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으면서 아니 이렇게 다작인 작가가 일정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늘 의문이었는데, 역시 그럴 수 없다라는 걸 직접 확인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사람이니 졸작이나 태작이 없겠느냐만, 우리나라에 그런 수준의 작품들까지 소개되기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집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일본어를 배우지 않는한 접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이번에 한 번 낚였다. 더 무시무시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읽어본 작품 중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나마 건질 것은 트릭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랫만에 황금기의 고전추리를 읽으면서 두뇌싸움을 하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본격스럽다고 해야하나. 순수하게 트릭만 몰두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단서제공에 있어서 본격의 fair한 것 같지는 않다. 대략 결정적인 단서들은 거의 막바지에 나오게 된다. 떼어놓고 보면 별로 어색하지 않안 범인의 동기조차도 어색해져 버린 느낌이었다.

나머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균적인 단점들이 듬성듬성 섞여있다.

남자가 보기에도 어색한 여자주인공의 묘사 :  사실 왜 여자추리작가를 내세웠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첫번째 희생자와의 관계 때문이려나.

추리소설작가로써의 인장찍기 : <붉은손가락>에서도 실소를 금치 못했던 부분. 스피디하게 잘 나가다가 막판에 나는 본격추리작가다!라는 인장을 꼭 찍고 싶으신지 분위기를 확깨는 절묘한 트릭을 구사한다. 절묘한 트릭이라는 건 비아냥이 아니다, 트릭은 감탄하게 된다. 문제는 트릭이 좋아서인지 분위기가 확 깨진다는 거다.

감동강박증 : 사실 이 느낌은 <용의자 X의 헌신> 부터 느꼈던 건데, 게이고는 독자를 울컥하게 만드려고 지나치게 애를 쓰는 경향이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20년전의 작품도 그럴 줄은 몰랐다. 이거야 전업작가로써 독자에게 충실하기 위한 노력이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붉은 손가락>같은 좋은 작품이라면 모르겠으나 이 작품처럼 헐거운 작품에게는 그런 태도도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두 개까지 주지 않은 건, 추리소설 독자로써 본격소설을 구조를 차용하면서 트릭이 괜찮았다는 점, 워낙 심각한 악평을 많이 들어서 기대치가 밑바닥이었다는 점, 결정적으로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장 큰 장점인 술술 읽힌 것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는 모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이 작품처럼 다른게 부족하더라도 술술 읽히는 작품이 <숙명>처럼 다른게 좋아도 잘 안읽히는 작품보다는 낫다. 어찌됐건 태작은 아니니...

옮긴이의 말을 뛰어넘는 최고의 리뷰를 쓸 글쏨씨와 통찰력이 없어서 장점은 skip. 역자분이 적절하게 장점들을 언급해주셔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추신) 표지는 여전히 달콤씁쓸(?)한데, 출판사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브루투스의 심장>도 그렇고, 이 책도 문고본의 얄팍한 느낌이 살짝 나서 좋았다.

추신2) 이 작품과 <악마의 공놀이 노래>가 합쳐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어느 분의 표현 대로 초딩 수준의 트릭만 불만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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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8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옮긴이의 글, 정말 핵심 잘집었고 문고판의 느낌도 좋았어요. 그나저나 방과후는 언제쯤??

하이드 2007-09-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강박증. 풉- 난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동'에는 사람냄새가 안 나요. 그래서 나랑 안 맞나봐요.

상복의랑데뷰 2007-09-09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 / 방과후는 평이 좀 걸려서 자주 가는 도서관에 대출예약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 백수로 너무 오래 지내서 이젠 책 살 담력이 많이 작아졌어요 ㅠㅠ

하이드 / 그러실 수도 있겠네요. 전 게이고를 읽을 때 감동적인가의 문제는 관심밖이라서, 작위적인 느낌만 적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합니다. 솔직히 <백야행>말고는 감동적인 느낌을 받은 작품도 없었구요. 그래서 전 데면데면 합니다. 작위적이더라도 <붉은 손가락> 정도의 설득력이 있다면 괜찮은것 같구요. ^^

2007-09-10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9-1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글 / 예 알겠습니다.

