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이 정 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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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0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직 내 몸은 너무 성한다. 마을을 너무 멀리하고 있는가?
 


당신은 늘

가을 바람 속에서

살고 싶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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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참 좋다.  머리 속은 맑아지고 살갗은 선뜻선뜻..

여름 지난 가을 바람이라 더 의미 있는 듯...

그런데 왜 배가 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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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삼태기의 흙  성현 『虛白堂集』, 「惰農說


  지난 경인년 (1470)에 큰 가뭄이 들었다. 정월부터 비가 오지 않더니, 가을 칠월까지 가뭄이 계속되었다. 이 때문에 땅이 메말라서 봄에는 쟁기질을 하지 못했고 여름이 되어서도 김맬 것이 없었다. 온 들판의 풀들은 누렇게 말랐고 논밭의 곡식들도 하나같이 모두 시들었다.

  이 때 부지런한 농부는

  “곡식들이 김을 매주어도 죽을 것이고 김을 매주지 않아도 역시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팔짱끼고 앉아서 죽어가는 것을 쳐다만 보고 있기보다는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살리려고 애를 써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다가 만에 하나라도 비가 오면 전혀 보람 없는 일이 되지는 않으리라.”

하고, 쩍쩍 갈라지는 논바닥에서 김매기를 멈추지 않고 다 마르고 시들어빠진 곡식 싹들을 쉬지 않고 돌보았다. 일 년 내내 잠시도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여, 곡식이 완전히 말라 죽기 전까지는 농사일을 멈추지 않을 作定이었다.

  한편 게으른 농부는

  “곡식들이 김을 매주어도 죽을 것이고, 김을 매주지 않아도 죽을 것이다. 그러니 부질없이 분주히 뛰어다니며 고생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내버려두고 편히 지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만약 비가 전혀 오지 않으면 모두가 헛고생이 될테니까.”

하였다. 그래서 일하는 농부나 들밥을 나가는 아낙들을 끊임없이 비웃어대며, 그 해가 다 가도록 농사일을 팽개치고 들어앉아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가을걷이를 할 무렵에 내가 파주 들녘에 나가 논밭을 보니, 한쪽은 잡초만 무성하고 드문드문 있는 곡식들도 모두가 쭉정이뿐이었고, 다른 한쪽은 農事가 제대로 되어 잘 익은 이삭들이 논밭 가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게 된 이유를 마을 노인에게 물었더니, 農事를 망친 곳은 쓸데 없는 짓이라고 하며 農事일을 하지 않은 농부의 것이었고, 곡식이 잘 영근 곳은 한 가닥 希望을 버리지 않고 농사일에 애쓴 농부의 것이었다.

  한때의 편안함을 찾다가 일년 내내 굶주리게 되었고, 한때의 고통을 참아내어 한 해를 배불리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는 것은 農事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 詩書를 공부하여 벼슬길에 나아가려 하는 사람들도 어찌 이것과 다르겠는가. 선비들이 젊었을 적에는 學問에 뜻을 두고 밤이나 낮이나 열심히 책을 쉬지 않고 글을 짓는다. 그렇게 닦은 재주를 가지고 과거 시험에 응시하여 솜씨를 겨루는데, 시험에 한 번 떨어지면 실망을 하고 두 번 떨어지면 번민하고 세 번 떨어지면 茫然自失해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功名을 이루는 것은 分數가 있는 것이어서 學問을 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며, 富貴를 누리는 것도 天命이 있는 것이어서 學問을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하던 學問을 팽개쳐버리고 지금까지 해놓았던 공부도 모두 포기한다. 어떤 사람은 절반쯤 學問이 이루어졌는데도 내던져버리고 어떤 사람은 성공의 문턱까지 갔다가 주저앉아버린다. 마치 아홉 길 높은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산을 완성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게으름을 피우며 農事일을 제쳐놓은 농부와 같은 무리가 아니겠는가.

  學問을 하는 苦生은 일년 내내 농사를 짓는 苦生에 비하면 고생도 아니다. (조금 생략) 편안히 공부만 하는 사람들은 땀 흘려 일하는 농부들의 苦生을 모른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를 지어 그들을 깨우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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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들이랑은 어떤 관계이면 '잘' 지낸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다른 반 아이들보다 더 소원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책임감 때문이겠지?

 

교사라는 직업은 결코 쉽지 않다.

아이들은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결코 쉽게 내 생각에 동조해주지 않는다.

그건 하나의 욕심이다.

생각있는 아이들은 다르다 멀리하고

생각더딘 아이들은 무관심으로 외면하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은 단지 한 사람의 견해일뿐.

 

몇 년, 더 늦게는 몇십년 후에 싹을 틔울지도 모르는 씨앗 하나 심는 기분으로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돌아돌아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을 뿐.

 

토론과 대화조차 욕심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의 존재를(의견을, 생각을) 무시하지 않으며

겸손하게 굳건하게 그래도 그래도 믿으면서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

 

그러나

늘 노력할 것.

나를 돌아볼 것.

그리고 가끔 나의 마음을, 사랑을 조용히 내 보일 것.

.............

그러나 여전히 힘들 것이다.

 

04. 9. 2. 목요일... 또 밤 12시..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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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0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가 되고 싶다는 3학년 휘철이에게 쓴 편지. 실은 나 자신에게! 휘철이가 '교사'라는 직업에 지나친 '환상'을 가지지 않고 어느 정도 현실감을 가지길 바라며.. 나 역시 그러길 바라며.
 

    학교 꽃밭을 가꾸며

긴 겨울 오르렸던 사지 활짝 펴고
운동장 가득 뛰어노는 아이들
그 힘찬 함성에 놀라
부푼 꽃망울 덩달아 활짝활짝 터지는 학교 꽃밭
매화, 철쭉, 목련, 산수유, 산당화, 앵두꽃, 배꽃
.....
그 눈부신 꽃나무 그늘 아래 숨어서
나즈막히 자라나는 이름 모를 잡초들
차디찬 땅 밑에 숨죽여 엎드린 채
긴 겨울 견뎌낸
저 맵고 끈질긴 새파란 생명들
가만 들여다보면
이제 작은 풀꽃망울 눈물처럼 아련히 피어나
한없이 안쓰럽고 어여쁘구나
풀꽃은 꽃 아닌가
몇몇의 큰 나무 꽃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늘 작은 풀꽃 무참히 뽑아 내던져버린
여지껏 내가 해온 학교 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니었을까

몸 속에 흐르는 뜨겁고 사나운 피
정녕 못 다스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가죽 허리띠 채찍질에
왼(온?)몸이 구렁이 감기듯 멍든 채 방에 갇혀도
문 부수고 또 가출해버린
쇠비름처럼 맵고 당찼던 우리 반 향숙이
제 부모도 선생도 모두 포기해버리고
잡풀 뽑아 내던지듯 마침내 퇴학시켜버린 때처럼
그 어린 잡초들 뿌리째 뽑아내며 꽃밭에서
나는 자꾸만 가슴이 아파진다.

양정자, [아이들의 풀잎노래], 창비시선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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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0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꽃밭... 내 손에 잘려나갔던 그 꽃들... 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 그땐 학교만이 대안은 아니며 남으라는 건 내 욕심같아서 그렇게 보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런 생각으로 떨쳐냈던 것조차 나를 위한 위안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보내고나서도 보내지 않는 것, 그것이 부족했던 까닭이겠지? 그 아이들은 다들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다시 그런 상황에 부딪힌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