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대담은 스포일러 등의 문제로 전문을 싣고 있지 않습니다.

 

<미세레레>로 돌아온 프랑스 스릴러의 자존심,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국내 프랑스 번역의 1인자 이세욱의 대담 

 

         

 

이세욱  당신의 소설을 번역하는 것은 『늑대의 제국』 『검은 선』에 이어 이번으로 세번째다. 앞선 세 작품은 번역자가 아니라 독자로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첫 소설을 읽자마자 당신의 특별한 재능에 주목했고, 이후 당신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죽 지켜보았다. 당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가공할 서스펜스의 위력에 휘말린다. 마치 악마적인 기계장치에 빠져버린 것처럼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헤어날 수가 없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난 독자들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토로한다. 프랑스 신문과 방송들도 당신을 일컬어 ‘서스펜스의 거장’ ‘마법사’ 같은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래서 궁금하다.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당신만의 비방이 있는가?

그랑제  비결이 있다면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에 있다. 서프라이즈로 가득 찬 이야기를 상상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사람들은 스릴러 작가들이 어떤 비법이나 특별한 작법에 따라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무엇보다 먼저 하나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는 본디 그 자체에 뜻밖의 전개나 반전 등을 담고 있게 마련이다. 독자들의 의표를 찌르고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은 구성의 비법이 아니라 작가가 상상해낸 이야기 자체다. 진실을 찾아 나아가는 인물들과 우여곡절과 깜짝 놀랄 만한 일들을 담고 있는 아주 복잡한 이야기 말이다. 중요한 건 그것이다. 나는 어떤 구성 방법을 적용해서 작업하지 않는다. 그저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따라갈 뿐이다. 내 이야기는 뭐랄까, 하나의 음악처럼 만들어진다. 먼저 하나의 멜로디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다음에 나는 그 멜로디를 편곡하여 관현악으로 만든다. 하지만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멜로디이지 화음이나 편곡이나 어떤 기교가 아니다. 특히 기교는 아니다. 나는 언제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아는 상태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상상해냈다고 할 때는 그 결말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혼령의 숲』은 한 젊은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파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여자는 수사판사이고 애정 문제로 마음을 앓고 있다. 450쪽이 지나면 독자들은 이 여자를 아르헨티나의 으스스한 숲속에서 보게 된다. 처음엔 어느 누구도 이런 도착점을 짐작할 수가 없다. 이런 놀라운 결말을 지닌 이야기를 상상해내는 것, 그것이 내 작업의 요체다.
따지고 보면 이런 글쓰기는 내가 기자였던 시절에 일하던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프랑스 독자들에게 무언가 놀라운 것,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것들을 제공해야만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서스펜스의 반대 지점에 있는 것은 뻔한 결말이다. 결과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면 책장을 빨리빨리 넘기고 싶은 욕구가 생길 리 없다. 끊임없이 독자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세욱  그러자면 아주 자세한 시놉시스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랑제  그렇다. 나는 각각의 장章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기록한 아주 상세한 시놉시스를 만들어놓고 작업을 시작한다. 대개 각각의 장은 기계장치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는가 싶으면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이번 장만 읽고 그만 자야지 하다가도 그 장이 끝나면 더 읽고 싶어져서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이세욱  놀라운 결말을 지닌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당신의 소설들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이야기의 뼈대에 살을 붙이기 위해 엄청난 연구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소설에는 역사, 사회, 과학 등에 관한 정보가 아주 풍부하다. 때로는 그 정보들이 너무 촘촘해서 지나치게 교육적인 의도를 지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랑제  사실 기자 시절에 자료 조사를 치밀하게 하는 버릇을 들였다. 나중에 소설을 쓰면서 내가 조사하고 연구했던 것들을 종종 활용했다. 지금도 나에게 부족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르포 기사를 쓸 때처럼 여행을 하고 조사 작업을 벌인다. 그럼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채워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소설에서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일은 아주 미묘하다. 서스펜스와 정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다보면 독자들을 따분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한편으로는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상상력을 전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내 상상력은 실제의 역사와 현실에서 비롯된다. 사실 내 이야기에는 언제나 현실적인 바탕이 있다. 실제와 허구를 결합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실제로 일어났거나 벌어지고 있는 일에 사실이 아닌 것을 뒤섞으면 때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이세욱  같은 맥락에서 디테일의 정확성을 고집하는 까닭을 묻고 싶다. 당신의 소설에서는 언제나 세부사항을 정확하게 기술하려는 의지, 리얼리즘에 대한 강박증 같은 것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미세레레』의 주인공 카스단이 매일같이 먹는 약은 그냥 여느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아니라 ‘데파코트’ 500밀리그램 한 알과 ‘세로플렉스’ 10밀리그램 한 알을 섞은 것이다. 빌헬름 괴츠가 사는 곳은 그냥 ‘가장’이라는 거리가 아니라 정확하게 그 거리 15-17번지에 있는 건물의 3층이다. 볼로킨이 스스로에게 마약 주사를 놓는 장면이나 SM 클럽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랑제  내 소설들에는 하나의 현상이 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못 환상적이다. 그 자체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로 여겨질 수도 있다. 독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있을 법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을 아주 정확하게 묘사함으로써 매우 사실적인 느낌을 주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내 이야기에 진실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세욱  독자들이 머뭇거리지 않고 묘사된 장면의 내부로 들어가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인가?

그랑제  그렇다. 독자들이 내 이야기를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깊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디테일들은 또다른 측면에서 소설에 기여한다. 독자들이 현실감을 느끼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내가 문득 칠레의 현대사를 놓고 말한다고 생각해보라. 독자들은 아주 주의 깊게 그 정보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그것은 내가 제공하는 정보들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세욱  하지만 외국 독자들에게는 사실성을 높이려는 당신의 배려가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디테일들이 때로는 문화적 장벽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랑제  내가 프랑스의 옛 영화나 흘러간 노래들을 소설에서 다루면 프랑스의 젊은 독자들은 그런 것들을 낯설어한다. 하물며 외국의 독자들은 프랑스 사회와 문화의 세세한 요소들을 얼마나 낯설게 느끼겠는가? 나는 종종 내 소설의 번역자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문화적 장벽을 어떻게 극복해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이세욱  문화적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길을 다각도로 모색한다. 소설의 인물들이 움직이는 현실적인 공간들을 답사하고 당신을 직접 만나는 것도 그런 길들 가운데 하나다. 주석을 달아서 번역자가 불쑥 개입하는 방식도 있지만 나는 소설의 서스펜스를 감소시키는 그런 무거운 방식을 피하고자 한다.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들은 내가 찍은 사진들과 함께 출판사의 온라인 카페에 올릴 생각이다.

그랑제  어쨌거나 매우 고마운 일이다. 보아하니, 한국 독자들도 스릴러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세욱  그렇지는 않다. 스릴러는 SF와 마찬가지로 하위 장르에 속한다는 편견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당신처럼 스릴러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는 작가도 드물고 독자들도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당신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 스릴러의 황제’라는 별명에 걸맞은 정도는 아닐지라도.

그랑제  한국의 스릴러 영화는 매우 강력해 보이던데.

이세욱  한국 영화를 많이 보는가?

그랑제  스릴러 영화를 여러 편 봤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아주 훌륭하더라. <괴물>도 봤다. 비록 영화를 통해 풍광을 보았을 뿐이지만, 한국이 매우 매력적인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일본 가는 길에 부산을 경유한 게 전부라서 한국에 가봤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

이세욱  여행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당신은 여행을 아주 많이 하는 작가로 알고 있다. 『미세레레』를 번역하면서 소설의 무대로 설정된 파리의 여러 성당과 몽수리 정수장, 라르마탕 서점 등을 찾아가보았다. 『늑대의 제국』을 번역할 때는 터키를 여행하기도 했다. 일종의 ‘그랑제 문학 순례’인 셈인데 그때마다 공간의 특성을 포착하는 당신의 감수성에 놀랐다.

그랑제  대학 시절에 나는 지독한 책벌레였다. 책만 들이파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서와 사색에 몰두했을 뿐 여행 따위는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책이었고, 가장 멋진 여행조차 책 속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공부를 마치고 언론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르포 기행을 많이 하게 되었다. 프랑스 밖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던 내가 온 세계를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뉴욕 같은 대도시들뿐만 아니라 북극 지방이나 사막이나 정글 같은 아주 험난한 여행지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공간에 대한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르포 기사를 쓰는 한편으로 여행중에 내가 느낀 바를 기록해나갔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자 그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경험, 공간에 대한 감수성을 활용해서 추리소설을 쓸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사실 추리소설은 언제나 여행을 담고 있다. 어떤 세계, 어떤 영역으로 들어가는 여행 말이다. 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주인공들과 더불어 칠레와 아르메니아를 여행하고, 다른 나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요컨대 나는 여행, 취재, 조사 작업, 시사 감각, 어떤 여행지에서 받은 인상 등이 내 소설들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을 아주 기쁘게 여겼다. 하지만 서른 살이나 되어서야 여행을 하기 시작했으니 아주 늦은 나이에 세상물정을 알게 된 셈이다.

이세욱  내가 알기로 당신은 한때 악의 기원에 관한 3부작을 쓰고자 했다. 그런데 프랑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당신이 그 생각을 버렸다고 한다. 그게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이유는 무엇인가?

그랑제  사실이다. 3부작이라는 틀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3부작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랑스에서 3부작을 쓰는 것이 너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작가치고 3부작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다. 스릴러 작가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심하다. 그래서 나는 3부작 타령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애초에 계획했던 작품들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구상했던 3부작의 첫 작품은 잘 알려진 대로 『검은 선』이고, 두번째 작품은 악마의 문제를 다룬 『림보의 서약』이다. 세번째 책은 『혼령의 숲』인데, 선사시대로 거슬러올라가는 악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인간이 악한 동물이라는 것, 같은 종의 개체들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는 희귀한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결국 나는 독자들에게 약속한 대로 3부작을 다 쓴 셈이다. 다만 그 작품들에 ‘3부작’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모든 소설에서 악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세레레』를 읽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당신의 3부작 가운데 마지막 권을 읽었는데 아주 좋더군요.” 『미세레레』는 3부작에 들어 있지 않지만, 독자들은 이 작품 역시 악의 기원을 규명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모든 책에서 악이란 무엇인가?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세레레』 역시 악에 관한 하나의 설명이다. 이 작품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나쁜 교육의 문제를 다룬다. 이런 문제를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벌어진 흉악한 범죄들을 놓고 보면, 괴물과도 같은 범인들의 배후에 끔찍한 어린 시절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악의 열쇠, 악의 기원은 사랑이 없는 세계,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나쁜 교육이다.

