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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사실은 반 년 전에 써야 했던 마이페이퍼다. 마지막 리뷰도서들을 다 읽고 나서 써야지…하다가 바로 13기 신간평가단을 하게 되면서 잊어 버리고 말았다-_- 이번에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 쓰기(아 무슨 명사구가 이렇게 길담;)를 앞두고 쓰지 않았던 12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가 불현듯 떠올라!!! 이거 먼저 쓰고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12기 신간평가단 때는 소설을 썼다. 왠지 뽑힐 것 같다는 자신만만함(도대체 근거를 알 수 없는=_=)으로 시작했던 12기. 막상 12기 활동을 시작하고 나니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ㅎㅎ 받자마자 후루룩 읽어치우는 데 성공하는 책도 있었지만 일주일도 넘게 붙잡고 있어봤자 진도가 술술 나가질 않는 책도 있었다(서명을 직접 거론하기 좀 그렇지만…그래도 그냥 쓰자면 밀수꾼들 같은 거. 흐허허허허허허허). 그냥 '심심해서 읽는 거'라고 생각하면 촤라락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책도 '이거 읽고 리뷰 써야함ㅠㅠㅠㅠㅠ'이라 생각하면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단연 지옥설계도!!!!!!). 


그러나 다행히도 고역인 책읽기보다 즐거운 책읽기가 더 많았고, 더더욱 다행히도 기한 내에 모든 리뷰와 페이퍼를 다 작성할 수 있었다하하하하하. 성실하게 12기 활동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선 스스로에게 칭찬을 좀 해 줘도 나쁘지 않을 터. 잘 쓰는 것만큼(또는 것'보다') 성실하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으니, 어떤 책을 읽는 것은 때때로 꽤 힘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너무 많은 불평이나 자학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내가 뽑은 12기 신간평가단 소설 중 베스트 5는,



1. 공선옥 -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2. 폴 오스터 - 선셋 파크

3. 이기호 - 김 박사는 누구인가?

4. 움베르트 에코 - 프라하의 묘지

5.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꼽고 나니 한국 장편소설 하나, 한국 단편소설집 하나, 일본소설 하나, 영미소설 하나, 이탈리아 소설 하나라는, 굉장히 골고루 선정한 것 같아 보이는 리스트가 되어 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적으로 우연이다-_-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이제까지 읽은 공선옥과 이기호의 소설 중 단연 베스트!!였고, 아주 오랜만에 읽은 폴 오스터와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은 '역시 읽을 만한 작가들!!'이란 확신을 새삼 주었다. 이 네 권을 꼽는 건 사실 크게 어렵지 않았고, 마지막 한 자리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넣을까 눈의 아이를 넣을까 고민(?)했는데, 눈의 아이에 실린 몇 편의 단편이 꽤 인상적이었음에도 결국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넣었다. '다 읽은 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점이 세세한 몇 가지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았기 때문에.


12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바쁜 일상에 치여 '아 내가 이걸 괜히 한 게 아닐까ㅠㅠ'라는 생각이 들 때도 없진 않았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애정이 아무래도 생기지 않을 때, 내가 쓴 리뷰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책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제대로 언어화해지 못했다고 느꼈을 때 특히 그랬다. 그렇지만 분명 신간평가단 활동이 즐거웠던 건, (너무 뻔한 결론이지만)  다양한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를 주시고, 매번 친절하게 페이퍼와 리뷰 작성 기한을 알려주신 담당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좋은 글을, 좋은 책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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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열심히 쓴 마이페이퍼를 날리고 허탈함에 빠져 다시 쓰는 걸 잊고 있었다. 졸지에 마지막 마이페이퍼가 이틀이나 늦었네ㅠㅠ 슬픈 마음으로 허겁지겁 다시 올리는 12기 신간평가단으로서의 마지막 마이페이퍼. 4월의 신간 소설 중 눈에 띈 책들!



