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할 거라도 굳이 모히또는 가야 하겠니
대다수의 한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두 개의 관문인 군대와 프러포즈를 다소 조잡하지만 확실하게 돌파하여, syo의 사랑하는 친구 콘칩은 이제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있다. 결혼이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친구란 것들은 소주잔을 넌지시 바라보며 그렇게 애달플 수가 없는 표정으로 syo야, 나는 정말 이제 결혼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안 생긴다, 내가 정말..... 라는 말을 내뱉기만 하면 꼭 3달 안에 연인이 생기고, 하나같이 1년 안에 결혼 날짜를 박는가. 8년을 만나도 결혼 예정일을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syo 같은 사람도 있는데. 급하다, 니들 참 급하다 이것들아...... 콘칩아 행복하니? 신혼여행 갈 나라의 대통령이 대법원장이랑 대법관 잡아 가두고 민주주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는데, 행복하니? 그래도 기어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겠니? 어떠니. 너의 행복은 안녕하니...... 민주주의는 무엇이니...... 내가 지금 몰디브 신혼여행을 말리고 있는 거니, 아니면 결혼 자체를 말리고 있는 거니...... 나는 지금 왜 이러는 거니...... 왜 이러고 사는 거니......
syo도 가끔은 결혼이 하고 싶다.
사실은 가끔보다 좀 더 자주, 하고 싶다. 그 결혼.
다 제가 못난 탓입니다.



난 메달 같은 거 받아 본 적 한 번도 없어. 난 시합에 완전 쥐약이거든. 나는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선을 다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_ 바스티앙 비베스, 『염소의 맛』
내가 이루고자 의도했던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성취하지 못한 채(지금껏 내내 지향하며 노력해왔던 심오한 창의성에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채) 마흔 번째 생일에 다가가는 지금, 난 내가 초라하고, 애매하고, 또 변변치 못한 위치에 있음을 느낀다. 이는 내 운명은 아니나 내 잘못이다. 마치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가까이 있는 본연의 모습 내에서 나 자신을 유능하게 통제할 수 있는 기지와 용기를 잃어버렸던 것처럼.
_ 존 치버, 『존 치버의 일기』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것을 경험한다. 제 딴에는 이성적으로 생각한다고 하면서 수주일, 혹은 수년 동안 뭔가를 상상만 하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어떤 얼굴, 어떤 옷, 어떤 행복한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상상이 결코 실현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깨닫는 것이다. 예컨대, 그 여자의 아버지가 그녀를 절대로 당신에게 주지 않으리라는 것, 혹은 당신은 절대로 어떤 자리에 오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_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