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의 중국 작가 위화(47·사진)가 2005년에 낸 장편소설 〈형제〉가 번역돼 나왔다. 최용만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전3권.
〈형제〉는 문화대혁명(문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1960, 70년대의 중국과 급격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2000년대 오늘의 중국을 대비시킨 소설이다. ‘근본주의적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문혁의 비인간성을 하나의 극단으로서 비판하는 동시에 끔찍한 빈부격차와 욕망의 무분별한 분출로 특징지어지는 현실 역시 또 다른 극단으로서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된다. 중국에서 160만부 이상 팔린 이 소설은 올해와 내년 사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등 전 세계 23개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중국의 지방 소도시 ‘류진’을 무대로 삼은 〈형제〉의 주인공은 이광두와 송강. 이광두의 어머니 이란과 송강의 아버지 송범평이 각자 배우자를 여의고 재혼하면서 형제가 되었지만, 실제로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다. 게다가 이광두가 지극히 현실적이고 영악한 인물인 데 반해, 한 살 위인 송강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선량하지만 현실적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소설은 어린 이광두가 재래식 공중변소에서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가 들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광두의 아비 역시 일찍이 같은 짓을 하다가 아들이 태어나던 날 똥통에 빠져 죽은 바 있으며, 똥통 속의 그를 건져낸 것이 바로 송범평이었다. 공중변소에서 훔쳐본 류진 최고의 미녀 임홍의 엉덩이 모양을 묘사해 주는 대가로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을 정도로 이광두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계산속을 과시한다.
이광두는 성욕에도 일찌감치 눈을 떠서 길가의 전봇대나 걸상, 다리 난간 따위에 덜 여문 고추를 문질러서 쾌감을 느끼고는 했는데, 문화대혁명의 시위 물결이 일렁이는 거리에서 여덟 살짜리 이광두가 전봇대를 끌어안고 자위에 몰두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광두는 몸을 비벼대면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면서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시위대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쥔 조그만 손을 힘차게 흔들며 시위대의 ‘만세!’, ‘타도하자!’ 하는 구호를 따라 외쳤다.”(1권 113쪽)
그러나 문혁이 점차 광기를 띠어 가면서 ‘지주 출신’ 송범평이 홍위병들에게 맞아 죽는 대목은 그 참혹함과 비극적 분위기로 독자를 압도한다. 〈형제〉 제1권은 송범평에 이어 이란 역시 죽는 비극으로 완결되고, 한결 희극적이며 풍자적인 분위기를 띠는 2·3권으로 이어진다. 이광두의 노골적이며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임홍은 준수한 외모에 착한 심성을 지닌 송강을 배우자로 택하고, 돈을 좇은 이광두는 결국 엄청난 부자가 된다. 성 상납으로 등수가 결정되는 이광두의 미인대회가 성황리에 열리는 한편, 어리숙한 송강은 사기꾼에게 속아 몸과 마음이 두루 망가진 끝에 저물녘 철길에서 자살을 결행한다. 그 사이 이광두는 마침내 임홍의 육체를 공략하는 데에 성공한다.
“사람의 세상이란 이런 것이다. 한 사람은 죽음으로 향하면서도 저녁노을이 비추는 생활을 그리워하고, 다른 두 사람은 향락을 추구하지만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3권 261쪽)
〈형제〉는 철저하게 이야기의 원리에 충실한 소설이다. 문혁기의 광기와 비극, 시장경제 하의 욕망의 맨얼굴을 묘사하는 위화의 필치는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희극을 표방한 뒷부분에서 때로 과장에 의한 풍자가 현실성을 희생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휴머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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