2007-09-10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9-1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글 / 답변 남겼습니다.

2007-09-10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9-1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공개 / 아닙니다. ^^ 저도 정하신 규칙에 앞으로는 잘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2007-09-13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몰타의 매 Mr. Know 세계문학 44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내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몰타의 매, 말타의 매로 더 익숙한 그리고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영화로 더 유명한 대실 해밋의 작품이다.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최초로 만든 것으로 평가받는 위대한 작품이고 처음 시공사의 시그마북스로 읽었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마이크 해머의 <내가 심판한다>이후 나의 취향에 마침표를 찍은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했고...열린책들에서 갑자기 나와서 약간 놀랐다.

워낙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니 내용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새로 나온 책의 만듬새에 대한 이야기만 짧게 적기로 했다.(그럼 리뷰가 아닌가...)

손에 쥐고 나서 훌훌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읽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난 느낌은 좋으면서도 아쉬웠다. 아마 이 책을 접하는 분이 추리소설애호가가 아닐수록 전자의 느낌을 받을 것이고, 500명 이내의 골수애호가라면-영미권, 그것도 하드보일드를 읽을만한 독자는 500명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쓴 표현이니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좋으면서도) 아쉬우실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만족스럽게 만들어졌다. <장미의 이름>을 제외한다면 Mr. Know 세계문학에 소개된 최초의 추리문학이라는 점에서 고마웠다. 워낙 요즘 미스터리 시작이 활황새긴 하지만 영미권, 특히 황금기 전후와 하드보일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 이런 문고판으로 좀 끼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렇게 큰 출판사에서 구색을 맞춰주니 고마웠다. 르 까레의 작품집과 함께 함께 열린책들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무리 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책일텐데...또 씹어서 미안하지만 <리얼 월드>가 나온 M사에서 나왔으면 볼만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도 튼실한 편이다. 워낙 짧은 소설이다 보니 불리기 위해서 그랬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열린책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나치게 빽빽한 행간 편집도 상당히 순화되어 있어 눈이 피로하지 않다. <핑거스미스>때의 고역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천국이다.(결국 <핑거스미스>는 다 못 읽었다.) 그리고 역자분도 성실히 번역하신 듯, 이 리뷰를 쓰기 위해서 다른 판본이랑 일부 비교해보면서 봤는데, 의미전달에 있어서 별 차이는 느끼지 못하였다. 결정적으로 방점을 찍은 것은 역자가 역자 후기가 아닌 작품 해설을 했다는 것과 작가 연보가 실려 있었다는 것. 역자 후기의 기능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이 작가/작품을 몰랐었는데 알게 되서 좋았어요.'식이나 '제가 이걸 번역할 때는 어쩌구저쩌구~'하는 식의 상투적인 후기를 접하지 않아서 즐거웠다. 역자분이 추리, 좁게는 하드보일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꼼꼼한 노력을 기울이신 것이 책 전반에 구석구석 드러나서 즐거웠다. 