우선 야마다 에이미의 타이니 스토리. <공주님>을 통해 야마다 에이미를 처음 알았으니, 거의 10여년째 그녀의 책을 읽어 오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맨 처음에는 그녀의 소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주님>이 처음 나왔을 무렵 내 주위에는 이상하게도 야마다 에이미 찬양이 넘쳐흘렀다. 마치 야마다 에이미를 좋아하지 않으면 좀 촌스러운 사람인 것 같이 취급받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그런 분위기가 나는 싫었다. <공주님>도 '뭐 그냥 그렇구만' 하면서 읽었더랬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못해>와 <방과 후의 음표>가 마음에 들었었고, <슈거 앤 스파이스>는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 세상에 야마다 에이미를 좋아하지 않다니!'라는 사람들과도 점점 안 만나게 되었고-_- 조금은 편안하게 그녀의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타이니 스토리는 그녀의 데뷔 25주년 작품이다. 세상에 스물 한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니 소설 하나 하나가 꽤 짧을 것 같다. '거장 재즈 뮤지션의 잼 세션처럼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민음사의 책 소개 문구는 굉장히 마음에 안 들지만(저 문구 때문에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든달까-_-) 그래도 야마다 에이미의 책을 꾸준히 출판해주신 민음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첫 번째로 꼽는다. 가장 호기심이 이는 소설의 제목은 역시나 '클리토리스에 버터를(정말 야마다 에이미 답다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420, 그리고 라이트벌브'.


두 번째로 꼽은 책은 회색 세상에서. 작가의 이름도 잘 모르지만, 출판사가 문학동네라는 점과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의 실상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리스트에 올려 두었다. 문학과지성사/문학동네/창비의 책은 웬만해선 믿고 읽는 편인 데다가 최근에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언제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작가인 루타 서페티스의 할아버지와 친척들이 실제로 겪은 체험이 이 소설의 바탕이 된 것 같은데, 참,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잔인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것인지.


세 번째로 꼽은 세 권의 책은 한국 여성 소설가의 책들. 김 숨과 공선옥, 배수아의 신간이다. 


배수아는 야마다 에이미보다 더 오랫동안 읽어 오고 있는 작가고, 대학생 시절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아야 할 때 망설임 없이 이름을 댔던 소설가다. 그녀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와, 바람인형과, 부주의한 사랑과, 철수와, 그사람의 첫사랑과, 붉은 손 클럽과, 나는 이제 네가 지겨워와, 이바나와, 동물원 킨트를, 나는 경전처럼 읽고 읽고 또 읽었더랬다. 예전에는 열광하는 마음이 아주 약간 섞인 흥분 상태로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면, 지금은 그보다 차분하게 그리고 상당히 편안하게 그녀의 책을 뒤적인다. 출판사는 마음에 안 들지만(ㅈㅇㄱㅁㅇ은 그다지 선호하는 출판사가 아니다ㅠㅠ 물론 시공사와 동서문화사가 갑이지만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배수아인걸. 당연히 읽어줘야 한다.


공선옥 역시 참 꽤 오래 읽어 왔다. 어릴 적엔 <수수밭으로 오세요>나 <멋진 한 세상> 속의 인물들을 따라 가는 게 너무 아파서, 그녀의 책에 쉽게 손을 대지 못했는데 <나는 죽지 않겠다>부터 그녀의 책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신간에 대해 동아일보에서 엄청 우스운 서평을 써놨던데(무자비한 개발 횡포를 비판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작가가 그립다면서 공선옥의 경직성을 비판하고 '슬픔은 작가가 쥐어짜는 게 아니라 작품의 행간을 통해 독자에게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라고 충고까지 해서 어찌나 어이없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쌰랍동아일보-_-) 공선옥씨는 당연히 이따위 서평에 눈도 깜짝 안했으리라 믿는다. 5월에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룬 책은 의무감으로라도 읽어야 한다.


김 숨의 책은 생각보다 많이 못 읽어 왔다. 이번 책에 대해 이런저런 신문들에서 쓴 서평들을 보니 꽤 예민한 소재를 김 숨다운 '불편함'으로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이던데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 숨이니까, 뻔하디 뻔한 TV 드라마 식의 '지독한 시월드 대 지만 잘난 며느리' 간 대립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을 리 만무하다는 믿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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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오늘은 식목일. 식목일이 휴일에서 빠진 뒤로는 '어 오늘이 식목일이었네...'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엄연히 청명/한식/향토예비군의 날과 함께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 나무 심는 날. 왠지 싱그러운 샛초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하루다. 이 정도가 되어야 아, 3월이 진짜 다 갔구나, 싶다.


