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기러기 황순원 전집 1
황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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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우리에게 황순원은 순수문학의 대표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50년 이전까지 황순원의 작품세계는, 당초의 시적 정서가 초기 단편소설에까지 이어져서 작가 자신의 신변적 소재가 주류를 이루는 주정적 경향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비록 삶의 현장에 과감히 뛰어든 문학은 아니로되, 극한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가다듬으며 뒷날의 문학적 성숙을 예비한 서장 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1)그는 시대현실에 대한 인식을 위주로 소설을 써 온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정신적 아름다움과 순수성, 인간의 고귀함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출발했고 이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지켰다는 데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2)그러나 본 과제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그의 작품 「늪」은 그의 다른 작품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모성애’인데, 타 작품에서처럼 아름다운 모성애를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황순원의 소설 「늪」에서 보여지는 그릇된 모성애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어머니가 소녀에게 - 모성의 집착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다. 자신이 삶을 살아오면서 거쳐야 했던 고통들을 자식에게는 결코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러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애정이 낳은 자신의 가치관과 자식의 가치관의 동일화에 대한 집착은 사춘기 소녀의 자아 형성에 있어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만은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황순원의 작품 「늪」에서도 살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소녀의 어머니가 성에 대해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다음의 1,2,3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소녀 어머니는 애 셋이나 둔 여자가 머리를 잘라 지지고 옥색 저고리를 입고 다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7)

 

 2.아까부터 소녀 어머니의 흐린 시선을 느끼면서 새로이 마주 보았다. 소녀의 어머니는 곧 시선을 거두고 말았다. (7)

 

 3.부인의 집에서는 지금 남편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여 오랫동안 말썽이 많다가 종내 부인이 자기의 마음대로 붙고 말았다는 말을 하였다. 붙었다는 자기 말에 소녀의 어머니는 스스로 귀밑을 붉히고 이어서, 부인은 여태까지 본가에는 가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은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후모 밑에서 자라난 탓이라고 하였다. (8)

 

소녀의 어머니의 소녀에 대한 사랑은 소녀의 가정교사 태섭의 눈을 통해 비춰진다.

태섭은 친구 부인의 소개로 한 소녀의 가정교사 일을 맡게 된다. 태섭과의 처음 만남에서 소녀의 어머니는 둘만의 시간을 갖자마자 그에게 “애 셋이나 둔 여자가 머리를 잘라 지지고 옥색 저고리를 입고 다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부정적인 느낌을 담아 물음으로써 자신의 보수적인 생각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태섭의 대답으로 그와 자신의 사상이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재보려 하고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태섭을 ‘흐린 시선’즉 믿음이 확실치 않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처음 본 남성에게 자신의 딸의 교육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가히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녀가 처음 본 남성 앞에서 스스로 얼굴을 붉히면서‘붙었다’는 말을 하려 한 것은 자신의 친구이자 태섭을 소개한 부인이 남성을 제멋대로 선택함으로 인해 완전하게 행복하지는 않은 -본가에도 다니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 삶을 살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딸의 교육을 맡기게 된 남성에게 자신의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남성관이 옳음을 주장하고 이를 강하게 나타냄으로써 알아서 조심해 달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면서 소녀와 태섭이 한 공간에 있게 되자 어머니의 감시하는 듯한 시선은 계속된다. 어머니의 소녀에 대한 과도한 사랑은 이처럼 비정상적인 행태로 나타난다.

 

1.소녀의 어머니는 흘깃흘깃 태섭과 소녀를 번갈아 보면서, 정신 차려 잘 배우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였다.(9)

 

2.소녀 어머니의 흘깃거리는 시선을 받아 가며 다음 날부터 소녀의 예습과 복습이 시작되었다.(9)

 

3.어머니가 자기보다 더 열심히 이쪽을 살피고 듣고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우스워 그런다고 하며 한층 더 소리 높여 웃었다.(10)

 

4.소녀의 어머니는 또 되도록 태섭에게서 먼 거리를 잡느라고 움직거렸으나 소녀는 들어오지 않았다.(10)

