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6월의 신간 에세이를 훑으며 읽고 싶은 책을 추리다가 이번엔 유독 동물에 대한 책을 많이 골랐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더운데 털이 북실북실한 쟤네들은 얼마나 더울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독자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와 강아지들의 저 두 눈동자가 품고 있는 얘기들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어쨌든간, 이달에 읽고 싶은 에세이 리스트 스타아아트.




첫 번째 책은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길고양이 사진가로 유명한 이용한 씨의 책이다. 이용한 씨의 길고양이 시리즈를 2권까지 읽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도 좋았지만 <명랑하라 고양이>가 더 좋았다. 이번 책에서는 외국 고양이들을 구경할 수 있단다. 모로코와 터키, 일본, 대만, 인도, 라오스…한국의 고양이들보다 더 평온한 묘생을 안위하고 있으려나.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행복하고 사람들은 고양이가 있어 행복'하다는 출판사의 책 소개 문구가 마음을 따습게 해 준다(물론 여름이니까 너무 따습하면 곤란하겠지만ㅋㅋ). 두 번째 책은 엄마 말대로 하면 돼. 엄마의 잔소리와 다양한 동물들의 표정을 연결시켜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고 한다. 블루데이 북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일 것도 같지만 보고 싶다. 물론 글보다 사진이 훨씬 더 보고 싶다ㅋ


세 번째 책은 앞의 두 책과 좀 다른 분위기의 책, 이렇게 귀여운 동물을 왜 죽여야 하는 거죠? 책의 제목만 보고선 유기동물을 죽이고야 마는 인간들의 비정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책인가보다 생각했다. 조금은 슬픈 마음으로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고 나서야 마음이 좀 환해졌는데, 이런 문장들 때문이었다 : 마모토 동물애호센터는 수용 중인 주인 없는 개와 고양이를 살처분하지 않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다는 원칙 아래 정성껏 돌보고 있다. (중략) 그러나 이곳 역시 한때는 전국 어느 동물행정시설처럼 눈을 돌리고 싶어질 정도로 참혹한 상황에 처해 있던 현장이었다. 직원들이 주로 하는 일은 매주 2회 가스처분기를 가동시키는 것. 동물들을 스테인리스 상자 안에 몰아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스위치를 켠다. (중략) 그러던 어느 날 한 직원이 속으로만 삼켜야 했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 "더 이상 동물을 죽이는 건 싫어!" 하, 결국 저 한 마디의 말이 수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살리게 된 거다. 멋진 이야기 아닌가. 직접 눈으로 읽으며 확인해보고 싶다. 누군들 그러지 아니하리.



네 번째 책은 학교의 슬픔. 직업 때문인지-_- 학교나 교육 관련 에세이가 눈에 자주 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 말씀 잘 안 들었던 선생님, 공부 못했던 선생님, 가난해서 차별받아 본 선생님이 교육 현장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라, '그러니까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는 이 책이 매우 끌린다. 이 책의 저자인 페낙의 아버지가 페낙에게 "걱정할 거 없어. 어쨌거나 26년 뒤면 알파벳은 완벽하게 알게 되겠지."라고 말했다는데, 이 역시 멋지지 않은가.


마지막 책은 신간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마스다 미리의 또다른 신간. 만화에 에세이에 소설에 이어 이번에는 여행기까지. 이러다 곧 마스다 미리 사진집, 마스다 미리 일기, 마스다 미리 자서전, 마스다 미리 연설집, 마스다 미리 인터뷰집, 마스다 미리 요리책, 마스다 미리 재테크책…도 나오는 거 아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참 좋아하지만, 너무 신간이 많이 나오는 건 좀 별론데 흑흑. 물론 내가 별로라고 느끼든 말든 새 책은 계속 나올 것이며 나는 서글픈 마음으로-마스다 미리가 값싼 유행처럼 소비된다는 느낌이랄까, 심지어는 낭비된다는 느낌도 좀 든단 말이지!-카드를 긁겠지. 이 책, 마음이 울리는 작은 여행도 카트에 당연히 담겠지 흙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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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은 두렵지 않다. 망각도 막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세가 있다 한들 그게 어떻게 나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상관하지 않는다. (28쪽)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죽기 전에 바보가 될 테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될 테니까. (52쪽)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감정은 남아 있다. 감정은 남아 있다. 감정은 남아 있다. 종일 이 말을 곱씹는다. (53쪽)