이세욱  사실 폭력이나 악은 당신의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요한 주제다. 한국의 일부 독자는 당신의 소설들이 인간의 잔인하고 어두운 이면을 매우 충격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듯하다. 당신이 폭력을 묘사하는 것은 사회 고발의 한 형식인가?

그랑제  언제나 그렇다. 처음엔 약간의 오해도 있었다. 내 소설에 나오는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내 묘사가 너무 치밀하고 정교하다면서 나 자신이 폭력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말했다. “아니다. 작가들은 언제나 자기 안에 있는 어떤 문제에 관해서 글을 쓴다. 내가 폭력에 관해서 글을 쓰는 것은 폭력이야말로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폭력을 용인한 적이 없다. 폭력을 이해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에 관한 글을 쓴다. 그들은 사랑의 문제를 안고 있다. 나라고 해서 애정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문제에 관해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인간은 왜 폭력적인가? 인간은 왜 타자에게 고통을 가하는가? 나에겐 그게 미스터리다. 나는 인간의 그 미스터리에 관해서 쓰고 싶다.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를 보든 인간이 괴물로 돌변했던 시기가 있다. 나는 몇몇 아시아 국가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거기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1978년 캄보디아에 혹독한 독재체제가 들어섰을 때 문맹의 젊은 농민들이 갑자기 괴물로 변하여 사람들을 죽였다. 이십 년 전에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그런 사건들을 다룬 책들을 많이 읽었다. 사람들이 돌연 괴물로 변하는 일은 캄보디아나 르완다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벌어진다. 인간은 그럴 수 있는 존재다.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잔인한 괴물로 변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내 소설들은 주로 악당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악한 자들은 사람들을 잇달아 살해함으로써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런데 전쟁 때에는 모든 병사가 연쇄살인범으로 변할 수 있다. 한 가정의 착한 아들이었던 병사가 갑자기 상부의 명령을 받고 살인마로 변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런 현상은 인류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전에는 내가 그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늘 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인간은 왜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지 못하는가? 인간은 왜 타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는가? 정말이지 나는 그 물음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다.
나는 다음 소설에서도 그 문제를 다룬다. 선사시대에 인간들 사이에 폭력과 전쟁이 출현한 것은 그들이 농업과 목축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남의 가축과 식량을 훔치려고 함에 따라 전쟁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모두가 생존하기에 급급했다. 먹을 것을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도처에서 짐승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다가 원시 상태에서 조금 벗어나 경작을 시작하고 가축을 갖게 되면서 자기네 것을 노리는 이웃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 만남에서 소유 의식과 시샘과 폭력이 생겨난다.

이세욱  장자크 루소가 생각난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나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인가?

그랑제  그렇다. 바로 루소가 한 얘기다. 인류 역사의 초기에는 착한 미개인이 있었다. 소유가 발생하면서 착한 미개인이 악당으로 변한 것이다. 루소가 약간 몽상적이긴 했지만,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시샘, 이웃이 가진 것을 탐하는 마음, 그것이 문제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세욱  다시 『미세레레』로 돌아가서, 프랑스 언론의 보도를 보니까 이 작품의 탄생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전하고 있더라. 애초엔 영화의 시나리오로 구상되었다던데……

그랑제  사실을 말하자면 이렇다. 나는 프랑스의 한 영화잡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시네 라이브>라는 잡지다. 그 친구들이 한 가지 기획을 했다. 작가들에게 자기들이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고르게 한 다음 그 영화의 속편을 구상하여 시놉시스를 쓰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가장 먼저 원고를 청탁하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서 속편이 나오지 않은 작품을 고르라고 했다. 나는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마라톤 맨>을 골랐다. 당신도 아마 보아서 알겠지만, 아주 훌륭한 스릴러 영화다. 나는 그것의 속편을 구상했다. <마라톤 맨>에서 나치 잔당과 대결을 벌였던 주인공이 몇 해 뒤에 다시 나치 잔당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상상했다. 동일한 주인공이 남미와 미국에 정착한 네오나치 세력과 대결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나갔다. 읽어보니 재미가 있었다. <시네 라이브>의 친구들에게 원고를 보냈더니 아주 훌륭하다면서 잡지에 곧 싣겠다고 했다. 내 소설을 내는 출판사에도 미리 알려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알뱅 미셸 출판사의 사장에게 말했다. “리샤르, 미리 알아두라고 하는 얘긴데, 이런 시놉시스를 잡지에 실을까 하는데……” 그는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니, 이런 것을 잡지에 거저로 내준단 말이야? 말도 안 돼. 잡지에 실을 수 없어. 이 시놉시스로 소설을 쓰게. 내가 잡지사에 협박을 해서 싣지 못하게 하겠어. 만약 그들이 이것을 싣는 날에는 소송을 당하게 될 거야.” 결국 <시네 라이브>는 시놉시스를 싣지 못했고, 나는 그것을 바탕으로 『미세레레』를 썼다. 결과적으로 리샤르의 생각이 옳았다. 덕분에 내가 멋진 소설을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세욱  몇몇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쓴 것으로 아는데, 요즘도 시나리오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가?

그랑제  이젠 영화 쪽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때는 내가 구상한 이야기를 시나리오의 형태로 쓰기도 했다. <비독>이 그런 경우다. 내가 시나리오를 썼지만 나는 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는 그런 식으로 작업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어떤 멋진 이야기가 떠오르면 소설을 쓸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만 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나는 혼자 작업할 것이다.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 자기가 구상한 이야기를 남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시나리오 작가든 자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만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제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

이세욱  당신의 소설들을 영화로 각색하는 일에는 여전히 참여하고 있지 않은가?

그랑제  내 소설을 각색하는 경우에는 감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어느 정도 작업에 참여한다. 현재는 『미세레레』의 각색을 놓고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이다. 곧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미켈레 플라치도를 만나기로 했다. <로만초 크리미날레(범죄 소설)>라는 갱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그 영화 한번 봐라. 한 세대 전의 이탈리아 사회를 아주 잘 보여주는 훌륭한 영화다. 그 감독이 『미세레레』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한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다음에 만나면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른 소설들의 공동각색 작업은 제대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처음으로 각색한 영화를 봤을 것이다. <크림슨 리버> 말이다. 관객들은 그 영화의 결말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영화의 결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샀다. 그것을 두고 나는 곧잘 이런 농담을 했다. “영화를 잘못 만든 것이 나에겐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덕분에 책을 많이 팔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제 곧 <미세레레>의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 아 그래, 한 가지가 더 있다. 카날 플뤼스에서 방송하게 될 스릴러 시리즈의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카날 플뤼스는 프랑스의 거대 티브이 채널이다. 거기에서 <황새의 비행>을 가지고 시리즈를 만들기로 했다. 원래 어떤 제작사에서 영화를 만들겠다고 가져간 작품인데 십 년이 지나도록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저작권을 되찾아서 다른 제작사와 티브이 시리즈를 만들기로 다시 계약한 것이다. 사실 내 소설들을 영화화하는 데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영화로 각색하기에는 너무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데군데 잘라내어 영화를 만들기는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 난관이 너무 많다.

이세욱  『검은 선』과 『림보의 서약』도 영화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랑제  먼저 『림보의 서약』에 대해서 말하자면, 처음엔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로 한 감독은 내 친구인 프레데릭 셴데르페르다. <범죄 현장> <비밀 요원> <악당> 등을 만든 감독이다. 우리는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다. 그뒤에 제작자가 다른 것을 요구해왔다. 그 바람에 소설의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내가 보기에 셴데르페르는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 프로젝트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영화라는 게 늘 그런 식이다. 몇 해 동안 공을 들이고도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가기 일쑤다.
『검은 선』은 프랑스의 또다른 감독 올리비에 마르샬이 영화로 만드는 중이다. 캐스팅은 이미 끝냈다고 하는데, 감독이 티브이 쪽의 다른 일을 맡는 바람에 촬영이 지연되고 있는 듯하다. 내 소설들이 영화로 각색될 때마다 매우 불안하다. 결국 내 소설과 전혀 다른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이세욱  어쨌거나 소설을 낼 때마다 영화 제작자들이 달려든다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가 아닌가?

그랑제  그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 사실 내 소설들을 가지고 만든 영화가 크게 성공한 적은 없다. <크림슨 리버> <늑대의 제국> <돌의 집회> 어느 것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제작자들이 계속 내 소설을 산다. 대개는 어떤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제작자들이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그게 영화 산업의 생리가 아닌가? 그런데 내 경우에는 매번 제작자가 나타난다. 내 이야기를 가지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세욱  <돌의 집회>의 여주인공을 캐스팅할 때, 당신이 직접 모니카 벨루치를 선택했다는 보도를 봤다.

그랑제  그건 기자의 추측이다.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영화판에서 작가에게 무슨 힘이 있는가? 내가 영화 제작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흔히들 영화에서는 감독이 대장이다, 제작자가 대장이다 하는 식으로 말한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영화판에는 대장이 없다. 영화마다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모니카 벨루치를 캐스팅한 것은 당시에 그녀가 스타였기 때문이다. 그런 스타가 주연을 맡으면 영화가 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 대장은 바로 모니카 벨루치다. 시나리오 작가는 대개 여러 번 작품을 고쳐쓴다. 처음엔 제작자의 주문에 따라 시나리오를 쓴다. 그러고 나서 감독이 선정되면 이번엔 감독의 요구에 따라서 모든 것을 다시 쓴다. 새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감독은 캐스팅에 들어가고 스타를 끌어들인다. 그러면 작가는 그 스타에 맞춰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그게 말이 되는가? 피카소가 해놓은 스케치에 다른 사람들이 와서 색칠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영화판에는 늘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나중에서 끼어들어서 걸작 스케치를 망쳐버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일이 제대로 되겠는가?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것은 뤽 베송처럼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이세욱  당신이 직접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 때는 없는가?