피곤하고 정신없이 바빴던 3월과 헤어졌으니, 이제는 봄처럼 따뜻해지고 조금은 나른해지는 날들이 펼쳐지려나. 물론 삶이란 늘 기대를 비웃고 찾아오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므로 그럴 리 없이 계속 바쁘고 계속 빡빡하고 계속 피곤하겠지만.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기를 희망하며 4월에 읽고 싶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





1. 선셋 파크

책 소개를 읽지 않고 작가 이름만 본 채 고르게 되는 책이 있다. 폴 오스터도 그런 작가 중 한 명. 그의 책을 대충 대여섯 정도 읽었던 것 같다. 그 중 페이보릿은 달의 궁전. 십 년이 뭐야, 십이년쯤 전에 읽은 것 같다. 선셋 파크를 통해 나의 페이보릿이 바뀔 수 있을까? 궁금하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열심히 찾아 읽던 때도 있었는데…한동안 또 잊고 살았네.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표지도 마음에 들고, 열린책들은 기본적으로 신뢰가 가는 출판사이기도 하고. 


2. 주말

폴 오스터처럼, 베른하르트 슐링크 역시 이름만 보고 작품을 골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게 되는 작가이다. 나와는 약간 다른 시각/관점으로 세계와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한다. 안타까운 건 시공사에서 그의 책이 앞으로 출간될 예정인 것 같다는 건데…아아아. 리브로와 시공사를 싫어하고 시공사에서 나오는 책은 절대 구입하지 않는지라 참…… 솔직히 시공사에서 괜찮은 책이 나오면 늘 짜증이 난다. 전두환 꺼져-_-


3. 아이언 하우스

사실 이 책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모르는 작가, 낯선 번역자, 특별한 느낌 없는 출판사, 별로 맘에 안 드는 표지, 팍 와닿지 않는 줄거리…이 정도면 눈에 안들어오는 책이라 하기에 충분한지라. 그런데 검색을 하다가 리뷰들이 너무 좋아서! 아니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이렇게 리뷰들이 좋은거야? 하는 생각에 호기심이 들어 버렸다. 만약 이 책이 3월의 신간으로 뽑혔는데 재미 없으면 좀 화날 것 같다ㅎ


4. 주석 달린 드라큘라

이런 책은, 뭐랄까, 존재 자체가 존재의 가치가 된달까. 읽지 않고 소장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질 것 같은 기분. 드라큘라라는 이야기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이 '책'이 '책'으로서 갖는 의미도 충분한 거다. 마치 가구처럼ㅋㅋㅋ


5. 문라이트 마일

…사실 3월의 신간소설로 가장 꼽고 싶었던 책은 이거다, 문라이트 마일. 데니스 루헤인이라니, 켄지라니, 제나로라니, 켄지&제나로라니!!!!!!! 세상에 (현재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립탐정 듀오란 말이다!!!!! 게다가 <가라, 아이야, 가라>의 속편이라니!!!!!!!! 아만다가 또 실종되다니!!!!!!!!! 어떻게 이 책을 안 읽을 수 있냔 말이다!!!!!!!!!!!!!!!! 근데 정말 속상하게도 이 책이 2월에 나왔다는 걸 3월이 되어서야 깨달아 버렸으니, 오호 통재라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이 3월의 신간소설로 절대, 절대, 절대!! 뽑힐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페이퍼에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넣지 않는다는 게 너무 참을 수 없어서!!!! 굳이 절대 뽑히지 않을 책을 집어넣고 싶었다. 문라이트 마일, 이건 알라딘에서 안 줘도 사서 읽습니다, 켄지&제나로, 빨리 만나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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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신간페이퍼를 쓴 이래로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이 많았다. 고르느라 힘들었다ㅋㅋㅋ 처음에는 총 일곱 권을 고른 후 그 중에서 둘을 떨어뜨리려 했다. 세 권은 '오오오 이거이거!!'하면서 바로 골랐는데 남은 네 권이 모두 비슷비슷했다. '아 이것도 괜찮은데…아 저것도 괜찮고…아 요것도 비슷하게 괜찮고'하다가 결국은 그냥 뒤의 네 권을 모두 탈락시키고 세 권을 선택했다. 좀 적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3월이니까 3권을 고르는 것도 괜찮잖아? 하며 우겨본다-_-* 세 권 다 일본 소설이어서 약간은 편중된 페이퍼인 것 같지만 이게 내 취향이니 뭐 어쩔 수 없지 뭐. 


새해는 1월 1일부터지만 어디까지나 '본격적인 시작'의 느낌은 봄에, 3월에 나는 법.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아 진부하구나-_-) 올려보는 3월의 신간페이퍼. 이 중 한 권 정도는 뽑힐 것도 같은데,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안 뽑힐 것 같다하하하하.



1. 십자가 

바로 이 책이 3월에 가장 읽고 싶은 책이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들을 종종 찾아 읽는 편인데, 읽으면서 소설 속에 나타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피상적이거나 과장되었거나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아는 아이들과는 좀 동떨어진 듯해, 공감이 잘 안 되곤 한다. 