힐링 좋아하시네. (52쪽)

오래전 과거는 생생하게 보존하면서 미래는 한사코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마치 내게 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하여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계속 생각하다보니 미래라는 것이 없으면 과거도 그 의미가 없을 것만 같다. (116쪽)

오디세우스는 끝까지 망각과 싸우며 귀환을 도모했다. 왜냐하면 현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짐승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더는 인간이랄 수가 없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상의 접점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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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 세계적 베스트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실천편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요?
'무언가'를 많이 가졌다는 것보다, 무언가를 '많이 가졌다'는 것에 더한 충족감을 느끼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비싼 옷이나 화장품, 이른바 '명품 백' 같은 것을 전혀-_- 구입하지 않는 나에게 재산은 이런 것들이리라고 생각하며 별 감흥 없던 책도, 더이상 듣지 않는 CD도, 받은 지 10여년이 훌쩍 넘은 쪽지도, 어릴 적 끄적거렸던 낙서조차도 모아 두었다. 

언제부턴가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다 쓰지 못할 것 같은 검정색 펜들이 가득 들어있는 필통을 보면 숨이 턱턱 막혔다. 손 댄지 오래된 책들과 CD를 내다 팔고 이젠 필요 없는 자료들을 분리해 내는 건 쉬웠지만 그 이상은 잘 되지 않았다. 잡동사니들을 정리해 보겠다며 책상 서랍을 뒤집었다가 이건 그 때 걔가 준 거야, 이건 또 언제 필요할 지 몰라, 이건 나 말고 필요한 사람한테 줘야지…하며 하나하나 물건을 늘어놓다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는 지쳐 버리기가 일쑤였다. 누군가 잘 버리는 방법을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용서를 원체 안 읽다 보니 뭘 읽어야 할 지 감이 안 잡혀 '정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들을 무작정 골라 읽었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정말 실용적인 정보'보다 그 실용적인 방법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책들이 많았고, 그게 내가 실용서를 싫어하는 이유이다 보니ㅠㅠ '왜 정리를 해야 하는가?' '왜 버려야 하는가?' '왜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도 정리해야 하는가?' 등등에 대해 책의 70% 이상을 적어놓고 있는 책들을 통독한 후면 허탈함에 몸서리쳤다. 아오 인제 그만 읽을까…싶을 때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을 만났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중얼거리며 읽기 시작했고, 결과는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


2. 물건 대신 '나'를 채우는 삶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의 필요 없는 것들 정리하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1부에서는 '단순함'이 인생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서술하고, '단순할수록 미래는 더 안전하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2부에서는 직접적으로 정리를 시작하기 전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1, 2부의 전체적인 주장을 요약하자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낭비하지 않으며 좋은 것들을 골라서 취하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삶을 살기 위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일들을 피하고 우리를 어지럽히는 것을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라.'정도일 텐데, 사실 쉬운 얘기는 절대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심플한 삶이란 그 어떤 물질도 소유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편의와 즐거움을 위한 최소한의 것 이외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이다. 그런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먹고 입고 쓰는 데 편안함을 느끼는지, 무엇을 하고 듣고 읽고 즐길 때 내 정신이 충만해지는지,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 이상이라고 느끼는 '과도한 것들'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즉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어야만 심플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타인의 눈을 신경쓰며 살아가는 데 익숙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라면 심플한 삶 자체를 욕망하지조차 못하리라는 것.

무상의 우아함은 먼저 자기 자신을 소유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자기 자신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사람의 취향에 영향을 받기보다 자기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나가야 하며,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견하고 실제와 다른 어떤 존재인 양 가장하지 않아야 한다. (30쪽)


인간 관계에서도 이 정의는 그대로 적용된다. 함께 있는 순간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지, 더이상의 욕심은 부려서도 안 되고 부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순간에 만족했다면 그것으로 끝. 과거가 된 행복을 현재의 것이라 착각하고 집착해선 내가 추해질 뿐이다. 욕망의 대상이 인간이든 물질이든간에 '내 것'이라 생각하며 소유하려는 사람은 덜 성장한 것이므로 더 성숙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말이,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 좋은 가르침이 되었다.

