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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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셀로'에 대한 리뷰는 비 오는 날 쓰고 싶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잔뜩 흐린 오늘, 과거를 회상하면 적어 본다.

 

20대 후반에 친한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무척 좋아했었다. 당시에 나는 공부를 위해 서울에 있었고 그녀는 지방에 있었다. 휴대폰도 없던, 삐삐가 유행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한창 준비하던 그녀가, 운전실습을 위해 차를 갖고 있던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었다. 다른 친구도 내가 아는, 나와도 막역한 사이의 친구였었다. 그런데, 저녁이 늦어도 밤이 깊어도 전화가 없었다.  나는 그날 밤을 잊을 수 없다. 삐삐를 쳐도 연락이 없는 무심한 그녀. 밤을 하얗게 새우다는 것을 경험한 유일한 밤이었다. 공부가 눈에 들어 올리는 없고 어두운 방에 누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을 다 했었다. 그리고 사랑의 대가가 이렇게 처절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지독한 사랑은 다시 하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남자 친구는 내가 믿는 가장 친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몹쓸 상상을 다하고 있는 내가 너무도 한심했었고 잠시도 이런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내가 너무도 원망스러웠었다.

 

 그녀를 떠올리며 '오셀로'를 읽었다.

질투에 사로잡힌 '오셀로'. 안타까운 '오셀로'. 너무나 슬펐다.

'데스데모나'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이야고'의 간계와 이간질에 '오셀로'는 속아 넘어간다. 그들의 굳건한 사랑이 어떻게 그리 쉽게 무너질 수 있나싶지만, '이야고'의 수법은 악랄했고, 나 역시도 '오셀로'의 처지라면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공감했었다. 등장인물들을 줄에 메달고 위에서 조종하는, 꼭두각시 놀이를 즐기는 사람, 아니 악마같은 존재가 '이야고'이다.

 

한편으로, '이야고'는 우리들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심성인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를 의심하게 되면 주위의 조그마한 간섭에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그런 인간의 나약한 믿음을 '이야고'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경고를 보내려 함이라고 나름대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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