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출판사 포레입니다.

관심과
성원으로 성황리에 마감된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 심사 현황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포레와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함께한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2011.9.1~9.30) 결과는 당초 10월말에 발표와 시상을 예정이었으나, 응모작 편수가 1300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사하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에 불가피하게 결과 발표를 일주일 정도 미루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작품은 빠짐 없이 모두 꼼꼼하게 읽어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계실 텐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에 응모해주시고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최종 심사 결과는 11월 알라딘을 통해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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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엉이 2011-10-2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헉~ 연기 됐네요. 그런데 이 공지는 어디가면 볼수있는 건가요?
블로그 관리자분이 포레쪽 직원이신가요? 아님, 개인 메일로 받으신건가요? 궁금해요요용~

외국소설/예술MD 2011-10-28 09:09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메일로 제게 공지 내용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출판사의 별도 공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저는 알라딘 직원입니다 ㅎㅎ

태양 2011-10-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37편이 본선에 올랐다더군요. 1300편 중 37편이라....엄청난 파워를 가진 작품이 되겠네요. 기다려집니다.

부기 2011-10-31 15: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37편 본선작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0-31 15:51   좋아요 0 | URL
본선작 전체를 공개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수상작이 정해지고 나면 수상작들에 한해 공개될 것 같네요. 물론 출판사에서 어떻게 결정할 지 저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요 ^^;;

우한울 2011-10-3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푸하하..1300편이요... 정말 읽는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엄청난 참여율이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0-31 15:52   좋아요 0 | URL
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참여였습니다;;

한작가 2011-10-3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거 거의 신춘문예 수준 아닌가요? 우리나라도 곧 장르문학에 획을 그을 작가가 탄생할 거 같아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1-03 15:43   좋아요 0 | URL
저도 국내의 장르문학 창작 저변이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시는 작가분들께 힘을 실어 주세요 ㅎㅎ

부엉작가 2011-11-0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스터리 공모전이 많았으면 해요 .. 뽑히면 좋을텐데 ㅠㅠ
한국의 미스터리소설은 별로 없어서 외국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많은 재능을 가지신 분들이 미스터리 소설을 쓰시면 좋겠어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1-03 15:44   좋아요 0 | URL
네 기반도 더 탄탄해지고 작가층도 더 넓어졌으면 하는 게 모든 독자들의 바램이 아닐까 합니다

이작가 2011-11-0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 당선작은 메일로 당선 소식을 받아 볼 수 있는건가요? 궁금하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1-03 15:44   좋아요 0 | URL
당선작은 출판사에서 개별 통지도 드린다고 합니다.

starover 2011-11-0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많네요. 어쩐지 결과가 안 나와서 궁금했더니..

외국소설/예술MD 2011-11-03 15: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상상을 초월한 응모 숫자였죠..^^;;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에 참여하신 여러분! 

출판사 포레에서 공지가 왔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기꺼이 들뜬 마음으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

 

안녕하세요. 출판사 포레입니다.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 접수 현황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출판사 포레와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함께한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9.1~9.30)의 마감 결과, 응모된 작품 수가 총 1300편을 넘어섰습니다. 근래에 이토록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문학 공모전이 없었을 정도로 정말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고 참가해주셨습니다. 열띤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응모 메일은 확인되는 즉시 개별적으로 메일을 드렸으므로 확인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마감 시한이 지난 이후 응모하신 분들의 경우,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안타깝지만 모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됨을 알려드립니다.
 

공모전의 심사는 10월 중 장르문학 편집자, 번역가, 시나리오작가 등이 참여하여 진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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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10-1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과연 '보물창고' 블로그입니다. 이런 블로그가 있는 줄 오늘 알았네요. 아래의 외국 소설 소개글도 찬찬히 봐야겠네요. 오늘은 4페이지 미스테리 보느라 진을 다 빼서. 하하.
그나저나 공모전도 했었군요? 와...공모전 당선되면 당선작 소개도 해주시겠네요. 기대기대.