그러나, 추리소설애호가로써의 아쉬움도 만족감 못지 않았다. 책을 보자 마자 느낀 아쉬움은 작품 선정에 대한 아쉬움이었지만, 시그마 북스는 절판되었고, 동서밖에 구할 수 없는데다가, 동서가 옛스러워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표지. 내용을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그리고 동서의 표지보다 잘 만들었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연성표지를 택한 것은 불만스럽다. 이 작품의 중량감과 진지함을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시배스천 폭스의 <새의 노래>나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없다>와 비슷한 느낌의 표지를 바랐는데,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표지를 실제로 보자니 못내 아쉽다. 작품의 성격을 반영할 수 있는 표지였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비열과 협잡이 넘치는 악당과 악녀들의 우울한 세계가 밝고 명랑한 세계로 보여질 때의 그 이질감이란... 마초들이 득시글거리고 악녀들이 출몰하는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살짝 서글프기도 했다. 굳이 이 표지에 맞는 해밋의 작품이라면 <여윈 남자>가 아닐까...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번역의 맛. 이건 북하우스에서 나온 챈들러 시리즈나 황금가지에서 나온 마이크 해머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다. 예를 든 작품들의 번역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다만 하드보일드의 알싸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남자 번역자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든다.(그런 면에서 황금가지에서 나온 데렉 스트레인지 시리즈는 추천하고 싶다.) 온다 리쿠의 소설이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고양이는 알고 있다.>등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부분이었다, 여성들의 세계에 둔감한 내가 보기에도  역자분들이 좋은 번역을 넘어서, 여성을 주된 독자층으로 설정한 작품의 까다로우면서도 핵심적인 여성들의 미묘한 부분을 맛깔나게 살렸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는 실력을 넘어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알만한 남자번역가들이 했다면, 결과는 좋아겠지만 +@의 달콤쌉싸름한 맛은 없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조심스럽고 나도 그만큼 이해한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없으면 아쉬운 그런 구석들이 많았다. 그런 것처럼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하드보일드라가 마초로 상징되는 과장된 남성성을 기반이니 쉬이 읽힘에도 불구하고 맥이 풀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몰타의 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하이라이트라고 꼽는 후반부로 가면 아쉬운 마음도 커져 간다. 이 박력넘치던 부분이 왜 이렇게? 하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다. (오해를 살까봐서 노파심에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번역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남자작가의 작품은 남자번역가만 해라 혹은 여자작가의 작품은 여자번역가만 해라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다만 작품이나 장르에 따라 그럴 필요가 있는 작품들이 있다고 믿으며, 이 작품은 그럴 필요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가치나 책의 만듬새를 생각하면 별 5개가 마땅하지만, 2%아쉬움이 떨쳐지지가 않아서 별 4개만 주었다. 그러나 하드보일드/대실 해밋을 처음으로 접하는 분이라면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문고판이다.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 책이고, 잘 만들어줘서 기뻤다.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훌륭한 영미 하드보일드 대표작이며 좋은 문고판이 나와서 기쁘다.

추신 1) 억지 예 같아서 망설였지만, 우연히 용산도서관에서 이윤기씨가 번역한 로스 맥도날드의 <잠자는 미녀>를 읽었는데, 감탄을 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누구세요?" "루 아처올씨다."

나름 중년 남자들도 미묘한건가?

추신 2) 핑커턴 탐정사는 탐정사라기 보다는 흥신소, 그것도 기업의 노동운동 탄압-엘리아 카잔 감독, 말론 브란도 주연의 <워터프런트>에서 엿볼 수 있다.-전문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말을 듣고 부터는 더실 해밋 본인의 경험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은 <피의 수확>이 아닌가 싶 다. 그리고 두 작품을 여러 번 읽으면 읽을수록 <몰타의 매> 못지 않게, 어쩌면 보다 <피의 수확>의 현실성 짙은 질퍽질퍽한 느낌에 감탄하게 된다. 컨티넨탈 옵도 샘 스페이드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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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9-0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봐도 좀 아니다 싶네요. 요즘 소설 표지의 대세가 그림을 사용해서 화사하고 이쁘게 하는 거라서 그런가... 나름대로는 예쁜 표지이지만 말씀하시는 장르나 내용과는 많이 멀게 느껴집니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인데 읽게 된다면 말씀하시는 부분을 감안하고 보겠습니다.^^

jedai2000 2007-09-0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대말을 쓰는 샘 스페이드는 제 뇌 속에 없습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9-0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 / 요즘 작품의 내용에 상관없이 일러스트를 차용한 연성 표지인 점에 대해서는 이해는 아시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묵직한 작품들도 많은데...^^ 시간이 되셔서 이 책만이라도 보신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욕심을 내서 권하자면, 동서나 시그마북스(절판)으로 나온 것으로도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밑의 jedai2000님이 언급하셨지만 분위기가 좀 달라져 있어서요 ^^;

