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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느티나무 > 비겁한 사회, 비겁한 정부

한겨레신문, 홍세화 기획위원,  2005-12-07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정직성에 대한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의혹 제기 여파로 사회가 시끄럽다.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 법안에 관한 토론의 목소리도, 농업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절망스런 외침도 잘 들리지 않는다. 또 8·31 후속 부동산 조처도, 평택기지 문제·의료개방·교원평가제라는 중대한 현안들도 묻히고 있다.

   민중의 생존권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 실종되고 파묻힐 만큼, 이 사회는 황우석 박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의 입원 사실이 언론에 크게 실리는 한편으로, 논문사진 중복 등 의혹의 실마리는 풀리는 대신 더욱 엉키고 있는데, 진실은 아직 말하지 않고 있고 또 곧 말할 태세도 아니다.

   과학자의 자존심이 언론에 의한 검증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피디수첩 팀과 디엔에이 2차 검증을 약속하기까지, 그리고 그 약속을 파기하기까지, 언론의 장에서 벗어나 연구에 전념하지 못했는지, 연구자로서 언론 앞에서 늠름하지 않았는지 국외자로선 잘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언론이 과학자의 연구 업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탐사보도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가며 충분히 가능하며, 언론의 진실 추구엔 그 어떤 성역도 있어선 안 된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한 여론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치우쳐 있다. 피디수첩 팀이 취재 윤리를 어긴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그들은 사회적 왕따를 당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제기한 문제의식까지 왕따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상 그것은 행동이 있기 전에 생각을 품은 것만으로도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앞으로 한국인을 먹여 살린다’는 생명공학 신화의 주인공에게, 그 주인공에게 환호하는 사회에, 피디수첩 팀은 감히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적어도 비겁하진 않았다. 제보자에 의해 자신에게 던져진 물음에 충실한 것으로도 그들은 이미 왕따를 당해야 할 처지에 있었다. 마침내 그들에게 과오가 있었음이 밝혀졌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놀랍지 않은가? 진실은 아직 말하고 있지 않은데, 물음 자체가 불온하므로 왕따당해야 한다니 …. 또 놀랍지 않은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명제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연구팀의 난자 편법 사용에 대해선 간단히 용인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것에 비해, 피디수첩에 대한 여론재판은 광고 해약사태까지 불러오고 있다. 또 놀라운 일은 사회가 이렇게 들끓으면서 극우적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예단하여 의혹의 시각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애국주의에 눈이 멀어, 진실을 추구하려는 것 자체를 불온시하는 일은 더욱 옳지 않고 위험한 일이다.

   ‘진실만을, 오직 진실만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의 일부가 가당찮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볼테르의 말처럼, “우리들의 부싯돌은 부딪쳐야 빛이 난다.” 서로 다른 견해가 부딪칠 때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는 법이다. 왜 그것을 기피하는가? 다수의 견해를 따르지 않는 소수를 무릎 꿇린다고 다수의 견해가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 정작 무릎 꿇은 것은 피디수첩팀이 아니라 다수 여론 앞에 비겁한 이 사회이며, 특히 정부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환경을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관철하려는 호기로 여기고 있지 않다면, 비겁하게 시간 끌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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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12-1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의료산업선진화정책을 비롯한 자본의 논리구조가 더 문제입니다. 영리병원부터해서...정작 황우석은 그 거대한 그늘의 작은 불씨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불이 꺼지더라도 그 기획이나 정책, 그 그늘은 동일한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죠. 일관되게 요구하고 추진하는 배경이 온통 더 의심스럽습니다. 거기까지 시선들이 가야할텐데 말입니다.

글샘 2005-12-1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의 부싯돌은 부딪쳐야 빛이 난다.
정말 멋진 말이네요.^^
황우석을 보면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참 부끄럽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를 홍세화씨는 아웃사이더의 시각으로 잘 썼네요.

해콩 2005-12-1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땐 참.. 어떤 감정이 되어야하는 건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피디수첩'을 그 진정성과 무관한 '감정'만으로 마녀사냥하고 황교수에게 안타깝고 연민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마는... 사람들이 이런 정신적 '공황'상태가 되도록 은근히 조장한 언론들이 반성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할 듯!!
세상에서 제대로 중심잡고 바르게 살기는 정말 힘든 것 같은데 우리의 '홍'아저씨는 언제나 나침반같은 존재네요.

