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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 9월의 신간리스트를 써야 하는데, 9월이 시작된지 4일이나 되었건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실은 아직도 8월 같다. 날씨는 눈에 띄게(라기보다는 '피부에 와닿게'가 더 적당하겠군) 서늘해졌지만 왠지 9월까진 가을 기분이 안 든다. 가을 축제를 기다리며 덥고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생활을 견뎠던 대학생 때의 감각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건가. 


지난 달에는 주목 신간 리스트에 꼽은 책들 중 한 권도 뽑히지 않아서ㅋㅋㅋㅋ 슬픔을 안고 책을 샀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사진 않았고 나의 핀란드 여행만. 카모메 식당을 애정하는지라 안 읽을 수 없었다. 이번달엔 어떻게 되려나. 설마 이번에도 다섯권 다 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길한 예감을 안고 찾아올려보는, 두 번째 주목 신간 :)


 


이 중 가장 읽고 싶은 건 행복의 가격. 책 제목은 참 진부한데-_- 경향신문에 실린 김경 씨의 칼럼을 읽고 이 책에 대한 관심이 퐉퐉 생겼다. (김경 씨의 글은 여기!) 3.6평(36평이 아니다!!!!)짜리 바퀴 달린 집에서 사는 부부의 얘기라는 것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에 충분하다. 요즘 가끔 독립 후의 삶을 상상해 보면서 '혼자 살려면 뭐가 필요할까' 하고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작성해 보는데, 매번 떠오르는 물품의 개수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최대한 적게 갖고 적게 욕심부리자는 결론에 도달하는 건 항상 똑같다. 소유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 삶에 다다를 수 있는 힌트를, 이 책에서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메갈로마니아는 온다 리쿠의 남아메리카 여행기와 짧은 소설을 묶은 책이고, 작가의 얼굴은 제목 그대로 유명 작가들의 초상화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그들의 작품과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두 권 다 사람으로서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일 것 같아 골라 본다. 온다 리쿠는 물론이고 카프카, 토마스 만, 브레히트, 귄터 그라스에 대한 얘기들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는 길고양이 관련 에세이로 유명한 이용한 씨의 신작. 제주도 고양이는 물론이고 울릉도 고양이의 사진까지 실려 있다는데 거주지에 따라 고양이의 표정이나 모습이 다르진 않을까? 이번에 이용한 씨가 보여주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다. 고양이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이용한 씨의 사진이 글만큼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꼽은 건 이윽고 슬픈 외국어…하아. 몇 년 전부터 문학사상사가 하루키의 옛 책들을 재발매하고 있는데, 내 눈에는 더이상 하루키의 책이 우리 출판사에서 나오지 않으니 옛 책을 새로 포장해 팔아먹겠다, 는 의도로밖에 읽히지가 않는다-_- 다 갖고 있는 책인데, 몇 번이나 읽은 책인데, 줄줄 내용을 읊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개정판이 나오면 장바구니에 넣는 것이 '하루키 책 사읽는 사람'의 숙명. 짜증에 신경질이 치솟아오르지만, 어찌하리오. 이번에는 슬픈 외국어에 빠져 있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눈물을 흩뿌리며 또 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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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4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토끼 2013-09-0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이번에 13기 에세이 평가단으로 활동합니다. 9월 주목 신간 페이퍼 댓글 보다가 ... 저번에 추천한 신간 중 하나도 뽑히지 않았다고 하셔서.. 저도 그랬거든요 ㅎ 김경 칼럼과 하루키 저도 정말 좋아해요^^ 앞으로도 종종 뵈요!

alma 2013-09-08 18:18   좋아요 0 | URL
닉네임이 예쁘시네요!! 카모메 식당 좋아하신다니 더욱 반갑고요ㅎ <작가의 얼굴>이 이번달에 뽑힐 것인지 기대해 보아요+_+ 즐거운 가을 보내시기를 :)

남희돌이 2013-09-0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갈로마니아, 행복의 가격~ 저랑 겹치네요~ 아이 좋아라~~

alma 2013-09-22 00:28   좋아요 0 | URL
둘 중 한권이라도 선정된다면 기쁠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2기 신간평가단이 됐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 아 됐구나! 하는 정도. 좀 뻔뻔한 말이긴 하지만, 왠지 될 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알라딘에 링크했던 TTB 리뷰가 다행히 두 자리 수는 되었고 그 대부분이 소설을 읽은 후의 리뷰였으며 그 중 어떤 리뷰들은 꽤 꼼꼼한 기록이기도 했으니,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했다. 경쟁률 같은 건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번에는 안 될 것 같았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13기 신간평가단이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12기 신간평가단 때 만났던 책들보다 더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고 기대한다.