jedai2000 / 저도 100% 동의합니다. 혁진님답지 않게 터프하게 말씀하시는군요 하드보일드의 제왕, 미키 제다이 등장? ^^
 
브루투스의 심장 - 완전범죄 살인릴레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출간작. 이 작품과 <11문자의 살인>은 앞서 읽은 <ZOO>와는 반대로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기대치가 낮았는데, 기대치가 낮은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재미를 위해 충실히 봉사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졸작도 졸작같이 보이지 않게 하는 필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G@me의 이름은 유괴>와 같은 도서추리에 직장인의 성공에 대한 욕망을 양넘으로 삼은 스피디한 필력, 초기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훌륭한 트릭과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범죄자와 용의자의 대결을 그린 본격추리소설 같은 구성, 그리고 창해에서 주로 작품에서 엿보이는 나온 과학에 대한 저자 개인의 관심을 세 가지 축으로 삼아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초기작이다 보니 좀 어설프다. 전개가 스피디하긴 하지만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메디컬 스릴러라면 질색인 내 관점에서는 좋았지만, 로봇에 대한 관심도 관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이 고리처럼 맞물리지 못하고 엇도는 느낌이 들어서 결말까지 보면 허탈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일독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팬이 아니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니 여유 되시는 분들께는 일독을 권한다.   

추신) 요즘 랜덤하우스의 표지는 표지들만 놓고 보면, 소설 연작인줄 알겠다.  

1부 : 종신검시관, 2부 : 나는 지갑이다. 3부 : 브루투스의 심장 4부 : 11문자의 살인 

<종신검시관> 구라이시가 시체를 발견했는데, 시체만 보고 범인을 알아맞춰서 체포하러 갔더니 용의자가 <나는 지갑이다>라고 외쳐서 혐의가 풀렸고, 피살된 <브루투스의 심장>을 확인했더니 알지 못하는 글자가 11글자가 있었다. 그래서 구라이시는 이건 <11문자의 살인>이야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뭐 이런 내용인가?(썰렁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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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8-2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신이 더 흥미진진한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확실히 사람을 끌어당겨죠. 그래서 매번 살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는..

상복의랑데뷰 2007-08-2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신은 그냥 장난이니 이해를...안녕하세요 ^^ 답변이 좀 늦었습니다. 처음 뵙네요. 문장이 평이하면서도 특유의 서스펜스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계속 보게 됩니다. 이 책도 보시면 재미있으실 겁니다. 하핫

비로그인 2007-09-0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원님~~~'방과후~~~' 읽어보고 말씀해주세요~~~

상복의랑데뷰 2007-09-0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 알겠습니다. ^^; 근데 언제가 될런지..ㅠㅠ
 
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중점적으로 소개 되는 작가중에 하나인 오츠 이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GOTH> 등이 소개되었거나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17세의 나이로 데뷔하여 천재성을 과시하였다고 하며, 현재 작가 겸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소개된 <쓸쓸함의 주파수>나 <너밖에 들리지 않아>는 평도 그렇게 좋지 않았고, 비교적 관심없는 장르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지만, 이 작품은 믿을만한 리뷰어들의 평도 괜찮고 해서 호러 소설을 그닥 열심히 읽지 않지만 시간을 내서 읽어 보았다.

