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졸음 가득한 눈을 끔뻑거리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깨운건 휴대폰 울리는 소리. 귀찮아 귀찮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휴대폰을 집어드는 순간 길게 퍼져있던 눈이 동그랗게 오므라들었다. 야호! 신간평가단 12기에 이어 13기에도 당첨되었다!!^^ 이번 6개월도 즐겁게 보내겠구나 ^^

오늘은 신간평가단 13기의 첫 페이퍼를 작성하려 한다. 긴 휴가 끝에 하루 늦었지만, 설레는 맘으로 신간들을 살펴보았다. 7월에는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

 

1. 아무도 보지 못한 숲 / 조해진 지음

 

 

 

 

 

책을 고를 때 제일 먼저 작가를 본다. 그 다음 출판사를 본다.

조해진의 책이다. <로기완을 만났다>의 바로 그 작가.

얼마 전 숲에 대한 짧은 글을 적었던 터라, 더 눈길이 간다.

 

 

 

 

 

 

2. 침대의 목적 /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기억하는가.

너무도 인상깊었던 작품이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독자들이 많았으리라

다시 한번 만나보자

다나베 세이코

 

 

 

 

 

3. 파과 / 구병모

 

 

 

 

구병모가 신간을 발표했다

여성킬러의 심리에 대해 묘사하고 있단다

작가의 솜씨가 궁금하다

구병모니까 믿고 본다

 

 

 

 

 

 

4. 청혼 / 배명훈

 

 

 

 

우주에서 지구에 사는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타워>의 배명훈이 그린 작품

천체물리학 등 작가의 전문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 더욱 리얼하게 느낄 수 있다는데 끌린다

 

 

 

 

 

5. 야구란 무엇인가 / 김경욱

 

제목과는 달리 야구에 관한 소설은 아니란다

오히려 복수서사에 가깝다는데

줄거리를 보니 몹시 흥미롭다

김경욱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2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참 설레는 날들이었다

좋은 책들을 골라보는 일로 시작하던 매달 초, 고른 책들 중에 선정된 책이 있어 반가워하던 순간들, 우울했던 날에 선정도서가 도착하여 상당한 위안이 되었던 날, 선정도서를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던 시간.

좋은 기회였고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5

 

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엇보다 읽기가 편했다

재미있고 감동이 있어 그대로 빠져들었던 작품

누군가에게 위안받고 싶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을 때,

착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2.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가슴 아팠던 책

마음 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싶은 책

 

 

 

 

 

 

 

 

 

 

3. 선셋파크

 

 

희망을 이야기했던 선셋파크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메시지

그리고 기억에 남는 엔딩

 

 

 

 

 

 

 

 

 

 

4. 김 박사는 누구인가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치있고 유머러스하다

한 작품 한 작품 덮으면서 생각이 커진다

한 권을 덮었을 때 머리와 가슴을 누르는 불편함이 있다

 

 

 

 

 

 

 

 

 

5. 여울물 소리

 

신간평가단의 첫 번째 책이면서 감명깊게 읽었던 책

역시 황석영 이라며 감탄했었는데

좋지 않은 일로 인해 절판되어서 너무나 아쉽다

 

 

이 중에서 한 권만 고른다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다시 읽고 싶은 책,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이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박사는 누구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실과 거짓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 진실이 아니라며 판명이 난 것으로 낙인찍힌 진실이 존재하기도 하고, 진실이라는 깨끗한 옷을 입고 진실의 자리에 서 있는 거짓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진실인가에 대해 진심으로 헛갈릴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주하고 있는 진실이 꼭 탐탁치만은 않아서 때때로 슬그머니 눈길을 피해버리기도 하고, 마치 애초부터 없었다는 듯 무시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버젓이 진실의 손을 들기엔, 당장 나 자신부터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기심들이 모이고 모여 진실에게 거짓의 옷을 입히고, 거짓이 진실인양 만들어 내세우기도 한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에서 이기호는 하나의 화두를 던지기 위해 여덟 개의 이야기를 배치하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덮고 또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불편함을 느낀다. 동시에 메시지는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마침내 이 책을 덮을 즈음에 하나의 커다란 물음표가 완성되어 있다. 물음표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나를 바라본다. 큰 눈을 끔뻑거리며 입술을 달짝인다.

 

진실과 마주하고 있는가, 진실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탄원의 문장>에서처럼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그러나 한 줄 한 줄 읽어내리면서 나는 조금씩 불안해져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안겨주진 않았나 다시 되돌아보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가 그렇듯, 늘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누군가 나를 믿고 이야기를 터 놓아도 된다고. 타인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할 때, 어떤 상황이고, 원래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건 진지한 사람이 되고만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나를 믿고 고민을 털어놓은 이에게 보상을 해 주고 싶다. 상대가 고마워하면 할수록 그 마음은 배가 된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에서 나는 마치 내가 김 박사가 된양, 진지하게 그녀의 고민을 듣고 있었다. 그녀가 김 박사를 추켜 세울 때면 내심 뭔가 어깨가 단단해져오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토록 김 박사에게 감사를 표하며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던 그녀가 마지막에 던진 말에 나는 돌덩이를 맞은 듯 했다.

