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에 확 와 닿는 건 이런 이야기일 거다. 나도 이런 숙제 해 본 적 있는데, 나도 이런 생각 한 적 있는데... 생활과 마음과 접점이 있는 이야기에 빨려드는 건 당연지사. 



이미 세상엔 너무 많은 종류의 공해가 있다. 그러나 아마 공해, 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가장 늦게, 혹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겠지만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빛 공해에 대해 쓴 책. 



헤세가 정원일에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 나무를 가지고 쓴 책이 한 두권쯤 있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니겠지. 그건 그렇고 이 표지를 보자마자 나는 흠칫... 했는데 같은 책을 떠올린 분들이 있을 것도 같은 이건 기분인지, 추측인지. 



제목이 그냥 확 끌어댕기는... 하하하하

그러게요 진짜, 누가 대답 좀 해 주세요. 적의 적은 친구 맞습니까?



나는 이 작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데(엉덩이 탐정에 대해서라면 생각이 많다. 어느 쪽 방향인지는 굳이 따져 묻지 않기로...) 우리 막내는 열광적인 팬이다. 우연히 오디오북 앱에서 전천당을 발견하고 듣기 시작하더니 레고 만지작거리고 종이 접는 시간에는 아주 그냥 고정 BGM으로 틀어놔가지고... 어휴 머리야. 꽤 다작하는 작가로구나. 



이런 자잘한 자투리 지식을 알려주는 책 재미있지 않나요? 나만 재미있나 :) 



공부할 게 너무 많다. 진짜 많다. 누가 집안 살림 대신해 줄 것도 아니고 애들 공부 대신 봐 줄 것도 아닌데 심지어 읽어야 할 책까지 너무 많다. 한 달에 스무 권 가까이 읽어치우고 있는데도 못 따라가겠다. 입시공부할때도 이 정도로 절박하진 않았는데? 살려주세요 OTL



20대 어느 시절에 잠시 고기를 뚝 끊은 적이 있었다. 이유는 이랬다. 당시 디자인이라는 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있었는데, 어느 연도였던가, 물건이라든가 음식이라든가, 하여간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의 생산과정을 whole process를 밀착취재하여 특집으로 내보냈던 때가 있었고 그 중 한 호차에서 돼지가 고기가 되는 그 적나라한 과정을 기사화했었다. 돼지가 어떤 과정으로 도축이 되는지 원치않았지만 투명하게 알게 된 나는 며칠을 고기만 보면 구역질을 했고 결국 한동안 고기를 거부했다. 그 기억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그리고 또 어느 책에서였던가, 미국 어느 시골 농가의 학교에서였던가 동물을 직접 잡지 못하면 고기를 먹을 자격도 없다고 일갈했던 어떤 선생의 일화를 읽었던 기억도 났다. 확실히, 과정을 알면 보통의 연약한 윤리관을 가진 인간이라도 고기를 그토록 무신경하게 씹을 수는 없다. 



남편 회사에도 과로사한 직원이 몇 있다. 동생이 사업을 하는데, 도대체 그놈의 사업이 뭐라고, 하루에 서너 시간도 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걸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들 좀 덜 일하고 살면 안 될까요? 안 되나? 나부터도 일 덜 하고 싶은데.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못 미더운, 덜 똑똑하고 때로는 심각하게 윤리적으로 모자라고 기타등등한 존재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믿어야 한다. 믿어주지만,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거든... 등에 시선을 꽂아줘야지. 



편견이라는 건 결국 내 인간됨의 측정지표랄까. 그런 느낌이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갖는 편견과 편협함을 드러내는 책인 듯.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이건 1권이고 2권도 따로 있다. '이것은 전지구적 규모로 분석한 편견이란 무엇인가', '전세계 학교마다 넣어줘야 하는 책', '미치도록 웃김' 등등의 리뷰들이 있더라.



실현되는 예언이 예고장처럼 날아든다. 예언은 오늘 밤 자정에 지구가 멸망한다! 고 헛소리같이 말하지만, 그 전의 예언들이 실현된 바 있기 때문에 못 본 척 무시하기도 마음이 불편하다. 정말로 지구는 멸망할까? ... 정도만 쓰면 안 될 것 같고, 정보 하나 더(라고 해도 책소개 페이지에 다 나와 있거든요)이 소설 자체가 실험적이다. 작가가 심지어 이 책을 읽는 시간과, 읽는 단위까지 쪼개어 제시한다. 왜일까요? 



아니 뭐 솔직히 말해서 살아서도 죽어서도 별로 관광하고 싶지는 않지만요... 



