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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넷판 머릿기사가 '부시 화났다' 이다. 그 사람 화난 것이 겁이 난다는 것인지 눈치를 보라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지구상의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꼭 조선일보의 태도를 비꼴 것도 없는지 모른다. 어떻게 부시같은 사람이 전세계 언론이 눈치를 봐야하는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는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미국인들의 인종적 편견을 과소 평가한 Gore 가 멍청하게 유대인 부통령 후보를 써서 남부 표를 모두 잃어서인지 Clinton 이 스캔들로 민주당 이미지를 너무 깍아 먹어서인지. 부시 동생이 Florida 에서 농간을 부려서 인지. 처음 당선 된 것은 사고라고 치고 재선된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난 동성연애자가 죄인이라고 믿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라고 하니까 순진한 시골 사람들이 그래 좋은 사람인가보다 라고 지지해서 그랬을까?
다음은 부시 재선 직후에 쓴 글이다. ****** 부시 재선 유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달 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부시가 재선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의 정리가 끝나지 않고 있다. 난생 처음 소액이나마 정치헌금을 선거 전략상 중요지역인 오하이오 민주당에 보냈고 직장도 가기 전에 투표부터 했었다. 내가 하도 낙담을 하니까 초등학교 5 학년인 아이가 부시가 우리 가족을 어떻게 할것인지 자기 엄마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아…… 어떻게 미국은 그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는가?
부시의 재선을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른 다수결 투표제도에 대한 나의 신뢰와 부시가 재선되었다는 사실이 내 마음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부시 재선에서 느끼는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선거제도가 바람 직 하지 않다고 믿거나 아니면 이번 대선에 부정이 있었다고 믿거나 아니면 부시에 대한 나의 평가를 바꾸어야 한다.
세가지 중에서 부시에 대한 나의 평가를 재검토 해 보기로 했다. 나는 부시 대통령에 대하여 아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시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도대체 미국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좋은 집안 출신인 덕에 명문대학과 대학원을 다녔지만 하버드 경영 대학원서 그를 가르쳤던 교수에 의하면 그는 최악의 학생 중 하나였다고 한다. 수업시간 중 뒷자리에 앉아 어린 학생들이나 할만한 장난이나 하고 경제 토론을 하면 빈곤의 이유는 사람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하고 자기는 베트남 전쟁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러면 너는 왜 주 방위군으로 남았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연줄로 그랬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부시와 자주 접했던 어떤 상원 의원에 따르면 부시는 아주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약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대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의 약점을 잘 이해하고 보완한 사람들인데 부시는 평생 집안에서 뒤치닥거리를 해줘서 자기 약점을 보안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 한다. 부시가 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세계지도자로서 수준 이하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는 장면을 보면 논리도 없는 사람 같고 어떨 때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부시의 나쁜 점만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또 젊은 시절을 술만 먹고 지냈어도 새 출발을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부시의 인간성이나 지적 능력에 대한 나의 평가가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용의가 있다.
나는 또 부시의 정책이 미국과 세계를 망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미국을 빛 더미 위에 올려 놓고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세계 환경 보호 조약도 서명하기를 거부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것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사실 경제나 환경문제에 대하여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의 정책이 미국과 세계에 정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래도 미국인의 과반수의 지지를 받았는데 설마 5천만 명이 넘는 부시 지지자들이 바보란 말인가? 내가 물론 틀렸을 수도 있다.
부시에 대한 나의 평가 중에 다른 것은 다 틀렸다고 양보 할 수 있어도 한가지 양보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그의 도덕적 가치관의 문제다. 선거 분석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부시가 선거에서 이긴 이유 중에 하나가 그의 도덕적 가치관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을 헌법으로 막으려 하고 낙태를 금지하려 하는 태도 때문에 보수세력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부시는 보다 중요한 의미에서 도덕적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내가 보기에 사람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죽었고 죽어가는가? 통계에 의하면 이제까지 미군도 1,200명 넘게 죽고 부상자가 10,000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약 9,000 명).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죽고 부상 당했는가? 확인되는 이라크인 사망자 수가 15,000 명 정도인데 십만 명 가까이 죽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아직도 갈길 이 멀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시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죽거나 팔 다리를 잃을 것인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가? 오히려 이라크 전쟁 때문에 테러의 위험이 더 커지지 않았나? 이라크가 9/11 사태를 일으켰다느니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느니 하는 이유가 사실이 아님이 미국의회가 만든 조사 위원회에 의하여 밝혀졌다. (75% 의 부시 지지자들은 아직도 이라크가 9/11을 일으킨 알 케이다와 관계가 있고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는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우면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이론을 부시가 실행해 본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아마 부시나 신보수주의자들이 자기 자신들이나 자식들이 전쟁에 나가야 했다면 결코 그런 이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모병제인 미국에서 실제로 총을 들고 나가야 할 저소득층 병사들과 미국 폭격기가 떨어트리는 포탄에 죽어갈 죄 없는 이라크 사람들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이라크 전쟁을 밀어부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시의 도덕적 가치관에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사람 목숨이 소중한지 모르고 명백한 이유 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믿고 있었고 그런 믿음을 바꿀 수가 없다. 아마 나는 계속 ‘인지 부조화’가 가져오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부시 얼굴이 TV에 비칠 때마다 미간을 찌프리면서 앞으로 4년을 살아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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