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누드
올 한 해 연예가 최대의 화두는 아마 '누드'가 아니었나 싶다. 평소 연예가 소식에는 좀 느린 편이라서 대부분 친구들이 '아니 그것도 몰랐단 말이냐'하고 놀라지만 누드 만큼은 나도 관심있게 지켜 봤다.
내가 알고있는 누드를 찍은 여자 연예인들 중 현재 아주 잘 나가고 있는 연예인들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인지도가 한참 떨어지는 정도도 아니다. 그들은 전부 과거 한때 무지하게 잘 나갔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활동을 하지만 인기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자기 분야에서 무언가 명성을 쌓아 놓지도 못해서 내 생각에 그들은 마지막 수로 누드를 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엄청난 액수이다. 누드를 찍은 연예인들은 실제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문지상에 발표된 금액을 볼짝시면 그 금액이 주로 억단위이다. 물론 잘 나가는 연예인이야 CF몇 편만 찍어도 억단위 금액은 우습게 벌어들이겠지만 잘 나가고 있지 않은 그들에게는 다시 만지기 힘든 거금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드를 찍는 이유는 대충 두 가지 이다. 사그라든 인기를 다시한번 지피기 위한 불씨. 그리고 돈 이다.
내 생각에 현재 가장 벗기고 싶은 연예인은 아마 이효리 일 것이다. 몸매도 그만하면 괜찮고 나름대로 매력도 있다. 하지만 이효리는 절대 벗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줏대가 있거나 누드에 관해 알레르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굳이 벗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벗지 않아도 지금 충분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고 돈도 잘 벌고 있다. 단 한명이라도 지금 잘 나가고 돈도 잘 버는데 누드를 찍는다면 나는 그녀들이(누드를 찍은) 왜 누드를 찍었냐고 물었을때 가장 흔하게 대답하는 '젊고 아름다운 제 모습을 영원히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어요'를 믿어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나가는 여자 연예인 중에서는 아무도 누드를 찍지 않았다. 못나가는 연예인만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고 우기면 할 말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저 이유도 존재하긴 하지만 아주 미약하다고 밖에는 보기 힘들다. 적어도 그들이 입으로 말하는 저런 이유로만은 절대로 벗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드에 대해 이렇게 떠드는 것은 마지막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한 여자 연예인이 최근 누드를 찍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소문이 많았지만 나는 그 여자 연예인을 꾀나 줏대있게 봤었다. 평소 말 하는걸 들어보면 적어도 머리가 텅 빈 여자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생활이 문란한거야 말 그대로 지 사생활이니 지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나는 그래도 저 여자 연예인은 배울만큼 배웠고 생각도 있는 여자라고 믿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오늘 신문을 보니까 그녀가 누드를 찍는다고 한다. 평소 자신에 대해 입을 다물면 다물었지 미화시켜 얘기하는 법은 없었던 그녀는 과연 누드를 왜 찍느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했을까? 역시 젊을때 아름다운 모습 어쩌고 운운할까?
누드를 찍은 후 다들 돈은 좀 만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기는 잠깐동안 인터넷 검색어에 1위를 차지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본다. 실제로 누드를 찍음으로 인해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은 최근 누드 열풍에 처음 스타트를 끊었던 모 여배우 한 사람 뿐이다. 그녀도 맡은 역활들이 다소 여배우들이 꺼려하는 노출 심한 연기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 전보다 섭외가 들어오는 것은 사실인듯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 그대로 이다. 뭔가 뚜렷하게 인기가 오르지 않았다. 누드 서비스를 하는 동안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자기 이름을 올려두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인기도 얻지 못했다. 그걸로 자기가 부르는 노래가 대박이 나지도 않았고 충무로 캐스팅 0순위가 되지도 않았고 CF섭외가 봇물처럼 밀려들지도 않았다. 즉 인기를 위해 벗은 사람들은 전부 반짝하는 불씨만 피웠을 뿐 곧 사그라 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돈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덜 벌었다고 한다. 해킹이랄지 아니면 소송이랄지(유달리 누드를 찍은 연예인들은 송사에 많이 휘말렸다.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많이 꼬이다 보니 저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기타등등의 이유로 실컷 벗고는 돈도 거의 못 만져본 사람도 있다.
인기와 돈을 한꺼번에 보상받을 수 있다면, 그게 보장된다면 나는 누드를 찍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기가 떨어지면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인기를 되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옷 벗는게 대순가 싶다.) 그렇지만 인기도 돈도 보상받지 못한다면 대체 왜들 벗는지 모르겠다. 벗어서 다시 돌아올 인기 같으면 애초에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며 진짜 돈 한 몫 잡아서 연예계를 뜰 정도의 액수가 아니라면 굳이 자신의 이미지를 남정네들 딸딸이용으로 전락시켜 가면서 까지 옷을 벗어제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오죽하면 옷을 벗을까 싶기도 하지만 대중 목욕탕에서 조차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일반인들도 누드를 찍는 이 마당에 너무 촌스러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 벗은 몸을 공개할 수 있는 일은 내 뇌를 덜어내기 전에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차라리 그녀들이 돈이나 왕창 벌고 연예계를 뜨면 좋겠다. 명품 런칭쇼나 신제품 쇼 같은 곳에 나가서 공짜 선물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팔며 뻔질나게 드나드는 한물 간 여자 연예인 정도의 기억으로 남지 말고 깨끗하게 돈 벌어서 뜨길 바란다. 그게 한때나마 그녀들이 부른 노래, 그녀들이 나온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해 주는 마지막 예의 정도로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