 

5.소녀는 생각난 듯이, 그리고 누가 밖에서 엿듣기나 하는 것처럼 갑자기 앞 미닫이를 열었다. 뜰에서 소녀의 어머니가 김칫거리를 다듬다가 놀란 듯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12)

 

 

위 인용문에서 보듯 거의 작품의 매 장면마다 어머니의 시선은 태섭과 소녀를 쫓는다. 그러한 진득한 시선은 끝없이 지속되면서 알 수 없는 압박감을 태섭에게 주고 태섭은 은연중에 자기도 모르게 소녀의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후 소녀의 어머니는 이제는 아예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태섭에게 말한다. 공부도 공부지만 먼저 남자를 멀리하도록 잘 가르쳐 달란 말은, 공부보다 남자를 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과 같다. 소녀의 어머니가 소녀의 가정교사에게 이러한 말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태섭은 어느 정도 자신이 지켜보았으므로 믿음이 간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직까지 소녀의 어머니는 태섭에게 ‘흐린 시선’을 보내고 이 시선에 태섭은 처음에 어머니가 먼저 시선을 피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이 먼저 시선을 피하고 저도 모르게 어머니의 의견에 동조하고 만다.

 

 소녀의 어머니는 잠잠히 한참이나 앉았다가 이번에는 나직이, 공부도 공부지만 먼저 남자를 멀리하도록 잘 가르쳐 달라면서, 사실 요새 여자 안 속이는 남자 어디 있더냐며 태섭을 쳐다보았다. 태섭은 소녀 어머니의 흐린 시선을 피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12)

 

그러고 몇 일 뒤 소녀와 함께 외출한 태섭은 자신 모르게 소녀의 어머니가 자신들을 미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소름이 끼칠만큼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 후 어머니는 이제 자신에게 가감없이 소녀의 남자 문제에 대해 상의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나타낸다.

 

 태섭에게 뒤 왼쪽 과일가게 옆 골목에 어머니가 따라와 서 있다는 것을 알리고 얼마만큼은 교외로 가는 길을 가다가 보자고 하였다. (중략) 사실 소녀의 어머니는 과일 가게 옆에 서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14)

 

 소녀가 어떤 남자와 만나는 눈친데 그런 것 같지 않더냐고 하며 얼굴을 붉혔다.(중략)소녀의 어머니는 또 잠잠하다가 이번에는 혼잣말처럼, 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자기는 그 애를 놓아주지 못한다고 하고는 소녀가 올 시간이 생각난 듯이 급히 밖으로 나갔다.(18)

 

소녀의 가정교사인 태섭에게 소녀가 어떤 남자와 만나는 문제에 대해 말하면서 그녀는 또 한번 자신에게 다짐한다. 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자기는 그 애를 놓아 주지 못한다는 말은 더 이상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한 말이 아니다. 자식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자식이 있는 것이다.

 

3. 소녀가 어머니에게 - 동정에서 거부로

 

 2번에서 어머니가 소녀에게 가지는 모성을 넘어선 집착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그릇된 사랑을 소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소녀는 태섭에게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데 이를 살펴보면 소녀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잘 알 수 있다.

 

 

 1.어머니가 어디까지든지 남자를 경계시킨다는 이야기로, 사실 그러는 것도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받은 타격으로 보면 마땅한 일일 것이라는 말과, 전에 아버지가 밖에 나가서 딴 여자들과 만나다 못해 나중에는 그런 여자들을 집 안에 끌어들이기까지 하던 일을 어려서 보아 잘 안다는 말이며, 그럴 적마다 어머니는 이를 갈며 밤잠을 못 자고 울곤 하여 자기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데리고 들어온 여자가 아침에 일어나면 함께 죽어 있어 주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고 하였다.(15)

 

 2.요즈음도 어머니는 그때에 받은 원통함을 도리어 그때 이상으로 살려 가면서 아버지를 원망하고 여인들을 욕질하면서 으레 자기더러 남자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말라고 타이르고는 자기 하나만 의지하며 여태까지 살아오느라고 별의별 고생을 다 참아 왔다는 이야기와 (중략) 나중에는 반드시 죽기까지 모녀 단둘이 살다가 죽자고 다짐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15)