13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할 때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지원했다. 사실 나는 에세이를 즐겨 읽는 독자가 아니었다. 문학을 즐겨 읽는다고 말만 할 뿐, 독서의 대부분은 소설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런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에세이를 읽고 싶었다. 픽션보다 팩트를 읽고 싶었다.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쓰인 것'은 엄밀히 말해 팩트가 아닐 거다. 아주 단순해보이는 사건도 쓰는 사람의 입장과 성격과 의도와 생각과 기분에 따라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일로 적힐 수 있으니까. 경험한 이의 눈에 비친 것이 팩트인가, 그것을 옆에서 관찰한 사람의 눈에 비친 것이 팩트인가, 아예 거리를 두고 경험을 언어화한 것을 접한 사람의 서술이 팩트인가, 어려운 문제다. 결국 픽션보다 팩트를 읽고 싶었다는 나의 진술 역시, 완전하지 못하다.

다시 쓴다. 이번에 내가 원했던 건 숨쉬고 밥 먹고 잠 자고 돈 벌고 술 먹고 화 내고 냄새나고 병 드는, 살과 피와 뼈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었다. 아무리 소설 속 등장 인물에 작가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해도 소설이라는 장르에서의 인물은 허구이니까. 허구가 아닌, 냄새 나는 인간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인간 냄새' 따위의 수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 그것을 가진 인간의 이야기가.

힘내렴 넌 할 수 있어 따위의 간지러운 위로, 풍경이나 사물을 지나치게 대상화하거나 이상화한 사진이 반인 여행기, 허세에 쩔은 문장을 대단한 진리인 양 써 놓은 종이뭉탱이 따위를 잘 피해야겠다. 저런 것들과 저런 것이 아닌 것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이제까지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서.


그리하여, 이번 달 나의 첫 번째 주목 신간은!




내가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달나라 소년 죽음과 삶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로 선택했다. 자신이 생존할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안 사람이 더이상 삶을 지속시키려 하지 않고 안락사를 하기 위해 절차를 밟아 나가는 이야기와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통해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나간다는 이야기. 생명은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일까. 존엄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생명은 가치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생각의 줄기들이 엉킨다.


당신이 들리는 순간-인디 음악의 풍경들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는 두 권 다 표지와 부제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책들이다. 기타를 들고 앰프 위에 올라가 있는 저 사람은 책 속에 등장할 누군가겠지. 나는가수다를 정복했던 국카스텐이나 아메리카노와 무한도전으로 인디아이돌이 된 십센치는 물론이고 크라잉넛,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장기하와얼굴들,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옥상달빛, 브로콜리너마저, 킹스턴루디스카, 루시드폴, 토마스쿡, 에피톤프로젝트...등등 잘 알려진 인디뮤지션들의 일면이 소개된 책이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은 도시의 팍팍한 삶을 분리수거하듯 갖다 버리고 산골의 낡은 집을 구입해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라는 헌책방을 연 한 부부의 이야기라고 한다. 둘 다 좀 뻔할 것 같긴 하지만, 전자는 <예순셋 한대수가 마흔하나 이승열을 만났을 때>가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서!!!!! 후자는 '뻔함에도 불구하고'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이란 나까지도 기쁘게 하는 그 무엇이기에, 주저 않고 마이페이퍼에 넣어 본다.  


마지막 책, 나의 핀란드 여행기. 여행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카모메 식당>의 가타기리 하이리가 쓴 핀란드 여행기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핀란드 여행기가 아니라 집구석 여행기라고 해도 '오오 이건 읽어봐야 함'하고 마음먹을 만큼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기에, 마지막으로 선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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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8-0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뜬금없이?)
저는 12기 신간평가단 에세이 부문에서 활동했었고 이번 13기 신간평가단에서도 에세이 부문으로 활동(? 아직 활동 내역 없음.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고수(?)분이 에세이 부문으로 편입되어 마음 든든하고 기대됩니다. 저는 알라딘에서 다른 블로거들과 유대가 거의 없었는데 13기에서는 좀 친해져 보려구요. 꾸벅.

alma 2013-09-04 12:59   좋아요 0 | URL
제가 답글을 너무너무 늦게 달았네요ㅠㅠ 죄송합니다. 저따위 고수 절대 아닌데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봐주시니 황송하네요. 반갑습니다. 즐거운 독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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