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니시베 겐지가 쓴 책 <축구좌익 축구우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책 핵심 몇 가지를 요약하자면

1.축구좌익은 이상주의자들이고 아름다운 축구 하는 게 목표이고 좌익팀들끼리 만나면 골 많이 나오는 일이 잦으며 글 쓸 때인 2010년대 중반 기준으로 쎕 과르디올라 감독이 대표자다.

2.축구우익은 결과주의자고 이기는 축구 하는 게 목표이고 우익팀들끼리 만나면 0:0경기가 퍽 많이 나오며 디예고 씨메오네 감독이 대표자다.

3.정치사회경제역사에서 우익이 기득권이고 좌익이 우익에 반발해 나온 것과 달리 축구에선 좌익이 먼저고 우익이 나중에 등장했기에 현대축구전술발전에는 우익의 입김이 쎄게 들어갔다.


내가 알기론 우익축구가 득세하는 계기가 된 경기 가운데 하나가 82월드컵 브라질:이탈리아 경기다.

빠올로 로씨가 해트트릭 하며 이탈리아가 3:2로 이긴 경긴데 내용을 보면 이탈리아 선취득점, 브라질 동점골, 이탈리아 다시 앞서 나감, 브라질 다시 동점, 이탈리아 결승골. 이 경기서 브라질은 비기기만 해도 됐고 이탈리아는 꼭 이겨야 했다. 브라질은 동점골을 두 번 얻었는데 두 번 다 동점골을 얻은 뒤에도 승리를 노리고 공격적으로 나서다 빈틈을 보였고 골먹고 대회 탈락했다. 말하자면 브라질의 좌익축구가 이탈리아의 우익축구에게 진 셈. 이 경기를 계기로 '보기좋은 것도 좋지만 일단 이기고 보자'는 우익축구가 크게 유행했는데 나중엔 이게 너무 심해져서 0:0경기가 속출하고 축구 인기가 떨어지자 피파에서 규칙을 바꿔 승리에 2점 주던 걸 3점으로 바꿔 제도적으로 좌익적 공격축구를 보호하기도 했다. 그린벨트 만들고 생물위기종 지정해서 자연환경보호하듯이. 승부가 걸린 당사자는 우익축구를 해서라도 실속을 차리고 싶겠지만 1)그 우익축구의 피해자나 2)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이 갈게 되는 게 우익축구다.


일본이 폴란드전에서 0:1로 지는 걸 목표로 공 돌려대서 비난받는 거 보니 우리도 비슷한 일 한 게 생각난다. 06월드컵 토고전에서 우리도 0:1로 끌려가다 이천수 프리킥골과 안정환 결승골로 2:1로 역전하자마자 경기 끝날 때까지 공 빙빙 돌려서 토고 공격기회를 뺏었다. 토고전 때 우리나라나 이틀전 폴란드전 때 일본이나 우익축구를 한 셈인데 토고전 때 울나라도 다른 나라로부터 욕 많이 먹었다. 게다가 전술적으로도 어리석었는데 토고 다음이 프랑스와 스위스였으므로 토고전에서 기회 있을 때 골을 더 넣어서 득실차를 되도록 늘려 놔야 할 때 우리는 심지어 프리킥도 뒤로 찼다. 일본도 같은 때 열린 다른 경기에서 세네갈이 동점골을 넣었으면 '꼼수 부리더니 아주 꼴 좋게 될' 뻔 했다.


결론을 내자면 '일본 꼼수축구 까려면 우리가 부린 꼼수부터 먼저 반성하자.' 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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