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권은 다른 도서관에서 공수되어 온 것인데 2주안에 일기엔 좀 부담스럽다.  마지막 책 <한자 백가지 이야기>는 생래적으로 문자학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심경호의 번역이라 한 번 훑어 보려고, 어차피 세 권은 빌릴 수 있으니까 빌려 왔다. 

지난 주와는 달리 제법 무게도 부피도 내용도 무겁다.  얼마나 소화하고 반납하련지, 아니면 그저 다리품만 팔고 책을 빌린 것에 자위해야 하는지.  답은 금방 나오리라.

금요일까지 오기로 한 <진단명 사이코패스>가 아직도 안 왔다.  원래는 오늘 내일 중에 읽고 리뷰 쓰려고 했는데.  주중에는 나도 그리 많은 여유가 없는데.  어차피 공짜로 받는 책인지라 안 보내줘도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연락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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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여대생^^
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1
(준비된
수량 1)
가격 : 5,950 원
마일리지 : 120원 (2%)

로즈마리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지음
1
(준비된
수량 1)
가격 : 4,900 원
마일리지 : 0원 (0%)

평범한여대생^^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지음
1
(준비된
수량 1)
가격 : 8,820 원
마일리지 : 1,770원 (20%)

비숍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1
(준비된
수량 1)
가격 : 8,820 원
마일리지 : 2,210원 (25%)

하이드
임형주 - Misty Moon
임형주 노래
1
(준비된
수량 1)
가격 : 13,400 원
마일리지

어떻게 하다 보니 모조리 소설책을 사버렸다.  소설책은 가능하면 빌려 보려고 했는데..  임형주의 Misty Moon은 안해의 요청이다.   적립금 2,000원 받으려고 40,000원 딱 맞추려다 보니 머리 빠질 뻔했다.  왜 나는 이런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참 희한(稀罕)한 일이다. 이번의 책은 계속 보고 싶었던 것이라 읽는 데 큰 무리가 없으리라 보인다.  다만 알랭 드 보통만 조금 두렵다.  난 외국인이 쓴 소설은 특히나 이해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도전하리라.  언젠간 좋은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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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늘빵 > 불만있는 자여, 외로운 자여, 방황하는 자여, 여길보라.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10월 15일. 난 책을 구입하고 나면 책 맨 뒷장에 도장을 찍고 밑에 구입한 날짜를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2003년 10월 15일은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날짜이고, 부대에 있던 시절이라 읽기는 읽었지만 전혀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쩜 그렇게도 처음 읽는 것처럼 완전히 다 까먹어 버릴 수 있을까. 겨우 끝에가서야 주인공 홀든이 동생과 나누는 대화만이 기억 어딘가에 잔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아 읽었었구나, 하고 스스로 인정해본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1919년에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설마 지금도 살아있나, 이 작가의 단 한권의 책이 막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베스트셀러처럼 널리 읽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흔히 말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이 책, 샐린저는 이 책 말고도 다른 몇권의 책을 더 썼지만 다른 책들은 우리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작가와 이 책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이들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제목만 듣고는, 호밀밭을 지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가보다 라고 쉽게 생각한다. 처음 읽는 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겠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를 원하는 주인공 홀든은 지독한 반항아다. 그러나 쉽게 떠올리는 반항아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는 모든 것이 귀찮고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이 세상은 별 볼일 없는 것들로 가득찼다고 생각하는 불평불만자다. 그러나 대놓고 개기거나 시비를 걸거나 못된 짓을 하며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단지 그냥 모든 것에 불평불만을 느끼고 못마땅할 뿐이다. 입만 열면 내내 툴툴 거리며 욕하고 불만을 쏟아내는 그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 낙제. 머리가 안좋아서가 아니다. 공부할 의지가 없다.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이딴 것들을 해서 뭘 하자는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가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겪는 일들에 대한 독백으로 가득차 있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에 맞춰서 살기는 싫다. 못마땅한 걸 어쩌랴. 그러나 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세상의 질서에 그럭저럭 잘 맞춰가며 생활하고 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거지?

