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1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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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교유서가에 응모해 공짜로 얻은 가제본 책을 읽고 쓴 것임을 밝힌다.

 

파르살로스에서 공화파군을 물리친 카이사르가 패장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를 쫓아 이집트로 가는 데서부터 소설이 열린다. 폼페이우스를 설득해 유혈사태를 끝내려는 카이사르의 생각은 이집트 지배층 때문에 틀어져버린다. 엉뚱하게 이집트 내전에 휩쓸린 카이사르가 클레오파트라를 만나고 클레오파트라에게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가르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172쪽인데 전쟁터가 되는 바람에 부서진 알렉산드리아 재건을 놓고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가 얘기를 나눈다. 카이사르는 건물 짓는 것도 좋지만 우선 모든 걸 잃은 민중들에게 의식주부터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최성락의 <말하지 않는 세계사>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중국과 서양을 비교한 대목이었는데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민중을 위한 기본적 복지 개념이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오로지 착취만 있을 따름이라는 거였다. 동양이 잘하는 것도 있지만 복지 개념은 서양 쪽에서 먼저 발달하고 2017년 현재에도 아직은 서양 쪽이 대체로 앞선 거 같다. 203~5쪽에서도 카이사르선생님과 클레오파트라학생의 지도자 수업은 이어진다. 하층민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오락도 줘라, 위생 개선 효과가 있는 공공목욕탕을 만들어라, 청소부-2017년 말로는 환경미화원-를 고용해서 환경을 깔끔하게 하라, 관료들과 공무원은 이렇게 다루라, 공정한 세금제도는 이래야 된다, 교육은 이렇게, 은행은 저렇게.. 우리나라도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세제,언론,복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뒷걸음질쳤는데 카이사르가 제안한 정론을 설계도 삼아 나가면 나아질 거 같다.

 

아울러 알렉산드리아에서 그 동안 튼튼했던 카이사르 건강이 나빠지는 조짐이 보인다.

 

이집트를 떠나는 카이사르를 마지막으로 1장이 끝나고 2장은 카토가 그리스의 디라키움에서 공화파 패잔병들을 아울러 배를 타고 파라이토니온으로 가는 것(255쪽)과 파라이토니온에서 키레나이카의 케르소네스로 가는 것(264~5쪽), 케르소네스에서 아폴로니아로(266쪽), 아폴로니아에서 아르시노에로(267쪽), 아르시노에에서 하드루멘툼 거쳐 마지막으로는 우티카까지 가는 얘기다. 아르시노에까지는 배로 패잔병을 데려갔지만 거기서부터는 폼페이우스의 아들 나이우스 폼페이우스의 부탁으로 배를 나이우스 폼페이우스에게 돌려보내고 걸어서 그 먼 거리를 가는 고생담인데 거기에 공화파 수뇌부 사이의 내분과 불화가 겹치고 그걸 이겨내가는 카토의 모습이 영웅스럽다. 소설 내내 속좁은 고집불통으로 나오는 카토가 2장에서는 장엄한 비극미를 보인다. 사막이나 극지, 히말라야 등반기 같은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2장 제목인 '카토의 1만 행군'은 카토가 패잔병 만명을 이끌고 여러 고생을 무릅쓰고 결국 우티카까지 갔다는 뜻이다.

 

3장은 이집트와 클레오파트라를 떠난 카이사르가 그새 시끄러워진 소아시아 문제를 해결하는 걸 다룬다. 확실히 지위가 높아지면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는다. 로마에 반기를 든 파르나케스왕을 전투에서 꺾고 3부 <포르투나의 선택> 옛 기억이 가득한 비티니아도 가고 아테네에도 간다. 아울러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얘기도 곁든다.

 

4장은 드디어 로마로 돌아온 카이사르가 일을 맡겼던 안토니우스가 벌인 '깽판'을 정리하고 안토니우스를 혼내는 대목이다. 398쪽에서 403쪽까지 걸친 카이사르와 루키우스 카이사르의 대화는 부담없이 모든 걸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벗/조언자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옥타비아누스가 다시 등장하며 서서히 새 주인공 자리를 넘보기도 한다. 로마 밖에서나 안에서나 의무에 시달리는 카이사르가 딱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안토니우스를 보면 적만큼 무서운 게 탐욕스런 아군이란 생각도 들고.

 

5장은 로마의 급한 불을 끝 카이사르가 북아프리카로 와서 다시 공화파들이랑 전투를 치러 이기고 여러 공화파 인사들이 죽는 얘기다. 533쪽에서 카이사르가 죽어간 정적들을 회상하며 씁쓰레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를 후계자로 삼을지 고민하며 5장은 끝난다.

 

대하소설 막바지에 이르러 그런지 곧잘 웃음짓게 했던 냉소적 풍자는 다른 책보다 적고 비장미와 삶의 장엄함이 책을 둘러싼 느낌이다. 주요 인물들의 퇴장이 빨라지는 것도 눈에 띈다.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교유서가와 번역가 네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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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16: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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