읽고난 느낌은, 좀 과대평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찬사 때문에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일단 오츠 이치의 묘사-가독성 면에서는 일정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작가들 중에서도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는 훌륭하다. 일부 미스테리적 요소를 차용한 작품도 있지만, 호러/SF등이 섞여있는데다가 과장광고(?)에 실망하면서도 꾸역꾸역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오츠 이치의 장점이 뛰어난 문장력에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추리/호러/SF 등의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면서도 최소한 평균적인 수준의 단편들을 배치할 수 있었다는 것도 이 작가의 기본기가 튼튼하다는 반증일 것이고...상투적인 이야기들에서 소재를 잡아서 자신만의 재능으로 돋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기존에 다 나와있던, 그것도 대단히 유명한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 거슬렸다, 내가 실망한 부분은 여기서부터였다. 천재라 할때, 독창성이라는 항목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오츠 이치는 그런 점에서 실격이다. 장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법한 구조를, 그것도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들의 원형을 버젓이 가져다 놓았는데, 천재라고 하기는 조금 뭣하다. 작품이 출간된 시간차를 고려하더라도 내 결론은 오츠 이치는 뛰어난 작가이지만 (이 작품만 놓고 보면) 천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볼까. 표제작인 <ZOO>가 그렇게 뛰어난가? 이 정도의 싸이코 서스펜스는 꽤 있지 않은가? <카자리와 요코>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양지의 시>는 너무 노골적이라서 결말부분에서 허탈했고...내가 무덤덤한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등장인물간의 아름다움이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 오히려 욕심없이 장르의 전형성에 충실한 <Seven Rooms이>나 <Closet>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 작가의 장점과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려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게다가 내 자신의 취향도 결합했을 것이다.)

출간 당시의 일본 내 찬사를 그대로 가져왔는지 시간차로 인해서 과장광고(?)로 느껴지는 띠지와 소개에 반감을 가져서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준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작품은 뛰어난 가공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원천기술은 보유하지 못한 회사의 제품을 접한 느낌이었다. 나머지 두 작품은 이 작품보다는 낫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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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아동 수집가 1
자비네 티슬러 지음, 권혁준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소아성애를 위해 아이를 유괴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이다. 모든 범죄야 나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혐오하는 범죄는 유괴와 소아성애이다. CSI : Miami S1의 에피소드를 본 직후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인지 약간 분노한 상태로 읽었다.   

시나리오 작가답게,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작중 인물의 심리묘사가 가장 큰 장점이다. 유괴를 다루는 소설의 경우, 일장 부분 정형화 될 여지가 높은 편이고, 이 작품도 그러하지만, 장르의 피로감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은 시나리오 작가로 단련된 작가의 필력 때문일 것이다. 첫 장부터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의 심리와 범행과정이 쉬이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단순히 소재의 자극성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영리하게도 범인과 추적자 뿐만 못지않게 피해자와 남겨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상처를 구구절절하게 묘사하는데에도 공을 들였기 때문에 몰입도는 더욱 컸다. 물론 나의 혐오감이 양념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쉬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헤닝 만켈의 책이나 <그들만의 조국> 혹은 <웃는 경관>에서 느낄 수 있는 무뚝뚝하면서도 음습한 작품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데뷔작의 한계 또한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매조지하는 힘이 약하다. 초반부의 가해자-피해자의 심리묘사는 매우 촘촘하고 공감대 혹은 분노를 형성하는데 반해서, 범인과 추적자 간의 그것은 미진하다. 첫장부터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의 존재 때문에 초반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는 있었겠으나 범인의 정체가 밝혀짐으로서 얻을 수 있는 충격효과도 사라지기 때문에 후반부에서 강렬한 서스펜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쉬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데뷔작이라는 한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맥없이 풀린다. 개인적으로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있어서 조삼모사를 믿는데, 아침에 3개 먹고 저녁에 4개 먹나, 아침에 4개 먹고 저녁에 3개 먹은 것이 숫자상으로 같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의 대상이 이야기라면 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운 면이 있다. 그리고 정형화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대기적 구성을 피하고 있는데, 역효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묘사수준을 생각하면, 차라리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어땠을까 싶다. 

게다가 데뷔작의 한계라고만 볼 수도 없는 것이 그렇게 철저한 범인이 뒤로 가면 지나치게 느슨해지고, 인물들의 행동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게다가 교코쿠도도 아닌데 에필로그만으로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쓴 것은 솔직히 과욕이라고 본다. 더 압축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기에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미스테리의 계절인 여름에 읽어볼법한 작품인 것 같다. 

추신) 도대체 여자주인공은 몇 살인가? 에피소드가 뒤섞이면서 생긴 오류인 듯 싶다. 30대 중반일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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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7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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