많이 소유할수록 우리는 더 쉽게 상처받게 된다. 반면 영적으로 더 진보할수록 소유나 사람에 대한 욕망은 줄어든다. 물질적으로 초연해지는 것은 그것과 얽힌 관계까지 포함하여 모든 영역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해준다. "지금 나는 이 사람과 있어서 정말 행복해. 하지만 그를 소유한 것은 아니야. 내가 감옥의 간수도 아니고, 나와 함께 있든 떠나든 그에게는 자유가 있어." (33쪽)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려고만 들지 않는다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심지어 사랑조차도 늘 소유하려 든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우리의 삶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요행을 바라며 세상으로부터 헛된 기대를 품다 세상을 원망하거나, 사람이나 물건으로 우리의 욕구를 채우려 애쓰다 정작 우리 스스로를 잃고 상처받게 된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깥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자신 안에 있다. (36쪽)


그렇다면 지금 여기 내게 필요한 것만이 가져야 할 물건일까?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여 '쓰잘데 없는 건 다 버려라'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려준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사용할 때마다 즐거움을 주고 공간에 생동감을 불러일으켜주는 물건, 즉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므로, 기능성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라는 것. 이 애정을 돈을 잃는 것 같은 두려움이나 가난하게 보일 것에 대한 두려움, 나중에 후회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착각해선 안 된다는 충고까지 덧붙인다. 

자신의 물건에 왜 이렇게 많은 애착을 갖는지, 어떤 가치가 결부되어 있는지 자문하라. 우리가 버릴 물건 중에는 어쩌면 버리고 나서 후회하게 될 물건도 한두 개쯤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107쪽)



3. 심플한 정리법, 실전!
가장 마음에 들었던 3장의 제목은 '심플한 정리법'! 1, 2장이 이론이라면 3장은 실전이랄까. 그야말로 정리를 위한 실용적인 팁들이 가득가득 들어 있다. 부엌에 꼭 필요한 물건은 무엇이며 있으면 좋아 보이지만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 뻔한 물건은 무엇인지, 손님을 대접할 땐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장식품은 어떻게 구비해야 할지, 도저히 뭘 못 버리겠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등등. 잡동사니를 담을 서랍은 한 칸만 마련하라, 수량의 상한선을 두라(중복해서 물건을 갖지 말아라), 물건을 그룹화하라, 계절에 따라 버려라, 결정은 아침에 내려라, 소비에 시간을 투자하지 마라, 여행을 버리는 기회로 활용하라 등등. 이사나 독립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주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자신에게 어떤 정서적 의미가 없거나 적은 외부의 물건, 물질적인 것들부터 비워나가기 시작하라. (207쪽)

잡동사니로 가득 찬 서랍 한 칸이나 상자 하나를 공략할 떄는 탁자나 바닥 위에 내용물을 모두 쏟아놓자. 이렇게 모든 물건이 한눈에 드러나면 몸은 저절로 반응해서 그것을 원래 있던 곳에 집어넣는 대신, 내용물의 90퍼센트를 버리게 된다. (208쪽)

어떤 물건을 버리기 전 아직 애착이 느껴지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않으리라는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그 물건을 정성껏 포장해서 차고나 지하실에 이런 물건을 모아둘 장소를 정해놓는 것이다. 그리고 상자에 날짜를 써두라. 1년 동안 그 상자의 물건을 찾으러 가지 않았다면, 그것은 버려도 된다. (209-210쪽)

사고 싶은 물건의 목록을 적어서 30일을 기다리자. 시간이 다 될수록, 그 물건을 왜 그토록 원했는지 더 이상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263쪽)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통까지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주의하자. (244쪽)

소비를 줄이는 것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사회 참여라고 할 수 있다. (272쪽)