그런데 시게마츠 기요시의 책을 읽을 때는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우리 나라 작가도 아닌 일본 작가의 글인데, 우리 나라 작가들의 글보다 훨씬 더 '보통 학생들'의 감정과 모습이 섬세하게 포착되고 표현되어 있다.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 한 인간의 일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엄청나게 충격적이어 보이는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것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일어나기 전후의 인간을 '다른 인간'으로 만드는 것임을, 그렇게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함을, 그는 진솔하고 담담하면서도 감동 있게 그려낸다.


이 소설은 왕따와 관련된 소설이다. 왕따로 인해 자살한 소년, 그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시게마츠 기요시가 왕따로 고민하다가 자살한 아이를 둔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 이 소설을 썼다는데, 문득 연초에 보았던 '학교의 눈물'이 생각나기도 한다. 왕따 문제를 다룬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기에 더욱 기대된다.



2. IN

살림에서 나온 레드 문 클럽의 첫 번째 책이다. 지난 달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블루 문 클럽의 첫 번째 책(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첫 작가를 기리노 나쓰오로 선정한 것 역시, 출판사에서 나름 신경썼다는 흔적 아닐까?ㅋ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이 인 것에서부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소설이 바로 아니던가! 


에서 잔혹하고 잔인하고 그로테스크(역시 그녀의 소설 제목ㅋ)한 살인이 이어지는 것과 다르게, 은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빌리자면) 경찰이나 형사도 등장하지 않고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나 구토를 유발하는 범행 현장도 나오지 않는, 순문학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한다. (또 책 소개글을 빌리자면) 사랑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연인들의 가슴 속에 남은 스산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내가 알던 기리오 나쓰오의 소설과는 꽤 다른 소설이라는 점에서, 구미가 당긴다. 그러나 '영혼을 얼어붙게 만드는'이라는 띠지의 카피는 좀…좀 그래요ㅠㅠ



3. 눈의 아이

내가 아니어도 다른 평가단들이 빠짐없이 선택하실 것 같은,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솔직히 미야베 미유키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그녀의 모든 작품을 푹 빠져 읽진 않았는데(작품별로 격차가 좀 큰 것 같다) 시대물보다는 현대물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일본 역사에 대한 지식을 좀 갖고 있거나, 최소한 일본 역사에 대해 흥미라도 가지고 있다면 시대물도 더 재미있을텐데, 그러지 않다 보니 허허허.


그녀가 그리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결국은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교훈적'이라는 게, 때로는 그녀의 작품에 손이 선뜻 가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함께' 반성하고 성찰하며 돌아보는 느낌보다는 '야 너 그러지 마라'라고 꾸짖는 듯한 느낌에 껄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녀의 칼끝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분명 있으니까. 그렇지만 정의롭지 못하고 비겁하며 때로는 추악하기까지 한 '보통 사람들'의 '사소해보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잘못들'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보여주는 작가가 있다는 건 분명 귀한 일이다. 그런 사람 없이 '우리 모두 착하고 아름답게 잘 살자 호호호' 하는 책들만 있다면…으억. 더더욱 끔찍하다-_-


'어린 시절 친구들만의 아지트에서 살해된 소녀를 추억'한다는 표제작부터 심상치 않다. 본인이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는 최신작 '성흔'도 궁금하고. 책 소개 페이지에서 본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변화의 주체이기 때문에 자신이 변하는 것을 오히려 깨닫지 못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자꾸만 세상이 변해간다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이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이다.'라는 구절도 참 인상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저런 문장이 들어갔을까, 어서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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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이 벌써 다 지나버린 2월의 둘째 날. 솔직히 첫 달에 나온 책들 중 눈에 확!!!! 띈 책은 없었다-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 그러다보니 다섯 권을 못 채우겠구나 싶었지만, 확!!!! 꽂히는 책 대신 '적당히' 읽어봐도 좋겠다 싶은 것들 중 몇 권을 고르기가 더 쉽지 않았다 하하하-_- 그렇게저렇게 고른 이번 달의 신간들은…




1.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라는 작가도 낯설고, 제목이 특별히 맘에 드는 것도 아니고('저녁이 있는 삶'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으음;), 표지가 맘에 팍 드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책 소개 페이지에 실린 이 문장들 때문이었다 : 무슨 짓을 하든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됐는데. 그냥 그렇게 있기만 해도 됐는데.