그랑제  없다. 정말이지 그건 전혀 다른 일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나는 작가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알지만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모른다. 다음으로, 영화는 글쓰기와 전혀 다른 직업 철학을 요구한다. 소설을 쓸 때 나는 아무의 간섭도 받지 않고 혼자 작업한다. 나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영화를 만들 때는 그와 정반대다. 영화감독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촬영감독의 의견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하고 배우들을 배려해야 하며 제작자의 요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탠리 큐브릭이 그러지 않았는가. 영화감독 노릇을 하는 것은 놀이공원의 범퍼 카를 타고 『전쟁과 평화』를 쓰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나는 그저 내 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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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12-0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랑제의 '미세레레'는 이세욱님의 번역이어서 더 기대됩니다.
검은선이 충격적이었지만 참 좋았고...그래서 그의 전작을 두루 섭렵하게도 됐었으니까요.
이세욱님의 경우 '로아나'에서 신뢰을 굳히게 되었는데,
로아나 한권을 번역하기 위해 영역본까지 두루 섭렵하신 열정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암튼, 책은 주문 완료 하였으니,
'닥치고 독서~!'하면 될테고,
혹시, 인터뷰 전문 내용을 볼 수 없을까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2-05 16:31   좋아요 0 | URL
네, 인터뷰 전문은 2권 맨 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비밀인데요. 이세욱 번역가를 직접 만나는 행사도 곧 할 겁니다.;
 

번외 코너로 독자 여러분의 투고작을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 공개된 작품은 저작권과는 관계 없으나 추후 다른 공모전 등에 개정 응모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응모전마다 기존 발표작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 명확하게는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 

clancy님의 투고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아이들의 장난 

살랑살랑 봄바람에 총각 가슴도 처녀만큼이나 설렌다. 하물며 눈앞에 연분홍 플래어스커트와 착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나는 티셔츠 차림의 아가씨가 하늘하늘 걸어간다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바람을 타고 온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골목을 나오는 찰나 내 앞을 스쳐간 짧은 사이 시야에 박힌 그녀의 프로필이 아른거린다. 뽀얀 피부, 볼록한 이마, 오뚝한 코, 소녀시대 윤아를 연상시키는 청순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이중적 매력.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 뒤를 쫓으며 원래 가려던 길과는 반대로 가고 있었다. 딱 내 이상형의 외모, 차림으로 보아선 대학생이나 되었을까. 불알 달고 태어나 이런 인연을 그냥 흘려보낼 순 없었다. 어떻게든 말이라도 걸어 볼 생각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녀가 멈춰 섰다. 혹여 내가 쫓아오는 걸 눈치 챈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움찔했지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기 위한 것임을 곧 눈치 챘다.  

어떻게 말을 거나 머릿속으로 궁리하는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에 쬐깐한 사내애 셋이 우르르 몰려 선 게 보인다. 어림잡아 3,4학년이나 되었을까. 녀석들은 그녀 뒤에 몰려서선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낄낄 거렸다. 바로 옆이다 보니 녀석들 이야기가 어쩔 수 없이 귀에 들려온다.  

“뚤래! 난 5천원.” 

“씨발, 그럼 엄창 걸고 만원!” 

하, 쥐방울만 한 녀석들이 말본새 하고는 절로 혀를 차게 된다. 슬쩍 보니 멀쩡하게 생긴 것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이커, 명품들로 치장한 도련님들이다. 개중 하나가 흘끔 그녀를 곁눈질 하며 음흉하게 웃고 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쨌든 놈들도 남자였고 그녀는 팔랑거리는 스커트 차림이다. 저 나이또래 녀석들이 어떤 놀이를 즐기는지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으니, 아니다 난 저 정도로 되바라지진 않았지.  

순간 그녀와 가까운 쪽 녀석이 살금살금 그녀 옆으로 다가선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나의 우려가 맞아 떨어진 건가.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 놈들이 예의 ‘아이스께끼’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그리곤 도망치려는 녀석을 잡아 혼내준다. 그러면 나에 대한 그녀의 호감도가 상승할 것이다. 자연스레 대화로 이어지고 번호도 딸 수 있을지 모른다.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란 생각마저 들었다. 순간 가운데 녀석이 옆의 녀석 옆구리를 툭 치는 게 보였다. 일단 현행범으로 잡을 수 있게 기다리자, 그녀의 치마 속 구경은 덤으로 생각하고. 

신호를 받은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녀석은 무심한 듯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역시 익숙한 장난이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신호등만 줄곧 바라보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딴 짓을 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그녀처럼. 그때 누군가 앞으로 나서면 무의식중에 신호가 바뀐 줄 알고 따라 나서게 되는 거다. 그리고 잘만하면 옆의 사람이 신호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착각해서 횡단보도를 건너게끔 할 수 있다. 물론 무심코 앞으로 나섰던 사람은 바보가 된 느낌을 받으며 금방 뒤로 물러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에 정신이 팔려 주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끼이익!’ 

타이어가 아스팔트와 마찰하며 일으키는 소음이 귀청을 흔들었다.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그녀가 공중에 떠올랐다. 가냘픈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를 튕겨 나가 반대편 차선에 신호 대기 중인 은색 소나타 후드 위로 떨어진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하늘을 보고 있다. 하지만 후드 반대쪽에 걸린 다리는 지면을 향하고 있다. 충격으로 허리가 완전히 돌아간 모양이다.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녀를 친 택시 운전사가 문을 열고 나왔고 은색 소나타 운전자도 벌벌 떨며 밖으로 나오다 그만 주저앉는다. 소란 속에서도 그녀는 미동조차 않는다. 나는 그제야 망할 놈의 초딩들을 찾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앞에선 이미 녀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길 건너 코너를 돌아가는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어가던 놈들 중 하나가 옆의 녀석을 툭 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척 했던 놈이다. 못된 장난질의 주동자. 멍청한 내가 순간이나마 응원을 보낸 녀석. 순간 시야에 들어온 광경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옆의 아이가 놈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고 있었다.

 

 
 



오해의 변 

"그래, 끝내. 이 미친 새끼야!“ 

토요일 아침 전화벨소리에 비몽사몽 기다시피 잠자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보세요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리고 내가 어, 저, 뭐 따위를 늘어놓는 사이 그녀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회사 일이 바빠 몇 차례 약속을 어긴 것으로 심하게 다투긴 했지만 거기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를 바로 어젯밤 전달했었다. 간밤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그녀의 이런 반응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12월, 이제 두 주 후면 크리스마스였고 뒤이어 송년이네 신년이네 이벤트가 이어질 텐데 그 전에 우리 사이 꼬인 감정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어젯밤 그녀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를 사들고 찾아갔던 것이다. 늦게까지 야근을 하느라 그녀가 자취하는 원룸 건물이 보이는 골목 어귀에 도착했을 때엔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12월 서울의 밤공기는 기록적 추위를 보이고 있었다. 영하의 기온에 얼어붙은 얼굴은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을 때마다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달랑 하나뿐이던 가로등도 맛이 가버려 골목은 칠흑처럼 컴컴했다. 덕분에 튀어나온 블록에 발이 걸려 제대로 자빠지기까지 했었다. 그 바람에 가슴에 품고 있던 종이봉투에서 군고구마들이 튀어나와 골목길 위를 굴렀다. 핸드폰 액정 불빛에 의지해 얼른 주워 담긴 했는데 혹시 흙이라도 묻었던 것일까? 하지만 겨우 그런 정도로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낼 여자는 아니다. 감기 기운이라도 있는지 머리가 욱신거렸다. 쪼그리고 앉아 다리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뭐가 문제인지 떠올려 본다. 전달 방법이 문제였을까. 토라진 그녀가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문 앞에 봉투와 편지를 놓아두고선 건물을 빠져나와 문자를 보냈었다. 

‘문 밖에 선물 놔두고 가. 잘자용.’ 

발신함에 저장된 문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흔히 하는 농담처럼 이모티콘이 없어서 그런 건가. 아니다, 그것도 이 정도 화를 불러일으킬 이유는 아니다. 그럼 편지가 문제인가? 편지의 내용은 나의 잘못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들까지 조목조목 열거하며 무조건 잘못했다며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근무 시간 틈틈이 쓰긴 했지만 몇 번이고 내용을 확인했고 심지어 팬시점에서 산 낯 뜨거울 정도로 아기자기한 편지지에 손 글씨로 직접 정성들여 쓴 것이었다. 좋아했다면 모를까 화낼 이유는 없는 형식과 내용이다. 아님 고구마인가, 아니다 가늘고 길어 볼품은 없지만 맛만큼은 끝내주는 고구마는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품종이다. 그럼 대체 뭐야? 문제는 다른 데 있나. 내가 또 뭔가 그녀 성질을 건드릴 만 한 짓을 했었나? 갑갑한 마음에 마른세수를 한다.  

‘뭐지?’  

뭔가 구린 냄새가 나서 보니 오른손 끝에 희미하게 갈색 얼룩이 묻어있는게 보인다. 코를 가져다 대 보니 제대로 똥냄새가 올라온다. 어째서? 순간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진다. 길고 가느다란 고구마, 영하로 떨어진 기온, 어두운 골목길, 자빠지며 쏟아진 고구마를 주워 담던 일. 그녀가 사는 동네엔 유달리 유기견이 많다. 그 골목길을 오가며 몇 번인가 개똥을 밟을 뻔 했던 경험도 있었다. 

설마! 

아마도 그녀는 간밤에 바로 고구마를 먹진 않았을 것이다. 요즘 다이어트 중이니까. 편지만 읽어보고 아침이나 되어서 봉투를 열어봤겠지. 모든 게 아귀가 들어맞는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내 이야길 믿어줄까, 내 사과를 받아줄까. 이번엔 좀 더 제대로 된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향수가 좋을 것 같다.

 


 


형의 이별 공식

효정이가 사라졌다. 3일 전부터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 혼자 사는 자취방엔 몸싸움의 흔적이 있었다. 옆집에서도 실종 전날 밤 남자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프랑스 유학을 4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경찰에서도 단순가출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었다. 자연히 의심의 눈길은 남자문제로 향했고 경찰이 나를 찾아왔다.  

“민형도씨 혹시 형님은 어디 계신지 알아요.” 

실종일 알리바이와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난 때 등을 물어보던 떠꺼머리 형사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형에 대해 물어본다는 건 효정과 형의 관계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불쾌한 불안이 뱃속에서 꿈틀거렸다.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며 형사를 돌려보내고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두서없는 상념의 단편이 얼음 결정마냥 가지를 뻗어나간다. 효정과 형은 같은 과 선후배 사이였다. 서로 술자리에서 몇 번인가 마주치던 둘은 어느 새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형의 이름은 형진, 둘이 같은 알파벳 이니셜이라며 재수생이던 나에게 헤죽거리던 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성적이고 수줍은 형에게 효정이는 곧 질리고 말았다. 싸움이 잦아졌고 언성이 높아질 때도 늘었다. 두 번째 수능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겨울밤 효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과 심하게 다투었다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했다. 그녀의 불만을 받아주며 밤새 술을 마셨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뜬 건 허름한 모텔방 침대에서였다. 죄책감과 불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재수생이란 신분에 억눌렀던 욕구는 지난 1년간 분출할 구석만 찾고 있었으니까.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쨌든 형과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었으니까. 사정 이야기를 들은 형은 힘없이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그럼 안 되잖아.” 

그 모습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우리 형제가 애지중지하던 햄스터가 죽었을 때였다. 내다버리라는 어머니의 말에 곧잘 수긍했던 나와 달리 형은 울먹이며 그럼 안 된다고 웅얼거렸다. 형은 미물에게 쏟던 애정을 쉽게 거두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형은 똑같았다. 

