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내리신다. 도량(울산 중부시립 도서관)의 창을 통해 들여오는 빗소리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잠시 책을 덮고 큰 우산으로 비를 떠받들고 토담을 경계로 이웃하고 있는 동헌(울산 유형 문화재 제 1 호)을 찾는다. 동헌은 시에서 관리하기에 항상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마음이 산만해질 때, 곧잘 와서 앉았다가 가곤 하는데, 그래도 비가 내릴 때 찾는 것이 가장 제 맛이다. 등나무아래 벤치에서 바라다 보이는 동백, 향나무, 대나무, 모란 등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나무들과 늠름하게 곧게 솟은 십여 그루의 소나무는 언제나 나에게 크나큰 위안을 준다. 이처럼 비가 내릴 때 따뜻한 커피를 뽑아 들고 '내아'의 대청마루에 앉아 구수한 담배를 피워 물고 앉아 있으면 포졸이 줄을 지어 지나가고 갓을 쓴 양반네들이 긴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나를 본체 만체하고 분주히 지나다니는 듯 하다. 내 정신이 분열되어 지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혼령들이 비를 타고 옛 근무지를 찾은 것이 틀림없다고 망상에 젖어 본다. 시간이 흘러, 기울어진 마당으로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 이 친구 저 친구 한명한명의 얼굴이 떠오르며 안부가 궁금해진다.
"우정은 산길과 같아서 자주 오고가지 않으면 그 길은 없어지고 만다"라고 했는데, 공부한다는 나의 사정으로 온종일 전화도 꺼 두고, 마음같이 자주 연락도 드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 '일상에서...'(파란 창고에 담긴 글들)란 글을 통해 약간의 소식을 전함으로 해서 훗날 반갑게 맞이할 때 최소한 나의 벗들이 "조카는 많이 컸어"라고 말하며 나의 근황을 안다면 약간의 서먹함은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건제함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월요일마다 도서관이 휴관이어서 처음에는 월요일마다 한 편씩 쓰려 했으나 그것도 뜻대로 안되고 틈틈이 글을 띄우지만 한편한편 정성을 다한다.
그리고 한가지 이유를 덧붙이면, 나의 국어 공부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을 바탕으로 글의 통일성과 완결성 등을 생각하고 부족하면 참고서를 뒤지기도 하면서 이것이 국어를 마스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며 사실적 사고, 추리 상상적 사고,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를 하려고 애쓴다. 훗날 이 글을 읽고 유치함과 비논리함에 치를 떨지라도 지금은 하나의 국어 공부 방법인 것이다. 이다음에 나에게 작은 역사가 되어줄 글들이, 남에겐 무작정 뿌려지는 스팸메일처럼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나의 친구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아가 작은 바람이 있다면 다소 지쳐 있을 친구들에게 나의 부끄러운 글들이 작은 청량제가 되었으면 한다.
보고픈 모든 벗들이여!
사랑하는 내 모든 우정이여...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