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소송을 대리하는 대가로 무려 80억원에 가까운 수임료를 챙긴 변호사가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게 됐다.
4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 행정6부(전성수 부장판사)는 최근 변호사 정모씨가 자신에게 부과된 45억여원의 세금이 부당하다며 서초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씨는 1992년 종중(宗中) 등 43명으로부터 국가에 수용당한 토지를 다시 찾아올 수 있는 환매권 관련 소송을 수임하면서, 성공보수 대가로 국가로부터 받게 되는 돈의 일정 비율을 받기로 약정했다.
3년 뒤인 1995년 12월 국가와 종중 간 소송이 화해로 종결돼 종중 등은 국가로부터 167억여원을 받았고, 이에 따라 정씨는 수십 억원의 수임료를 챙겼다.
그러나 정씨는 이를 세무 신고하지 않다가 10년 뒤인 2005년 뒤늦게 국세청에 발각됐다. 국세청은 정씨가 79억여원의 수임료를 챙기고도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45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정씨가 당초 성공보수로 종중 등이 받게 되는 경제적 이익의 40%를 받기로 한 약정서 이외에 성공보수를 1억원으로 정한 허위 약정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1억원 만 수임료로 신고하고 나머지 78억여원은 누락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었다.
국세기본법은 국세부과의 제척기간(除斥期間ㆍ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도,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 공제받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세청은 정씨의 수임료 누락을 부정한 행위로 판단해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했다.
이에 2005년 1월 정씨에게 1995년도 귀속 종합소득세 45억여원을 고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이 `허위 약정서'라고 판단한 1억원의 약정서 작성 시기가 적어도 1997년 2월 이후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정씨가 허위 약정서에 의해 1995년 종합소득세의 세무신고를 했다거나 이 약정서를 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즉 정씨가 1995년 귀속분 종합소득세에 종중 등으로부터 받은 성공보수 및 그 금액에 관해 과세관청에 신고를 누락했거나 적게 신고한 사실이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만 1억원의 허위 증빙자료를 작성해 과세관청에 제출하는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정씨는 80억원의 수임료를 챙기고도 세금 부과 제척기간인 5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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