한동안 형이 효정이에게 계속 매달린다는 사실을 그녀의 입을 통해 들어야 했다. 심지어 나에게 형을 설득해보라는 말까지 했다. 드디어 대학에 합격해 신입생 기분을 낼 시기였기에 나는 효정이도 형도 귀찮게만 느껴졌다. 효정의 연락을 씹어버리기 시작했고 형과의 사이도 어색해졌다. 결국 형은 자원입대했고 얼마 못가 나와 효정이의 관계도 끝이 나버렸다.  

어느 새 밤이 되었다. 집엔 나 혼자였다. 부모님은 나흘 전부터 강원도에 가있었다. 형이 탈영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신병의 탈영,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의 실종. 다들 빤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둘이 다시 만나고 있다는 건 모를 것이다. 언젠가 전화로 형이 말해줬다. 효정이 면회를 왔다고, 외출 끊고 부대 앞에서 만났다고. 아직 미필이라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마침 핸드폰 벨이 울렸다. 효정이 번호다. 순간 미친년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쩌면 우리 형제 사이에서 핑퐁질 하는 걸 즐기고 있는 지도 모르지. 

“여보세요” 

아무런 답이 없다. 다시 여보세요 묻고 귀를 기울이자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뭐야, 효정이 너 혹시 우리 형이랑 같이 있어?” 

순간 ‘가가가각’ 무언가 긁어대는 듯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른 장작 갈라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긋난 태엽소리 같기도 한 기분 나쁜 소리에 난 몸이 굳어버렸다.  

죽은 햄스터는 락앤락에 담겨 한동안 냉동실에 보관됐다. 마냥 썩게 방치할 수도 없고 형의 반대에 버리지도 못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밤엔가 나는 보았다. 아무도 없는 주방, 냉장고 불빛 속에서 락앤락 통을 든 형이 무언가 먹고 있었다. 가가각, 가가각. 작은 뼈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귀에 날아와 박혔다. 그것은 사랑을 쏟던 존재를 차마 보내지 못한 형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가가각, 가가가각. 전화기에서 그날 밤 들었던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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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 2011-12-0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장난'은 잘 읽긴 했는데 마지막이 이해가 되지 않네요;
'오해의 변'은 웃음이 나오게 하는 작품이네요. *을 집어들고 있는 여자를 상상하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형의 이별공식'은 마지막이 오싹~하네요. 역시 재밌게 읽었습니다.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 본상 수상작 

 

 

대상

독점

 

나는 요즘 죽고만 싶다. 왜냐하면 아빠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 형준이가 밉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나는 이 집에서 찬밥 신세가 되었다. 매일 아침 엄마와 산책을 나가는 일도 없어졌고,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가 안아주는 것도 이제는 항상 형준이었다. 

나는 지금 너무 괴롭다.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나의 이런 마음을 엄마 아빠에게 표현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들에게 ‘엄마! 아빠!’ 하고 불러보고 싶지만, 그 말은 항상 목에 걸려서 나오지 않는다. 항상 내가 원하지 않는 이상한 소리만 자꾸 나온다. 그런 내가 너무 밉고, 나 자신이 싫다. 나는 자기혐오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살이 말라가고 있었다. 

오늘도 평상시처럼 내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내 앞에 놓인 밥그릇을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러자 형준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있던 엄마가 나를 쳐다보며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형식이 너 오늘도 또 밥 남기는 거야? 너 자꾸 그러면 엄마가 다른 집에 보내버린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허겁지겁 밥그릇에 담긴 바삭바삭한 밥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이런 하찮은 일로 부모에게 버림받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밥그릇을 싹싹 비운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안기며 뽀뽀를 시도했다.  

“어머, 얘가 왜 이래? 냄새 나! 절로 가!” 

엄마는 나를 거칠게 떼어놓으며 형준이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가버렸고, 혼자 거실에 남겨진 나는 슬펐다. 역시 엄마한테는 형준이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엄마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슬퍼졌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 대신 침만 입 주변으로 흘러내렸다. 눈물 하나 마음대로 못 흘리는 내 자신이 너무 처량해서 죽고만 싶었다. 내가 나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 만큼, 형준이가 죽도록 미워지는 날이었다. 

한 달 동안 나는 집에 형준이와 나만 남겨지는 순간을 간절히 기다렸다. 그동안에는 엄마 아빠 말도 잘 들었고, 형준이와도 최대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긴 시간 동안의 나의 인내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지금 나는 형준이와 단둘이 거실에 있다. 드디어 복수의 기회가 온 것이다. 나는 버릇처럼 침을 질질 흘리면서, 서서히 형준이에게 접근했다. 

미란은 요즘 형식에게 너무 소홀했던 게 마음에 걸렸던지 형식이 좋아하는 햄을 잔뜩 사가지고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왔습니다.” 

습관처럼 하는 그 말에 형식이 현관에 와서 그녀를 반긴다. 그녀는 형식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며, 이제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녀의 예쁜 아들 형준이 그녀의 이런 습관에 어서 오세요 엄마, 하고 자신을 반겨줄 거란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잠시 형식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거실로 들어서는 미란. 형식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른다. 

투두둑. 미란이 손에 들고 있던 볶음용 햄이 든 비닐봉투가 바닥에 떨어지며 낸 소리였다. 

거실 바닥은 원래 작은 ‘동물’이었을 거라고 짐작되는 작은 고깃덩이들이 산산조각 난 채 흩어져 있었고, 그 고깃덩이에서 나온 피라고 짐작되는 붉은 액체가 거실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미란은 천천히 그녀의 발에 들러붙어 ‘꼬리를 흔들고 있는’ 형식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쓰다듬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형식의 ‘주둥이’에는 붉은 액체가 잔뜩 묻어 있었다. 

나는 ‘세 번째 다리―남들한테는 없는 나만의 다리’를 있는 힘껏 좌우로 흔들며 엄마에게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멍 멍 멍!” 

그러고는 이제는 제발 나만 사랑해달라고 애원했다. 

“왈, 멍, 왈왈, 멍멍!” 

아, 나는 대체 언제 말을 할 수 있게 될까. 얼른 말을 배워야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을 수 있을 텐데. 

거실에는 개 짖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고, 형준이라고 불리던 고깃덩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미란이 서 있다. 
 

 

 

 

우수상

경품 당첨


 
“또 된 거야? 남들은 한 번도 안 되는 걸 자기는 매번 잘도 되네. 회사에도 경품 당첨되는 것처럼 떡하니 붙으면 참 좋을 텐데.” 

경품으로 온 헤어드라이기를 바라보며 퇴근한 아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 받아놨지?”  

부끄럼 없이 옷을 벗으며 욕실로 들어가는 아내. 지금의 우리는 설렘 따윈 예전에 사라진, 사랑 없는 권태기 부부였던 것이다.  

“이따가 오늘 받은 행운의 드라이기로 머리도 말려줘.” 탕에 몸을 담군 아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잘나가는 아내와 달리, 반년 전 정리해고로 전업주부가 되어버린 나. 사십을 코앞에 두고 재취직에 자신감을 잃어갈 무렵, 경품응모나 할까 시작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아내는 물론 탐탁지 않은 듯했고 “우리 아이 갖지 않을래?” 하고 무심코 꺼낸 말에는 각방까지 쓰기 시작했다. 경품 응모를 하면서 신기했던 점은 당첨된 물건들이 하나같이 집에서 망가져 사용할 수 없게 된 것들이나 내가 꼭 갖고 싶어 했던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누군가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이상했고, 이게 만약 운이라면 얼마 안 가 운이 다 소진될까 두려울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 회사 동료였던 여자에게서 온 “만나고 싶어요.”라는 한 통의 문자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은 그때는 몰랐다. 미혼인 그녀는 예쁘지는 않았지만 아내와는 달리 상냥했고 그래서 잠시 사귀었었다. 그녀와 다시 만난 나는 지금의 아내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그녀에게 전보다 더 매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입에서 “나 임신했어요.”라는 말이 나오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자 나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된다. 그것은, 내 인생의 마지막 행운처럼 온 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  

“우리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한 걸까?”  

떠보듯 꺼낸 말에 아내가 대답했다. “행복은 본인이 만드는 거야. 남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고.”  

지금의 나는 가진 것이 없다. 모두 아내의 것. 자연스럽게 지금 가진 것을 유지하면서 새 생활을 시작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 끝에 나는 그날부터 여행 상품권이 걸린 경품에 응모했다. 혹시 안 되더라도 내 돈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모종의 음모까지 준비하면서. 역시 이번에도 행운이 따랐다. 여행권이 온 것이다. 아내에게 제주도 여행을 제안했다. 웬일로 흔쾌히 승낙했다. 아직 초여름이지만 밤바다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아내는 그날따라 이상하리만큼 내 의견을 잘 따라주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분위기에 이끌린 척 아내를 로맨틱하게 안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아내가 방심한 사이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있는 힘껏 깊은 바닷물 속에 처넣어버렸다. 그녀가 괴로운지 심하게 발버둥을 쳤다. 얼마 후 그녀의 미동은 멈췄다. 나는 그 길로 호텔로 뛰어가 아내의 사고를 알리며 도움을 청했다.  

아내의 장례식 날. 그녀의 회사 동료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여자 후배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배는 남편 분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남편 분의 경품 취미를 시간 날 때마다 메인컴퓨터로 지켜보고 있었어요.”  

“무슨 말이에요?”  

통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내가 묻자 “원격제어예요. 집의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심어놓으면 다른 컴퓨터에서, 연결된 집의 모니터를 볼 수 있는 거죠.”  

그 순간 여태 있었던 모든 일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아내가 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고요?”  

“네. 그리고 불임이셨다면서요……? 그것 때문에 선배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여행 간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다음 날 나는 아내와 함께 진료를 받았던 병원을 찾았다.  

“남편 분에게는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우편물을 챙겼다. 아내의 카드명세서를 뜯자, 여태 왔던 경품들이 결제되어 있었다. 당첨자 목록에 이름도 없었는데 운이 좋아 당첨됐다고 행운을 믿은 나. 인생에 없을 내 아이가 생겼다고 행복해하던 나. 이런 최악의 바보 같은 내가, 내 생애에서 최고의 경품인 아내를 죽인 것이다. 아내가 타살임이 밝혀졌는지, 창문 너머로 경찰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모든 것을 단념한 채 헤어드라이기를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퇴근한 아내가 습관처럼 몸을 담갔던 욕조의 물속에 몸을 뉘였다.  

“행운의 드라이기로 머리도 말려줘.”  

살아생전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그 말대로 드라이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아내를 마지막으로 본 바닷가의 물속에서 그녀가 날 데리러 오는 듯 어둠속에서 헤엄쳐 오고 있었다.
 