결국 이 책 전체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점은 변하는 물질과 의미 없는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존재에 집중함으로써 정신적 충일함을 맛보고 성숙한 인간이 되라는 것이리라. 이제까지 쥐어 왔던 쓰레기들-물질과 기억 모두-을 치우고, 내 안에 빈 공간을 마련해 놓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나가려고 노력하라는 메시지. 되돌아가지 않고, 멈춰있지 않고, 천천히 성장하는 인간이 되어야 할 테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 데, 이 책이 두 걸음 정도는 도움을 준 거겠지? :D
 


물건은 순환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보다 더 오래 남아 있다가 빛이 바래고 낡아서 아무도 울어주지 않는 가운데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고로 물건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맡은 것이며 계속 순환되어야 한다. 자신이 맡았을 때 잘 누리면 된다.

-리디아 플렘의 『수런거리는 유산들』 중에서, 도미니크 로로의 책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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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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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모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다. 원래 여행기를 잘 안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에세이 분야'에서 유명한 필자인 것 같던데 어떻게 한 권도 안 읽었을까 생각하며 책 표지를 넘기다가 책 날개에서 곧바로 이유(라고 할 만한 것)를 찾아냈다. 이제까지 그가 쓴 책 제목들 덕분이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까지…전부 다 감성터지는(;;) 제목들. 솔직히 내 취향과는 잘 맞지 않는. (내 취향에 잘 맞는 '제목'은 오히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같은…허허;;;;;)


'길 위에서 배운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인데, 사실은 길 위에서 만난 말들, 내 안의 말들, 길 위에 두고 온 말들이라는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걸 '배운 말들'로 묶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변종모씨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 생각의 편린들이 70여개의 단어들로 정리되어 있다. 하나의 단어와 그 단어에 관한 아포리즘, 그 단어와 관련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여행지에서의 감상이 차례대로 나온다. 중간중간 그가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을 보면서 쉬어갈 수 있는 책. 처음부터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는 것도 좋겠지만, 촤라락 넘기다가 '어 이거 괜찮다' 싶은 부분을 먼저 읽어도 될 것 같고, 사진을 먼저 본 후 글을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1장을 읽을 때는 이 사람 참 외롭구나, 외로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구름을 헤치고 구름을 밟고 걷다 여기 돌아왔으니 예서 못 지날 길이 내게 무슨 문제인가(24쪽)라고 말하다가도 계속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의 모든 허상보다 조금 더 진짜인 것을 느낄 수만 있다면 세상 어디로든 나서고 싶었다…(중략) 나도 나의 진짜를 만나야겠기에, 나만이 나를 보듬을 수 있기에, 당신을 용서해야겠기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겠기에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야겠기에(41쪽)라는 문장은 반어처럼 읽히기도 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너를 잊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그만큼 너를 잊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는 깊은 탄식 같았달까. 도대체 얼마나 괴로운 이별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그리워하나 싶었다. 조금은 지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뒤로 갈수록 편안히 읽을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에게 선물해 준 소중한 순간들, 귀중한 깨달음들은 읽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그 기억을 혼잣말로 남겨놓지 않고 독자에게 대화처럼 전송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앞부분에서의 '너'가 작가만의 너, 작가가 사랑했던 너, 작가와 이별했던 너, 그런 개인적인 '너'라면, 뒷부분에서의 '너'는 작가가 걸었던 길을 언젠가 걸을 수도 있고 지금 걷고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영원히 안 걸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쨌던 작가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듯 스스로의 삶을 뚜벅뚜벅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쿠바에서의 만남을 묘사한 '나눔'이었다. 산타클라라에서 만난 중년 남성에게 눈인사를 건네자 그가 자신에게 시가를 권하며 대화를 시작했던 일. 시가를 받은 작가가 드릴 게 없다고 말하자 "당신은 이미 귀한 시간을 내게 나눠주고 있질 않소? 시간이란 꽤 귀중한 거죠. 특히 나 같은 낯선 자에게 선뜻 내 주는 이런 시간 말이오! 이 시가보다 더! 그러니 나와 시가나 한 대 피웁시다."라고 말한 그 중년 남성은 인간과 인간이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듯 했다. 작가가 이어 쓴 이 문장들도 마음에 들었다.