글샘 2005-12-1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선생 노릇 제대로 하려면 나침반처럼, 등대처럼, 이정표처럼 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나침반은 어떤 혼란 속에서도 일정한 지향을 놓치지 않고,
등대는 늘 제자리에서 묵묵히 갈길을 제시하며,
이정표는 갈길에 마음이 바쁜 이들에게 삶의 거리를 생각하게 하지요.
어느 하나 쉬운 거 없네요. ^^
 

 

본론: 공주님의 충성스런 홍위대가 말하는 사학법의 본질과 사학 3권

사학법 개정에 찬동하는 찌질이들아, 니들이 참교육을 알아?
우리 발끈해 공주마마께서는 이미 나이 29에 대학 이사장이 되신 분이야. 얼마나 교육에 대한 열정이 깊으셨으면 발정희(發情喜) 폐(弊)하와 함께 1원 한푼 안 투자한 영남대에 친히 이사장으로 오르셨겠어.
비록 결국 북괴의 사주를 받은 일부 발칙한 빨갱이 교수와 학생들의 내란으로 물러나셨긴 했지만 그 때까지 82년 정관을 변경하여 발정희(發情喜) 폐(弊)하를 교주로 선언하고 발구녕 공주마마까지 이사진에 가세하여 영남대를 공주마마의 사유재산화하는 등 하외와 같은 은혜를 베푸셨어.
근데 그 빨갱이 놈들이 반대한 이유가 완전 개그콘서트야. 세상에 입시부정, 공금횡령, 뇌물수수라는 관습헌법상에 보장된 사학 3권을 최대한 활용한 죄로 물러나라는 거야!!
그리고 바로 이런 불순한 공산분자들의 선동에 놀아나 사학 3권을 탄압하겠다는 게 사악한 사학법개정의 근본 목적이야. 우리 공주 마마께오서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이제야 알겠지. 우리 공주마마께서 얼마나 교육에 투철하신지. 참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수십억원의 횡령자금을 창조해내는 위업을 너희같은 찌질이들이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어? 우리 공주마마께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거라고! 전재산 29만원으로 골프치러 다니는 전두환 옹과 함께 한국인 최초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유력시되는 분이니까 알아모셔 둬.
지금 공주마마께서 수첩신공 보여주고 계시잖아. 그게 다 이 때 회계장부 보던 실력에서 비롯된 거야. 이제 공주마마께서 즉위하시면 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면서도 수조원의 비자금을 창조하는 신공을 보여주실거야. PD수첩같은 것은 그네수첩에 비하면 수첩도 아니지 뭐~

위에 글을 읽으면서 개념을 1.18 패치로 업데이트한 사람은 공주마마께서 얼마나 숭고한 의지를 가지고 계신지 알 수 있을거야.

그런데 이런 우리 공주님께 (짱돌도 아니고) 계란을 던지겠다는 발칙한 놈들이 있어.
이 놈들아! 개념은 후불제로 팔아먹었냐?
(그런 생각 품었으면 조용히 동네사람 3천 명쯤 몰고가서 실천이나 할 것이지)
우리 1만 2천 사이버 홍위대들한테 집단린치가 당하고 싶어? 남산관광 한 번 할까?
우리 공주님이 옥좌에 등극하실 날이 불과 2년 밖에 안 남았는데 너희들은 즉위식날 모조리 "사악한 북괴의 사주를 받고 국가의 전복을 도모하려고 한 간첩단"으로 "당첨"되어 24시간 내에 처형되는거야!!!
국가보안법을 공주님께서 괜히 목숨걸고 지키시겠다고 한 게 아니야.
그런데 천한 백성 놈들 대부분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니 정말 나라꼴이 어떻게 되가고 있는 지 모르겠어. 이게 다 뇌무현놈이 국정브리핑 홈피에다가 댓글이나 올리고 있기 때문이야. 하여튼 뇌무현 때문에 우리집 변기도 막히고 내 노트북 자판도 빠지고.. 하나에서 열까지 되는 일이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보좌관들이 적어준 수첩을 보고 계시는 발끈해 공주마마, 저희 사이버 홍위대는 하루 속히 마마께서 집권하시어 유신헌법 부활, 부유층 재산세 폐지, 국회해산, 하루 14시간 노동 합법화로 부유층 평균소득 1000만달러 돌파의 위업을 달성하실 날만 기달리고 있사옵니다.
아울러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하는 저희 사이버 홍위대를 굽어살피시어 지난 2년간 밀린 알바비 좀 입금해주시고 저는 다른 전사들에 비해 아직 "전공"이 많이 부족하오니 뭐 국무총리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사학재단 이사장 자리 하나만 주시면 전여오크 여사를 능가하는 독설과 망언으로 대를 이어 존나게 충성하겠사옵나이다.