사실 무슨 내용일지는 거의 대부분 예상이 가능하지만요... 예상가능한 스토리라고 해도 '그런 이야기겠지'라는 외곽선만 담아두는 것과 실제로 읽어가며 그 안을 일렁이는 감정과 생각으로 채우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니까요. 알 것 같은 이야기도 실제로 체험하는 과정이 중요한 건 그것 때문이죠. 



제목을 보면서 잠시 생각했는데, 기본적으로 누구나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간다. 그 생활에서 나다움이 조금 묻어나긴 하겠지만, 나를 궁극적으로 어떤 인간으로 정의해 주는 것은 매일의 생활 플러스 알파, 그 알파에 어떤 항목이 들어가건 바로 그 자리에 앉는 '무엇'일 것이다.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볼 때, 이렇게 모아둘 때, 나름의 분류 기준이 있다. 이건 꼭 읽어야 할 책, 일단 사 두고 시간 날 때 훑어볼 책, 긴가민가한데 일단 눈에 찍어둘 책,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을 엄두는 안 나지만, 일단 사 놓고 언제고 도전은 하겠노라 멀찍이서 바라볼 책. 이 책은 바로 그 마지막 분류에 들어가는 책이다. 



사실 이미 예약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일단은 빠트리면 서운하니까.



인포그래픽 서적을 한 번도 안 보신 분이라면 꼭 추천한다. 인포그래픽이라는 게 얼마나 직관적인지, 이 시각언어 안에도 상당히 정교하고 경이로운 수준의 문법이 존재함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 이 분도 그 마지막 분류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하하하하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 근래 들어 나한테 제일 필요한 책이랄까. 여전히 꽤 막말을 잘 (많이) 하는 사람이어서, 종종 남편한테, 나이 좀 먹은 아이에게 한 소리를 듣는다. 아니 왜 꼭 그렇게 말을 해야 돼? 라고. 고쳐야지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지금부터 고쳐보겠습니다.



기억하기론 나온지 되게 오래 된 책인데... 다시 예쁜 새 옷을 입고 나왔네.



-언어다, 까지는 동의합니다. 근데... 시라구요... (어질) 



맞아요, 이제 더워지고 있으니 오싹한 이야기가 좀 필요하죠? 



'다름'을 수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건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일러줘야 한다는 거. 아이들은 의외로 나 자신이 남과 다른 점이 있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불안해한다. 자기 자신의 다름을 내가 먼저 인정해야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




규칙적으로 지속하는 일의 힘듬을 (... 이라고 말하기는 민망한 간격이지만) 자꾸, 자꾸 생각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라고 해도, 가끔은 아 그냥 확 다 걷어치워버려!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건... 게으름이라는 천성 때문이겠죠 =.= 


오디오북이 꽤 많아져서, 이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귀로 책을 들을 수 있어서 유용하더라고요. 세상이 참 갈수록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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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보다 더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지음, 차윤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와우. 이 책을 사 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일 년만에 읽었는데, 안 읽고 묻었으면 아까웠겠네, 싶었다. 


시작이 너무 웹소설 풍이어서, 이거 뭘까... 계속 읽을까 말까 고민이 슬슬 되는데 여주인공의 남편이 4페이지만에 교통사고로 급사해 버린다. 그럼 이 소설 전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심지어 여주와 남주는 띨렁 6개월을 교제하고, 결혼한 지는 9일인가 10일밖에 안 되었다. 그냥 가볍게 드라마처럼 흘러간다면 이것은 죽은 남편과 몹시 닮은 남자가 어느 순간 나타나서 여주인공은 내가 이러지 말아야지 내지는 설마 그럴리가 없는데, 하며 새로운 남주 후보에게 빠져드는... 그런 싸구려 전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그렇게 김이 새지는 아니하고, 다만 양가 부모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결혼을 번갯불에 콩볶아먹는 프로세스로 해치운 덕분에 만날 일이 없었던 시어머니를 남편의 시신을 가운데 두고 마주하는 공포와 경악의 크로스같은 상황에 놓이고 만다. 

당연히 시어머니가 되는 수잔은 여주인공 엘시와 마찬가지로, 갈래는 조금 다르지만 만만찮은 경악스럽고 황당무계한 슬픔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남편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으며, 죽은 아들 말고는 다른 자식이 없었으니까.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아들 벤이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는 소식도 기가 막힌데 그 아들이 자기 몰래 결혼을 했단다. 생판 처음 보는 여자가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우리는 부부이며, 내가 그의 직계 가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판국에 수잔은 어떻게 이성을 챙겨야 하는 걸까. 

