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관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문단지를 들렀을 것이다. 보문단지 안에 있는 큰 호수(보문지)에서 경주 동천동을 가로질러 형산강으로 흘러가는 내(川)가 북천이다. 그 곳, 북천의 작은 둔치로 자전거나 조깅을 할 수 있게 소로로 포장이 되어 있다. 둑 위의 도로를 가끔 차로 지나가며, '내를 바라다보며 잘 닦여진 길로 달리면 마음도 즐겁게 달릴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3월 1일인 어제, 물리치료를 받은 다음 냇가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세워놓고, 근 일 년 만에 처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2003년 1월 23일 좌측 발 복숭아 뼈 골절로 고정용 핀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고 2003년 12월 23일 고정용 핀 제거 수술을 하였다.) 담당 의사는 발목을 접쳐 넘어지지 않도록 만 조심하면 적당히 뛰는 것은 괜찮다고 했었다. 십 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조심스럽게 뛰기 시작했다. 햇살도 따갑지 않게 적당했고, 바람은 조금 불었으나 완연한 봄바람이었다. 게다가 새로 산 운동복은 나에게 잘 어울렀고 편안했으며, 달리는 차 속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나쁘지 않았다.
가볍게, 가볍게 달려나갔다. 예상했던 발목의 통증보다 가슴에 통증이 먼저 왔다. 멈춰 서지 않고 심호흡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이 십분 정도 걸으니 땀이 조심스럽게 나기 시작했다. 근 일 년 만에 운동으로 흘러보는 기분 좋은 느낌의 땀이었고, 상쾌한 순간이었다. 마주쳐 가는 사람에게 인사도 나누고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도 잊은 채 풀쩍 뛰어 허공에 주먹을 날리기도 하였다. "가끔씩 크게 아파 봐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건강 할 땐 건강의 고마움도 모르고,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배출의 기쁨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둔치로 난 조깅 코스는 삼 킬로 정도의 길이었고, 그 다음은 보문단지 가는 도로의 인도(자전거 도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뛰지는 않고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 왔다.
다행히 밤사이 발목에 통증은 크게 없었다. 잠자리에 누워서 다리에 힘은 주니, 종아리와 허벅지에 굵은 힘살이 뻗치는 것이 나른한 상쾌함을 가져다 주었다. 잠도 깊이 잘 잤으며, 다시 운동으로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고마운 마음에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