외국소설/예술MD 2011-10-13 15:00   좋아요 0 | URL
네 이 서재에서 공모전 관련 소식을 계속 전달해 드릴 예정입니다.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

서재는.. 좀더 자주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김나영 2011-10-25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작품을 보내드렸는데 응모메일은 안온것같아요ㅠㅠ
받았다고 확인메일인가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0-27 15:37   좋아요 0 | URL
그 문제는 출판사 쪽에 메일로 문의해 보시는 쪽이 좋겠습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심사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아서요..^^;;
 

 

 

4페이지 미스터리 연재 4화 

능숙한 거짓말


  
경찰서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십 분 정도만, 이라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들어온 사복형사는 멋대로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을 활짝 열고는 길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를 가리켰다.  


“피해자인 오무라 키리 씨는, 이 맞은편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지금 6층에서 유일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 방입니다.” 형사는 일단 입을 다물고 내가 이해했는지 확인하듯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베란다 보이시죠? 그저께인 8월 3일에 피해자는 저곳에서 밀려 떨어졌습니다. 거의 즉사였다고 합니다. 검시 결과 사망 추정시각은 오후 아홉시 전후. 딱 이맘쯤입니다.”  


“거기에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맞은편 아파트 주민은 한 사람도 모르는데요.”
 

“그렇게 짜증내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너무 더워서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에어컨을 틀면 바로 감기가 들어서 틀 수도 없고.”
 

몸을 비틀자 허리 부근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형사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면부족입니까? 피곤하신데 죄송합니다만, 사건 해결을 위해 부디 협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뭐, 금방 끝날 겁니다, 라고 형사는 달래듯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뭘 알고 싶으시죠?”
 

“이 집에서는 피해자의 집 베란다가 훤히 보입니다. 혹시 당신이 사흘 전 아홉시 무렵 이곳에 있었다면 사건에 관련된 뭔가를 보지 않았을까 해서요.”
 

“그 시간이라면 집에 돌아왔을 무렵일 겁니다. 여덟시 사십분 경일까요. 요즘은 일이 줄어 거의 잔업이 없으니까요.” 솔직하게 대답했다. 거짓말한들 보강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돌아오자마자 창문도 커튼도 열었지만,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샤워를 했는지도 모르겠군요.”
 

“샤워할 동안에도 창문은 열어두셨겠죠?”
 

“열대야였으니…… 아, 비명 같은 걸 듣지 못했느냐는 질문인가요?” 기억을 더듬는다.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들리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 기억엔 아무도 비명 같은 건 지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비명을 들은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빈틈을 찔렸다든가 공포에 질려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거겠죠.”
 

“밀어 떨어뜨리기 전에 범인이 기절시켰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럴 수도 있죠.”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첩에 메모했다. “그 밖에는?”
 

“그렇게 물어보셔도, 지금 제 말은 그냥 상상일 뿐입니다. 그런 광경을 본 것이 아닙니다.” 그 점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만약 범인이 붙잡혀서 내가 목격자였다는 게 알려지면 큰일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못 보고 듣지도 못했습니다.”
 

형사는 난처한 얼굴로 한동안 수첩을 뒤적이다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혹시 범인 쪽에서 당신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불을 켜셨습니까? 당신이 이 방에 있는 동안에는 범인도 범행을 시작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왜냐하면…… 보세요, 훤히 보이니까요.”
 

“훤히 보이나요?” 몰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기둥에 난 구멍은 그날 저녁 내가 갈고리를 걸었던 흔적이지만, 눈에 띄지 않아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에는 안쪽의 부엌을 쓱 바라보며, “하지만 샤워한 뒤에 설거지를 했으니까, 밖에서 부엌은 보이지 않을 텐데요”라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습니까?”
 

“샤워에 십 분, 설거지에 십오 분일까요.”
 

“이십오 분입니까. 시간을 봐서는 충분하군요.”
 

이십오 분? 일 분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날 밤, 정결하게 몸을 씻고 난 뒤 여기서 목을 맬 때까지 몇 분이 걸렸을까. 몇 번이나 망설인 것 같기도 하고, 담담히 준비를 진행했던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내가 디딤대를 찬 순간에 로프를 걸었던 갈고리가 빠져서 바닥에 꼬리뼈를 정통으로 내리찧으며 떨어졌다는 것이다. 목에 로프를 감은 채 괴로워하며 바닥을 굴러다니다가, 문득 바깥에서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 베란다에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다음 순간,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내게서 등을 돌렸다. 어깨가 들썩였다. 웃고 있는 것이다.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다.
 