나산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쌓은 빚을 하나하나 도로 갚아나가는 것.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 사는 일이므로. 더구나 사람이 가진 것 중 가장 협소한 것인 마음은 또 거기 사랑은 이상하게도 마음먹기에 따라 아무리 줘도 전부를 퍼내도 바닥나지 않는다.  (313쪽)


책을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검색해 보다가, 출간 기념 북토크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http://ch.yes24.com/Article/View/25329). 여행작가로서 10년을 맞아 즐겁고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는 말을 읽고, 앞으로의 그의 책은 이 책보다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행을 가기 전이나 갔다온 뒤나 변하는 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굳이 없어도 될 때'면 여행을 가는 그가, 자신이 '한국에 굳이 없어도' 된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지도 궁금해졌다. 더 좋은 글로, 더 마음을 울리는 책으로 다시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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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5 16:49   수정 | 삭제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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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정유정인데…어, 정유정인데?

정유정소설가가 히말라야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책이 나오기 훨씬 전이었다.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유정소설가처럼 찐득찐득한 원액 같은 글을 쓰는 소설가에게는 활활 타오르듯 정력적이고 뜨거운 지역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스페인이나 남미나 아프리카 같은. 히말라야라는 단어와 함께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설산이었기 때문이다. 김연수소설가님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속의 인정 없이 차갑고 뾰족한 눈 덮인 산. 눈바람을 맞으며 그 산을 넘는 이가 내성적인 목소리로 토해놓는 무거운 이야기…같은.


안그래도 꽉 쥔 주먹 같은 소설을 쓰는 정유정소설가의 히말라야 여행기라니, 심지어 2주간의 트래킹 얘기라니! 또 얼마나 진하고 치밀할까 싶었다. '환상방황'이라는 책 제목과 글 앞에 실려 있는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 지도를 보니 긴장이 더 높아졌다. 거봐 여행이 아니라 방황이야. 게다가 이 긴 길에서 방황했다는 거야…분명 엄청 진지할거야…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에 힘이 빡 들어갔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프롤로그 중반 쯤부터였다. 문장과 문장을 지나가다가 입술 사이로 웃음이 픽 새어나오는 걸 깨닫고 당황했다. 100쪽짜리 고산병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셨다는 소설가님의 남편분에 대한 에피소드, 브래지어의 A컵 라벨을 잘라내고는 후배 지영씨에게 한 소리 들었다는 에피소드, 네팔에 도착한 후 마살라 때문에 고군분투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면서 점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정유정소설가 글이라며? 내가 아는 그 정유정소설가 아냐? 왜이렇게 웃기지? 이런 게 아닐 줄 알았는데? 왜이래?



내가 알고 있는 정유정을 당신도 알게 된다면…

이제까지 내가 알던 정유정은 매우 집요하고 치밀한 소설가였다. 정유정소설가가 출연한 여러 팟캐스트를 들으면서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화통하고 대담하고 심지가 굳고 진중하고 모임에서는 리더 역할을 할 것 같고 밑으로 줄줄 딸린 동생들을 딱부러지게 잘 챙겨서 이끌고 갈 것 같은, '엄마 같은 누나'의 이미지. 물론 환상방황 속에서 정유정소설가의 저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한방에 히말라야 종주를 결정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든지, 히말라야에 가기로 결정한 후 지리산을 타고넘으며 훈련을 한다든지, 쏘롱라패스 정상에 도착한 후 50분만에 뛰어내려온다든지(유 알 어 파이터!!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 책 속에서 더 부각됐던 건 유머러스하고 털털하며 귀여우신데다가 실수도 많고 허당(이라고 써도 되려나)인 데도 적지 않은 정유정소설가의 모습이었다. 정유정소설가의 글이 이렇게 '웃길' 줄이야. 그녀 소설의 치밀함과 집요함을 떠올리고 '혹시 이 유쾌함도 의도된 건 아닐까?'라는 의심을 3초쯤 하기도 했지만 설마…그건 아니겠지;; 여행기 내내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자신의 허당스러움을 늘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어떤 부분에선 '나 이런 사람인지 몰랐지? 원래는 이렇다고 낄낄낄!!!'이라 떠벌리는 느낌까지 들 정도ㅋㅋ)히말라야에서 경험한 각종 육체적 고통들을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 나열한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남의 괴로움을 읽으면서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어 나중엔 좀 미안해지기도 했다. 뭐 이런 문장들 말이다.


