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사랑, 가정, 부(副), 명예, 공부, 안정된 직장, 일... 과연 나의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인가? 우스갯소리처럼, 죽지 못해 사나? 죽지 못해 대충 산다면, 삶은 얼마나 지겨운 것일까? 나는 대충 이란 말이 지독히 싫다.
일생동안 단 한 번 밖에 노래하지 않는 새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울음소리는 지상(地上)의 그 어떤 동물의 울음소리보다도 아름답다. 그 새는 둥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가시나무를 찾아 헤매며, 가시나무를 발견할 때까지는 조금도 쉬지 않는다. 그리하여 가시나무를 발견하게 되면, 그 새는 가시나무 가시사이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가장 길고 날카로운 가시를 향해 날아가 자신의 몸을 그 가시에 찔리게 한다. 그 새는 죽어 가면서 자신의 고통을 초월하여 종달새나 나이팅게일보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그 새는 생명을 바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온 세상은 조용히 그 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신(神)도 천국에서 미소를 짓는다. 왜냐하면 최상(最上)의 것은 커다란 고통을 대가로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시나무새 中에서
이 소설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잘 났든 못 났든지 저마다 가시나무를 찾아 헤매며 그들의 삶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가시나무 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바라보는 가장 날카로운 가시를 향해 날아가는..... 이 글에 나오는 랠프 신부는 그의 가시나무인 하나님께 종신할 것을 맹세하고 떠나간다. 그리고 남겨진 매기는 그의 가시가 랠프 신부가 아닌 랠프이기를 바라지만 랠프 신부의 의지를 꺾지는 안는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신자다운 랠프신부의 아기를 랠프신부가 모르게(?) 가지게 된다. 세월이 흘러 반백 발이 되어 만나, 매기가 랠프추기경에게 하는 대화에서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그 부분을 옮겨 적는다.
"랠프, 난 그걸(매기의 남자가 되지 못하고 바티칸의 세계로 향한 것) 물론 이해해요. 난 알아요, 난 알아요.... 그것이 비록 우리들로 하여금 죽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도록 만들게 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들은 저마다 부정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지니고 있어요. 우리는 현재의 우리들이라는 것, 그것뿐이죠. 가슴이 터지도록 노래를 부르는, 가슴을 가시에 찔린 새에 대한 옛 켈트 전설처럼요. 운명이니까 어쩔 수 없어요. 우린 잘못을 범하기도 전에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스스로 안다고 해서 그 결과를 바꿀 수는 없죠, 안 그래요?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려니 생각하면서, 저마다 자신의 조그만 노래를 불러요. 모르시겠어요? 우린 스스로 우리들의 가시를 만들면서 어떤 대가를 치를 것인지 멈춰서 생각하는 일이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통을 겪고, 그것이 보람이 있었다고 우리 자신에게 얘기하는 것뿐이에요."
나의 글이 내가 의도한대로 나의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책이 그리워지고 뭐를 읽을 것인가가 망설여진다면, 콜린 맥컬로우의 "가시나무새(The thorn birds)"를 추천하고 싶다.
나는 가시나무 새이고 싶다. 나는 가시나무 새라 불려지고 싶다. 어리석다고 흉을 보아도, 뒤쳐진다고 비웃어도 묵묵히 나의 가시나무를 향해 날카로운 가시를 찾아 날아가는 가시나무 새이고 싶다. 고통을 겪고 아파하며 인내하여 훗날, 가장 성숙된 모습으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상은 아름다웠노라" 라고 밤새워 노래하다 사라질 가시나무 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