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이건 편지글이니까 그냥 편안하게 부르려고 해.)
우리가 처음 만난 오늘, 어떻게 아무런 인사도 없이 그냥 보낼 수 있겠니. 지난 며칠동안 아주 많은 말들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그건 앞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남겨두고 오늘처럼 특별한 날엔 말야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바로 '인간의 믿음'에 관한 이야기... (좀 생뚱맞지?ㅋㅋ)
우선... 우리 스스로를 믿자. 지금 내가 어떤 모습이건 나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걸 끝까지 믿자. 태어날 때 사람은 모두 순수하게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건 숫자로 환산되는 점수, 등수, 돈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값'을 매기던 상관없이 '나 자신에 대한 믿음' 하나만 있다면 태어날 때 가지고 있었던 그 순수함은 온전히 내게 남아있는 거라고 믿어. 나는 소중한 사람이고, 진실된 사람이고, 존중받아야할 사람이라고 그렇게 꽉~~ 믿는 거지. 남들이 매긴 숫자를 가지고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보다 슬픈 일이 있을까? 외모나, 점수나, 가정형편이나.. 그런 겉으로 나타나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너'는 아주 소중한 존재란다. 평생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야야할 사람, 바로 자기자신이지. 남들의 어떤 평가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소중함을 믿고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 그게 바로 자존심 아니겠니?
그리고... 서로를 굳게 믿자! 이건 아마 자기자신을 믿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일거야. 스스로를 믿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소중함도 믿을 수가 있겠지? 서로에게 거짓없는 참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참말 행복할 거야. 믿음의 반대말은 뭘까? 그래,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끝없이 의심하는 마음이지. 상대방을 의심하는 건 이미 내 스스로에게 모진 형벌이란다. 너를 믿지 못하는 나의 괴로움, 그건 거의 지옥과 같은 괴로움이니까. 친구, 연인, 부모와 자녀, 담임과 학생... 모든 인간관계를 가장 피폐하게 만드는 건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경우일거야.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끝없이 의심하게 하나? 거짓말, 거짓된 행동을 하는 순간, 서로에 대한 믿음에 틈이 생기더구나. 더 끔찍한 건 상대방을 속이는 순간, 스스로를 믿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다는 사실!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말이 길어졌네. (눈치챘겠지만 너희 담임은 아주 말이 많은 사람이란다..ㅋㅋ)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가지! "스스로를, 또 서로를 믿자! 나는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내가 그러하므로 다른 사람들도 역시 모두 소중하다. 모두 소중한 존재인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가자." 이것이 운명적으로 너희를 만난 내가 바라는 아주 거창한 소망이야. 담임으로서 나도 너희들 한명 한명에게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가도록 아주 많이 노력할게.
담임을 맡는 해마다 '올 해는 어떤 아이들과 함께 할까? 아이들과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 한단다. 그건 설레임이기도 하고 두려움이기도 한데... 설레임은 행복에 대한 예감에서 오는 것 같고 두려움은 지난 경험상 학교에서의 행복해지는 것이 그리 쉽게 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느끼는 것 같아. 하지만 서로가 노력해서 어렵게 어렵게 얻는 것이라야 참으로 행복한 행복이겠지? ㅋㅋ 올해는, 너희들은 어떨까? 우리가 함께 아주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2006. 3월 첫날. 2학년 10반 담임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