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2014년 1월의 마이페이퍼를 쓰는 건 예상보다 힘들었다; 개인적인 상황이 좀 좋지 않은데다(그래서 12월 리뷰도 두 권 다 건너뛸 수 밖에 없었지만 흑흑. 언젠가는 꼭 쓰겠습니다ㅠㅠ) 2013년 12월에 새로 나온 에세이들 중 눈에 띄는 책들이 워낙 많아서!!! 다섯 권을 고르기가 정말 힘들었다. 아니 도대체 12월에 뭐이리 좋은 책이 많이 나온 거야? 라고 투덜투덜거리며 결국 골라낸 다섯 권의 책들은 아래와 같다.
어쩌다 보니(라기보다는 당연한 귀결에 가까울수도) 죽음에 관한 책들을 고르게 됐다. 죽음을 앞둔 이의 글이거나-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 현재엔 고인이 되셨지만-, 죽은 이의 글이거나, 죽음 후 남겨진 이의 글이다. 재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1년 넘는 시간동안,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마다 죽음이 바로 곁에 있음을 뼈저리게 절감하며 지내 왔기에 고른 책들이 이런 식인가 싶다. 처음엔 죽음이 곁에서 숨죽이고 도사리는 듯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냥, 함께 있는 것 같다. 지켜보면서 기다려 준다는 느낌이다. 조금 더 준비가 될 때까지. 물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완전히 준비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따위는 없지 않을까 싶지만.
여튼간 다시 책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면-첫 번째 책은 최인호 씨의 유고집 눈물이다. 11월의 마이리뷰를 쓰면서 최인훈 씨의 부고를 뉴스에서 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시간이 지나 그분의 유고집이 나왔다.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고 있는 이가 지금 이 순간 숨이 끊어지더라도 반드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삶이 내일이라는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오늘 내가 해야 할 말을 다 끝내야 할지도 모르는데, 초조하고 불안하진 않았을까. 삶에 대해 가장 진지하고 치열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임을 먼저 깨달았던 이의 그 기록은 얼마나 쓰고 또 아플지. 솔직히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자신이 지금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책임은 분명하다.
두 번째 책은 김광석 씨의 미처 다 하지 못한, 세 번째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존재의 순간들이다. 두 책의 제목을 나란히 읽으면 '미처 다 하지 못한 존재의 순간들'이 된다! '하지'라는 동사 앞에 적당한 명사를 넣는다면 한 사람의 자서전 또는 회고집이라 해도 될 것 같은 책들. 김광석 씨의 죽음과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 떠올리자마자 숙연한 기분이 들고 만다. 떠난 이가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미처 다 살아내지 못한, 미처 다 사랑하지 못한, 김광석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라는 존재의 순간들. 어떻게 읽어보고 싶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네 번째 책은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3, 4년 전이었던가, 이제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이 훨씬 적을 거란 사실을 문득 깨달은 날이 있었다. 엄마가 담가 준 김치, 끓여 준 찌개, 부쳐 준 전, 조려 준 꽈리고추 따위를 먹을 수 없는 날이 금방 올 거라는 사실에 밥숟갈을 떨어뜨릴 뻔 했던 순간. 아, 어쩌지, 요리를 배워야 되나, 하지만 내가 요리를 해 봤자 엄마가 한 것과 같은 맛이 나진 않을 텐데, 생각하며 당황했던 때. 그 날의 내가, 이 책의 소개글을 읽으며 번뜩 떠올랐다. 어머니의 돌연한 죽음을 겪은 후, 어머니의 요리노트에 담긴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보기 시작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니-아, 줄거리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젠장.
마지막 번째 책은 소로우의 고독의 즐거움. 나에게는 이 책의 제목이 버지니아 울프의 책 제목과 동의어 같기도 하다. 고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야말로 나라는 존재를 가장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니까! 소로우의 월든을 끝까지 못 읽고 가구처럼 전시해 둔지 벌써 몇 년 째인데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월든도 좀 다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