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명암과 건축이론 현대철학과 건축이론 시리즈 1
임기택 지음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그래도 이 책은 쓰레기는 아닙니다-라는 말도 저자에게는 이 책은 쓰레기입니다-와 진배없이 들리겠지만, 더 적확한 표현을 찾을 수 없으니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말하는 마음도 그리 편치만은 않다. 그래도 이 책은 쓰레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결코 좋은 책도 아닙니다. 세 가지 정도의 이유를 대려고 하는데,

 

 

2.

      우선, 너무 후려친다.

 

      후려침은 입문서나 개론서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태생적인 단점이므로 독자는 그 점을 고려하여 넓은 마음으로 양해하는 것이 상도의겠으나, 어떤 독자는 마음이 좁다. 좁은 마음은 그 독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태생적인 단점이므로 저자는 그 점을 고려하여 이 비판을 넓은 마음으로 양해하는 것이 또한 상도의겠다.

 

      본문에 언급된 철학자들의 저작 중 국내 번역된 것은 거의 모두 참고문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솔직히 입문서 하나씩만 가지고 와도 이 책보다 훨씬 풍성하게 서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둘째로, 서술의 난해함이나 압축 정도가 너무 불균질하다.

     

      친절한 곳은 과하게 친절하다. 헤겔의 정반합을 설명하면서 자전거가 자동차로, 자동차가 비행기로 발전해 나가는 그림을 첨부한 것은 의미없는 과잉친절이다. 그 그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본문이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이런 부분도 있다.

 

      (1)가치판단은 지배층의 위계구조를 대변하는 것이다. (2)언어와 의미만 무효화시키면 물질만 남게 된다. (3)'가치구조'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 (4)단어를 응시한다고 했을 때, 모든 것을 제거하면 '글자 자체'만 남게 된다. (5)도시 역시 물리적 구조를 제거하고 보면 그 이면의 그림자와 찌꺼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134쪽, 괄호숫자는 임의로 붙였다)

 

      저 문단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골치가 아프다. (1)과 (3)이 제 짝이고, (2), (4)가 한 짝, 그리고 (5)가 이어진다. 직 (1)-(3)-(2)-(4)-(5)로 서술했어야 온당할 문단이다. 

 

      내용 서술 또한 부주의하다. 문단 전체의 논지에 의하면 (1)의 '가치판단'과 (3)의 '가치구조'는 무효화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맥락의 단어인데, (1)에서는 '지배층', (3)에서는 '우리'라는 주체를 들이밀다보니 그들의 가치판단-우리의 가치구조처럼 서로 대항하는 개념처럼 느껴진다. 또한 (2)와 (4)는 중언부언이다. 그리고 (2)=(4)와 (5) 사이에는 비약이 느껴진다. (2)에서 '물질'은 남고 (5)에서 '물리'적 구조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되면 독자는 작가가 이해와 오해의 개념을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4.

      무엇보다도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한 쪽에서도 몇 개씩 발견되는 엉망진창 문장들이다. '극히' 일부만 옮겨 본다.

 

      - 메시아가 도래하는 순간은 인간세계의 신화적 열정, 감정pathos가 극대화될 때 분출되는 것이다(130) : 주술호응이 맞지 않다. 뭔가 다른 문장을 써놓고 고치다 만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우리 글에서는 감정'가' 극대화 될 수는 없다.

      - 이렇게 진보적 사고관이 그릇된 윤리의 사고와 결합될 때의 결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왔음을 인류는 이미 경험했다(131) : 고등학교 1학년의 논술답안지에서나 등장하여 빨간 줄 죽죽 그일 표현이다.

      - 모던시대에 역사적 추동력은 더이상 신이 아닌 인간의 손에 의해 진보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행동으로 이끌어나가는 추동력이었고 그런 것이 우세한 시대였다(131) : 이것은 다름아닌 박근혜의 말이다.

      - 그가 생각하기에 자본주의는 착취와 잉여가치를 통해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대부분 빼앗아가는 체계이다(132) : 잉여가치를 '통해' 잉여가치를 빼앗지 않는다. 착취라는 단어는 중언부언이다. 이 짧은 문장에 이게 뭐하는 짓일까.

      - 오늘날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과정을 더해 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132) : 박사까지 받은 사람의 글이 이따위라니 이제는 화가 날 지경이다.

      - 백지와 부여된 의미와 가치체계 대상은 의미가 부정되고 무효화된 것을 의미한다(134) : 저자가 한국사람인데, 왜 구글 번역기가 번역한 글이 나왔지? 

      - 사실과 진리는 같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데 사실과 진리와 관계가 있을때 symbol이 되고 사실과 진리가 전혀 관계가 없을 때 알레고리가 되기도 한다(139) : 이 책은 만 원이다.

 

      그러니까 글을 쓸 때는, 내용이 중요하니까 일단 문장이 되든 말든 주욱 써 놓고 나중에 고쳐나가자는 마음을 먹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은 100번의 교정과정을 거쳐도 100% 완벽하게 교정되지 않는다. 그럴진대 심지어 이 책에서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편집자의 개입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이게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공포다. 그 사람이 편집자라면 박근혜도 대통령이겠다.

 

 

5.

      장점도 있다. 이 책은 철학적 사고가 건축에 함유되어 드러나는 대목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약간 어거지같지만, 이 철학사상이 건축으로 표현되면 이런 건물이 튀어나오는구나-하는 감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너무 늦었다...

 

 

6.

      총 8권까지 있는 듯하다. 1권을 구매할 때 2권도 같이 구매했다. 낭패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7-06-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번 읽고 아이쿠야... 했어요 orz

syo 2017-06-01 23:38   좋아요 0 | URL
이 늦은 밤에 어쩐 일이세요 ㅎㅎ

다락방 2017-06-01 23:39   좋아요 0 | URL
운동하고 집에와서 침대에 누웠고요 ㅋㅋㅋㅋㅋ 스마트폰 ㅋㅋㅋㅋㅋㅋ 세상 편한 스마트폰 ㅋㅋㅋㅋㅋ

cyrus 2017-06-02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속권이 너무 늦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1권만 산 것이 후회됩니다. 그래서 저는 세트 다 나오면 삽니다. ^^;;

syo 2017-06-02 07: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세트 다 나온것 같아요. 8권까지 다 샀다면 아마 두 권 산 지금의 4배는 후회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