 

 3.소녀는 자기도 얼마 전까지는 어머니와 한 심정이 되어 아버지를 원망하고 여인들을 미워하면서 진정으로 일생을 불쌍한 어머니와 같이 지내리라는 결심을 해 왔으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에게 반감 같은 것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과, 요새는 지난날의 가슴 아픈 사실을 되풀이하며 자식에게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만 애쓰는 어머니가 가엾게는 생각되지만 그대로 좇아갈 마음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다.(16)

 

 4.소녀는 어머니가 졸도해 넘어진 것을 보고 의사를 부르러 달려가면서도 오히려 그러한 어머니보다도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는 아버지와 그 여인에게 더 동정과 호의가 감을 어쩌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였다.(17)

 

위 인용문을 차례로 살펴보면 소녀는 처음에 어머니를 배신한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큰 상태였다. 어린 자신이 보기에도 어머니는 피해자였고 아버지는 가해자였다. 그러한 생각은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을 낳게 되었고 이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점점 변화하게 된다. 그 주된 이유는 어머니의 자신에 대한 부담스러운 태도 때문이다. 어머니는 남편을 잃고 자식에게 인생을 건다. 이는 점점 지나쳐 져서 딸을 남편 대신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게 되고 평생을 함께 하자는 다짐을 하게 한다. 이는 소녀로 하여금 심적인 부담감을 주게 되었고, 소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유년기의 감정적이고 어린 생각에서 좀더 성숙하게 발전함으로써 어머니와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머니는 물론, 같은 여성으로써 안타까운 상황이고, 자신에게 당신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만 애쓰는 어머니가 가엾게는 생각되지만 그대로 좇아갈 마음은 전혀 없는, 보다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아버지의 병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게 된 아버지의 또 다른 부인이 어머니를 찾아와 병원비를 애원하는 것과 이를 분함과 욕으로만 매몰차게 끊어내는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또 한번 변화하게 된다. 어머니는 무조건적인 피해자인줄만 알았고 어렸을 적에 자신이 보았던  어머니의 괴로워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 없었으나 지금은 어머니가 졸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부르러 가는 도중에도 어머니에 대한 생각보다 아버지와 그 여인에 대한 동정이 더욱 커지게 된다. 소녀가 보기에는 병든 아버지를 간병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어떻게든 구해 보고자 악한 말을 들을 것을 알면서도 찾아온 아버지의 첩이 밉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소녀는 컸고 이제는 무조건적으로 어머니의 말만을 따라 알 나이는 지났던 것이다.

결국 소녀는 어머니와 자신의 가치관의 차이와 부담스럽고 정상적이지 않은 모성애을 견디지 못하고 해방구를 찾기에 이른다.

 

 

병든 아버지를 집에 들이지 않는 어머니의 졸도가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하면서, 사실은 지금 소년과 자기는 어디로 떠나는 길이라고 하였다.(24)

 

  소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네는 행복해 보이겠다고 소리치고는 빛나는 눈에 눈물을 내돋히며 풍랑이 인 바다 무늬가 있는 치마를 물결 지으면서 도어를 밀고 나가 버렸다.(24)

 

 이미 소녀는 어머니와 다른 인격체를 지닌 사람이다. 소녀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소년에 대한 지극한 사랑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서 또는 어머니의 부담스러운 애정에 대한 해방구로서 소년을 만나고 있다. 해방구를 만나 그에게로 떠남으로써 소설은 종결된다. 이는 어머니의 소녀에 대한 그릇된 모성애가 낳은 결과인 것이다.

 

4. 맺음말

 이상으로 소녀와 소녀의 어머니의 그릇된 애정을 나타낸 황순원의 작품 「늪」을 살펴보았다.