공주마마 겨울바람이 차가운데 무려 26분 씩이나 농성하시느라 노고가 얼마나 크셨사옵니까.
부디 옥체 보중하시옵고 종신대통령 합헌화와 쭉쭉빵빵 연예인 24시간 상시대기 Call제도의 도입으로 발정희(發情喜) 폐(弊)하의 뒤를 잇는 성(性)군 되소서

P.S.
그리고 감히 공주마마께 반대하는 발칙한 글을 토론방 베스트로 올리다니!! 다음 운영자야,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한게냐??? 발정희(發情喜) 폐(弊)하 때의 동아일보처럼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차리고 진정한 수구꼴통의 길을 걷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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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추가 +

이 글로 인해 공주마마의 참교육 정신에 대해 깨우침을 얻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누르고 글을 달아줬구려.
특히 이 글을 베스트로 올린 다음 운영자 양반은 내가 이미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천거하였소.
공주마마께서 하외와 같은 성은을 베푸셔서 네티즌 들 중에서도 이 글을 열심히 다른 사이트로 퍼트리는 이들은 사학재단 이사장 자리 하나씩을 하사 하신다고 하니 열심히들 하시오 ㅎㅎ. 명문대 이사장자리는 선착순이오 ㅋㅋㅋ

보너스로 발근해 홍위대 홍위대 구호를 알려드리겠소. 우리 모두 외칩시다!!
"발정희(發情喜) 폐(弊)하께 대를 이어 충성, 사쿠라처럼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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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래 사이트는 내가 글을 쓰면서 참고한 사이트요.
발근해 공주님의 위대함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으면 참고하시오
http://blog.naver.com/one2only?Redirect=Log&logNo=90000098094

그리고 이건 본좌의 블로그. 많이 들러주시오
http://blog.daum.net/ksapch
즐겨찾기와 통하기 신청은 언제나 환영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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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공감하셨으면 아래의 기사에도 들어가서 추천 꾹~ 우리 모두 공주마마께서 옥좌에 오르시는 그 날까지 분발하자구요~ ^^
http://blogbbs1.media.daum.net/griffin/do/blognews/column/read?bbsId=B0002&articleId=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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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12-1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틀렸소...하루 20시간 노동으로 바꿔야 하오...

해콩 2005-12-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오.. ㅋㅋ하루 14시간 일해서 먹고 살 수 있겠소.. 20시간 정도는 새빠지게 일해야지...
 

         有客         나그네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有客淸平寺    나그네 청평사에서

春山任意遊    봄 산 경치 즐기나니.

鳥啼孤塔靜    새 울음에 탑 하나 고요하고

花落小溪流    지는 꽃잎 흐르는 개울물.

佳菜知時秀    때를 알아 나물은 자랐고

香菌過雨柔    비 지난 버섯은 더욱 향기로워.

行吟入仙洞    시 흥얼대며 신선골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근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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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좋군요..
해석은 달리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전출처 : 나귀님 > 황우석 논란을 계속 바라보며..

