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 2교시, 내 수업 시간에 말로만 듣던 '전통 액션 활극'을 눈 앞에서 목도했다.
순한 ㅇ반, 평소 수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몇몇 녀석들... ㅈ빈, ㅅ명, ㅇ준, ㅅ한 에게 자전찾기를 따로 지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3분단에서 우당탕 쿵탕.. ㄷ원이가 간만에 학교에 온 ㅅ기를 손으로 발로 때리고 차고.... 놀랄 새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쳐다보고만 있는데 그래도 반장은 열심히 말리고 있다. 흥분한 ㄷ원이를 다행히 덩치 큰 반장과 힘을 합해 겨우겨우 복도로 끌어왔지만 녀석은 아직도 분이 덜 풀린 듯 씩씩거리며 '표적'을 향해 돌진하려고 했다. 손을 잡고 반은 달래고 반은 위협해서 교무실로 겨우겨우 데리고 내려왔다. 교실은 반장에게 부탁하고.
"자, 선택해라. 1. 학생부에 가서 처리한다. 2. 담임샘과 의논한다. 3. 내 수업중에 있었던 일이니까 샘이랑 이야기해서 벌받고 끝낸다" 당연히 녀석은 3번을 선택하라는 내 의도를 간파했다. 들어보니 ㅈ대와 ㅅ기가 자기를 집요하게 놀렸단다. 더 참을 수 없을 만큼 놀려서 그랬단다. 뭐 별다른 이유도 없다. 그저 열받아서 흠씬 패준거란다. 수업시간이었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니가 지금 한 짓은 '학교 폭력'에 해당하고 그건 학교 차원에서도 흡연보다 더 가중한 벌을 받아야한다. 이 반성문에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각서 쓰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가중처벌 받아야 할거다" 일장훈시를 하고는 필기구와 반성문을 주고 교무실에서 막 나오는데, 또한 맞은 분을 못 참고 교무실까지 따라 내려온 ㅅ기가 길길이 날뛰며 소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그 뒤에서 ㅅ진이와 ㅈ대, 그리고 반장이 그 녀석 하나를 말리느라 안간힘이었다.
ㅅ진이와 반장은 교실로 올려보내고 분이 덜 풀린 ㅅ기와 옆에서 눈치보기 바쁜 ㅈ대를 불러 언성 높여가며 들은 자초지종은.. ㅈ대가 ㄷ원이를 '평소처럼 심하게' 놀리고 있었는데 그걸 ㄷ원이는 ㅅ기가 한 건줄 잘못알고 ㅅ기를 흠씬 두드려준 것이다. 셋이 골고루 잘못했다. ㅈ대는 ㄷ원이를 심하게 놀려댔고(그것도 수업 중에), ㄷ원이는 교과담임도 있는데 수업 중에 친구를 폭행했고(그것도 아주 심하게), ㅅ기는 교무실까지 따라내려와 ㄷ원이를 폭행하려했다. (그것도 소화기로!!)
보다 못한 학생부 담당샘께서 개입하셨다. 결국, 내 손을 떠나 지금 세 녀석은 학생부에서 취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샘께서 은밀히 나를 부르시더니 "세 녀석을 징계를 줄까요? 아니면 샘께서 심한 징계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하고 그냥 겁만 줄까요?" 하신다. 처음 결심대로 "두 번째가 좋겠어요."했다. 물론 나도 따로 불러 뒷수습을 해야겠지만...
처음 봤다. 역시 내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열혈남아들이다. 그나저나 뒷수습은... 어쩌지?
[뒷수습]
학생부 샘들께 혼쭐이 난 녀석들은 줄줄이 내게로 와서 반성하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맹세에 맹세를 하고 갔다. 가지고 온 반성문에 '차후에 이런 일이 있을 때에는 이번 일까지 가중하여 처벌함'이라고 별 효력도 없는 협박성 문구를 한 줄 기입하고 거기에 공신력을 더하기 위해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3일 정도 학교 청소를 하게될 거란다.
그나저나.. 그 일 때문인지 아침 운동을 과하게 한 탓인지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사지가 흐물거린다. 지금 이 순간 맥이 탁 풀렸다는 말은 나를 위한 표현이다! 괜히 상기되고... 에고에고.. 내가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다.