 결국 소녀의 어머니의 그릇된 모성은 소녀의 숨통을 조였고 소녀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극도로 차게 식어 어머니의 졸도에도 크게 연연치 않는 모습을 보이며, 병든 아버지를 집에 들이지 않는 어머니를 인정치 않게 된다. 어머니는 어머니, 나는 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소녀는 더 이상 어머니와의 관계를 지속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집을 나감으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탈출하게 된다.

 황순원에게 있어 모성은 중요한 소재이다. 그의 작품에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을 지라도 어머니는 반드시 등장한다. 어머니는 자식에 한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이이므로 따뜻한 포용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어머니의 그릇된 모성애를 보여줌으로써 올바른 모성애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1) 김종회, 「문학의 순수성과 완결성, 또는 문학적 삶의 큰 모범」,『황순원』, 새미, 1998 , 20

2) 김종회, 위의 책,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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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나의 위치와 한계에 대해 깨달을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나를 위해 뭔가 위로와 격려를 해 줄 만한 것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권의 책이 더 좋았던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책의 힘을 절실히 느낀 건 정말이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요 몇 달간,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해 준 건 분명 신간평가단 활동, 알라딘이 보내준 신간들이었다.

 

사람이었으면 정말 고맙다고 밥이라도 한 번 사고 싶은 도서들. 작가에게 고맙다고 편지라도 써야 할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 고마운 책들이다.

 

1. 천국보다 낯선

 

문장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던 책.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영화보다 아름답고, 문장의 씹는 맛이 있다.

 

 

 

 

 

 

 

 

2. 혀끝의 남자

 

문학에 정답은 없다.

정해진 길을 보여주는 것처럼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혀끝의 남자는 여러 갈래의 생각을 만들게 해 주는 뿌리다.

 

 

 

 

 

 

 

 

3. 천국에서

 

적나라해서 당황스러웠던 작품

객관적으로 나, 그리고 우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게 했던 작품

 

 

 

 

 

 

 

 

 

4. 제 7일

 

재미도 있고, 메시지도 좋다.

문장도 편하고 마음편히 읽기 좋다.

그러면서도 남는 것이 있다.

 

 

 

 

 

 

 

 

 

5. 파과

 

영화같은 느낌.

역시 구병모! 했던 작품.

아직도 생각나는 건 그 특이했던 만연체.

그 속에 녹아들었던 느낌들.

 

 

 

 

 

 

 

모두들 소중하고 고마운 책들이지만, 그 중에 단 한 권만 뽑으라면

 

천국보다 낯선 - 이장욱 을 선택하겠다.

 

한 편의 영화같이 아름답고, 영화보다 멋스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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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블랙스완그린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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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다룬 작품은 많다. 그러나 청소년기를 ‘제대로’ 다룬 작품은 많지 않다. 청소년소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블랙스완그린’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하고 신간추천페이퍼에 추천을 했고, 나처럼 다른 분들도 블랙스완그린에 대해 기대가 높았는지 책이 선정되어 오게 되었다.

책의 첫 인상은 사실 그저 그랬다. 두께도 두꺼울 뿐 아니라 표지도 그럭저럭이었다. 사실 청소년 소설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요즘 감각적이고 예쁜 표지들의 책도 많이 출간되는데 이 책은 왠지 고리타분하게 보인다’는 것이 솔직한 첫 인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는데, 청소년들이 추천을 받지 않는 이상 이 책을 잘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첫 장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좋은 책은 첫 문장으로 판가름나거나, 첫 장 많아도 2-3장을 읽으면 그 느낌이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의외였다. 그렇게 끌리지도, 그렇다고 덮어버리기도 싫은 그런 책. 문장이 썩 좋았던 것도 아니고, 느낌이 신선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놓치기에는 아까운 뭔가가 분명히 있었다.

주인공 아이의 평범하면서도(독자의 입장) 평범하지 않은 일상(주인공의 입장에서는)은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고, 아이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왠지 모를 그것’이었던 듯 하다. 나는 아이를 조금 더 따라가보기로 결정했다.

