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성스러운 삼촌 때문에 못 살겠다. 까틀까틀한 수염 난 얼굴로 내 고운 얼굴에 비비는 것은 보통이고, 안았다, 올렸다, 내렸다...깨물고, 돌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빠, 엄마는 오늘도 출근하셨고, 나를 돌 봐 주시던 할머니는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의 제사 준비로 경주 큰집에 가셨다. 그래서 삼촌이 나를 하루 돌보기로 했는데, 엄마 아빠가 돈을 벌어야 내 맘마도 사고 옷도 사고 학교에 갈 수 있다며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친한 척 한다. 오랜만에 둘이 있으면서 나를 즐겁게 해 줄 생각은 않고 컴퓨터만 만지고 놀기에 심술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 방법은 있다.

삼촌, 콜난 (콜라) ... 하면 느릿느릿하게 와서 대령한다.

잠시 후에 삼촌, 이오(오이) ... 살짝 한번 웃어주면, 삼촌도 웃고 만다.

삼촌, 사당 (사탕) ... 그러면 삼촌은 뽀 (텔레토비)를 틀어 준다. 내가 뽀에 약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뽀를 보다 번쩍 정신이 들어 삼촌에게 가 보면 신문을 뒤적이거나 그림이 하나도 없는 책을 보며 자고 있다.

그러던 삼촌이 무슨 일인지 시내에 가자고 한다. 나는 분홍색 옷이 좋은데 기어이 삼촌이 좋아하는 레이스가 달린 하얀색 옷을 찾아냈다. 이렇게 큰 붕붕 (버스)은 처음이다. 만날 아빠 붕붕으로 편하게 갔는데, 삼촌은 돈도 없고 붕붕도 없는 모양이다. 어린이날 삼촌이 사 준 모자가 없어 그 큰 덩치가 반시간이나 왔다갔다하더니, 엄마에게 전화까지 했지만 결국 못 찾고, 그래서 나를 안고 뛰어 이 큰 붕붕도 겨우 탔다.

삼촌은 코만도 아저씨처럼 한 쪽 팔로 나를 안고 은행에 갔다가 옷가게에도 갔다가 컴퓨터 가게에 갔다. 그 곳에서 주인과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마지막으로 간 곳은 피시 방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담배 냄새에 어둠침침한 분위기가 싫었다. 병원에서처럼 의자에 앉히더니, 삼촌은 컴퓨터 모니터 위에 달린 카메라를 가리키며 자꾸 나의 이름을 불렀다. 어떤 낯선 아저씨도 카메라를 가리키며 "저쪽 봐"하며 소리치는 통에 나도 모르게 오줌을 사고 말았다. 삼촌이 기저귀를 갈아 줬는데, 하루가 다르게 무척 부끄러워진다.

집에 와서 보니 내 얼굴이 컴퓨터 안에 들어가 있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울어 가며 찍힌 것이 내 미모에 반도 못 미친다. 지워버리고 싶은 저 사진을 찍기 위해 삼촌은 나를 안고 호들갑을 떨은 모양이다. 진작에 말했으면 예쁘게 잘 찍었을 걸...

삼촌은 어디 갔지?


그날 찍은 것은 아니지만, 그맘때 찍은 조카 (유정) 사진!  -  앗! 내가 찾아헤매던 그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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