다. 동남아 라오스, 태국을 돌아다니며 쌀로 물고기를 발효해 만드는 음식을 보여준 뒤 이런 요리법이 쌀농사 확산과 함께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에 온 얘기를 해 준다. 쌀+물고기 발효음식이 중국에서는 송나라 때까지 크게 유행하다 그 뒤로 원나라 때 기름에 튀기고 끓는 물에 삶고 불에 굽는 요리법을 좋아한 지배층 몽고족 영향을 받아 거의 사라지게 된 얘기도 송나라 수도였던 카이펑-개봉이라고도 하죠-에 가서 알려준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쌀로 발효한 물고기 요리 만든 동네 찾아가서 요리에 얽힌 전설을 듣는다. 못된 뱀이 해마다 소녀를 제물로 바치라고 마을 사람들을 괴롭혀댔는데 사람 시체 썩는 내음을 내는 이 발효요리를 주면 속아서 먹고 해꼬지가 없었단다. 발효하는 데 6달이 걸리는 슬로우푸드인 이 요리가 1800년 무렵 지금 같은 패스트푸드로 바뀌었고 당시 풍속화 보면 스시 파는 상인 그린 그림도 있다고.
4부는 금요일날 땅짐승 고기를 금지한 기독교 영향으로 유럽에서 물고기 소비가 느는 얘기를 들려준다. 바다가 없는 체코도 크리스마스 때면 잉어요리를 먹는다고 한다. 잉어비늘은 행운의 부적으로 체코 사람들은 잉어 비늘을 지갑에 넣고 다닌다고. 그 밖에 양어장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유럽의 여러 수도원 얘기도 나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림 최후의 만찬에도 물고기 요리가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밌고 교육 효과도 큰 다큐멘타리였다. dvd가 제대로였으면 2부도 봤을 텐데.
덧붙여 음악 맡은 사람이 이와시로 타로인데 다름 아닌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 음악을 맡기도 했던 그 양반이다. 일본 작곡가들이 울나라 영화 음악 작업을 가끔 한다. <웰컴 투 동막골>은 히사이시 조가 했고 <우아한 세계>는 칸노 요코가 했다. <동막골>이랑 <우아한 세계>는 음악이 영화랑 겉돈다는 느낌을 난 받았었는데 <살인의 추억>은 정말 잘 어울렸었다는 기억이 난다.
어서 돈 많이 벌어 사고 싶은 dvd 랑 책 맘껏 사고 싶다. 그걸 놓을 집도 있어야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