저 여자는 지금 본 것을 모두에게 퍼뜨리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끝장이다. 이제 와서 자살해도, 꼴사나운 소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겠지.
 

저 여자를 죽여서 입을 봉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그렇게 결심하려던 그때, 구원의 신이 나타났다.
 

여자의 집 안에서 건장한 남자가 베란다로 나와서 웃고 있는 여자의 급소에 주먹을 날려 기절시키나 했는데, 그대로 안아 올려서 난간 밖으로 떨어뜨렸던 것이다.
 

단 일 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유일한 목격자가 죽은 것을 깨달을 때까지, 일 분보다 조금 더 걸렸다.
 

자신이 치욕에서 구원받았다고 깨달았을 때의 강렬한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몇 년이나 괴로워해왔던, 죽음을 바라던 우울한 기분조차 날아 가버렸을 정도였다.
 

살인자는 문자 그대로 나의 은인이었다.
 

그래서 형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건장한 남자라는 것밖에 몰랐지만.
 

“거짓말이 서툴군.” 형사가 고개를 저었다. “얼굴에 다 드러나잖아.”
 

낯익은 주먹이 내 배에 작렬했을 때, 나는 능숙한 거짓말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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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e12 2011-10-04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일간 다섯편의 단편 공개라고 하셨는데 아직 4개밖에 올라오지 않았네요ㅠㅠ 마지막 한 편은 언제 올라오나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0-05 15:30   좋아요 0 | URL
아 네 요게 연재가 좀 늦어져서, 다음주에 공모전 1차 심사평과 함께 올릴 예정입니다. ^^

달사르 2011-10-1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처음 등장인물을 유심히 봐야겠군요. 4페이지 미스테리여서 흘낏 봐서는 끝에 가서야 정황이 이해되니까요. 처음부터 조목조목, 찬찬히 읽어야 후반부에 겨우! 범인을 알겠네요.

아..이번에도 역시나 다 읽고나서야 범인을 알았네요. 하하. 재미있군요.
 

 

4페이지 미스터리 연재 3화- 

복면의 의뢰인 

 

  설마 무죄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에게 손을 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흥분하는 그녀를 달랠 생각이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그 행동으로 그녀는 목숨을 잃었다.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사건에 대해서 나름대로 변명할 말은 있었지만, 결국 "제가 했습니다"라고 인정하는 말만 하고 이후로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국선변호인은 나보다 나이가 어려서 여러 모로 못미더웠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는 사형 판결이 내려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뒤로 의외의 국면이 전개되었다. 사정상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녀에 관한 '비밀'이나 '증거'가 차차 발견되었고, 그것을 근거로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진상'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먼저 손을 댄 것은 그녀이고 나는 자기 몸을 지킨 것뿐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일절 변호하지 않았던 것도 그녀를 감싸는 것으로 해석되어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유죄를 주장하려던 내게 변호사가 말했다. 

  "당신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수 없이 협력해 준 줄 아십니까? 그 사람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릴 셈입니까?" 

  어째서인지 나보다 더 내 목숨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준다면, 하고 생각하니 조금 더 살아보자는 의욕이 솟아났다. 

  하지만 누가?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았다. 유일한 혈육인 형도 몇 안되는 친구들도 모른다고 했다. 

  "'그 사람들'에게 절대로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는 말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뒤에 직접 당신에게 인사하러 갈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판결 후 한동안은 매스컴의 취재가 이어져서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는 듯한 '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얼마 후 일단락되었다. 슬슬 뭔가 연락이 와도 괜찮을 시기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사건과 판결을 연극으로 상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계속 구치소에 있다 보니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전혀 모릅니다." 

  나야말로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떤 방법으로 그런 '진상'을 날조하고, 그 '증거'를 모았는가. 그리고 그런 일을 한 동기는 무엇이었나. 