만년설에 뒤덮인 봉우리 너머에선 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촌뜨기 언니. 우리 트위스트 한 판 출까." (26쪽)


몸에 달려 있지 않다면 가슴도 놓고 다닐 거라는 게, 나에 대한 남편의 평가였다. (57쪽)


평화가 오신다. 걸으면서 입속말로 외워보았다. 옴마니밧메훔. 옴마니밧메, 옴 마니, 옴, 옴, 옴……잠이 오셨다. (100쪽)


땅거미가 내리는 목초지 비탈에 시커먼 소 다섯 마리가 어슬렁대고 있었다. (중략) 긴 잔등에는 매끈하고도 짧은 털이, 옆구리 아래로 길고 풍성한 털이 늘어져 있었다. 마치 고대의 매머드들이 검은 치마저고리를 입고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153쪽)


안나푸르나에서 내 책이 다 좋다는 독자를 만나다니. 천하의 스티븐 킹도 이런 일은 경험해보지 못했으리라. 몇 시간 전까지 '코리안 보이'였던 한 청년이 특별한 존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브래드 피트처럼 잘생기고, 주드 로처럼 섹시한 데다, 스티브 잡스처럼 스마트해 보였다. (161쪽)


물론 누군가는 내가 보고 킬킬거렸던 문장에서 불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히말라야까지 올라가서 왜 화장실 얘기나 하고 있어? 몸 말고 정신 얘기 없어? 여행에서 얻은 평화나 삶의 행복이나 사랑이나 자신과의 화해 같은 거 좋잖아? 하고 툴툴거리는 사람도 있었을지 모른다. 독자들은 다양하고, 사람들마다의 유머 코드 역시 다양하니까. 


하지만 나는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것 먹고 좋은 옷 입고 좋은 것 보고 좋은 숙소 침대에서 잠들더라도 내 몸이 아프고 지치고 힘들면 헛일 아닌가, 대신 특별하게 좋은 어딘가엘 가지 않더라도 내 몸 편하고 내 몸 즐거우면 내 맘도 편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정도밖에 못 되는 사람인지라, 이런 식의 여행담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여행이란 것은, 그리고 삶이란 것 역시도 정신의 문제이기 이전에 육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라. 히말라야에서 느낀 '환상적인 정신적 충일함' 대신 몸 안팎을 침범해 온 손님들과의 예상치도 않았고 반갑지는 더더욱 않은 조우를 실감나게 그리는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먹을 것 이야기, 화장실 이야기, 김혜나소설가님의 '요가 배틀' 이야기, 불면증, 두통, 심장의 두근거림, 고산병, 죽음의 고비 등등.


이렇게 몸이 먼저 히말라야에 빡세게(!!) 부딪고 나야 정신에도 확실히 부딪쳐 오는 게 있는 법 아닌가. 몸이 설렁설렁 대충 할 때는 정신도 설렁설렁 늘어지듯이. 아 물론 푸르뎅뎅한 입술과 퉁퉁 부은 눈두덩과 벌건 얼굴로도 신비로운 미소로 "아임 파인. 원더풀 라스트 나이트 앤 뷰티풀 모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폴란드 언니의 정신력도 대단하지만 ;ㅂ;



함께 걷는 길, '나'와 검부와 혜나와 버럼과 :)

