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건전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큰마음 먹고 연극을 보러 갔었다. 배우들의 숨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큰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실로 컸었다. 마로니에 공원의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던 우리는 소극장을 찾아 들어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목이 ‘바쁘다 바빠’로 기억하는데, 2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곳에 들어간 것을 몹시 후회 했었다.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 엉성한 무대 장치 등 어느 하나 내 기대에 차는 것이 없었다. 우리 일행을 가장 불쾌하게 만든 것은 박수부대의 동원이었다. 좌석 제일 뒷자리에 10여 명이 앉아 크게 우습지도 않는 부분에서도 억지웃음을 크게 내었다. 얼마나 크게 웃던지 웃음소리에 위협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나의 연극에 대한 동경은 사라져갔고, 연극 관람을 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더 주워 졌으나 사양하거나 관람권을 다른 사람에게 줘 버렸다. 모든 연극이 이처럼 순 엉터리는 아닐 텐데, 처음의 잘못된 만남으로 연극과는 영영 담을 쌓고 말았다. 모든 일에 마무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시작도 너무나 중요한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어머니 칠순연(사진 나오면 올려야지...)이 있었는데, 그날을 위해 어머니께 형제들이 한복을 한 벌 맞춰 드렸다. 그 포목점 할머니의 주선으로 내일 난생 처음 선을 본다. 학창 시절에 보던 소개팅, 미팅 개념이 아닌 맞선이다. 연예로 결혼에 골인 못하고 선을 봐야 하는 처지까지 와야 했나는 자책도 잠시, 아주 무덤덤해 진다.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이가 연예로만 결혼에 골인한 것도 아닐 것이다. 나의 인연을 맞선을 통해서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내일 자리에서 만날 수 없다면 그 다음에 맞선을 통해서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지금 우려하는 것은 연극의 경험처럼 처음에 너무 연연해 아예 포기는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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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09-1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칠순연!! 추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