  "당신에게만 협력을 의뢰한 것은 아닙니다. 다방면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극단의 대표라고 말한 남자는 듣는 사람을 안심하게 하는 깊이있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다만 작품에 리얼리티와 긴박감을 주기 위해서는 사건의 당사자인 당신이 피부로 느낀 인상이 꼭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각본 단계부터 협력해주기를 바란다. 의논차 한 번 만남의 자리를...... 그런 말에 흥미를 느낀 나는 극단 사무소를 방문했다. 번화가의 구석에 있는 상가 빌딩의 3층이었다. 

  나를 맞이한 사람은 전화를 받은 대표까지 포함해 일곱 명이었다. 성별도 옷차림도 제각각이지만 어째서인지 전부 레슬러처럼 복면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연습을 하고 있어서요." 법정 장면은 너무 단조로워질 수 있으므로 검찰 측과 변호 측의 공방을 프로레슬링에 빗대어 표현할 생각이라고 대표는 설명했다. 

  "재미있어 보이는군요." 

  복면으로 '정체를 가린다'는 것에 연상되어서 나는 문득 이렇게 말했다.

  "아십니까? 실은 이 사건의 숨겨진 주역도 어떤 의미에서는 복면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더라도 누구 한 사람도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변호사와 취재를 끝낸 것일까? 아니, 그게 아니면. 

  "...혹시 당신들이 그 봉사자들, '그 사람들'입니까?" 

  "그렇습니다." 대표는 간단히 인정했다. 

  나는 눈앞의 일곱 명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이 내 생명의 은인인가. 

  "감사합니다." 나는 말했다.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주시다니." 

  "감사는 필요 없습니다." 대표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했을 뿐입니다." 

  자신들을 위해? 무슨 소리일까. 

  문득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그 사람들'은 극단이 아니라 수상한 종교집단이 아닐까? 내 몸을 산 제물로 바치라고 '신탁' 같은 것을 받았다든가... 

  지나친 생각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떨쳐냈다. 

  "한순간이지만 무서운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석방시킨 뒤에 장기라도 빼내려던 게 아닐까 하고요." 

  "설마요. 그런 것은 전혀..." 

  "네 장기 따윈 줘도 안 받아." 대표의 말을 이제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한 남자가 가로막았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무죄가 되도록 공작한 건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복면을 벗었다. 죽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어중간한 징역형 따윈 시간 낭비야. 나올 때까지 우리가 못 기다려." 

  나머지 여섯 명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을 느낀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들 쪽이 빨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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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10-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역시나 이번에도 전편과 연결이..

이번 화는 끝까지 읽고서야 겨우 이해했네요. 볼드체를 보면서도 이해를 못하고, 그저 딸을 죽인 사람까지 구제해주는 마음이 넓디 넓은 아버지구나..했더니..하하..아니었군요!
 

 

4페이지 미스터리 연재 2화

냄새 나나요?

 

출장에서 돌아와 아파트의 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비상계단에서 몸집이 작은 남자가 나왔다. 관리인인 소 씨다. 더러운 형광등을 들고 있었다.

“이가미 씨, 지금 오십니까?” 소 씨는 붙임성 있는 미소를 보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형광등을 교체하셨나 봐요? 고생 많으십니다.”

“마침 예비 형광등이 다 떨어져서 골목의 편의점까지 갔다 왔지 뭡니까.” 소 씨는 땀을 닦았다. “오늘은 아직 여덟시니까 그나마 나은 편이죠. 요전에는 새벽 두시에 전화가 걸려왔으니까요. 복도가 어두워서 위험하니까 당장 새것으로 바꿔달라더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지나가려던 소 씨가 문득 내 옆에 멈춰 서서 코를 벌름거렸다.

“어라, 좋은 냄새가 나는데요.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가슴이 덜컹했다. 실은 스케줄을 잘 맞춰서 여자를 만나고 온 참이었다. 게다가 상대인 타카코는 이 관리인의 부인이다. 일단 손은 써두었지만…….

“역시 냄새가 나나요?”

“걱정 마세요. 정말로 ‘좋은 냄새’니까요. 전혀 퀴퀴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향기롭죠. 불고기 소스와 기름과 연기 냄새…… 이 소스라면 가게는 ‘노스리’겠군요.”

소 씨는 근처의 불고깃집 이름을 댔다.

