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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2 - 박노자 교수가 말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설 연휴가 끼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끔씩 하는 생각이지만,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리뷰를 쓰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거의 유일한 휴식시간인 출퇴근 시간을 다 잡아 먹어도 이렇게 진도가 느린데... 하지만, 박노자의 글은 그런대로 잘 읽힌다. 하지만 아직도 <우승 열패의 신화>는 읽지 못하고 있다. 에이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산 책인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박노자가 하얀 피부를 가진 한국인이기에 우리가 체화되어 전혀 문제로 삼지 않는 부분에 아프리만큼 예리하게 파고든다. 아무래도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찰하고 느끼는 것은 '골수' 한국인보다는 장점이 있으리라.
이를테면, 친일파에 대한 청산문제에 대해서 박노자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다카기 마사오(박정희)가 식민지 백성이 아닌 일본식 부국강병의 노선으로 질주하고 있는 '친 일본적인 개도국 대한민국'의 군인 신분으로 일본 육사에 유학했다면, 그가 과연 1930~40년대 일본식 파시즘을 덜 철저하게 배워 조금더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인물이 되었을까? 라는 의문을 제시하고는 곧장 그와 같은 경우의 장개석(蔣介石 - 이 책에서는 장제스라고 표기한다. 여기서 나는 주제와 별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과연 우리는 기를 쓰고 장개석을 장제스라고 표기하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재미있는 일이지만, 만약 어떤 한국 사람의 이름이 김한국이라고 한다면, 아마 그는 중국인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 "워 찌아오 진한구어(我叫金韓國)"라고 할 것이다. 당연히 이 중국인은 김한국이 아닌 진한구어라고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며 향후 그를 부를 때 진시엔셩(金先生)이라고 부를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김상이라고 하지 않고 긴상이라고 한다.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기를 쓰고 원음을 중요시하여 그대로 발음 못해서 안달이고, 다른 나라의 인간들은 전혀 한국어로 뭐라고 읽히던 상관없이 자기식대로 읽고 그걸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또오 히로부미보다는 이등박문으로 쓰는 게 낫다고 본다. 괄호로 한자를 병기하면 더욱 더 좋을 것이고. 어차피 학문적으로나 다른 이유에서 원어로 발음한 것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러지 말라고 빌어도 다 알고 쓴다. 굳이 엉성한 표기로 원어민이 들어도 전혀 못 알아 듣고 외우기도 힘든 원음 표기를 고집해야 할 것인가? 한류가 한창 난리일 때 그 선봉에 있던 안재욱도 중국에서는 아무도 안재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안짜이위"-아마도- 라고 부른다. 그래도 안재욱은 그게 자기인 줄 안다. 아 답답하다. ) 을 예로 들며 굳이 정치적으로 친일파가 아니더라도 일본식 권위주의적 리더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며, 같은 지역 안에서 일본보다 더 후발 주자였던 한국은 식민지가 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구한말 근대 지향적 개화파의 성향으로 봐서는 일본적 '압축적 권위주의적 근대화'의 길을 배워서 따랐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친일파가 보여준 폭력성이나 전근대성은 어차피 나타났을 것이다. 라고 주장하면서, 친일이 아닌 지배계급 그자체와 조선에서의 종속적 형태든 일본에서의 패권적 형태든 모든 형태의 자본주의를 규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친일 청산과정에서 배타적인 민족주의로 흘러갈 위험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한다.
저번에 우연히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 우리집은 오로지 공중파만 나온다 - 우연히 EBS에서 박노자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리 유창한 발음은 아니지만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말에도 노리가 정연한 게 '정말 이 사람은 천재로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승호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대로 박노자는 별 취미도 없이 연구하고 글 쓰고 강연하는 것만 한다고 한다. 지승호의 말대로 한국인 중에서 -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 중이 아닌 -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천재적인 머리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근면성을 갖추었으니 박노자의 그런 부분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박노자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강의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번번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언젠가는 다시 한국에 와서 강의를 하면 - 그러기 위해서는 '수유+너머'의 홈피를 자주 기웃거리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겠지만 - 꼭 한 번 듣고 싶다. 박노자에게는 이상하리만큼의 사람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난 그가 좋은 가 보다.
그 밖에도 병영 내의 폭력, 이주 노동자, 민족주의, 북한, 진보주의 대한 그 나름의 혜안으로 진단한다. 박노자를 읽으면서 나도 나름의 정리를 하게 된다. 이 놈의 세상에선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여기 저기에서 무방비 상태로 세뇌를 당하게 된다. '차리고 있기 위해서'는 이런 책은 아주 도움이 된다. 두 말이 필요없다. 꼭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