말더듬, 발표 불안, 두근거림.. 이 주인공처럼 확연하게 이런 팁을 가지고 있진 않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청소년기에 ‘불안’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안쓰러움과 동시에 잘 헤쳐나가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느덧 나는 아이가 되어 있었고, 아이의 두려움과 기쁨은 고스란히 내 안에 녹아 함께 웃고 울고 있었다.

이 책은 중심 사건이 없다. 사소한 일은 지속적으로 일어나지만, 뭔가 커다란 굴곡이 없다는 얘기다. 중심 사건이 없는 책은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풋풋한 청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어른의 눈으로 봐서 안쓰럽고, 인물들이 예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일상의 반복적인 삶에 지쳐 힘든 날이 있을 때, 나는 이 책을 다시 한 번 펼쳐 보려 한다. 이 책의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으로 나는 다시 한 번 삶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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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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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소설집이란 어떨지 무척 궁금했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어떤 구성을 쓸 것인지, 어떤 인물을 내세울 것인지 궁금한 점이 끝도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은 어떤 문장을 썼을 것인지, 그 문장이 어떤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인지였다.

 

잘 알려진 시인이기에 어느 정도 기대는 했었지만, 사실 첫 장을 읽고서부터 너무나 마음에 쏙 들어왔던 작품이었다.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그림이 놀라웠다. 작가가 당기는대로 따라가면 저절로 머릿속에 영상이 떠올랐다. 적절한 구사력이 마치 귓가에 소리마저 들리게 하는 것 같았다.

 

김, 최, 정 등 등장인물들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사실 이런 구성이 흔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같은 상황에 있는 세 사람의 목소리를 제각각 들어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이 장면이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잘 살렸다는 얘기겠다.

 

마지막 염, 그리고 죽은 이의 메시지까지. 작품은 신선했고 신비로웠다. 무엇보다 책장을 덮었을 때 제목처럼 ‘낯선’ 느낌, 뭔가 붕 떠 있는듯 하면서도 아련하게 잡힐 듯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즉 ‘천국보다 낯선’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천국보다 낯선’.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이장욱이라는 작가를 내 마음속에 넣었다. 좋은 작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쁜 날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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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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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을 선언했던 백민석이 ‘혀끝의 남자’로 10년만에 돌아왔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펜을 놓게 만들었고, 또 무엇으로 해서 다시 펜을 들게 되었을까. 궁금한 것이 많았고, 그가 궁금했다.

그러나 ‘혀끝의 남자’ 책이 왔을 때, 나는 왠지 책을 펼치기가 조금 조심스러워 졌다. 10년만에 글을 썼다 하니 이 한 권의 책 속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나 집약되어 들어있을 것 같았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쏟아져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 감정에 나도 모르게 휘말려 들어갈 것 같아서 두려웠다고 할까.

‘혀끝의 남자’는 9개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표제작 ‘혀끝의 남자’는 인도여행기를 그린 작품, 두 번째 ‘폭력의 기원’은 자전소설이다. ‘혀끝의 남자’도 15년전 작가의 인도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끄집어낸 것이라 하니, 작가의 삶과 이 두 작품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두 작품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묘했고 또 슬펐다. 그렇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묘한 슬픔이라 할 수 있겠다. 뚜렷하게 슬픈 장면이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사가 있진 않지만,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슬픔.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소설 속 화자가 냉소적이기도 하고 무덤덤하기도 해, 감정은 더욱 증폭되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작품에서 너무 감정을 쏟아냈던 것일까.

그 뒤로 이어지는 ‘신데렐라 게임을 아세요’, ‘사랑과 증오의 이모티콘’ 등은 ‘혀끝의 남자’와 ‘폭력의 기원’보다는 쉽게 읽혀졌고, 이해가 쉬웠으나 그만큼 기억에 강하게 남지 않았다.

어떤 작가를 선호하는가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다. 나는 순간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작가보다 작품이 끝난 뒤 그림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거나 느낌을 주는 작가를 선호한다.

이 책으로 인해 백민석이라는 작가는 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묘한 슬픔을 풀어낼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지금 이 책을 덮는 순간, 백민석이라는 작가에 대해 더욱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작가의 전작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느낌이 들어 반가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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