 

하지만 김 박사님 .......이 개새끼야, 정말 네 이야기를 하라고!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네 이야기, 어디에 배치해도 변하지 않는 네 이야기 말이야! 나에겐 지금 그게 필요하단 말이야, 김 박사, 이 개새끼야.(130쪽)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 어디에 배치해도 변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어디에도 흠잡히지 않을 남의 이야기를 마치 나의 이야기인양 고상한 표정으로 떠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불편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여도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다. 미세하게 남은 불편함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 씁쓸하면서 묵직한 돌덩이에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 속에 가득 차 있던 화를 뱉어내고 싶을 때, 마음이 시린 날에 가만히 내 손을 꼭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할 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는 새 굳게 닫힌 입술이 열리고 조금씩 흥얼거린다. 뜨거운 것이 흘러내린다.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또 노래연고의 힘을 빌린다.

 

나는 노래 불렀다. 노래는 세상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처럼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노래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고, 묘자 할머니가 말했었다. 노래를 부르자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31쪽)

 

정애는 노래를 불렀다. 정애의 노래는 그녀의 마음에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기 시작해 마음 속 두려움과 미움을 차례차례 씻기기 시작했다. 웅덩이는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부풀려 이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이윽고 마음으로부터 새어나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녀는 말할 수 없었다. 말을 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고 무너질 줄만 알았다. 그래서 기어코 버텨내고자 했다. 친구라 믿었던 자가 뒷통수를 치고, 도움을 줄 줄 알았던 어른이 제 욕심만을 채우고 떠났을 때에도, 그녀는 주저앉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흥얼거릴 뿐이었다.

 

물은 떨어져서 보면 순하게 흘렀다. 그러다가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간지럽게 일렁였다. 어떤 물줄기는 혼자 사납게 뒤쳤다. (37쪽)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노래는 조금씩 물의 리듬을 닮아 일렁임이 간지럽기도, 사납기도 하였다. 세상이란 거친 바다에 대응하며 점차 거세어지고 사납게 몰아치던 노래의 일렁임은 위태롭게도 간신히 간신히 제 목소리를 남기고자 했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어느날 세상이 불러온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가 버리고 만다. 그렇게 정애는 자신을 놓아버리고, 그녀의 노래는 슬프게도 평온해져버렸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세상은 들어주지 않았다. 가녀린 꽃을 밟듯 짓밟고 짓이겼다. 그래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만들었지만, 그녀가 남긴 노래는 울림을 가져 멀리 퍼져나갔다.

 

그녀의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마음은 노래를 기억하라 명한다. 눈에서 불꽃이 튀어 흘러내린다. 다시는 잊지 않겠다고 그렇게 고개를 숙여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이 외롭다 문학동네 시인선 34
김승희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삶은 선택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속된 결정의 순간들 속에 우리는 잠시도 긴장감과 불안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마치 잔잔한 파도 위에 떠 있는 상태인 채로 살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잔잔한 파도 뒤에 숨겨진 커다란 시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커다란 파도를 바라보며, 그것에 부딪혔을 때의 결과를 예상하면서 공포에 떨고, 절망 속에 시련을 맞이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나고자 한다.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희망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절대적인 힘,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으로 인식되어 왔다. 모두들 희망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하지 않았지만 ‘희망이 있어 다행’이라며 고마운 눈초리로 안도를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희망에 대한 인식은 우리에게 진리로 자리매김하였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문학에서 역시 희망은 일관되게 밝고 긍정적인 존재였다. 적어도 김승희가 이 시집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승희는 시집 <희망이 외롭다>에서 이 시대에서 희망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작가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남발되고 있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연 희망이란 무엇이고,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가 되묻는다. 희망이라는 단어만이 속 빈 껍데기처럼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희망이라는 껍데기 속에 진실된 희망은 존재하고 있는지, 만약 희망이 보이지 않아 되찾아야 한다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 이 시대에 희망을 버리지 못해 되려 희망이 고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작가는 이 시대에 희망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내며 희망을 염려하고 있다.

 

1. ‘희망’ 그 본연의 모습

 

작가는 ‘하물며’, ‘아직’, ‘이미’, ‘어쨌든’, ‘비로소’, ‘아랑곳없이’라는 말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쉽게도 홀로 설 수 없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절망 끝에 달려 있거나, 절망을 외면하는 경우에 대부분 위치한다. 이토록 희망의 위치는 위태위태하다. 그러나 위태위태한 것이 희망의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믿는다. ‘덜어내고도 다시 고이는 힘’인 희망은 ‘매화’처럼 ‘힘이 세’다고 말이다.