 

 

가작

강의실 7101호 

딸깍. 소리가 났다. 

누구지?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다. 

벌써 며칠째 환청에 시달렸다. 소리가 난 곳에 아무도 없으니 환청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귀신인가? 하지만 그런 것이 있을 리 없다. 율곡관 1층의 작은 강의실. 복도 끝에 자리한 이곳은 6시가 넘으면 항상 입을 다물었다. 그저 낮 동안 사람들이 일으킨 먼지가 가라앉으며 투욱 툭 소리 낼 뿐이다. 난 그걸 눈 내린다 말한다.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간 사람들의 발걸음에 눈이 허공으로 솟았다가 다시 소복이 쌓인다. 강의실의 저녁은 항상 눈 내리는 겨울이 한창이고 나는 매번 추위를 느낀다. 

밤마다 강의실을 찾은 지 벌써 수년이다. 마음을 내려놓을 곳을 찾아 고르고 골라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이 강의실은 내 학창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구도서관 자리로 철학과 전용강의실을 옮기기 전, 이 강의실은 철학과 전공이 1교시부터 9교시까지 이어지던 곳이었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창문은 아이비가 넝쿨째 뒤덮어 빛 몇 줄기가 겨우 들어오는 어두운 곳. 그나마 그 너머는 의대건물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젠장 맞을 강의실! 지청구꾸러기 같은 강의실이었지만, 전용강의실이 바뀌던 날, 난 교수님의 삐뚤빼뚤한 칠판 위 글씨와 허름한 책상들의 나열을 꽤 오래 바라보았다. 순간 위잉, 천장 위 프로젝터가 움직였다. 램프 수명이 다한 프로젝터는 누런빛을 쏘아대더니 어느새 다시 원위치로 머리를 돌리고 멈추었다. 그것도 벌써 삼 년 전 일이다.  

내가 이 강의실에서 하는 일이란 그저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다. 가끔 아이비 열매의 개수를 세거나 창문 앞 라일락의 잎사귀 수를 세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건 별을 헤는 것과 같아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바람이라도 불면 잎사귀는 그 위치를 바꾸고 나는 다시 하나, 둘…… 헤고 있다. 딸깍, 다시 소리가 났다. 놀라 뒤돌아본 곳엔 무뚝뚝한 표정의 경비아저씨가 서 있다.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날 무시한다. 그가 나가고 나는 그간의 환청이 그의 탓이었나 고개를 주억거렸다. 

난 다시 가만히 앉아있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멀리 건물 입구에서 자물쇠 채우는 소리가 들린다. 강의실 불을 켜는 법이 없는 나는 아저씨에게 들키는 법이 없다. 아침 5시, 다시 입구는 열린다. 그뿐이다. 

팔 년 전, 내게 작은 사건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고양이와 쥐, 개와 같은 동물들이 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정이 가까운 겨울밤에 난 곧 잠길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율곡관 옆 구름다리 위를 뛰고 있었다. 술에 취한 내 다리는 휘청거렸고, 어어 하는 사이 나는 5층 높이의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야아옹, 한참 후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놀랍게도 사위가 온갖 동물로 가득했다. 무얼 하는 걸까? 고양이가 내 낯을 핥았고, 난 인상을 썼다. 어느새 눈이 내렸고, 주위엔 온통 눈 위에 찍힌 동물들 발자국으로 가득했다. 눈은 계속 내려 내 시야를 가렸고, 나는 젠장, 젠장,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만큼 사랑해!! 팔 년 전 여자친구가 쓴 낙서가 흐릿해지긴 했지만 아직 창틀 아래에 온전히 남아 있다. 내가 죽고 몇 날 며칠을 울던 그녀는 내 후배와 사랑에 빠졌다. 내가 앉았던 이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이 나란히 수업을 듣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아이비 큰 잎에 숨어 숨을 죽였고, 난 책상 아래로 꼭 잡은 두 사람의 손을 보았다. 다 지난 일이다. 두 사람이 졸업한 지도 벌써 오 년이나 됐다. 나는 머물렀고, 모두 떠났다. 늙어가는 교수님의 얼굴이 그래도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다.  

딸깍,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난 문으로 다가갔다. 웬걸, 소리의 주인공들이 어느새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고양이가 내 다리에 등을 문질렀고, 쥐들은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기니피그들은 구석에서 뭔가를 계속 갉아댔고, 토끼는 의자 위로 뛰어올랐다. 어느새 개와 돼지도 들어오고 강의실은 난장판이었다. 동이 터오고 동물들은 하나 둘씩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줄지어 나가는 그 끝에 나도 선다. 그들은 줄줄이 창문 밖 동물위령탑 안으로 들어간다. 위령탑 앞에서 주저하던 나는 차마 그들을 따라 들어가지 못했다. 그저 한없이 슬퍼졌다. 결국 나는 다시 커다란 아이비 잎 밑으로 숨어들고 바람에 몸이 흔들렸다. 이내 강의실에 교수님이 오시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기나긴 낮은 끝나지 않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내 입에서 하이쿠 시인 바쇼의 시 하나가 어이쿠 튀어나왔다.  

너무 울어 / 텅 비어버렸는가 / 이 매미 허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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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152 2011-11-1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대상작 처음 3줄 읽고 "설마 개 아니야?" 헀는데...

clancy 2011-11-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정한 심사를 거쳐 뽑힌 작품들인 만큼 축하드리고 인정받아야 할겁니다. 아쉬움은 내 글 공개로 풀어봐요~ http://clancy.tistory.com/188

비로그인 2011-11-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4페이지 책읽고 비슷하게 쓰면 대상 주는군. 반전이 심사기준이면 처음 공고낼때 '미스테리 요소가 포함대 있어야 합니다.'는 또 뭐야? 미스테리 요소가 포함 된 것과 4페이지 형식을 따른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심사위원하고 주최측에게 농락당한 기분이다. 그냥 본심작들 제목이나 좍 적어서 우롱당한 사람들 기분이나 풀어달라!

지존뮤탈 2011-11-13 13:21   좋아요 0 | URL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4페이지 미스터리 단편선에 실린 작품의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을 뽑았다고 지금 주최측에 따지시는 겁니까? 도대체 공모전의 취지는 제대로 알고 공모전에 참가하신 것은 맞나요?
그래놓고 주최측에게 '왜 내 훌륭한 작품이 당선 되지 않았냐' '무슨 공모전이 이따위냐' 하는 식으로 따지시는 겁니까, 지금?

외국소설/예술MD 2011-11-15 11:09   좋아요 0 | URL
자신의 출품작도 수상작에 뒤지지 않는다, 혹은 내 작품을 꼭 보여주고 싶다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submind@aladin.co.kr로 작품을 보내 드리면 이 코너에 똑같이 게재해 드리겠습니다. 여기에서 다른 분들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지요? (메일 주소를 틀리게 기입해서 수정했습니다;)

지존뮤탈 2011-11-1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냐... 사람들이 심사가 왜 그렇게 비틀어졌습니까? 자신이 수상을 못 했다고 깎아내리는 데에 혈안이 된 꼴이라니...
정말 꼴사납군요.

clancy 2011-11-1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소설/예술MD / 메일주소 맞나요? 계속 발송실패하는데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1-15 11:08   좋아요 0 | URL
아...실수가 있었군요.; submind@aladin.co.kr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Moo 2011-11-1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품당첨>은 일본드라마 기묘한이야기의 한 회가 생각나네요. '네카마인 남자'.
표절했다는게 아니고 흐름이 비슷하네요. 남편이 부인을 죽이는 거나 알고보니 부인이 그랬다는거.

미도 2011-11-16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상에 대한 심사평이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라 해서 기대했었는데 반도 읽기 전에 알아버렸네요. 근데 4페이지 미스터리를 조금 읽어봤는데, 비슷한 형식의 글인거 같긴 해요. 어차피 공모전이고 프로가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할 순 없지 않나요. 무조건적인 비평은 좀 보기 않좋네요.

원더북 2011-11-17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모작 수가 많았던 것에 비해 한 분의 심사위원이 최종 수상작을 가리는 건 객관성이 상당히 떨어져 보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아직도 추리와 미스터리의 불모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알아줄만한 장르문학 작가 분들이 몇몇 분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 선정도 누구나 수긍할만 한 선택이 아닌 것 같구요. 오히려 여러 심사위원들이 함께 선정한 1차 심사작들이 객관성 면에서는 더 믿음이 가고 궁금할 따름입니다. 본선 심사에서 인터넷 네티즌 투표라도 하셔서 일정 부분 반영하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작품의 길이가 짧아서 가능하기도 하고 호응도 괜찮았을 텐데요.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다음 번에 또 이런 이벤트를 한다면 좀 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으면 해서 말씀드려 봅니다.

2011-11-18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1-11-2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작 작품이.. 무슨 내용이죠?

Moo 2011-11-2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선진출자 리스트는 안올려주시는 건가요? 당선작 발표 이후로 글이 안올라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1-12-01 12:29   좋아요 0 | URL
네 본선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늦게 전해드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fntlfnvmf 2011-12-0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상은 정말 의외네요.. '산책'이라는 단어에서 정체를 알았는데.. 그런 반전의 글도 심심치 않게 어디선가 봤던 것 같고.. 저는 가작이 감성적이라 너무 마음에 드네요 어쩐지..ㅎㅎ 미스터리한 느낌도 가장 많이 들고..ㅎ

manda 2011-12-0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상 좀 의외...반전을 암시하는 부분도 많고... 반전 자체도 그냥 뻔...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 수상작 1차분입니다. 참가상 다섯 작품을 먼저 공개합니다. 

문단은 단락이 나뉨에 따라 보기에 편하게 제가 나누었습니다. 그 외 재편집은 없습니다. 

즐겁게 보아 주세요! 

 

 

 

 

참가상 1.

