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들의 교복으로 미루어 보아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나 4학년 무렵인 것 같다. 같이 살아온 날들에 비해, 우리 4남매만 같이 찍은 것은 이 사진이 유일하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다. 모두가 결혼해서 열심히 사시고 막내인 나만이 그 대열에 끼여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두가 건강하셔서 너무나 다행이다.
지금도 내 손끝에 느껴지는 이 감나무는 단감이 아닌 홍시가 되는 납닥(납작하다)감이었다. 감꽃이 떨어지면 주워 먹기도 하고, 지푸라기에 꽂아 목걸이도 만들어 걸던 기억이 난다. 어린 감이 떨어지면 감들을 주워다가 작은 단지에 소금물을 담고 감을 삭혀 먹던 기억도 난다. 작은 형이 걸터앉은 가지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올라서야 하는 중요한 가지라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가지에 매달리던 기억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감나무아래에는 전기모터가 아닌 일 분 정도 펌프질하면 시원한 물이 올라오는 수도가 있었는데, 햇빛이 쨍쨍 내리쬐던 여름이면 감나무아래 평상을 깔고 온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시원한 물에 밥을 말아 먹던 기억이 난다. 밥을 한 숟가락 건져 먹고 숟가락을 휙-돌려 손잡이 부분으로 된장을 꾹-찍어 먹었을 뿐인데, 나는 그 밥맛을 한순간도 잊어본적이 없다.
아쉽게도, 80년대 초에 비포장 길이 아스팔트 도로로 바뀌면서 감나무도 없어지고 나의 생가도 사라졌다.
사진의 위에서부터 개구쟁이 같은 작은형, 내가 존경하는 큰형, 살림 밑천 역을 톡톡히 해 낸 누나 그리고 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