  그는 심지어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는 인사 조차도 하기 싫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전혀 반갑지도 않은 사람에게 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같은 인사말을 해야 한다는 건 말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그런 말들을 해야만 한다." (p120-121) 반갑지도 않은데 왜 만나서 반갑다고 하는거지, 아주 사소한 일상의 언어들과 행동들에도 딴지를 거는 그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홀든처럼 심하게는 아니지만 나 역시 내 안에 홀든의 반항심이 잠재하고 있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나는 나름 사회의 반항자이고, 아웃사이더가이고, 이단아라고 생각한다. 쉽게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어가며 타협하게 되는 인간 중의 하나이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그때는 각 중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시험을 봐서 성적순으로 반배정을 하곤 했다. 그런데 난 그 시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보니 자연 공부도 하지 않았다. 시험도 대충 봤다. 그리곤 반에 5등인가로 들어갔던걸로 기억. 하지만 첫시험에서 반 2등을 했고, 내내 2등만 하다가 중학교땐 전교 1등까지 올라가며 한번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마찬가지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연합고사라는걸 보는데 이 시험 역시 성적순으로 학교 배정을 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별 필요성을 못느꼈다. 당시 친구들은 수능시험처럼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난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가 끝나고 내내 책만 봤다. 삼국지를 탐독했던 기억이. 결국 고등학교에 반에서 13등인가 9등인가로 들어갔다가 첫시험에서 전교 4등, 2학년엔 전교1등으로 올라갔다. 공부를 잘했다는 걸 자랑하는게 아니라 내가 반항아였다는 예를 말해주는 것이다.

  내 딴에는 '필요의 논리'라는 것이 있다. 필요치 않으면 안한다는 입장. 그리하여 난 중고등학교 때 영어를 꽤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영어 문맹이 되어있으며 여전히 난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영어를 좋아했다면 계속 공부를 했겠지만 - 이때 사용되는 논리는 '좋아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한  필요성의 논리'다 - 좋아하지도 않았고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했던 것이므로 졸업과 동시에 종쳤다. 그리고 이후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했다. 드럼치고, 공연하고,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하며 대학 2학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다. 앞으로 어찌 바뀔지는 모르지만 난 지금의 내 취향에서 바뀔  필요를 못느낀다.

  군대의 억압적 권위주의와 권력, 위계질서 따위가 싫어 한참을 고민했고, 공군에 입대해서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진주로 갔으나 그곳 훈련장에서 5일 후 나와 서울로 향했다. 일부러 인성검사에서 싸이코 짓을 하고 나왔다. 장교들 앞에서 면접 보며 환청이 들린다는 등 이상한 소리도 지껄여댔다. 얼마나 재밌던지. 나름 내 딴에는 군대를 조롱한 것이다. 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이후 일년 뒤 육군에 갔으나 그 사이에는 반전평화주의에 입각한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등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위 친구들과 선배 후배, 부모님을 힘들게 했다. 군대를 옹호하는 선배와 논쟁을 벌이다 홧병으로 왼쪽 얼굴이 마비되는 증세도 겪었다. 안면마비. 한달동안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한 끝에 제대로 돌아왔지만 얼마나 놀랬던지. 그런 오랜 시간의 사회과 국가에 대한 불평불만들, 나름대로의 알아주지 않는 독자적인 선언와 행위, 그것은 정말 말그대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 나를 키워내는 과정이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홀든에게서 난 과거의 나를 느꼈고, 사회와 조금 타협한 지금의 내 안에 잠재하고 있어 언제 나올지 모르는 반항아를 본다.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고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것은 홀든은 누구에게나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시작하고 성인으로 자라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고민들, 그리고 툴툴 거리며 불만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이다. 너의 모습이고, 나의 모습이고, 내 친구의 모습이고, 우리 부모님의 모습, 내 자녀의 모습이다. 홀든은 어디에나 있다. 홀든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매우 솔직하다. 솔직하지 못한 채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보다 반항심을 표출하는 홀든은 더 정상적이다. 홀든의 불평불만은 우리가 방과 후 엄마에게 털어놓는 불평불만이고, 우리가 친구를 만나 못마땅한 친구를 뒷다마까는 불평불만이다. 그는 전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작가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자신을 반영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유한 유태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홀든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대와 컬럼비아대에서도 공부를 했지만, 은둔형의 작가로도 알려져있다.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다 마쳤지만 샐린저는 자신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홀든을 항상 느끼고 있던 것은 아닐까. 감명깊게 봤던 영화 <파인딩 포레스트>에는 한 늙은 작가가 조그만 아파트에 살며 바깥 외출을 삼간 채 심부름꾼이 사다주는 식료품을 냉장고에 넣어둔 채 꺼내다 먹으며 삶을 연명한다. 집 밖을 나가길 꺼리는 그 노인네는 수첩에 항상 뭔가를 메모하고 다니는 흑인 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글쓰기 훈련을 시키게 되며 세상과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은둔형의 노인이 '샐린저'를 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샐린저는 내면 세계에 심취해있던 사람이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밖에 나와 빛을 보는 것을,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거부한 사람이다. 그는 두번 결혼을 했고 두번 이혼을 했으며 80년대 말에 세번째 결혼을 했다. 결혼생활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언론에 공개되기를 극도로 꺼렸다. 그 자신이 홀든이었던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앤톨리니 선생은 홀든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지금 네가 떨어지고 있는 타락은, 일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좀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건 정말 무서운 거라고 할 수 있어. 사람이 타락할 때는 본인이 느끼지도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거야. 끝도 없이 계속해서 타락하게 되는 거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247-248)