거울

난 골목 한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그들의 얼굴을 훔쳐보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각자의 길을 향해 걷기 바쁘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먹을 걸 구걸하는 지저분한 노숙자일 뿐이다. 간혹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시켜 내게 돈을 던져주며 알량한 봉사정신을 교육하며 불쌍한 시선으로 동정하는 법을 가르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들에게 비참함을 느끼지 않는다. 나도 나름대로 그들을 통해 최대한의 희열을 맛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에겐 거울을 통해 상대방을 훔쳐보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있다. 이 거울을 갖게 된 건 일 년 전, 어느 겨울날이었다. 그때 난 지독한 추위와 배고픔에 괴로웠고, 동정 어린 시선들에 수치심을 느꼈다. 결국 죽음을 선택했고 그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처음엔 돈 되는 무언가를 기대했지만 그건 평범한 손거울이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무심코 비춰본 거울 속 내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허름한 행색의 거지가 아닌, 늙은 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언젠가 구걸하는 나에게 꺼지라고 욕을 했던 건물 주인이 지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자를 비춰보았다. 거울 속에는 값비싼 옷감에 휘감겨 있는 뚱뚱한 돼지만 있을 뿐이었다. 그날 이후, 난 죽을 생각을 접고 여기에 자리를 깔고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많은 동물들이 내 앞을 지나간다. 부유한 사람일수록 그 내면은 추악한 짐승이었다. 난 예전과 다르게 세상은 정말 공평하다는 걸 깨달았다. 양심을 팔면 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억울하지 않았다. 돈 대신 양심을 선택한 것이 내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은 날 불쌍하게 여기지만 오히려 정말 불쌍한 건 그들이었다. 가끔은 약한 동물들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아프거나 가난한 아이들뿐이었다. 언젠가 그들도 세상에 적응하면서 잔인한 짐승들로 변하겠지. 큭큭.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다. 꼬마아이들이 나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며 자기들끼리 웃고 장난치고 있다. 그래도 난 여전히 웃음만 날 뿐이다. 내 주변에는 못생긴 새끼 오랑우탄들이 있을 뿐이니까.
 

“이 녀석들아! 당장 그만두지 못해!”
 

멀리서 들려오는 호통 소리에 오랑우탄 아니,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또 어디선가 촬영을 하거나, 우월의식을 가진 자의 참견일 거라 생각했다. 비싸 보이는 양복을 입은 노신사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아이들을 훈계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내게 다가오더니 양복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지갑을 꺼내 수표 몇 장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노인에게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된 모습일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법칙이니까. 난 품속에서 거울을 꺼내 노인을 비춰보았다. 하지만 거울 속의 짐승은 늙은 쥐뿐, 노인은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쳤다. 난 이 거울이 사람의 모습도 비출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니, 그보다 부유한 노신사가 다른 이들처럼 추악한 짐승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경직되어 있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노인은 내가 보고 있는 거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인은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으로 거울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서둘러 거울을 옷 속 깊숙이 넣으며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 거울,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것 같군. 난 예전에 개였다네. 내 본성이 개라는 걸 알고 나는 충격을 받았네. 그래서 노력했지. 기부도 하고 봉사도 하고 남을 위해 죽을 뻔하기도 해서 신문에 나기까지 했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 거울을 통해 원래의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네. 자네도 열심히 노력해보게.”
 

머릿속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노인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돈도 많은 노인이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가치관이 산산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난 주머니 안에서 커터 칼을 꺼내 그의 복부를 깊게 찔렀다. 그의 당황한 눈빛이 내 눈동자에 깊이 각인되었다. 떨려오던 심장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예외였던 노인을 제거했으니 이제 더 이상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거울을 꺼냈다. 거울에는 이제 늙은 쥐는 사라지고 허름한 행색의 남자가 비쳤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동물은 인간일지도 모른다. 난 노인의 시체를 골목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가 줬던 수표를 그의 몸 위로 뿌렸다. 내게 필요한 건 몇 푼 안 되는 돈이나 충고 따위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생각하는 원칙에 세상이 맞아떨어지는 것뿐이다.  


며칠 뒤, 노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죽은 노인을 불쌍히 여기며 세상의 각박함을 원망했다. 각종 동물들이 노인을 둘러싸고 있다. 동물원에 왔나 착각할 정도였다. 그들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마음속 깊은 속에서 흐르는 눈물은 어느새 차가운 웃음으로 말라가고 있다.
 

 

 

참가상 2.
 

찢겨진 기억

의사가 자리에 앉아 내 얼굴을 살핀다. 정신과 의사란 참 희한한 직업이다. 이렇게 눈을 마주치고 있는 걸로 치료가 된다고 느껴지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내 병은 언제 다 나을까요? 라는 질문에 의사가 입을 연다. 그가 입을 열기 전 난 그의 말을 받아 적기 위해 메모지와 펜을 들었다. 의사는 내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희망이라는 말에 볼펜이 문득 멈춘다. 나는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과거 어느 시점을 중심으로, 그 이후에 생긴 일은 전부 삽시간에 잊히고 만다. 계속되는 망각 속에서 나를 살게끔 지탱해주는 것은 모든 것을 기록하는 수첩과 볼펜밖에 없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적어야 한다. 치료의 일환으로 시작된 노트 필기는 이제 거의 광적인 수준이 되어버렸다.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항상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화하라고, 수첩 표지에 적혀 있는 사항을 그대로 따른 것뿐인데. 수첩에 적힌 대로만 가면 나는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다가 문득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이코가 내 수첩을 훔쳐간 뒤 그 안의 모든 정보를 바꾸어놓으면 어떡하지? 라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생각. 수첩에 손을 가져가다가 멈추었다. 이런 꺼림칙한 생각, 몇 분 뒤면 잊어버릴 것을 괜히 종이 낭비하며 적을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도 내게 도움 될 만한 것도 아니니까. 이런 기억은 차라리 금방 잊어버리는 게 낫다.  


집 안으로 들어오니 묘한 낯설음이 느껴졌다. 수첩을 살펴보니 ‘엄마에게 다시 전화’라는 글자가 보인다. 전화를 걸어보지만 부재중이라는 안내음이 나온다. ‘엄마’라는 글자 옆에 ‘또다시’라고 적어놓는다. 내 기억의 지속 시간은 길어봐야 삼십 분. 그 삼십 분 안에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아마 내 뇌는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수첩에서 찢긴 부분을 발견하고야 만 것이다. 항상 지니고 있고 분신처럼 아끼는 수첩인데 이럴 일이 없다. 도저히 생길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엄마에게 다시 전화, 또다시’라는 문구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프링 부분에 채 덜 찢긴 여분의 종이들이 덜렁거리며 남아 있었다. 그전의 기록을 살펴보니 ‘엄마와의 마지막 통화’였고 그 후는 ‘저녁 식사: 소시지 빵’이라고 적혀 있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대신,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수첩 앞면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의사는 나에게 차분해질 것을 명령했다. 그러고서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보라고 한다. 이 사람, 내 담당의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의식이 희미해진다. 이 기억을 잊기 전에 얼른 펜을 들었다. ‘누군가 내 수첩에 적힌 기억을 찢어버렸다.’ 


누군가 내 수첩의 기억을 찢어버렸다고?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이 수첩은 분신처럼 항상 내 몸에 소지했던 것인데. 그런데도 누군가 접촉할 수 있었다면 이 수첩에 적힌 모든 기억도 누군가에 의해 오염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온갖 추측이 난무한 상황에서 나는 패닉에 빠져버렸다. 누굴까? 이 기억 또한 잊혀버리기 전에 기록해두어야 한다. 나는 수첩의 다음 장을 채웠다. ‘기억이 오염되었을 수 있다. 수첩에 적힌 모든 내용을 믿지 마라.’ 


화장실에 다녀온 뒤 수첩을 보니 알 수 없는 말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수첩의 내용을 믿지 말라는 둥 종이가 찢어졌다는 둥. 분명 내 글씨인 건 맞는데. 문득 다급한 글씨로 ‘엄마에게 또다시 전화’라는 글이 쓰여 있는 것을 본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뚜뚜 하는 안내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옆에 놓인 휴지통으로 간다. 그리고 가득 채워진 채 묶여 있는 검은 비닐봉지에서 비죽이 구겨진 종이가 튀어나온 것을 본다. 조심스럽게 그 종이를 꺼내 펴본 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그만 바닥에 떨어트리고 만다. 거기에는 다급한 글씨로, ‘엄마 장례식, 나눔병원 지하 1층’이라고 적혀 있다. 종이 위의 글씨는 눈물자국을 따라 번져 있고 심하게 구겨져 있다.
 

분명 내 글씨가 맞고, 집 안에 누군가 출입한 흔적은 없어 보이는데. 누굴까? 이 종이를 수첩에서 찢어버린 사람은. 그가 바로 나인 것일까. 하나밖에 없던 나의 보호자, 내 과거를 아는 유일한 친족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미래의 나에게 도저히 알릴 자신이 없었던, 그래서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리 알고 있었던 과거의 내가 은밀히 주도한 이 비밀을, 나는 알아버리고 말았다. 핸드폰에선 여전히 안내음이 들려온다. 뚜뚜. 울면서 나는 수첩의 다음 장을 채운다. ‘엄마 장례식, 나눔병원 지하 1층, 절대 이 종이를 뜯어버리지 말 것.’
 

  

 

참가상 3.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종우는 영 기분이 별로였다. 꽤 유명한 피서지라고 해서 와봤더니 하필 장마가 겹쳐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었고, 편의시설이 없어 피서객 대부분이 당일치기인지라 민박집도 하나뿐이었다. 더구나 산골짜기에 위태롭게 서 있는 민박집은 달랑 방 하나에 먼저 온 손님까지 있어서, 민박집 주인어른의 변명을 별도로 듣지 않아도 오늘 밤은 낯모르는 사람과 지새우게 생겼다.
 

“아유~ 요새 안 그래도 거 뭣이냐. 흉흉한 사건 있잖소. 신문에도 나오던디.”
“피서객만 전문적으로 살인 강도 하는 놈 말이죠?”
“잉, 그거유 그거. 그니께 이렇게 오붓~하게 두 분이서 같이 계시면 참 좋을 거 같은디.”
 

최근엔 모방 범죄까지 종종 발생하는 모양이니 주인장의 설레발도 완전히 허튼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음이 내킨 것은 아니지만, 비 오는 밤에 처량한 꼴로 돌아다닐 수도 없어서 종우는 할 수 없이 싼 값에 묵기로 결정했다.
 

방은 낡았지만 의외로 넓고 괜찮았다. 게다가 동숙하는 상대도 종우의 마음에 들었는데, 큼직한 선글라스에 철로 된 얇은 작대기 같은 것을 쥔 폼이 영락없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오경훈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어딘가 어두울 것이라는 종우의 편견과 달리 경훈은 붙임성이 좋은 편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데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 내리는 시골, 편의시설조차 없는 방 안에서 두 사람은 각자 들고 왔던 맥주 캔을 금방 비워버렸다. 어느새 둘은 형아우하는 사이가 되었다. 경훈이 한 살 많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플라스틱 안약통을 만지작거리던 경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혼자서 괜찮겠어요?” 


경훈은 대답 대신 씩 웃더니 능숙하게 지팡이를 움직여 방 밖으로 나갔다. 어수선한 시기에 모처럼 서로 마음이 맞는 여행객이었다. 특히 종우는 자신의 얼굴이 알려질 일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이거 받아.”
 

눈이 불편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경훈은 오는 길에 주인 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얻어 온 모양이었다. 왠지 몸이 불편한 사람을 고생시킨 것 같아 종우는 내심 미안했다. 두 번째 술자리도 금방 맥주가 동났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눈꺼풀이 심하게 무거웠지만 종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제가 다녀올게요.”
“아, 그럴래? 더 마시려고?”
 