어머니/가족과 자살에 대한 욕망을 한꺼번에 이야기하고 있다는 소설. 어머니/가족이란 너무 진부한 주제인지도 모르지만,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져오는 '영원한 숙제'인 것도 사실이다. 어머니/가족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해 얘기해보라면 누구나 할 말이 너무 많다고 하겠지만, 그 한편에는 어머니/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과 아련함과 애틋함과…그 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그 감정들은 결국 어머니/가족로부터의 애정을 갈구하는 것의 다른 이름일 테니.


나이가 들면서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얼마 전부터는 더더욱 가족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나에게, 어머니/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려다가 죽음을 보류하고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참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생각 때문에 더더욱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슨 짓을 하든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 그 사람, 나의 아버지/어머니/동생,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2. 일러스트 이방인

카뮈 전집을 출간한 세계사에서 카뮈 탄생 백 주년을 맞이해 출간했다는 이방인의 일러스트판. 일러스트를 그린 사람은 호세 무뇨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세계적 거장…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낯선 이름이다보니ㅠㅠ 위키에서 검색해봤다. 1942년생, 아르헨티나의 만화가고 '하드보일드한 그래픽 노블'을 그리는 작가라고. 책 소개 페이지의 설명으로는 2012년 봄에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큰 화제를 일으키며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표지 느낌도 괜찮다.


출판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몇 편의 일러스트를 미리 봤는데, 뫼르소가 총 쏘는 장면이라든지 땀흘리는 장면이라든지…흑백의 절제된 톤이 아이러니하게도 강렬했다. 화려한 컬러도 아닌데 뫼르소의 심란하고 복잡한 그 내면 세계를 어쩌면 이리 섬찟한 느낌이 들게 그려냈는지. 책 한 권을 다 보고 있다 보면 중간중간 숨막히는 느낌이 들 것도 같지만 그런 숨막힘이야말로 이방인이 선사하는 가장 '주된' 감정이니 오히려 기대될 뿐이다. 일러스트와 같이 읽는 이방인은 어떨까,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이방인의 장면과 호세 무뇨스가 그려낸 장면들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다.



3. 끝까지 연기하라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처럼 낯선 작가의 작품. 책 소개 페이지의 설명으로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소설, 역사소설 작가라지만 우리 나라엔 거의 소개되지 않은 것 같은, 로버트 고다드라는 소설가. 평소 같으면 '뭐 그냥 그런 것 중 하나'라 생각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소설이었는데 주인공의 상황이 눈길을 끌었다. '그저 그런 연극을 순회공연하고 있는 왕년의 스타'라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존하는 스타'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설정이다, 개인적으로는!ㅎ


나는 경찰검찰판검사 등이 미스터리물보다는 사립탐정 혹은 일반인(!)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물을 더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는 점도 맘에 든다. 또 미스터리물에 반전이 있는 거야 필수 조건이라 할 만 하지만, 로버트 고다드의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반전'이라는 것도 관심이 가는 이유 중 하나고. 번역자가 부모성함께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과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사소한 이유들.



4. 라이프보트

얼마 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인터뷰를 듣다가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 인용되어 있다는 살인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 1884년에 한 배가 표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식량이 모자라자 다수의 의견에 따라 배에 타고 있던 소년을 죽여 먹었다고. 만약 '정의'를 '다수를 위한/다수가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때 소년을 죽어 먹은 결정은 정의로운 것이라고 봐야 하는가? 물론 나는 '정의'가 '다수를 위한/다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그 결정 역시 정의롭지 않다고 한칼에 자를 수 있지만(전제가 틀리면 명제도 틀리는…뭐 그런 거ㅎ) '다수가 행복하면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어려운 문제일 거다. 그 어려운 문제를 바탕으로 해서 쓰인 소설이 바로 이 <라이프보트>라고 한다. 제목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팍팍…


작가는 건축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다가 집에서 세쌍둥이를 기르고 혼자 독학으로 글쓰기를 공부했다고 한다. 변호사인 남편의 서재에서 책을 보다가 이 사건을 알게 되었고 영감을 받았다고. 세상에 어머님, 세쌍둥이 기르는 것만으로도 고단하고 시간이 빠듯했을텐데 어떻게 독학으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소설까지!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눈여겨볼만한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만 뿌리가 된 실화 자체도 워낙 이슈가 될 만한 것이니 더더욱 관심이 간다. 하지만 표지는 음, 너무, 뭐랄까, 너무 직설적인 느낌이라 아주 맘에 들진 않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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