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주차박애주의에 박수!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시사 탐구생활 2탄 - 사퇴한 천성관 후보자 뭐가 문제였나요?
 
 
한겨레  
 








 

» 그분의 주차박애주의에 박수!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최근 폭증하고 있는 요해 불가요 이해 난망인 각종 시사 사건들을 위한, 여름방학 특집 시사 탐구생활 고삐리 면학지도 그 두 번째 상담, 나가신다.


Q 1.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 50만명 휴대폰에 음성메시지를 남겼는데, 남기면 듣지도 않고 삭제한단 비율이 97%나 되더라구요. 대통령은 공무원의 수장인데 왜들 그럴까요?

A 97%라는 건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와도 무관하단 소리거든. 대체 왜들 바로 삭제한다는 거냐. 대통령, 공무원 수장 맞아요. 그래서 공무중인 공무원들에게 공적 지시 할 권한, 분명 있지. 공적 공간에서 공적 문서나 공적 명령으로. 허나 휴대폰은 개인이 사비로 임차한 사적 서비스잖아. 대통령이 휴대폰 요금 내주나. 아니거든. 완전한 개인공간이라고. 근데 왜 그 사적 영역을 자기 맘대로 침범하냐고. 공무원의 집이기만 하면 대통령이라고 해서 허락도 없이 맘대로 들어가 똥 싸도 되냐. 안 되잖아. 그래서 내용에 상관없이 짜증부터 난 거지. 그럼 대통령 메시지가 똥이란 소리냐. 그건 뭐 각자 판단에 맡기겠어. 어쨌든 스팸이야.


2.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많은 논란 끝에 사퇴했잖아요. 뭐가 그렇게 큰 문제였나요?

그 이슈는 말이다. 각하께서 초장에 수립하신 국정철학의 올곧은 기조는 한 치 흔들림 없이 견지되어야 한다는 청와대의 강고한 의지가 빚어낸 작품이라고 봐야지. 사실 강부자 고소영이 아무나 짤짤이로 딸 수 있는 영예가 아니거든. 위장전입 했고 주택 구입자금에 의혹 있고 의심스러운 부인의 명품 쇼핑, 스폰서와 해외 골프여행 했단 수준의 기본 패키지는 커트라인에 불과하다고. 그 정도 결단도 없이 어떻게 감히 이명박 정부의 동반자가 되겠나. 더구나 범죄수법에 가장 정통한 검찰 출신이 말이야. 그 정도로는 감동이 딸렸다.

교사, 자가용 리스 대납 의혹을 접하고야 비로소 고개를 주억거릴 수가 있었지. 역시 전문가는 디테일이 달라. 그렇지. 이런 신종 스킬 하나쯤은 세상에 선보일 수 있어야지. 특히 그 차는 지인이 그 아들을 위해 리스해 준 거라면서 왜 당신의 아파트에 등록되어 있었냐고 묻자, 경기도 사는 지인의 아들이 서울 올 때 주차할 곳이 없어 자신의 아파트에 주차 등록해 줬다는 해명에 이르러서는 벌떡 기립박수를 치고 말았지. 오, 그 하해와 같은 주차박애주의. 그래도 의혹이 계속되자, 주차하는 김에 자신의 거처에 지인 아들을 자주 재워 줬다는 해명을 추가함으로써 그 자애로운 탁아활동까지 공개하고 마신다. 상당히 은혜로웠어.



그리고 인사청문회에서 기어이 방점을 찍어 주셨지. 자녀 결혼식을 최소 기천만원 한다는 국내 최고가의 6성급 특급호텔 야외식장에서 하시고서도 그곳을 소박하게 “조그만 교외”라 표현하시는 격조 높은 서정성을 드러내셨을 땐, 그 어떤 완연한 정서적 충만감에 성마른 본 교사마저 가늘게 몸을 떨며 하릴없이 벽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 아, 이제는 더 이상 부족함이 없구나. 이제는 완전해진 거야. 유 콤플리트 미.


3.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가 화제잖아요. 말들이 많더라구요. 친구들과도 헌납이다 아니다 싸우는데요, 정리 좀 해주세요.

음, 그 문제는 용어 정리만 하면 간단해요. 기부나 헌납은 재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포기하고 그 일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거거든. 자신과 무관한 비영리 복지단체에 재산을 쾌척했다, 그럼 당연히 기부고 헌납이지. 문근영, 김장훈이 만날 하는 그거 말이야. 근데 각하께선 따로 재단을 설립하셨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건 자신의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재산을 출연했다, 이게 객관적으로 적확한 표현되겠어.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지. 그럼 재단이란 뭐냐. 간단히 말해 재산을 운영하는 법인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대략 맞아. 개인의 소유권이 재단의 운영권으로 전환되었구나. 그래서 중요한 게 재단의 운영권이야. 결국 누가 자금 집행을 결정하느냐 이거지. 물론 재단 이사회지. 그럼 각하께선 그 이사진을 어떻게 구성하셨느냐. 자신의 가족, 친구, 지인들로. 오, 이건 어서 많이 본 시추에이션. 우리 재벌들이 이렇게 해먹은 역사가 유구해요. 사학 재단들이 그렇게 해먹은 역사도 장구하고. 재단은 세금 혜택도 많고 수익사업도 할 수 있거든. 원하는 사람에게 월급 형식으로 돈도 얼마든지 퍼줄 수 있고. 게다가 재단의 운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어요. 재단 운영권은 소유권이 아니라 상속세마저 없어요. 어때, 죽이지. 여기서 물론 각하께선 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하는 반론, 가능해요. 거기엔 이런 재반론이 다시 한 번 가능하지. 무슨 근거로 새꺄.




 

» 김어준
 
4.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휴대폰 도청법이란 게 논란이란 소리를 들었어요. 그게 뭔가요.

음, 그건 말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우리 사회 전래의 특정 동물에 대한 편파적 고정관념을 한탄해 오시던 각하께서, 설치류로 하여금 낮말까지도 반드시 청취 가능토록 하고 말겠다는 평생의 한을 한 조각 법문으로 승화시키신 거란다. 그 내용은 그러니까 한 줄로 요약이 돼요. 쌀라카둘라메치카둘라비비디바비디부, 아멘.

오늘은 여기까지.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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