경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한 척하는 게 아니었는데.
 

“예? 예. 형은 더 안 마셔요?”
“아니. 마셔.”
 

경훈은 자신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나자 당황했지만 종우는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경훈에게 술을 잔뜩 먹이려는 분위기였다. 종우는 대청마루 형태의 복도를 지나 냉장고가 있는 주인 방을 노크했다. 그러자 잠겨 있지 않은 문이 열렸다.
주인은 이미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종우는 순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피서지 살인사건을 떠올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형! 여기 우리 말고 누가…….”
 

종우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눈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복도에 쓰러졌다. 사지가 저릿했다. 주머니에서 안약통이 굴러 떨어졌지만 손가락을 움직일 힘도 없었다.
방 안에서 초조하게 밖을 내다보던 경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품에서 칼을 꺼냈다. 경훈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와 있는 안약통을 보며 종우는 장님이 무슨 안약을 갖고 다니겠느냐는 의문을 겨우 떠올렸다. 종우의 술에 약을 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경훈은 무릎을 꺾으며 문지방에 허리를 걸치고 쓰러졌다. 종우는 혀를 찼다. 요즘 모방범이 생겼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모처럼 장소를 옮겨볼까 했는데.
참을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몰려왔다.
흐려지는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 보다가 두 사람은 문득 깨달았다.
내일 아침, 이곳을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잠에서 깨는 쪽이다.
 

  

 

참가상 4.

A씨의 습득물

캬앙—.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토해낸 건 거의 돼지만큼 뚱뚱한 고양이였다. 툭 하고 둥근 뭔가가 굴렀다. 고양이는 그것을 물고 가던 중이던 모양이었다. 잔뜩 취한 A는 놀라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발을 헛딛고 심하게 비틀거렸다. 빌어먹을 괭이 새끼. 욕을 퍼부으며 A는 발치에 와 닿은 그것을 퍽 소리 나게 걷어찼다. A가 걷어찬 물건이 위로 좀 떠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져 두어 번 퉁퉁 튀었다. 절반은 긴 털이 달리고, 절반은 편편했다. 편편한 면의 중간에는 솟은 부분이 있고, 위에는 두 개의 둥근 구멍이, 아래에는 길게 찢어진 입구가 있었다. 반달 모양의 고리 같은 것이 양쪽으로 나와 있기도 했다.  


얼굴이랑 비슷하네. A는 취해서 몽롱한 머리로 생각했다. A는 피식 웃었다. 얼굴이거나 머리일 리는 없었다. 길바닥이니까 말이다. 갑자기 뭔가 특이한 걸 보고 있다는 생각이 흐릿한 머릿속을 채웠다. 특이한 거라면 찍어둬야 했다. A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몇 번인가 셔터를 누른 뒤, 골목길 끝에 위치한 다다연립 4층에 위치한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뇌를 난도질하는 숙취 속에서 깨어난 A는 샤워하고, 가방을 정리했다. 카메라에 흙이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용을 살펴보던 A는 비명을 내질렀다. 
 절반쯤 썩은 사람의 머리가 이쪽을 퀭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A는 고양이가 물고 가려던 둥근 물체를 기억해냈다. 머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진짜 머리였나? 심지어 자신은 그것을 발로 걷어차고, 키득거리며 사진까지 찍지 않았나? 
 

A는 벌렁벌렁 날뛰는 가슴을 누르고, 112에 전화했다. 
 

두 명의 경찰이 온 것은 이십 분 후였다. 그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미 신고할 때 A가 말하는 정황을 듣고, 들어오기 전 골목길에서 쓰레기 수거 장소를 조사하고 들어왔던 것이다. 청소차가 돌아서 골목의 쓰레기들을 모두 수거해 간 뒤였다. 증거라고 해봤자, 주정뱅이가 찍은 흔들린 사진이 고작이었다. 그들은 A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자세히 보자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발을 씌운 마네킹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형식적인 질문을 한 뒤 장난신고로 결론짓고 돌아갔다. 경찰의 무성의에 분개한 A는 그 사진을 몇 군데 웹에 올렸다.
엽기 짤방으로 인기를 끌었다. 골목 어딘가 다른 연립에 사는 부녀회장, 통장, 이장이 왔다. 그들은 깨끗한 골목을 위해 고양이 퇴치를 호소해왔다고 했다. 시골집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살인강도를 만났다는 게 정말이냐? 부동산을 운영하는 집주인이 들이닥쳤다. 이딴 사진을 올려서 이 일대 치안이 안 좋은 걸로 소문이 나 집값이 떨어지면 어쩔 거냐고 호통을 쳤다. 실종자 가족 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은 그 인근에서 실종된 사람들 3421명의 사진을 보내주며, A가 봤던 머리통의 얼굴과 일치하는 사진이 있는지 봐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부장이 A를 불러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 구속됐던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범죄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연대에서 사람이 왔다. 그들은 심각한 범죄를 다루는 경찰의 안이한 자세를 성토하며, 미해결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A가 지장을 찍어주길 요구했다. A의 초등학교 동창 한 명이 전화를 걸어, 사람을 죽였다는 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는 목사였는데,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죄인은 없다고 위로했다. 모두가 A만 보면 머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번엔 경찰이 아니라 형사들이 왔다. 그들은 A의 직업과 소득, 인간관계, 사진을 찍은 즉시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캐물었다. 형사들은 시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범인 아니면 목격자뿐인데, 목격자의 경우는 대부분 제거당하지, 남는 건…… 등의 말을 중얼거리다가 또 보자며 사라졌다. 
 

A가 이제 꿈속에서까지 잘린 머리를 보게 됐을 무렵, 유명한 탤런트 K씨가 욕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모두들 A가 찍었던 머리를 잊었다. A도 잊었다. 다행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육 개월 후. 토요일 오전, A는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갔다. 고양이들이 퇴치되어 이제 찢어진 쓰레기봉투는 없었다. 시멘트로 낮게 벽을 세워 그 안에 든 것이 바깥으로 굴러다니지도 않게 되었다. 쓰레기봉투를 던져 넣자, 그중 하나가 풀썩 굴러 내렸다. 묶은 주둥이 부분에 기다란 털이 바깥으로 삐져나왔고 밑에 둥글게 생긴 뭔가 들어 있었다.
A는 그것을 잠시 쳐다보다가 발로 밀쳐서 쓰레기장으로 돌려놓았다. 
 

 

 

참가상 5.

공소시효 2

 시간이 없었다. 남자는 너무 오랜 시간을 망설였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열 시간이었다. 하나를 원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다른 하나를 더 원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남자는 자유와 돈, 두 가지를 원했다. 열 살 남짓한 딸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온 여자에게 다짜고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남자에게 다른 대안은 없었다. 여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설득한 다음 부탁해야 했다. 추운 겨울 골목에 서서 여자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당하면서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남자는 십오 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 십사 년을 도망 다녔다. 공소시효가 일 년 남은 날에 그는 복권을 샀고 거짓말같이 일등에 당첨되었다. 세금을 제외하고 수령할 금액은 16억. 남자의 고민은 그런 행복과 같이 시작됐다. 복권의 유효기간은 일 년. 아이러니하게도 공소시효가 끝나는 날이 복권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날이었다. 당첨금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신분증과 복권을 가지고 농협중앙회 본점으로 가야 한다. 일반통장이 아닌 농협중앙회 본점 통장의 계좌도 필요했다. 수배 명단에 올라 있는 남자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소시효를 넘기자니 16억이라는 당첨금이 아까웠고 16억을 받기 위해 농협으로 갔다가는 체포되고 말 것이다. 이제 마감시간이 열 시간 남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든 이야기를 끝낸 남자는 품속에서 복권을 꺼냈다. 남자는 여자에게 돈을 수령한 다음 계좌 하나를 더 만들어서 8억씩 나누자고 제안했다. 8억이 든 계좌의 카드와 비밀번호만 주면 나머지 8억을 준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그동안 딸을 데리고 있겠다는 말을 했다. 보증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경찰에 연락하지 않고 돈만 찾아주면 여자에게는 8억이 생긴다는 말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여자는 남자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 인터넷으로 복권의 번호를 확인했다. 남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여자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남자의 말대로만 하면 8억이 생긴다. 여자는 딸아이를 안심시킨 다음 혼자서 농협본점으로 향했다.
 

남자는 딸과 함께 여자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다. 가수가 꿈이라고 했다. 남자는 돈을 받게 되면 아이에게 예쁜 옷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이 지나서 여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농협본점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돈을 수령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남자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여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을 속이고 당첨금 전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딸아이를 데리고 있다지만 이곳에 경찰이 들이닥친다면 손쓸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여자아이를 해칠 용기도 그럴 마음도 없었다. 사람을 너무 믿은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때 여자에게서 두 번째 전화가 왔다.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자는 약속한 대로 다른 계좌를 하나 더 만들어서 8억을 입금했다고 했다. 남자는 확실히 해두기로 했다. 
 

“딴생각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당신과 딸 모두가 좋습니다. 딸의 목숨을 욕심과 바꾸지 말아요.”
 

여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지금 당장 아이를 데리고 내가 모르는 곳으로 가서 자정까지 기다려요. 자정이 지난 다음에 나랑 만나서 돈을 확인하고 아이와 교환해요. 나를 못 믿겠다면 그렇게 하자고요.”
 

여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안심했다. 괜찮은 생각이었다. 남자는 딸아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여자에게서 전화가 온 건 정확히 자정이 되어서였다. 약속장소는 ATM 기계가 있는 편의점 앞이었다. 계획부터 시작해 약속 장소까지 맘에 들었다. 남자의 불안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남자는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약속 장소로 갔다. 여자는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를 보고 아이가 달려가려 하자 남자는 손을 놓아주었다. 여자는 딸아이를 꼭 껴안았다. 그런 다음 딸을 내려놓고 남자에게 통장과 카드를 주면서 비밀번호도 말해주었다. 남자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면서 모녀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카드를 기계에 넣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계좌에 8억이 들어 있었다. 여자는 약속을 지켰다. 남자의 코끝이 찡해졌다. 순간 그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남자는 수갑을 채운 사람과 밖에 있는 모녀를 번갈아 보았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공소시효가 지났는데 이 경찰은 어디서 나타났다는 말인가? 수갑을 채운 경찰은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동유괴 혐의로 체포합니다.”
 