연일 끊이지 않는 황우석 관련 논란을 지켜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과연 희생자인가, 아니면 협잡꾼인가? MBC는 과연 진실을 보도한 것일까, 아니면 특종 보도를 욕심내다가 잘못 "낚인" 것일까? 피디수첩 보도에 발끈한 네티즌들이 MBC를 "방법"한 것은 잘한 일일까, 아니면 지나칠 일일까? 여기다가 이제는 연구원 모씨가 이렇게 말했다, 혹은 안 했다는 공방이 이어지고, 국과수에서 방송사에 연락을 했다, 안 했다는 식으로 증언의 진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한때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옷 로비 사건"의 재탕을 보는 기분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그때 "옷 로비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야무야 되어 버린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벌어진 사건은 "하나"인데 증인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세 여자인지, 네 여자인지가 나란히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하느님께 맹세한다"고 우겼으니, 오죽하면 당시 질의하던 국회의원 가운데 한 사람이 "어째 교회 다닌다는 사람들이 하느님까지 들먹이며 하는 말들이 이렇게 다르냐"고 책망을 했을까. (물론 이들 모두 "진실"을 말했을 수는 있다. 즉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부분적인 진실"만을 말이다. 그러니 분명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니, 거뜬히 하느님을 들먹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무슨 <라쇼몽>도 아니고 말이다. 어쩌면 황우석 논란 역시 이처럼, 그러니까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공연히 시간만 질질 끌면서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큰 부담만 남기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어째서 꼭 이렇게 "중대한 사건"은 그 실상이나 진실을 찾기가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허깨비 놀음처럼 말이다.

처음 난자 기증 여부에 대한 황우석의 발표가 있고 나서, 일군의 "용감한" 여성들이 나서서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후원회를 결성하고, 또 연구소 측에 기증 신청을 하는 여성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난자"는 "여성"의 신체 일부인데, 어째서인지 황우석의 연구에서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쏘옥 빠져버리고 "난자"만 언급되는 듯하다. 과연 여성이 아닌 남성의 고환에서 어떤 생식 관련 물질이나 조직을 추출해야 했다고 하면,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생성되지는 않고 수량이 몇 개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라면, 과연 이렇게 많은 남성들이 지원자로 몰릴까? 솔직히 나로선 여기서 어떤 남녀차별의 흔적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노벨상 감"이라는 황우석의 연구에 대한 대대적인 호응으로 인해, 이 사회가 "여성"들을 향해 난자를 기증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과연 여성계는 이 사건, 즉 여성들이 너도나도 자신의 난자를 "가져가라"며 나서는 상황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집사람 말이, 몇 년 전에 여자대학 앞에서 "도너 모집"을 한다면서 예쁘고, 똑똑하고, 날씬하고, 젊은 여대생의 난자 하나에 수천만 원씩을 주고 구입해서, "불임"인 부부에게 시험관아기 용으로 되파는 사례가 있어서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요구조건이 까다로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난자 구입가가 이토록 비싸다는 사실로부터 난자 채취가 결코 생각만큼 "간단하고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황우석은 비록 "연구 목적"이긴 하지만 난자 하나에 겨우 150만원씩(하루 일당 10만원씩으로 쳐서, 15일 동안 호르몬 주사를 맞는 비용이라던가)을 줬고, 이제는 무상으로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으니 그야말로 행운아가 아닌가. "어쩌면 황우석의 가장 큰 업적은 그건지도 몰라." 집사람이 시니컬하게 말했다. "직거래를 통해 가격의 거품을 뺌으로써 난자 가격을 합리화시킨 것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가격 파괴라고나 할까."