 

 

2. ‘희망’이 변색될 수밖에 없는 우울한 공간

 

그러나 이 말들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우울해진다.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인 ‘서울’이라는 곳을 연작으로 엮어 자세히 지켜보고 있다. 서울의 현실을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희망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이 차디찬 공간을 ‘얼어붙은 입이 자꾸 구겨지며 피가 터지도록’ 안타까워하며 아파한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내가 내 이름으로 사는 것이 힘든’ 공간이자, ‘자살도 깊이 들여다보면 타살이라고 할 증거가 너무 많’은 곳이라며 비판한다. 그러한 도시에서 희망은 결여되어 있다. 작가는 희망이 결여된 순간을 포착하여 시 속에 담아낸다. ‘골목마다 어린 소녀를 따라가는 성추행범이 많’고, ‘성폭행 하고 손목까지 잘라 유리컵에 꽂아놓는 미친놈이 많’다. ‘손바닥 뒤집는 거짓말’이 많으며, 그 ‘손바닥 뒤집는 그 손바닥들로 하늘이 자욱하’다. 거짓이 난무하고 범죄가 폭발하는 이 공간에서는 ‘법’도 ‘허전’한 상태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살벌한 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차디찬 얼음같은 도시에서 끝없이 피를 쏟아내면서도 도망갈 수 없는 이유는 작가가 바로 시인이기 때문이다. 시인이기 때문에, 이 우울할 수밖에 없는, 희망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공간을 바로 응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공간 속에서 과연 희망은 존재할 수 있는가, 또한 희망이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 만약 희망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면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와야 할 것인가 작가는 고민하며 도시를 서성인다.

 

3. 마지막 ‘희망’을 찾아서

 

작가는 이내 ‘낙원역’을 찾고자 한다. 끝내 그는 마지막 희망을 저버릴 수가 없다.

결국 그가 택한 희망을 찾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오늘이 오늘이 아니고 자기는 자기가 아니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요’ 하며 오늘의 이 세상을 부정하는 것. 작가는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부인하기에 이른다. 심지어는 ‘밀가루가 바람에 날아가듯 세상의 오만가지 자아가 원심력의 궤도를 타고 날아간다 아니 궤도 따위는 없다 얼굴 없는 시간이 된다’ 며 절망적인 ‘현재’를 완벽하게 지움으로써 희망을 품고자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달걀’처럼 ‘냉장고 위 칸에 희고 얌전히 꽂혀 있’을 뿐이다. 시인에게 삶은 이미 냉장고 안처럼 너무나 춥다. 현실을 춥디 추운 곳으로 인식하고 벗어나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냉장고 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희망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내 포기하지 못하고 끝까지 품을 수밖에 없어서, 희망은 절망보다 더 외롭다.

 

4. 희망은 외롭다

 

작가는 이 시대에 존재하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끝내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힘겨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절망적인 공간에 사는 우리가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단순히 가라앉음으로써 끝낼 수 있는데,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이 끝까지 남아서 놓아버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더욱 힘겹다고 한탄한다. 작가는 희망까지도 놓아버릴 정도로 힘겨운 이 시대를 아프게 바라본다. 그러면서 끝내는 세상과 시대가 희망을 놓아버려야 할 정도로 어렵게 돌아가고 있지만, 희망은 끝까지 남아 ‘더 벅차게 사랑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위안한다. 어쩌면 희망이라는 것은, 아니, ‘이 시대의 희망’이라는 것은 그래서 더 외롭고도 힘겨울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희망을 지킨다는 것은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어도’ 마음대로 중지할 수 없는, ‘희망과 나’는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이어진, ‘희망은 종신형’이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작가에게 ‘희망은 외로운’ 것이다.

 

등단 40년을 맞이하여 <희망이 외롭다>를 발표한 김승희 시인은 작품집에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희망이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희망이란 원래 그 존재방식이 위태한 것은 사실이나,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위험하고 잔혹한 이 공간은 희망을 숨쉬기 힘들게 만들었고, 이 공간 속에서 우리는 점점 희망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것이 끝내 놓아지지 않아, 아니 더욱 더 벅차게 사랑하라는 명령을 내려 희망을 가지고 있기가 너무나 힘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버릴 수 없는 희망은 종신형이 되고야 말았고, 이 시대의 희망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작가의 말처럼, 이 시대는 냉혹하고 잔인하다. 그래서 희망이 숨쉴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고, 희망이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면서도 아프게 희망을 지켜내고자 하는 시인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희망이 종신형이라 하더라도, 희망이 외로운 상태라 하더라도 그래도 희망을 염려하고 외치고 있는 작가가 있어서 희망적이지 않은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