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지영 책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다.
장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즐거운 나의 집 세 권을 읽어 봤을 뿐이고 중단편은 이런 저런 문학상 수상소설집에 후보작으로 오른 거랑 단편소설집 하나 모두 더해서 한 13편 더하기 빼기 한 편 쯤 읽은 거 같다. 그렇다. 실토한다. 아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착한 여자도 안 읽었다!
결론부터 말해서 공지영은 나랑은 안 맞는다. 아직까지는.
장편 셋은 작가에겐 몹시 미안하게도 그다지 재미도 감동도 느낄 수 없었고 중단편들도 그냥 그랬다. 운동권 후일담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에게 안타까움과 딱함을 느끼긴 했지만 큰 재미나 감동을 안겨 주진 못해서 한 번 읽고 난 다음 다시 찾아 읽게 하지는 못했다. 참고로 나는 좋아하는 작품을 꽤 많이 읽는 편이다. 말하자면 편식이 심하고 그렇게 넓게 읽지는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작품은 읽은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내용마저도 흐릿해져 버리는 일도 많다. 재밌게 읽거나 감동하며 읽은 작품들은 반대로 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생생히 기억하는 일이 많다.
딱 한 작품이 내 기억에 생생히 남고 몇 번 읽었다. 바로 현대문학에서 나온 95년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소설에 실린 광기의 역사인데 이건 아주 재밌게 또 감동하며 읽었다. 내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감정이입이 팍팍 잘 됐기에. 어쩌면 내가 78년생 남자가 아니라 68년생 여자라면 다른 작품들도 아주 열광하며 읽었을지도. 언제 기회가 닿으면 아직 읽지 않은 공지영 책들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아직까지는 광기의 역사 하나로 기억되는 작가지만 나머지 작품 가운데 내 맘에 드는 게 있을 수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