집사람이 이렇게 시니컬하게 나온 까닭은, 자기 자신도 한 사람의 여성이면서, 또한 유독 매월 그 달거리의 고통으로 인해 녹초가 되고 마는 상당수의 여성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거나, 힘든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야말로 주기가 들쭉날쭉 불규칙해지고 소식이 없어서 애를 먹는 차에, 전국 방방곡곡에 인심 후하게도 "난자 가져가라"고 온몸을 던지는 여성들이 있다니 그야말로 놀랄 노 자라는 것이다. "과연 그 사람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까?" 여성의 몸이 민감하다는 사실은 나도 결혼 후에야 알았지만, 솔직히 그런 사실을 지금도 종종 망각하곤 한다. 즉 내가 남자라는 사실 때문에 집사람이 나보다 힘이 약하다는 사실을, 나보다 피곤을 더 쉽게 느낀다는 사실을, 나보다 더 깜짝깜짝 잘 놀라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마는 것이다. 특히 남성의 몸에서 생성되는 정자와는 달리, 여성의 몸에서 생성되는 난자의 개수가 평생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지난 번 나탈리 앤지어의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사춘기에 접어들면 여자들은 모두 난자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꼴로 배출하고, 그러다가 50대에 이르러 폐경기에 접어들면 모두 "이제 그만" 하고 뚝 끊겨버리는 줄 알았다. 즉 어떤 "유효기간"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유효갯수"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난자 채취라는 것이 달랑 하나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주사를 통해 여러 개를 "미리 끌어내어" 쓰는 것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더욱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각자의 "난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 어떤 사람에겐 2000개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1000개일 수도 있을 거다 --- 과연 지금 당장 다섯 개, 혹은 10개를 끄집어내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종종 헌혈하듯 "난자 판매"를 하는 사람의 경우도 앤지어의 책에는 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매우 특이한 (병원 의사들도 모두 놀라워한) 경우일 뿐이다. 솔직히 묻고 싶다.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여성들에게 말이다. 그들은 과연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을까? 아니, 과연 자신의 "몸"이 어떨 것이라고 생각은 해보고 나서 난자 기증을 결심한 것일까? 이건 단순히 애국적이고 반애국적이고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제아무리 "난자 기증"이 단순히 "좋은 일"처럼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공익이고 국익이고 간에 자기 자신의 몸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인가? 나라면 내 마누라가 난자고 나발이고 기증하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막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단순한 공명심, 혹은 공익의식으로 인해 개인이 입은 피해는 어느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의 남편이나 애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한편으로는 난자 기증이니, 황우석 지지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장애인"이 많았다는 사실은 이 논란에 좀 더 복잡한 맥락을 제공하는 듯하다. 황우석의 시도가 처음 대서특필되었을 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한 사람은 장애인들이었을 것이다. 즉 크리스토퍼 리브나 강원래 같은 장애인도 황우석의 연구로 인해 직, 간접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유난히 부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나마, 황우석의 연구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더 걸려야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정작 황우석의 연구팀에 속한 사람들도 최소한 수십 년은 걸려야 그런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끝을 애써 흐리고 있다. 물론 정작 황우석 자신은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10년 후니, 뭐니 하면서 그런 핑크빛 꿈을 심어주느라 여념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늘 집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하반신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어떤 행사에 참석해서 황우석을 만났는데, 황우석이 그분에게 다가오더니 서슴없이 등을 툭툭 두들기면서 "자,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하고 한 마디를 남기고 가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엄청난 격려를 받은 장애인이 그야말로 감격의 홍수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장애인들은 당장 여기에 공명하여 황우석을 구세주처럼 받들어 모시게 된 모양인데, 솔직히 여기에는 거품이 없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문득 보건부에서 수돗물에 불소를 타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상정하면서 장애인의 보건 문제를 이유로 들고 나섰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즉 장애인들이 양치질 하기가 힘들어서 치아 보건에 문제가 있으니, 이 기회에 온 나라 수돗물에 불소를 타면 장애인들에게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소탐대실이고,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왜냐하면 불소는 엄연한 "독성물질"이고, 지금 미국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오히려 수돗물에 불소를 타지 않기로 하는 추세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이에 역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비난하면 자칫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다"는 식으로 엉뚱한 비난을 당하기 십상이다. 내가 보기엔 지금 황우석 문제가 딱 그렇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연구 과정이 윤리적으로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 하나만 해도 지금까지의 사건은 분명히 커다란 오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황우석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노벨상 유력 수상자"란 타이틀과 함께 "장애인들의 희망"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니 황우석을 비판하려다 보면 졸지에 "국익에 반대'하고 "장애인들의 희망을 꺾는" 무뢰한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다보니 정말로 필요한 비판조차도 못 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이 품는 "완치"를 향한 꿈은 솔직히 "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는 언젠가 이른바 "복제인간"을 지지한다는 어느 미국 여성이 자신의 죽은 딸을 복제인간으로 되살리고 싶어서 체세포 일부를 여지껏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 인터뷰에서, 그야말로 섬뜩한 느낌을 받았던 것과도 비슷하다. 과연 그 체세포를 복제해 만든 "딸"이 자신의 죽은 "딸"과 같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다는 걸까? 생긴 건 비슷하더라도, 과연 그 새로운 아이가 옛날 그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결국 과거의 한 존재의 "복제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새로운 아이는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현재 줄기세포를 만들어 장애인을 돕자는 것에까지 이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품는 "완치"에의 꿈은, 어딘가 인간 모두에게 동일한 "무병장수"에의 욕망과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고통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은 어떤 사람에겐 좋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삶을 단순히 그 길이로만 측정할 수 있을까? 최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읽으면서, 거기서 신들이 인간들을 가리켜 "죽을 목숨의 인간"이라고 지칭하는 문구가 계속 나오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죽는다는 것, 분명히 그 한계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여기서 굳이 아시모프의 <200살이 된 사나이>에서 로봇 앤드류가 인간으로 "인정" 받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나, 톨킨의 <실마릴리온>에서 죽음이야말로 일루바타르가 인간에게 준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어떤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시된 상황에서, 즉 앞으로 실현이 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다들 지나친 낙관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언젠가 혹시 난치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하면 그야말로 "욕심"을 부려서라도 "완치"를 꿈꿀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체념하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돈이 있다면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명을 일분 일초라도 더 연장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야 차라리 "일찍 죽는 것"이 덜 고통스러운 것이 현대 의학이니 말이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아직 요원한 "기적의 치료제" 개발보다도, 당장 장애인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이런저런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일반인들의 편견이나 좀 교정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초가삼간에 불 지르는 것보다는 더 쉬운 "빈대잡기"가 아닐까.