그렇다면 작전대로이군,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로 맞히셨군요. 돌아오던 길에 잠깐 들렀습니다.” 나는 입고 있던 양복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건 그렇고, 정말 대단한 후각을 지니셨군요. 어떻게 냄새로 가게 이름까지 알 수 있죠?”

“좋아하거든요, 한국요리를……. 하지만 제 집사람이 고기를 싫어해서 요즘엔 거의 들르지 못했어요.”

“제 집사람도 김치 같은 음식을 전혀 입에 못 댑니다. 그래서 결국 혼자서…….”

소 씨의 부인인 타카코와 만난 뒤, 혼자서 불고깃집에 간 것은 향수나 체취 같은 흔적을 없애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만난 상대가 고기를 싫어하는 타카코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심리적인 위장을 하는 의미도 있었다.

게다가 아내가 김치에 거부반응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현재 임신 4개월째라서 입맛이 평소와 달라져 있는 탓이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출장을 빌미로 평소에 집에서 먹을 수 없는 한국요리를 맛보았다……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소 씨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을 때는 역시나 당황했지만, 아무래도 이 남자는 후각만 예리할 뿐 다른 감각은 완전히 먹통 같아 보인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나는 그제야 소 씨의 오른쪽 팔꿈치에 갓 생긴 듯한 지렁이 같은 흉터 몇 줄을 보았다. 자기도 신경이 쓰였는지 소 씨는 손끝으로 상처를 쓰다듬었다.

“긁힌 건가요, 그 상처?”

그렇게 물어보자, 소 씨가 한순간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았지만, 곧바로 너털웃음을 지었다.

“네, 그 고양이가 좀…….” 소 씨가 말한 것은 이 아파트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얼룩고양이를 말한다. “사람을 잘 따르면서도 발톱이 날카로워서 참 난감하지요. 잠깐 방심했는데, 아까 할퀴어서…….”

아무래도 길고양이 같지만, 꽤 깔끔하고 애교가 있어서 다들 이 아파트의 마스코트처럼 여기고 있었다.

“귀엽게 생긴 녀석이라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고 싶어지죠.” 대강 말을 맞춰주고 있는데 간신히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옆을 지나갈 때, 다시 소 씨가 코를 벌름거렸다.

“오, 오, 오…… 고구마 소주도 드셨군요. 이 향기는……‘십억 년의 축제’인가요.”

분명 나는 아연실색하며 그 자리에 못 박혔을 것이다. 소 씨는 부끄러운 듯이 손사래 쳤다.

“아뇨, 우리 집사람이 좋아하는 술이어서 알고 있던 것뿐입니다. 딱히 이가미 씨에게 술 냄새가 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말이지, 텔레비전에 출연하셔도 되겠네요, 그 코.” 나는 정신을 차리고 4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나는 목덜미의 땀을 닦았다. 설마 타카코와 함께 마신 술까지 알아맞힐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위험했다, 위험했어. 더 조심해야 한다.



집의 문을 열자마자 강렬한 카레 향기가 코를 찔렀다.

“어서 와요.” 앞치마 차림의 동글동글한 아내가 맞아주었다. “오랜만에 카레를 만들었어요.”

포옹하고는 키스를 기다린다. 출장 기간 동안 상당히 외로웠나 보다.

“불고기를 먹어서 냄새가 날 거야.”

“이젠 괜찮아요. 안정기에 들어가서 그런가?”

아내의 손가락이 내 등과 팔을 더듬을 때, 장미 형태를 한 반지가 내 오른쪽 팔꿈치를 긁었다. 아프니까 빼라고 몇 번을 말해도 행운의 반지인데 무슨 소리냐며 아내는 통 말을 듣지 않는다.

“저기, 그 얘기 알아요?” 아내가 말했다. “아파트의 주인처럼 굴던 얼룩고양이 있잖아요? 그 고양이, 그저께 죽었어요.”

“……그저께?”

“네. 관리인 아저씨의 부인이 정원에 묻는 모습을 봤어요.”

아내의 두 팔에 다시 힘이 실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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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10-1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1화와 2화가 소재만 연결되어 전혀 다른 내용으로 넘어가는군요. 와..이런 식의 연결이라니요. 대박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