 모든 것에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거부하는 홀든의 현재 상황을 잘 찝어낸 말이다. 또한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수많은 청소년들의 처지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치관이 확립된 뒤에도 사회와 타협하지 않고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향한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곤 단념해버린다는 말. 지금 이런 사회환경에선 내가 뜻하는 바를 펼칠 수 없어, 난 시대를 잘못 태어났어, 라고 불평하는 이들은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이기도 전에 단념해버린다. 그리곤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 상태가 유지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다.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과 자신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과의 소통조차 거부한 이들이다. 

  학교교육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불평, 학교에선 아무것도 배울게 없어, 도대체 학교를 왜 가는지 모르겠어, 라고 불평하는 학생들 많다. 학교에서 내가 해야할 것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도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교육도 쓸모가 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이건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하면 더 좋겠는걸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햐 하는지를 생각해볼 순 있다. 앤톨리니 선생은 학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퇴당한 홀든에게 이런 말들 한다.

"교육받고 학식이 높은 사람만이 세상에 가치있는 공헌을 한다는 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건,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 불행히도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그냥 재능 있고, 창조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는 거지. 불행히도 이런 사람들은 많지 않아. 이들은 보다 분명하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끝까지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거기에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학식이 없는 사상가들보다 겸손하다는 걸 들 수 있어."(p250)

"그 밖에도 학교 교육이란 건 많은 도움을 주지. 학교 교육이란건, 어느 정도까지 받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지. 자기의 사고에 맞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맞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돼. 나중에는 자기 사고의 일정한 크기에 어떤 종류의 사상을 이용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될거야. 게다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사상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데 드는 시간도 절약해 주고 말이지. 결국 학교 교육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주고, 거기에 맞게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p251)

  이러저런 고민으로 방황하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이여, 내 안의 홀든을 위해 이 책을 읽을지어다. 홀로 고민하지 말고 괴로워하지 말고 홀든과 대화를 시도하자. 자꾸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지 말고 숨지말고 홀든과 대화하자. 그리고 훌훌 털어버리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실망하지 말자. 나의 꿈을 펼칠 수 없다고 미리부터 좌절하지 말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먼저 홀든을 만나보자.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방황하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스물 여덟 먹은 해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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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늘빵 > [퍼온글] 진중권 “내 인생의 책”




저는 우선 고전을 권해요. 고전이라는 것이 괜히 고전이 아니잖아요. 저한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책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어요. 모든 예술이 거기 다 나온다고 보면 되요. 상상력이 장난이 아니죠. 예를 들어, 만화 영화 <센과 치히로의 모험>은 루이스 캐롤의 일본판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제임스 조이스 같은  다 거기서 나온다고. 거기에 상상력의 원천이 있거든요.

 

 

 

유머 감각 있잖아요. 제가 정치풍자 같은 것 할 때 쓰는 유머감각 같은 것. 그건 마크 트웨인에게서 배웠어요. <톰소여의 모험>이죠.

 

 

애드거 앨런 포의 어렸을 때는 단축된 것을 읽었는데, <황금 풍뎅이>라는 걸 보면 암호 찾는 게 나와요. 그걸 보고서 어렸을 때 암호와 기호, 언어에 대한 관심과 자극을 받았구요.