미국 CBS의 전설적인 앵커 월터 크론카이트가 은퇴한 후,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이 바로 댄 래더다. 다혈질에다 사고뭉치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거물급 방송인으로 인기를 누린 그가 지난 미국 대선 직후에 방송에서 결국 은퇴하고 말았다. 바로 오보 때문이었다. 그가 진행하던 <60분> (지금 피디수첩과 유사한 포맷의 시사 프로그램이다.)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병역 비리에 대한 보도가 나갔는데, 알고 보니 CBS측에서 진짜라고 믿었던 증거자료와 그 제보자 모두가 허위로 밝혀진 것이다. 평소에 부시를 싫어했던 래더였으니 이것이야말로 부시의 재선을 막을 절호의 기회라고 해서 무리하면서까지 방송을 밀어붙였는데, 결과는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어지간한 사건 같았으면 사과방송으로 끝났겠지만, 이번 경우엔 아무리 사고뭉치였던 래더 (그는 언젠가 생방송 도중에 갑자기 데스크를 비워버리는 대형사고를 치고 나서도 여전히 자기 자리를 유지한 바 있었다.) 라도 불명예퇴진을 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피디수첩 보도를 접하고 나서 문득 이 사건이 생각났다. 물론 아직 황우석과 피디수첩 중, 어떤 쪽이 옳다 그르다고 최종 판정이 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방송사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이나 "특종 경쟁"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또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언론의 '자업자득'이란 생각도 든다. 애초에 황우석이 나왔을 때 그를 "노벨상 감"이며 "대한민국의 희망"으로 부추긴 것이 바로 언론 아니었던가. 그야말로 냄비 언론에 길들여진 냄비 여론이, 그 여세를 몰아 금방 식어버린 냄비 언론을 심판한 꼴이 되었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고, 또 불신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피디수첩을 욕하고, MBC를 비난하고, 나아가 거기 광고를 주는 광고주들을 향해서도 협박을 서슴지 않는 상황이야말로 언론이 만들어낸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황우석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위자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위인이 되어버린 것도 언론 보도가 아니었던가. 언론이 황우석을 불사신으로 만들어내고, 이제 그 불사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에 의해 도리어 매도당하는 실정이다. 솔직히 언론보도가 아니었으면, 사람들이 과연 황우석의 연구에 대해 알았겠는가? 한편으로 지금 황우석을 "사랑"하고 MBC를 "증오"한다고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들은 과연 황우석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으며, MBC에 대해서는 또 "무엇"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극단적인 평가를 하는 것일까? 아마 황우석의 연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MBC가 걸고 넘어진 문제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는 이른바 "네티즌"들의 MBC 비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MBC의 보도에서 어떤어떤 부분이 오류였고, 문제였고, 잘못이었다고 조목조목 지적하는 경우보다는 무조건 "한국 놈들은 남 잘 되는 꼴을 못 본다."느니, "우리끼리 싸워서 미국에만 이익이다"느니, 해서 무조건 MBC를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경우였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라도, 황우석이 정말 실수를 하거나 고의로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할까? 어쩌면 그때 가서는 "망할 놈의 MBC 때문에 산통 다 깨졌다." "치사하게 같은 한국 사람끼리 다 까발리냐"고 또 다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사람들, 특히 네티즌들이 언론이나 공권력을 불신하게 된 것도 결국 언론이나 공권력 그 자체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떤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의혹이 있을 때에도 그걸 끝까지 파헤치기는커냥, 중간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덮어버리고 마니 국민들의 불신이 점점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개똥녀 사건처럼 네티즌이 직접 "나서서" 사회악을 "방법"하는 것처럼 일종의 "사이버 린치"가 유행하는 것 아닌가. 언론이 정말 제 기능을 다 한다면, 검찰이 정말 제 기능을 다 해서 모든 의혹을 규명하고, 모든 범죄를 정당하게 처벌한다면, 과연 시도 때도 없이 들먹여지는 "엑스파일 이론"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는가? 이번 MBC에 대한 "방법"을 가만히 보면, 이전에 조선일보를 향한 비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어떤 한 사람, 혹은 한 매체가 "절대악"을 구현할 수는 없다. 논조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한 매체를 전부 매도할 수는 없다. 일부 오류가 있다고 해서, 한 방송사나 신문사에서 처음부터 끝가지 "거짓 일색"으로 포장할 수가 있겠는가? (물론 딴지 총수는 해외의 전문 싸이비 언론인 타블로이드 신문을 가리켜 "자신들이 쓴 기사에 한 단어라도 '진실'이 있다면 전원 자폭할 태세가 된 전문가들"이라 극찬한 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이니 가능한 것이리라.) 솔직히 이른바 "안티조선" 운동이 도를 지나친 감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MBC 반대 운동과 촛불집회 역시 마찬가지 감이 없지 않다. 그야말로 <그것이 알고 싶다>나 <피디수첩>에서 무슨 사이비종교나 대형교회의 비리를 파헤치고 나서, 거기 신자들이 떼로 몰려와 항의하는 소동과 다를 게 뭐겠는가? 황우석이 무슨 사이비종교도 아닌데 말이다.