이 여행기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현재의 정유정과 히말라야 사이사이에 불쑥 과거의 정유정이 끼어든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유정이 시간과 시간 사이를 지나갈 때 히말라야가 정유정의 몸에 직접 와부딪치고, 그 부딪침이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고, 그 감각이 과거의 경험을 불러내고, 그러면서 과거의 정유정과 현재의 정유정이 교차되고, 아까의 정유정이 지금의 정유정과 다른 인물이 되는 과정이 참 좋았다. 물론 정유정 본인은 히말라야를 오르기 전의 자신과 오른 후의 자신이 다르지 않다고 말하지만, '나의 진짜 본질이 내가 아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는 나'와 '나의 진짜 본질이 내가 아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는 전혀 다른 나 아닐까. '떠나온 나와 돌아갈 나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에서 '떠나온 나와 돌아갈 나가 다르지 않다고 확신하는 나'로 바뀐 것이니까. 힘이 없는 상태와 힘이 남아도는 상태 역시 분명히 다르고.



물론 현재의 정유정이 과거의 정유정'하고만' 이 길고긴 길을 걸어갈 수는 없었을 테다. 무뚝뚝한 듯 하지만 엄청나게 세심하고 든든한 검부, 어학에 재능이 있는 듯한(까꽁!) 귀여운 버럼, 이 책과 짝이 될 것 같은 여행기를 쓰고 있는 중이라는 김혜나소설가가 함께 이 길을 걸었기에 정유정 역시 환상종주를 성공할 수 있었겠지. 몇년 후 그녀가 또다시 히말라야를 찾아서 또다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 분명 검부와 함께 할 것 같다는 예상이 책을 덮자마자 드는 건 그만큼 그녀와 동행했던 이들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짐을 들어주고 사과를 챙겨주고 손을 주물러주고 약을 나눠먹고 화장실을 같이 쓰는 이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훨씬 재미 없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잉여 대신 목표를 찾는 그녀, 응원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요즘 챙겨듣는 팟캐스트 '낭만책방'에서 정유정소설가가 출연한 방송을 먼저 들었었다. 그냥 방송만 들었을 때도 재미있었는데, 책을 읽고 다시 한번 팟캐스트를 들으니 더 재미있었다. 아 이게 이 얘기였구나! 하고 무릎을 탁탁 치기도 했고, 어머니 얘기는 왠지 더 찡했다.



두 번째 들을 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정유정소설가의 이 말씀. (낭만서점 웹사이트에도 정리되어 있다 : 여기)


삶을 좀 여유롭게, 관조하듯이, 우아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근데 그게 (저랑) 기본적으로 전혀 안 맞는 거죠. 목표가 없으면 무기력해지고. 처음에 떠날 땐, 제가 좀 돌아오면, 떠날 때와 좀 달라져서, 뭔가 차원이 높은 인간이 되어가지고 돌아올 줄 알았어요…결국 끝에 가서 발견한 건,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똑같다. 그냥 똑같은 저를 발견하고 돌아왔어요. 그래, 뭐, 싸움닭이야, 뭐 어쩔 거야? 하고 돌아온…그전에는 그런 별명들이 좋기도 할 수 있겠지만 좀 억세지 않고 고상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기 갔다와서 깨달은 게, 그건 나한테 욕심이었구나. 나는 원래 그렇게 생긴 사람이었구나…


목표 없는 삶을 힘겨워하지 않고 잉여 상태를 즐기는(사실은 엄청 좋아하는!!!)데다가 오르막길을 좋아하지 않아 등산도 싫어하는 나에게 히말라야는 '완전 딴 세상'이다. 아마 죽어도 환상종주를 하지 못할 것이고, 죽어도 히말라야에 가지 못할 것이다. 고로 정유정은 나와 영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남의 이야기같지 않은 건, 그녀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이 나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떤 목소리가 답해왔다.

죽는 날까지. (186쪽)


그래서 나는 그녀의 여행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경험을 질투하고, 그녀가 얻은 깨달음을 시기하는 대신, 저 대답을 마음에 담는다. 나에게 대답을 준 정유정소설가와 그녀를 무사히 돌려보내준 히말라야, 그녀가 여행기를 쓸 수 있게 해 준 '잉여 시간'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 세상에서 내 인생을 상대하는 게 힘겨워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저 대답을 해 줄 것이다. 죽는 날까지라고.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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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5 16:5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잘 읽었습니다! 인사 없이 조용히 갔었는데ㅎ 반갑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