발만 조금 잘못 디뎌도 막장드라마가 될 소지가 다분한 이 이야기감은, 놀랍게도 비탄과 상실을 극복하는 유대의 서사가 된다. 더불어 가족의 죽음을 겪은 이들이 (아마도) 공통적으로 겪는 전형적인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도 이 소설의 좋은 점 중 하나겠다. 자신을 비난하고 종종 학대하기까지 하는 이유까지도. 남이나 다름없었던 사람과 가족으로서 고통을 나누며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상실에서 애도로 넘어가는 기간에 당사자의 마음에서 불어닥치는 후폭풍이 있겠거니 짐작하는 것과 실제 일어나는 감정사의 규모의 간극에 숨을 삼킬 수밖에. 
다만 개인적으로 짧은 시간에 인생을 통째로 갖다바치고 싶어지는 절절한 사랑을 하느냐마느냐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이어서 그게 좀 마이너스. 

덧. 제일 좋았던 캐릭터는 미스터 조지 캘러핸. 부지런하고, 솔직하고, 위트있고, 친절하고, 그리고 필요할 때는 자기 감정에 충실히 빠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도서관에 출근하듯 방문하는 것으로 매일 삶의 닻을 삼고 있다는 점이...

"부모님 말은 신경 쓰지 말아요. 부모님은 당신들 바람대로 행동하실 거고 그건 엘시에게 필요한 것과는 아주 다르니까. 그래서 말인데, 거기에 맞추려고 노력하지 말아요. 내가 무슨 전문가라도 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스티븐이 죽었을 때 사람들이 내게 해주려는 것과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바가 아주 다르다고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우리 입장이 되는 게 너무 두려워서 언어능력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냥 흘려들어요." -242쪽 

"그런데 나를 들여보내줄까?"
그가 말한다. 그렇게 우스운 이야기도 아닌데 우리는 둘 다 웃는다. 사소하게라도 미소지을 만한 일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강해도, 아무리 독특하고 터프해도, 세상은 반드시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을 찾는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버티기다. -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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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 삶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전혀 흥미진진하지 않은 법이야. 그저 버겁기만 하지. 그 오묘한 의미는 한참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거란다. -378쪽

친구가 어른이 되는 일에 갈수록 고민이 많아진다고 말을 꺼내놓은 직후 이 소설이 떠올랐다. 어린 나이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일궈야만 하는 환경에 내던져졌던 도리스의 인생이 그녀의 삶을 교차해 지나간 타인들을 회상하며 되감기된다. 평탄하지 못했지만 평범하게 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던 도리스가 죽음을 직감하고 조카손녀에게 남긴 일종의 회고록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작가의 메시지가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기를. 


덧. 도리스의 일생의 사랑이었다고 등장하는 앨런보다, 예스타 닐슨이라는 인물이 훨씬 매력적이고, 인간적이고, 가까이하고 싶은 종류의 사람이다. 이별을 말하기가 무서워서 잠수나 타는 남자가 뭐가 좋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는 여자는 속 터지게. 연애 감정으로 옆에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도리스의 소녀시절부터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고 가족이나 다름없이 도리스를 기다렸던 예스타가 더더더더더 인간적으로 훌륭한 거 아니냐고요. 자기가 먼저 잠수 타놓고 당신이 내 일생의 사랑이었네 잊지를 못했네 어쩌네 저쩌네 구질구질... 이러는 거 감동적이지 않단 말이죠. 짜증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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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으면 다 언니 - 좋아하는 마음의 힘을 믿는 9명의 이야기 : 황선우 인터뷰집
황선우 지음 / 이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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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소설이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참고서라면 이런 인터뷰집은 애걸복걸해서 잠깐 빌려 본 전교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애 단권화 노트같달까. 

진짜 어디가서 이런 얘기 못 들어요. 누가 밥상까지 다 차려다줬는데, 그걸 잘 챙겨먹고 못먹고는 자기 몫이겠고. 

10대, 20대의 독자들에게 더 추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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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3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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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트위터에 이런 트윗이 있었다. 20여년전의,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 직전 마음을 바꿔 삶으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 덕분에 지금 내게는 (당시로서는) 꿈꿀 수도 없었던 매일의 삶과 가족이 있다. 무엇이 미래에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저버릴 뻔한 마음을 돌려주어서 너무나 고맙다고, 그 때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뉘앙스는 거의 이랬다. 즉,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삶과 죽음의 부실한 경계에서 서성이는 노라는 한때의 맷 헤이그와 같은 사람이다.

교조적으로 흐르기 쉬운 이야기임에도 그렇게 읽히지 않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경험과 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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