종종 사람들로부터 "너는 가슴도 없냐?"고 비난을 받을 때마다, "나는 머리로 생각하지, 가슴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대꾸했다던 진중권의 말이 요즘 들어 새삼 명언이라고 느껴진다. 황우석 광풍이 불어닥쳤을 때에도, 황우석 논란이 비등하는 때에도, "머리로 생각한" 사람은 그야말로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들 황우석을 "너무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였고, 그렇기 때문에 황우석을 "너무 쉽게" 우상화했다. 맞는 말이다. 황우석은 지금 누가 보아도 "우상숭배" 당하고 있다. 노래도 못하고 연기도 못하는 가수나 배우를 쫓아다니는 빠순이들만 욕할 게 아니다. 이쯤 되면 전 국민이 황우석 빠순이, 빠돌이들이 된 상황이니, 욕을 먹어도 싸다. 그야말로 "황우석을 욕하는 사람은 모두 우리의 적"이라는 파시즘적 논리다. 그야말로 홍위병적 발상이다. (홍위병이라는 말, 이문열이 유행시켜서 좌파 쪽에선 이 말을 무지 싫어하는데, 솔직히 이문열이 한 말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쓸만한 비유이긴 하다. 즉 그야말로 "우리의 적에게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곧 우리의 적"이라든가, "모택동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의 적"이라는 식의 단순논리야말로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의 전매특허였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른바 "시민운동" 등에서 주로 사용했던 "항의전화"나 "촛불집회" 등의 수단이 이러한 "우상숭배식 논리"와 맞닥트리면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파급력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좀 놀랐다. 아직 진위 여부도 확실히 가려지지 않은 채에서 이렇게 큰 여론몰이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정답"을 갖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황우석이 자신들의 우상이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과학자이니 결코 "틀릴 수가 없다"고 낙관하는 것일까? 그들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틀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믿는 것은 반드시 맞고, 내가 믿는 것에 남이 이의를 제기하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지나친 발상은 아닐까?