애드거 앨런 포 단편선

 

 

상상력을 확 키워준 것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예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좋았다 정도였는데. <황금가지> 보면서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화와 종교, 철학을 기본이라고 하지만, 사실 신화 이전에 있는 게 주술이거든요. 신화만 해도 굉장히 합리적이고…그런데, 이건 그 이전의 얘기예요. 굉장히 풍부한 아이디어 얻을 수 있죠.

 

 


저에게 충격을 줬던 책이 있어요. 제가 쓴 <춤추는 죽음>이란 책을 쓰게 만든 토대가 된 책이죠. 바로 필립 아리에스가 쓴 <죽음 앞의 인간>이예요. 많은 작업을 하는 데 바탕이 되었는데. 이런 책 하나 쓰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책이 하나가 바로 이 책이예요.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도 그런 책이죠. 서양 사람들보면 젠틀해 보이고 매너 있어 보이잖아요. 중세 때 외향적이었던 서구 사람들이 어떻게 내성적으로 되었는지. 오늘 날의 젠틀한 서구인들이 어떻게 탄생했나에 관한 얘기예요. 중세 때만해도 방구도 뀌고, 트림도 끅끅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안 하거든요. 예도 많고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근대성에 대해서 알 수 있죠.


여기까지가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만한 책들이고요.

 

이건 어려울 지도 모르겠는데, 발터 벤야민의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을 추천해요. 이건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지금 미디어의 시대잖아요. 생산 패러다임에서 정보 패러다임으로 확 철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람이 벤야민이예요. 미디어 혁명의 패러다임을 제공한 사람이죠.

 

 

이것과 <디지털 모자이크> 라는 책이 있어요. 스티븐 홀츠먼이란 사람. 원래 이 책 말고 이 전에 쓴 책이 <디지털 만트라스>라고 있는데, 그 책은 번역이 안되어 아쉽고요. 그 후속판이 번역이 된거예요. 이 책은 우리가 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미학의 기초를 다룬 책이죠. 쉽고 재미있어요.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는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가 재미있었어요. 거기에 사방이라는 개념이 나오죠. 고 부분이 재미 있었고, 기억에 관한 얘기가 참 재미있어요.

 

 

 

소설은 몇 권 안 읽었지만, 보르헤스. 보르헤스는 정말 권하고 싶어요. 알렙…그 중에서도 특히 2,3,4 권이 좋은 것 같고. 5권 정도로 가면 아포리즘에 가까워 지거든요. 3권이 절정이예요. 중남미 특유의 매직 리얼리즘의 극치죠. 가짜 책, 없는 책을 인용하고. 미학 오디세이 3권은 보르헤스를 많이 인용했어요.













카프카는 아직 다 이해를 못했어요. 제대로 이해는 안 됐지만, 매력을 느껴요. 시간이 되면 카프카에 도전하고 싶어요. 카프카 책 보기



 

마지막으로는 성경이죠. 특히 구약성서는 상상력의 스케일이 틀려요. 그리스 신화만 해도 대충 있잖아요. 있는 상태에서 신들이 등장하잖나요. 근데 성경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로부터의 창조예요. 빛이 있으라 그러면서 쫙 갈라놓잖아요. 그 다음 나오는 판타지가 엄청나죠. 바다가 갈라지지 않나.. 불기둥이 솟아오르지 않나....병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지 않나 하늘과 땅으로 쫙 이어지는 야곱의 사다리 같은 것들... 

성경을 종교의 관점이 아니라 문학의 관점, 예술의 관점, 학문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 어떤 텍스트보다도 많은 것이 들어가 있죠.

 

진중권│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소련의 '구조기호론적 미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 유학하여 미학, 해석학, 언어철학을 공부하다 1999년 귀국하여 [아웃사이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한 비판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처 : 미스터북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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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기 시작하다.  분량도 많지 않으니 퍼뜩 읽어야겠다. 내일은 아마 알라딘 서평단에 순전히 재수로 뽑혀 4월 3일까지 리뷰를 써야 되는 책인 <진단명 사이코패드>가 도착할거니 그걸 읽어야 한다.  원래 오늘까지 오기로 한건데 아직 소식이 없다.

 

 

 

 

서재질을 하면서 좋아진 것은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는 점일게다.  아직도 글쓰기에는 두려움이 많아 리뷰는 거의 못쓰고 있다.  강제적으로 리뷰를 써야하는 이번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리뷰를 써 보고자 한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예약한 책 두 권을 빌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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