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세 달 연속 추천한 책이 한 권씩 뽑히고 있다. 가장 원츄했던 책은 세 달 연속 떨어지고 '두 번째는 이거'라고 생각했던 책들이 자꾸 뽑힌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지만ㅋㅋㅋㅋㅋ 그래도 계속 선정되고 있으니 좀 신기하달까. 올해의 마지막 마이페이퍼에 올려놓는 에세이는 이 네 권.
여전히 호감을 갖고 있는*_* 신형철평론가께서 문학동네 팟캐스트를 통해 권혁웅 시인의 새 시집을 권하셨지만, 나는 시집을 페이퍼에 올릴 수 없으니 대신 에세이를 올린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는 책 제목도 정말이지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꼬리 치는 당신이란 제목도 꽤 매력적이다. 저 '꼬리'가 정말 '물리적인 꼬리'를 의미한다고 바로 생각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어쨌든간 나는 아니었다는 뜻ㅋ). 동물에 대한 얘기는 때때로 인간에 대한 얘기보다 따뜻하고 재미있으니, 이번에도 그렇길 바랄 뿐. '천생연분은 맛있어'란 마지막 파트가 가장 흥미로워 보인다. 친환경 재생 눈물, 친환경 재생 킬러, 친환경 분통 낚시, 반환경 불가 대머리, 어떤 숨바꼭질이든 그에 어울리는 슬픔이 있다, 벌레들 사이에도 불쌍한 덩치들은 있다…같은 글은 제목만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ㅎ
수전 손택의 다시 태어나다, 는 빨간책방의 '내가 산 책' 코너에서 이동진씨가 샀다고 얘기했던 책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틀릴 지도 모른다-_- 14세 때부터 30세까지 손택여사께서 쓰신 일기들을 모은 책이라는데, 어린 시절에 쓴 글을 나이가 먹은 후에 보면 대부분 부끄럽고 민망하고 쑥스럽지 않나(때로는 좍좍 찢어 없애버리고 싶은 욕망도 일어날 정도;). 그런 맥락에서, 과연 손택여사께서 이 책이 나오는 걸 원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론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손택여사도 이 나이엔 이런 유치한 생각을 했어!!!!'라는 공감을 얻고 싶다는 게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 공감 대신 '아니 손택여사는 어떻게 이 나이에 이런 훌륭한 생각을 하실 수 있어?ㅠㅠㅠ'라는 좌절만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뭐 어때.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는 제목과 지은이를 보고 꽂힌 책. 윌키 콜린스는 잘 모르지만(죄송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여행기라니! 게다가 나태하고 느긋한 여행기라니!! 여행기에서 유령 얘기를 한다니!!! 게으르고자 분투하는 모습들을 그린다니!!!! 나 역시 게으름이 부지런함보다 가깝다보니 늘 여행을 귀찮아하는데, 나처럼 게으른 이들이 게으름을 맘껏 펼쳐보여주는 여행기라면 페이지가 술술술술 넘어갈 것 같다.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책들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으니까, 이 책 역시 재미있지 않을까.
마지막 책은 찍지 못한 순간에 대하여. 사진 대신 '결국 그 순간을 찍지 못하고 만' 사진사들의 '그 순간을 못 찍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찍으면 좋을 것 같으나, 그것을 찍음으로 인해 그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 같아 카메라 대신 눈으로 그것을 지켜보는 순간들. 결국 사진보다 훨씬 오래, 짙게 남는 순간들.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