그나저나,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솔직히 이젠 좀 지겨워질 때도 되었다. 황우석 측은 이미 난자매매 건으로 인해 명성이 크게 실추된 상황이고, MBC 역시 지나치게 성급하게 군 까닭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으니, 양쪽 모두 앞으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터이다. 과연 황우석의 연구는 엉터리였을까? 여기서 문득 이전에도 몇 번인가 한국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고 성급히 발표했다가, 머지않아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서 개망신한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내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건 이른바 "상온 핵반응" 실험인가를 서울대에서 사상 최초로 성공했다는 뉴스였다. 물론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곧 밝혀졌지만.) 그러니 황우석의 실험에 어떤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의혹은 하루속히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황우석의 지나친 언론플레이로 인해 그에 대해 약간의 반감과 의혹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특히 언젠가 민노당의 국정감사 자료 제출에 그가 발끈하며 "민노당 때문에 연구를 할 수 없다"고 발언한 걸 보고 "과연 이 사람이 과학자 맞긴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민노당 지지자도 아니지만, 글쎄, 지금 하는 연구를 민노당에서 중단시킨 것도 아니고, 자료를 제출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뿐인데, 어째서 거기서 그런 발언이 나와야 하는가? 과학자의 입에서 나오기엔 어울리지 않은 지극히 "정치적"인 발언이 아닌가. 그런 와중에도 황우석 본인은 여기저기 행사에 얼굴을 들이밀며, 심지어 무슨 복제소로 만든 설렁탕을 배식해주기까지 했으니, 아무래도 "연구"보다는 이런저런 "이벤트"로 더 잘 나가는 과학자에겐 좀 어울리지 않은 발언이 아닌가.

물론 MBC가 틀렸을 수도 있다. 즉 황우석은 아인슈타인 못지 않은 훌륭한 과학자이고,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눈이 멀고 마음이 못되어서 그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깎아내리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MBC는 그야말로 가슴을 치며 반성해야 마지않을 것이다. 나 역시 잠시나마 그를 의혹의 눈초리로 본 것을 겸하하게 사죄하는 마음을 가질 의향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렇다면 어째서 황우석의 태도가 그토록 불분명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난자 채취 등에 있어서 그야말로 "엄벙덤벙"하게 넘어가는 헛점이 왜 그리 많았는지 하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만약 이 사건이 별 것 아닌 일로,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황우석은 오히려 MBC나 자신의 반대자들에게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일로 인해 이후 이와 비슷한 실험이나 연구가 있을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며, 그중 한 사람이 변심을 해서 방송국에 제보를 했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어쩌면 한국 특유의 교수와 학생, 혹은 연구원 간의 불평등한 위계질서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수가 난자 하나 달라고 하면, 누가 감히 거절하겠는가? 교수가 입 다물라고 하면, 누가 감히 싫다고 하겠는가? 아직까지도 전근대적인 권위의식이 판치는 캠퍼스나 연구소에서, 이런 비리와 비윤리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그러니 황우석의 연구가 정말 유효하고 위대한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연구자나 국민 모두가 좀 "근대적인 시민의식"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즉 국익도 좋고 공익도 좋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말이다. 연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것도 아니고, 국익을 위해 언론은 입 다물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연구나 국익의 와중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자는 말이다. 요즘은 뭐든지 "근대 논의"가 유행인데, 그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근대화"는 각 사람의 "정신의 근대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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