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돌아오니 7시가 되고 있었다.
공장에서 100여 미터만 걸어가면 낙동로가 나온다. 대로의 8차선을 건너면 바로 낙동강의 제방이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데, 이 둑길을 따라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조깅 트랙이 깔려 있다.
김해의 거래처를 가기위해선 이 제방을 가로질러 가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항상 부러워했었고 둑길을 달려보리라 다짐한 지도 반 년은 훨씬 지났다.
드디어 오늘, 무거운 몸을 이끌고 흐트러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도 눌러쓰고 둑길에 올라섰었다. 동트기전 날씨도 물론 상쾌했지만 나의 결심이 반년 만에 이루어지는 순간이라 더욱 상쾌했었다.
구포 쪽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마주오는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고 앞서가는 사람의 뒷모습도 바라보고 낙동강을 바라보고 공단 쪽도 내려다보았다. 자세에 신경쓰지않고 그냥 흐느적흐느적 걸었다. 가끔 달리고 싶은 욕구도 일었지만 약해진 무릎의 근력이 염려스러워 그냥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운동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연장자들이었다. 내가 제일 어린 것 같았다. 가끔 건강미가 넘치는 젊은 아가씨가 나를 앞질러 가곤 했다. 보조를 맞춰 걷고 싶었지만 아가씨는 엉덩이를 사정없이 흔들며 노총각 옆을 지나갔다. 달리고 싶은 본능을 첫날이라 억지로 참았다. 내일도 반드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다.
대로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데 출근하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자가용 안에서 그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운동 나온 나를 무척 부러워했을 것이다.
내일은 삼락강변공원까지 걸어 볼 생각이다. 보름을 걷을 생각이다.
그리고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