남자는 밖으로 끌려 나오면서 원망 어린 눈으로 여자를 보았다. 왜 그랬을까? 어찌되었든 남자는 자유와 돈 모두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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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 2011-12-0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울'은 남자의 심리가 잘 이해되지 않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해서 좋네요.
'찢겨진 기억'은 주인공이 계속 수첩에 뭔가를 적고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지만,
문장도 좋고 굉장히 잘 쓰셨네요.
'일찍 일어나는 새...' 과연 누가 더 일찍 일어났으려나 궁금합니다.
'A씨의 습득물'은 요즘 화제가 됐던 3초 뒤에 이해가는 그림 같네요.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으흠..?
'공소시효2'는 진짜 궁금하네요. 그 애엄마는 왜 그랬을까요?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에 응모하신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응모작이 워낙 많아서 심사 일정도 다소 연기되었죠.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상하신 분들께 축하를, 다른 모든 응모자 분들께도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많은 참여 감사드립니다! 

대상/우수상/가작은 다음 주 중으로 이곳에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 심사평

 

최희대

[ 심사위원 프로필 ]

단편소설 [겨울철새]로 ‘月刊 文學世界’ 소설 부분 신인상 수상. (2001년 9월호)
[나는 이발사]등의 자서전 대필작가로 활동. (도서출판 世人)
[비둘기둥지로 날아든 뻐꾸기(그녀를 믿지 마세요)] 영진위시나리오공모 우수작 선정. (2002년 하반기)
[영어완전정복] 각색
[중천] 시나리오.
[대분열공상가족] 제 6회 경북영상위원회 공모 시나리오 최우수상 수상.
[호야(Hoya)]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 당선.

 


[ 총평 ]

처음 심사를 부탁받았을 때, 내가 읽을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4페이지라는 짧은 글 안에 완결된 미스터리라니. 뽑고 싶은 작품들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식의 고민들을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A4로 2페이지 정도의 분량이건만 오타를 보았고(퇴고는 한 것인가?), 조금만 신경 쓰면 될 문단 단락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는 등등.
물론 그러한 요소를 심사에서 중요하게 반영하지는 않았다. 신인작가들이 할 수 있는 실수이고, 그것보다는 작품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장르문학의 미덕은 재미 아니던가. 작품만 재미있다면 그 정도는 용서가 된다고 봤다.

심사 전에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첫째, 미스터리라는 공모 원래의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둘째, 아이디어들은 얼마나 간결하고 명확하게 스토리화 되었는가.
셋째, 얼마나 훌륭하게 묘사했는가.

작품을 선정하기 힘들었다. 눈에 띄는 작품 몇, 나머지는 고만고만했다. 묘사는 훌륭했으나 미스터리 공모 취지와 맞지 않거나 너무 평이한 소재의 작품,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스토리의 힘이 약한 작품 등등.
가장 심각한 것은 읽고 나서도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짧은 글 안에 그 모든 걸 표현하는 건 힘들지 모르지만, 그러기에 작가의 역량이 극명히 드러난다고 여긴다. 따라서 이처럼 내용을 알 수 없는 작품들은 우선 배제했다.

대상과 우수상 두 작품을 두고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 하나는 작품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공모 취지에 가장 부합했으며 그 작가의 가능성이 보였다. 다른 하나는 완성도도 뛰어나고 작가의 필력도 눈에 띄지만, 작품 자체가 갖는 힘은 다소 약했다. 나름 최선의 방법으로 두 작품의 우열을 판가름했다고 생각한다.

 


<대상> 독점
중복된 표현이나 어색한 시점변화 등이 눈에 거슬리지만,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응모한 작품들 중 가장 공모 취지에 맞는 작품이었을 뿐더러, 이처럼 생각도 못한 반전이 있는 작품이 없었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작가가 계속 글을 써 필력을 다듬는다면 훌륭한 장르소설 작가가 될 가능성이 보였다고나 할까.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가능성에도 한 표를 주었다.


<우수상> 경품당첨
이 작품은 문단 단락이 전혀 없다. 4페이지에 맞추다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이해를 해보지만 작가에게 오타 없음과 보기 편한 문단 나눔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우수상으로 뽑은 것은 스토리의 반전도 반전이지만, 그 반전에 감성이 묻어난 때문이다. 엔딩에서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토리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건 작가의 공력이 보통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가작> 강의실 7101호
이 작품은 시적이다. 잔잔하고 정서적이다. 특별한 사건도 없다. 그저 유령이 된 학생이 오랜 시간 동안 강의실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을 담담이 묘사했을 뿐이다. 좀 더 구체적인 상황 묘사가 아쉽지만 작가가 표현하려는 정서는 오롯이 전해졌다.

 
<참가상>
거울
작품들 중 가장 판타지성이 농후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성품이 동물의 형상으로 비치는 거울이 있다는 설정인데, 주인공이 쥐로 비치는 건 나만 그리 생각하는 건지 정치적인 요소도 있다고 봤다. 아쉬운 지점은 주인공인 노숙인이 왜 돈을 준 할아버지를 죽였는가, 하는 지점이다. 작품 중에 설명이 있었음에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찢겨진 기억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사가 탁월하다. 그러나 결국 밝혀진 진실이라는 게 맥이 빠진다. 진실이 어머니의 죽음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예를 들어 친한 누군가가 살인자였다는 식의. 조금만 고민을 더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연쇄살인범과 모방연쇄살인범의 조우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읽다보면 두 인물이 혼동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 부분을 퇴고 과정에서 명확히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A씨의 습득물
현 세태의 풍자가 코믹하면서도 있을법하게 묘사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공소시효2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살인범이 복권에 당첨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하지만 왜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당첨금 수령을 부탁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 엔딩의 유아납치는 살인보다 그 죄가 작아 반전으로서의 맛도 현저히 떨어진다. 쉽게 생각해도 금방 죗값을 치루고 나와 당첨금으로 행복하게 살 거나, 주인공에게 그러한 의도가 없음이 밝혀져 무죄석방 될 거 같다. 더 나아가서 신고한 여자에게 소송을 걸면 원래의 당첨금까지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응모작 심사위원 안내

본심 : 최희대 (시나리오 극작가)

예심 : 김혜정 (출판기획자. 출판사 대표), 임지호 (장르문학 칼럼니스트), 현정수 (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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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 2011-11-0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사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떤 작품들인지 빨리 보고싶네요.
그리고 본선에 오른 작품들도 공개해주시면 안될까요?
응모자들 격려 차원에서 본선진출작 제목이라도 공개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cqcq 2011-11-04 17: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출판사 포레입니다.

말씀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야옹 2011-11-05 10: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동의합니다~
본선 진출작도 공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응모자들도 사기진작 차원으로^^

떨어진 1인 2011-11-05 23: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본선 진출작 공개 찬성 1표

본선 진출작 2011-11-05 23: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보고 싶네요 본선 진출작!!
제목과 한줄평 정도를 공개해도 호응이 클 것 같아요. 천여 명 중 37명이라니,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될 듯하고... 다음 대회를 더 뜨겁게 달구지 않을까요? ^^
37편이면 책으로 묶어서 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포레 측은 계속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한국의 4페이지 미스터리를 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많네요.

나결 2011-11-07 17:14   좋아요 0 | URL
정말 본선진출작 궁금하네요~공개해주셨으면!
윗분 말씀처럼 작품들 묶어서 내도 괜찮을 듯 싶고요-
책으로 나온다면 더더욱 사기가 올라가겠네요 ㅎㅎ

sUn 2011-11-0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에 글 저도 찬성

찢겨진기억 2011-11-04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가상을 받은 찢겨진 기억을 출품한 작가인데요, 참가상 상품인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 란 책은 어떻게 받는 건가요?
이일로 따로 주소를 남겨드려야 하나요?

감사합니다. 수상하신 다른 작가분들도 축하드려요-*

cqcq 2011-11-04 17:19   좋아요 0 | URL
아!!!! 축하드립니다!!!

상품에 관한 것은 다음주 월요일에 연락을 드려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푸후르 2011-11-04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다음에 또해요. ㅋㅋ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당선되신 분들 모두 축하드려요!

sunshinew 2011-11-0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사평보다 심사위원 프로필이 더 충격적이네요. 1300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11-11-06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자요 본선진출작도 공개해주세요

아아 2011-11-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꺼.. 없구나.

아이원 2011-11-0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소한 심사위원을 하려면 기존작가나 경력있는 작가를 선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본인도 작가 프로필 보고 실망하고 갑니다. 그리고 최소한 2명의 작가가 심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 명이 작품을 고르면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한다는 것은 자명한데 참 갑갑합니다.
1400명이 수긍할만한 작품이 선정됐기를 기대하며 당선작이 나오면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출품자들과 마찬가지로 본선에 오른 작품들도 보고 싶습니다.

ㅎㅎㅎ 2011-11-07 18: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시원하게 말씀해주셨네요.

cqcq 2011-11-08 12:0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1300평 이상의 응모작을 최희대 작가님이 심사하신 건 아닙니다^^;; (불가능한 일이겠죠T.T)

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장르문학 전문편집자, 10년 이상의 편집경력을 지닌 출판기획자, <4페이지 미스터리>를 번역하신 현정수 작가님(우타노 쇼고, 아야츠지 유키토, 히가시가와 도쿠야 등의 작품 번역) 등이 1차 심사에 참여하셨습니다.

모쪼록,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라훌라 2011-11-08 15:11   좋아요 0 | URL
심사위원의 경력은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분들도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갖추신 분들이고, 나름의 안목과 기준을 가지고 선발하셨겠지요. 그분들의 경력을 문제 삼아 이런 비판을 하기보다는, 그분들이 선발한 심사결과(당선작)을 읽어본 뒤에 비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ㅁㄴㅇㄹ 2011-11-0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심사위원이 조금...... 물론 최희대 씨 영화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동일한 장르가 아닌 것 같네요. 그래도 당선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2011-11-08 08: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최희대 작가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각본만 쓴 것인지 아니면
촬영대본까지 주욱~~ 각색을 한 것인지 모르는...;

1회니까... 2011-11-08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차피 더 잘 쓴 분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도 안했지만 심사위원 딸랑 1명에...
것도 최희대 작가라니.충격적이네요. 차라리 작년 신춘문예 당선자 중, 미스터리 장르를 소화한
소설분야 신인작가라면 수긍하겠습니다.ㅡ,ㅡ

cqcq 2011-11-08 12: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위에도 덧글을 남겼습니다만, 심사는 한분에게 부탁드리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은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진진 2011-11-0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본선 진출작 명단을 알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자기 이름이 올라와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니까요.. 그리고 본문에 정수님 성이 다르게 올라와 있네요.

cqcq 2011-11-08 17: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아.. 큰 실수를 했네요. (정말 민망하고 송구합니다.)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lardiary 2011-11-12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이거 열심히 써서 응모했는데....메일로 접수확인됬다는 메일은 왔는데...근데 어째서 보낸메일함에 수신은 확인되지 않은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원래그런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